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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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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전 이걸 미스테리 영화로 봐요."

셀린 송(Celine Son·36) 감독은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작품은 12살 때 헤어진 소녀와 소년이 12년만에 다시 연락을 주고 받게 되고, 또 12년이 흐른 뒤 미국 뉴욕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얼개만 보면 이 작품은 로맨스 영화인 것만 같다. 물론 로맨틱한 무드가 있긴 하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엔 남녀가 손을 맞잡는 그 흔한 장면 하나 없다.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패스트 라이브즈'(3월6일 공개)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송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각본 2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자신의 첫 번째 작품을 "미스테리 영화"라며 "결국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나영과 해성의 관계는 참 미스테리 하죠. 두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전에 연인이었던 것도 아니에요. 해성과 아서도 그렇잖아요. 두 사람을 도대체 어떤 관계라고 불러야 할까요. 전 이들의 관계를 인연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고 봤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송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인연에 관해 얘기한다. 실제로 극 중에서 노라(나영)는 남편 아서에게 '인연'이라는 단어를 풀이한다. 12살에 만났던 두 아이가 12년 뒤에 청년이 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시 연결되는 것, 그 두 청년이 다시 12년이 지난 뒤에 어느 도시에서 재회하는 것.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연결된 이 끈은 전생(past lives)에 어떤 모양으로든 관계 맺고 있었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게 된다는 게 이 영화가 말하는 인연이다. 송 감독은 "그런 게 인생이 아니냐"며 "그래서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생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송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12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간 그는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미국으로 건너 가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했다. 극작가로 뉴욕에서 살던 중 12살 때 한국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와 연락이 됐고, 그가 뉴욕에 놀러 오면서 남편과 함께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그때 그 경험이 이 영화에 녹아 들어가 있다.

"친구와 남편 사이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쓰며 대화하는데, 그 자리에 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단순히 언어를 오가는 게 아니라 제게 있는 각기 다른 정체성과 각기 다른 역사를 넘나 드는 느낌이었죠. 그 감정이 오래 남아서 그걸 영화로 만들기로 한 겁니다."

극작가였던 송 감독은 이 스토리는 연극이 아닌 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서울과 미국의 뉴욕이라는 공간이 극명하게 대비돼야 하고, 24년이라는 시간이 정확하게 드러나야 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 표현에 제약이 있는 연극에는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였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 영화의 빌런은 24년이라는 시간과 태평양"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영화였어요. 내심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연출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절 시켜줘서 기뻤습니다."

송 감독의 아버지는 '넘버3'(1997)를 만든 송능한 감독이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도 나영의 아버지는 유명 영화감독으로 설정돼 있다. 송 감독은 이번 영화 한국 부분을 촬영할 때 아버지가 대학에서 강의하던 시절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스태프로 함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영화와 내 영화의 연출 방식이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면서도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일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인생에 배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싱식은 오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이 행사 참석 때문에 한국에 길게 머물지 못해 아쉽다고 한 송 감독은 오스카를 받고 싶냐는 물음에 "당연히 받으면 좋다. 하지만 데뷔작으로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받으면 더 좋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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