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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100위→94위→85위→60위→50위→41위→19위(미국 메인 싱글차트 '핫100' 최근 7주간 순위)

96위→61위→34위→26위→18위→9위→8위(영국 오피셜 차트 싱글 톱100 최근 7주간 순위)

역주행은 해답(解答)의 영역이라기보다는 해석(解釋)의 영역이다.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지난 2월24일 발매한 첫 번째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의 예상치 못한 역주행을 두고 갖은 해석이 나오는 중이다.

이 곡은 지금 영미권 싱글차트에 균열을 내며 세계 팝차트 양대산맥인 빌보드 '핫100'과 오피셜 '톱100'에서 7주 연속 머물고 있다. 특히 단 한 차례도 순위가 뒤로 밀린 적이 없고, '꺾이지 않는 기세'로 차트 역주행을 지속하고 있다.

원곡 속도를 2배 이상 빠르게 조정한 '스페드 업(Sped up)'·'올해 최고의 프리 코러스(후렴 직전 부분)' 등의 수식으로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널리 퍼진 것, 아련한 복고풍의 신스팝으로 뉴진스가 촉발한 K팝 걸그룹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가져온 '이지 리스닝 계열의 곡' 등이 주요한 흥행 이유로 분석됐고 이는 이미 수백번 언급됐다.

그런데 틱톡은 최근 K팝 기획사들이 주요 홍보 수단으로 삼는 툴로, 이지 리스닝 계열 원곡의 힘이 없었다면 이 같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K팝 전문가 유니림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는 "일단 곡 자체가 좋다. '메이저 세븐스 코드'를 중심으로 한, 몽글몽글 몽환적인 화성 진행의 뼈대가 좋다"면서 "1절 도입부의 분산화음(分散和音)에 가까울 정도로 등락차가 큰 멜로디 전개는 곡 초반부터 귀를 확 잡아 끄는데 멤버 아란의 폭신하게 느껴지는 음색이 그 효과를 배가한다"고 들었다. "'큐피드(Cupid)'와 '스투피드(stupid)'를 각운으로 배치해 재미 요소를 더한 후크(hook)도 인상적"이라고 부연했다.

이진수 GQ 코리아 에디터(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역시 "단순히 몇 가지 요인으로 차트 성적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K팝의 기본적인 장점을 갖춘 곡 구조, 그에 더해 외국인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영어 가사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이런 노래의 힘 덕분에 오피셜 차트에선 K팝 걸그룹 최고 순위를 경신하는 중이고, 빌보드 '핫100'에서도 신기록을 앞두고 있다.

현재 K팝 걸그룹 노래 중 '핫100'에 최장기간 머문 곡은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가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아이스크림(Ice Cream)'(2020)이다. 총 8주간 '핫100'에 머물렀던 이 곡은 해당 차트에서 최고 순위 13위를 찍었다. 이르면 16일(한국시간) 오후에 공개되는 이번 주 20일 자 '핫100' 전체 차트에서 '큐피드'는 지난주보다 한두계단 상승한 18위 또는 17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스크림'과 함께 '핫100'에 최장 머문 K팝 걸그룹의 노래가 되는 셈이다. 이미 협업곡이 아닌 단독 곡으로는 '핫100'에 진입한 K팝 걸그룹 노래 중 최고 순위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큐피드'가 '아이스크림' 순위를 넘어설지 여부다.

'큐피드'는 전통적인 방식의 방송 점수 등을 포함하지 않고 스트리밍과 음원 판매량을 토대로 순위를 정하는 빌보드 내 '글로벌' 관련 차트에서도 파죽지세다. 해당 차트는 전 세계 젊은층 사이에서 실제 인기를 누리는 곡들의 지표로 통한다.

'큐피드'는 미리 공개된 20일 자 '빌보드 글로벌'(Excl. U.S.)과 '글로벌200'에서 각각 2위와 3위에 오르며 더블 톱3를 기록했다. 이로써 피프티 피프티는 해당 두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블랙핑크에 이어 K팝 걸그룹 중 이 차트 성적 역대 2위에 올랐다.

◆'K팝 인베이전'의 2차 징후

그런데 외국 작곡가들이 뭉쳐서 쓴 '큐피드'는 완전히 독창적인 스타일의 곡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팝 흐름을 타고 있다. 미국 팝스타 도자 캣의 '세이 소(Say so)' 등을 기점으로 유행한, 댄스와 R&B 사이에서 뭉근한 균형을 잡은 미디엄 템포의 어번 팝 등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솔로 가수 태연의 '위켄드' 등 '큐피드' 이전 K팝들도 마찬가지였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큐피드'가 도자 캣의 노래보다 완성도가 더 높게 들리진 않는다. 보컬의 역량이 첫째로 그러하고, 도자 캣과 달리 피프티 피프티가 원어민이 아니라는 점도 언어적, 문화적으로 그쪽 청중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틱톡 댄스 챌린지와 증속(sped-up) 버전이 추동한 숏폼 바이럴 붐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유니림 칼럼니스트의 해석이다. 특히 그는 더 나아가 여기서 '케이팝 인베이전'의 2차 징후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봤다.

