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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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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톱 가수 겸 배우 아이유(31·IU·이지은)는 부유(富有)한 마음으로 삶을 부유(浮遊)한다.

아이유가 지난 16일 공개한 새 미니앨범 '더 위닝(The Winning)'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홀씨' 뮤직비디오가 보여준 그녀의 삶 혹은 음악관이다.

"내 뒤로 착착 따라붙어 / 다 예쁘게 줄지어 / 난 기어코 하늘에 필래 / 음, 왓 어 타이니 리더(What a tiny leader)"

데뷔 15주년(올해가 데뷔 16주년)을 넘고 30대가 된 아이유는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한) 책임감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보인다. 하늘에서 피어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스타가 된 만큼, 다양한 고민을 했고 그 결과물이 '위닝'에 반영된 것이다. 넉넉한(富有) 마음으로 마음껏 떠다닐(浮遊) 수 있는 셈이다.

'더 위닝'은 아이유가 30대가 된 후 처음 발매하는 음반이다. 그녀 20대의 마지막 음반 '조각집'(2021)은 아이유가 '구태여' 바깥에 내놓지 않았던 이십대 사이사이의 조각들의 모음집이었다.

'조각집'을 복기하면, 아이유의 20대 풍경은 우리가 잊고 있던 조각들, 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함께 공감해가는 나날들이었다. 어느 유애나(아이유 팬덤)의 말처럼 "가장 20대를 알차게 보낸 여성"인 아이유를 만난 건 우리에게 행운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유는 "남은 거 탈탈 털어" "모두 행운을 빌어"('홀씨') 준다. 그럼 '홀씨'는 무엇을 뜻하는가. '식물이 무성 생식을 하기 위해 형성하는 생식 세포'를 뜻한다. '홀씨'는 노래 제목으로 유명한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말로 우리에겐 익숙하다. 사실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씨앗으로 번식하므로 홀씨, 즉 포자(胞子)가 없다. 포자는 극한 상황에서 버티기 위한 생식 세포다. 아이유는 이번 '홀씨'에서 민들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홀씨'의 노랫말을 홀로 쓴 아이유는 20대에 처음으로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 '챗-셔(CHAT-SHIRE)'에서 자신의 나이를 한 떨기 꽃으로 비유했다. 그는 이번에 '홀씨'를 내면서 그 때를 "화려한 꽃이든 잔꽃이든. 그때는 내가 때 되면 만개할 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하지만 30대엔 세상 모두가 꽃이 될 이유도, 꽃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하늘에 홀홀히 나부끼는 홀씨로 살고자 한다. 지치지 않는 쇼핑객처럼 목적지 없이 휘적휘적 구경하고 떠돌며, 내 세상 곳곳에 진열된 다양한 선택지들을 카트에 넣고 싶다"고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주섬주섬 여러 물건이 담긴 카트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이유다. 그 카트는 아이유가 멀리 보내버려도 그녀 주변을 빙빙 돈다.

사실 보통 대중이 생각할 때 물리적으로 가장 예쁜 때인 20대는 만개한 꽃에 비유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유는 그 꽃을 꺾으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홀씨처럼 견뎌냈다. 그래서 현재 자신의 안부를 묻는 혹시 누군가 있다면 이렇게 전해달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걔는 홀씨가 됐다구"

아이유가 더 특별한 점은 다소 부유할 수 있는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유연하고 위트 있게 풀어내며 생생함을 더한다는 것이다.

아이유는 힙합/R&B 기반의 구성을 지닌 '홀씨'의 묵직한 드럼&베이스 위에서 다양한 창법을 구현해낸다. R&B 싱어 같은 대목에서 자신의 특징인 치찰음(주로 S에서 생기는 바람소리)을 살리는 듯 자제하며 공간감을 주고, 날카로움을 강조하는 싱잉 래퍼 같은 존재감을 부각시켰다가, "날 따라, 고나 고 투 윈(gonna go to win)" 같은 대목에선 동요를 부르는 듯 천진난만하다. 작곡은 아이유와 함께 그녀의 기존 히트곡 '봄 사랑 벚꽃 말고', '스물셋', '블루밍(Blueming)' 등을 만든 이종훈·이채규 작곡가와 다시 뭉쳐 해냈다.

인상적인 대목이 많은 뮤직비디오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평벙함 일상 속에서 마치 희망이 섞여들 듯 사람들이 부유하는 장면이다. 댄서들도, 아이유를 따르는 아이들도 모두 똑같을 수 없는 동작들로, 아무렇게나 공중에 도달한다.

'홀씨'와 '홀씨' 뮤직비디오는 정처 없이 떠도는 삶을 사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가다. 홀씨처럼 당신이 떠도는 건 극한의 한계를 어떻게든 버텨내겠다는 신호이며, 그럼에도 이 세상 어딘가엔 우리의 자리가 있다고 말하는 노래다.

어느 정도 혹독함을 견디고 세상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면, 부유하더라도 아이유처럼 얼레를 갖고 자신을 조정할 수 있다. 어느 순간 줄이 끊어지더라도 또 다른 당신은 하늘에서 진짜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이 모든 걸 증거할 증인이 있다. 그건 아이유를 닮은 트위티 버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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