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0
  • CoinNess
  • 20.11.02
  • 3
  • 0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박지윤은 그녀 자신이 거듭나는 숨이다.

박지윤이 정규 10집 '숨을 쉰다' 발매를 기념해 약 5년 만인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연 단독 콘서트 '러브 이즈 마이 송'에서 증험(證驗)한 사실이다.

꽃이 그려지는 정경이 펼쳐지는 반투명 막 뒤 속에서 '봄 여름 그 사이'로 부르는 박지윤의 모습으로 시작한 공연. 훗날 명연으로 기억될 무대의 현장에 있는 기분이었다. 숨 고르기조차 쉽지 않은 세상에서 숨통이 돼 준 그녀 공연 덕분에 오랜만에 들숨과 날숨을 느낀 자리였다.

사실 박지윤의 그간 콘서트는 모두 그랬다. 운 좋게도 박지윤의 분기점이 된 공연들 객석에 앉아 있었다. 1997년 '하늘색 꿈'으로 데뷔한 박지윤은 12년 만인 2009년이 돼서야 첫 번째 콘서트를 열었다. 그 해 4월 7집 '꽃, 다시 첫 번째'를 내놓고, 같은 해 7월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했다. 그 때 리뷰에 김춘수의 시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를 인용해 "우리는 박지윤의 진짜 이름을 부르게 됐다"고 썼다.

2015년 6월의 마지막인 30일 밤, 지금은 사라진 홍대 앞 레진코믹스 브이홀 무대에 선 박지윤은 나무가 돼 있었다. 7·8집을 독립레이블에서 만든 뒤 미스틱 엔터테인먼트(현 미스틱 스토리)에 속해 있을 때 선보인 공연인데 드럼 없이 기타 두 대와 베이스, 건반 등 어쿠스틱 사운드로만 채운 박지윤은 감성적으로 노래했다.

2017년 3월 홍대 앞 벨로주에서 연 콘서트에서 박지윤은 숲을 보여줬다. 당시 발매한 정규 9집 '박지윤9'를 기념한 콘서트는 가수에게나 팬들에게나 울창한 나무들이 들어선 빽빽한 숲의 밀도처럼 감정의 결이 세밀한 자리였다.

'봄 여름 그 사이' '바래진 기억에' 같은, 박지윤이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기 시작한 7집 앨범으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박지윤과 관객이 함께 지난 15년을 반추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아이돌 시절 부른 박진영 작사·작곡 '환상'(2000) 같은 발라드 곡도 있었지만, 정규 10집 수록곡을 비롯 대부분 꽃, 나무, 숲 그리고 바다(10집 수록곡 '고래, 달빛아래 꿈')까지 자연주의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면서 부른 곡이 대부분이었다.

공연은 화려한 무대 장치를 배제하고 박지윤의 목소리와 음악 그리고 빛이 전부였다. 세션은 풍성했다. 5인조 밴드, 여덟 명으로 구성된 바이올린·비올라·첼로 등의 스트링 편성, 코러스 그리고 트럼펫이 있었다. 흡음이 잘 되는 LG시그니처홀에서 박지윤의 음악은 더 담백했고 그래서 여운이 더 짙었다. 박지윤 목소리의 호소력이 더 컸던 이유다. 공연장은 1300석으로 박지윤이 그간 공연한 장소 중 큰 축에 속했지만 덕분에 아늑함이 느껴졌다.

박지윤은 10집에 대해 "10이라는 숫자가 크게 다가왔다"고 왔다. "노래하는 박지윤으로서 의미 있는 숫자"라는 것이다.

실제 '겨울이 온다', '기적', '우리의 하루', '달이 피는 밤' 같은 박지윤 삶에 버팀목이 돼 준 곡들도 세트리스트에 다수 포함됐다. 박지윤은 "겨울이 오는 밤, 혼자 사는 방에서 머리 하나밖에 둘 곳 없는 외로운 상황에 음악밖에 기댈 것이 없는 시간들도 있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가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서 노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이 피는 밤'에선 인간의 음성과 가장 가까운 클래식 악기 중 하나로 통하는 첼로가 박지윤의 목소리와 마치 듀엣하듯 연주됐다.