유니림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K팝은 '1차 인베이전'에서 영미권 팝 아티스트들보다 월등한, 가히 종교적이라 할 만한 팬덤 충성도(다운로드·스트리밍의 집중 화력)를 기반으로 미국, 영국의 주류 차트를 공략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의 주인공은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를 비롯 K팝 내에서도 극소수의 톱스타였다. 하지만 '2차 인베이전'을 앞두고는 다양한 K팝이 뻗어나갈 여지가 많아졌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앞서 1차 인베이전이 'K팝 하이웨이'를 구축해뒀기 떄문이다. 서브컬처에서 주류 문화를 위협하는 위치로까지 기세를 확장한 고속도로, 즉 K팝에 대한 문화적 친근함이나 K팝 관련 콘텐츠를 개개인의 스마트 계정에서 더 자주 추천하게 된 SNS 알고리즘 같은 것이 그 무형의 인프라"라고 짚었다.

최근 K팝 업계 마케팅 분위기는 숏폼 바이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형 기획사의 거물급 아이돌부터 중소형 기획사의 신인급에 이르기까지 관련 마케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세기 일부 한국 가요 제작자들은 지상파 방송국 PD들에게 촌지를 줘가며 '매스미디어 마케팅'에 집중했다. 하지만 시대는 점차 바뀌었다. 2009년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2세대 K팝 대표 걸그룹 '원더걸스'를 데리고 프로모션 투어로 미국 전역을 돌았다. 그렇게 얻어낸 숫자가 빌보드 '핫100' 76위였다. K팝 가수 해당 차트 첫 진입이었고 당시에 파란이었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이제는 서울 강남구나 용산구의 사무실에 앉아서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 "트렌드와 타이밍이 적중하면 그 결과물은 빌보드나 UK 차트로 보상받는 시절이 왔다는 이야기다. 상전벽해, 격세지감"이라고 전했다.

◆중소돌의 기적…이제부터가 시작

키나(20·메인래퍼)·새나(19·리덤 겸 메인댄서)·시오(18·메인보컬)·아란(18·리드보컬) 등 전원 한국인 네 멤버로 구성된 피프티 피프티는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기적'으로 통한다. 작년 11월18일 첫 EP '더 피프티(THE FIFTY)'로 데뷔 이후 약 4개월 만인 4월1일 자 '핫 100'에서 100위로 진입했다. '디토(ditto)'로 데뷔 6개월 만에 '핫100'에 진입한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를 제치고 해당 차트에 데뷔 이후 가장 빨리 진입한 K팝 그룹이 됐다.

이들의 소속사는 신생 기획사인 어트랙트(Attrakt). 2021년 설립된 이곳은 JTBC 국악 크로스오버 서바이벌 '풍류대장' 공동 제작·투자에 관여했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를 제작·매니지먼트·프로듀싱한 이들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제작자인 전홍준 대표는 유열 매니저를 시작으로 조관우, 바비킴, 윤미래, 윤건 등을 배출했다.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하성운을 매니지먼트하기도 했지만 K팝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건 사실상 피프티 피프티가 처음이다. 최승호 매니지먼트 부문장은 김건모, 솔리드, 이정현 등 인기 가수들과 최지우, 김아중, 황정민 등 유명 배우들을 매니지먼트했다. 시안 프로듀서는 젝스키스 출신 은지원, 역시 젝스키스 출신인 김재덕·장수원이 결성항 '제이워크(J-WALK)', 밴드 '럼블 피쉬' 등과 작업했다.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는 이미 세계 팝 신에서 팬덤을 구축한 대형 K팝 기획사 소속 그룹들과는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 현재 K팝 대형 기획사 기획·창작자들은 팬덤을 연구하고 거기에 맞춰 장기간 계획을 짜온 이들이다. 어트랙트는 이들과 당장 같은 노선을 따를 환경은 갖추지 못했다. 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아직 자금도 넉넉하지 않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피프티 피프티는 앞으로도 멤버들의 캐릭터나 이미지가 흥행 요인의 전면에 있었던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당분간 갈 듯하다"면서 "기획사에서는 다음 곡도 비슷한 분위기와 템포로 만들어 역시나 숏폼과 멜로디의 힘으로 승부를 보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팀이 장수하기 위해선 든든한 팬덤의 화력 지원이 필수다. 현재 팬덤 '허니즈' 인원이 해외를 중심으로 점차 늘고 있기는 하다. 어트랙트는 현재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지식재산권(IP) 활용 방안을 두고 크게 고심하는 중이다. 피프티 피프티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만 19세 청년들에게 연 20만원의 문화이용권을 지원하는 '서울청년문화패스'의 홍보 모델로 나서는 등 국내 대중과 접점도 늘리고 있다.

이와 별개로 어트랙트는 최근 워너 레코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워너 레코드는 작년 세계 주요 음악 레이블 중 점유율로 6위(4.86%)를 기록한 대형 레이블이다. 세계 3대 대중음악 그룹 워너뮤직 산하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그룹 자체의 IP 파워를 만들기 위한 부가 콘텐츠에 대한 크나큰 고민에 이미 돌입했을 듯하다"면서 "유튜브 내 피프티 피프티 공식 채널은 구독자 수가 100만에 육박하지만 '큐피드'의 공식 뮤직비디오와 가사 비디오를 제외한 다른 콘텐츠의 조회수는 그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최소한 다음 곡이나 다다음 곡까지는 다시 '노래의 힘'에 가장 큰 공력을 모을 수밖에 없겠다"고 봤다.

이진수 에디터도 "'큐피드' 기록은 기록으로써 축하할 성과일 뿐, 차기 발매작의 음원 성적은 별개로 봐야하지 않을까"라면서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자체 콘텐츠 제작, 오프라인 시장 확보 등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이 소중한 기록이 더 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날개로 작용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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