타이틀곡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 등 이번 10집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작곡가 헨(HEN·최은혜)이 건반과 코러스로 함께 했는데 따로 그녀가 노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헨은 박지윤 무대 위에 함께 하니 자신이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Earth, Wind & Fire)' 프로듀서였던 데이비드 포스터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등 입담을 뽐냈다. 본인과 함께 있을 때 '빵 터지는' 박지윤의 환한 미소를 무대 위에서도 구현해냈다.

헨은 국내 인기 드라마 OST를 다수 작업했다. 권진아가 부른 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 '위로'가 그녀가 작곡한 노래 중 하나인데 이날 직접 불렀다. 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OST '푹'도 그녀가 작업한 노래다. 이날은 박지윤이 담백한 가창으로 또 다른 위로를 전했다.

지난 5년 사이 박지윤은 아내가 됐고, 또 엄마가 됐다. 사적인 영역이 보편적 감성으로 승화되는 장면들이 수두룩했고 남녀노소 더 공감대를 형성한 이유다. 특히 지난 2020년 3월 발매한 싱글 '그날의 봄'은 결혼식에서 남편을 위해 불렀던 곡이라고 털어놨다. 박지윤의 남편은 조수용 전 카카오 대표로, 그는 이날 백스테이지에서 묵묵히 이번 공연을 도왔다.

또 이번 박지윤 콘서트는 세월 속에서 뮤지션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성숙한 인간으로서 도약하는지를 보여준 순간이기도 하다. 7집 발매할 즈음에 만나 계속 인연을 맺어온, 디어클라우드 건반주자 출신 작곡가 김정아와 인연이 그랬다. 박지윤은 '육아 선배' 김정아 덕분에 용기를 내서 아이를 낳을 수 있었고 덕분에 또 다른 사랑이 생겼다고 했다.

김정아는 박지윤에 대해 습관처럼 노래하지 않는데 그런 내적인 힘이 어디서 생기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건강을 잘 챙긴다며 웃었다. 좋은 식재료를 골라 먹는다고 했다. "언니 덕분에 토마토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박지윤은 "(남편인 조수용 전 카카오 대표가 발행인인) 매거진 비(B)의 안주인이라 덕분에 얻은 정보가 많아요. 덕분에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고 미소지었다. 박지윤이 그렇게 음악과 삶에서 교감해온 김정아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 디어클라우드의 '늦은 혼잣말'은 두 사람의 인연을 아는 팬들에겐 선물과 같았다.

이날 무대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8집 수록곡 '나무가 되는 꿈', 10집 수록곡 '사랑하게 해요'를 함께 작업한 듀오 '노리플라이' 멤버 권순관도 박지윤과 음악적 인연이 있는 뮤지션이었다. 지금은 둘 다 엄마, 아빠가 돼 음악 작업을 이어가는 게 박지윤은 감사하다고 했다.

무대 위 세션뿐 아니라 조명, 음향, 영상, 무대, 촬영 감독 그리고 이지혜 대표를 비롯 공연 기획사 딜라잇컴퍼니 관계자들에게도 일일이 감사함을 표한 박지윤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만든 곡 '고래, 달빛아래 꿈'을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들려준 뒤 이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녀는 "아이가 바다의 풍파에도 묵묵히 헤엄쳐 가길 바라며 만든 곡"이라면서 "노래를 남겨줄 수 있어 기뻐요. 전날 리허설 때 아이가 왔는데 무대 위로 올라와 마이크를 빼앗아서 노래하려고 해 말리느냐고 혼났다"고 웃었다. "여러분에게도 이 곡이 희망과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팬들은 뮤지션들을 닮는다. 이날 관객들은 대체로 조용했지만, 매 노래마다 사력을 다해 들었고 침착하게 진심을 표현했다. 두 시간 남짓 무대 한 가운데서 내내 꼿꼿한 동작으로 일어서 노래한 박지윤은 "무대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귀하며 감사하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자신의 엄마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며 "일상에선 아이와 남편이 있고 건강만 하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말하는 순간, 잠시 목이 메기도 했다. 어느덧 가수 데뷔 27주년. 30주년에도 박지윤은 여전히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전국 휴대폰성지] 대한민국 TOP 성지들만 모았습니다.

대법원 특수 감정인 자격을 갖춘 데이터 복구 포렌식 전문

해산물 싸게 먹으려고 차린 회사! 당일배송! 익일도착! 주앤주프레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