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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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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희들이 처음에 왜 가명을 쓰게 됐냐면요. 진짜 '슈퍼스타'가 될 줄 알았거든요. 첫 EP를 내면서 '이거 어떡하지. 이거 너무 명반을 만들어 버린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정말 멋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일본어 '사요나라'(안녕히 가세요)에서 따온 '사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라는 뜻의 영어인 '노 셸터(No Shelter)'를 줄인 '노셸'.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밴드 '페퍼톤스(PEPPERTONES)' 두 멤버 신재평(43·기타)과 이장원(43·베이스)은 활동 초기 자신들이 즐겨하던 게임 아이디를 따온 예명을 내세웠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두 멤버는 "저희들이 그런 콘셉트를 오랫동안 유지할 만큼 독하지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빨리 예명 버렸어요"라고 웃었다.

이들은 아직 슈퍼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부침이 심한 인디 신에서 20년을 살아남았다. 주류 레이블이 된 안테나에 속해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 감성을 내세우며 인디 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까지 13년 동안 인디 뮤지션을 소개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통한 네이버문화재단 온스테이지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마지막으로 내세웠던 뮤지션이 페퍼톤스였다는 것만 봐도 이들의 무게감을 확인할 수 있다.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을 지낸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는 "인디 신의 주목 받는 핫 루키에서 어느덧 주류와 인디 신을 아우르는 대표 그룹 자리에 오른 페퍼톤스의 지금과 그들이 오랫동안 처음 그대로 소리쳐 부르고 있는 생의 빛나던 어느 한 시절이 온스테이지의 아쉬운 작별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고 쓰기도 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99학번인 동갑내기 신재평과 이장원이 결성한 이 팀은 홍대 앞을 기반 삼아 빽빽하게 채워진 진보적인 사운드를 앞세워 특유의 밝고 건강한 음악을 선보였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재즈, 보사노바 등을 쌓아 올려 1990년대부터 큰 인기를 끈 일본 도쿄 시부야 지역의 '시부야케이' 스타일의 세련된 음악으로 지지를 얻었다.

인디레이블 '카바레사운드'를 통해 2004년 발표한 첫번째 미니앨범 '어 프리뷰'로 단숨에 주목 받았다. 일렉트로닉 리듬을 가미, 리드미컬하면서도 감성적인 곡들로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 정규 1집 '컬러풀 익스프레스'(2005), 정규 2집 '뉴 스탠더드'(2008) 역시 인디에서 발매했으나 인기를 끌며 메인 스트림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2009년 12월 3집 '사운즈 굿!'은 2008년 유희열, 정재형, 루시드 폴 등 걸출한 싱어송라이터들이 속한 레이블 안테나 뮤직으로 옮긴 뒤의 산물이었으나 이들의 음악적 기반은 여전했다.

2012년 정규 4집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으로 첫 변곡점을 겪었다. '비기너스 럭'에서부터 밴드 사운드로 전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014년 5집 '하이파이브(HIGH-FIVE)'에서는 1960년대 밴드 사운드를 지향했다. 예쁘고 완벽했던 음악은 나이를 먹고, 여유가 들어감에 따라 공감대를 더 형성할 여지를 줬다.

2018년 5월에 발매한 전작인 정규 6집 '롱 웨이(long way)'는 균형 감각이 돋보였다. 활동 초기의 진보적인 사운드와 후반부의 밴드 사운드가 조화로웠다. 결성 20년차를 2022년 발매한 정규 7집 '사우전드 이어스(thousand years)'에 무게감 있는 사운드와 가사를 담으며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이했다.

1년7개월 만에 발매하는 앨범이자 20주년 기념 음반인 '트웬티 플렌티'는 온고지신의 미학을 들려준다. A 사이드(Side) '서프라이즈(SURPRISE)!!'와 B 사이드 '<<리와인드(REWIND)' 2CD로 구성된 음반이다.

'서프라이즈(SURPRISE)!!'는 수민(SUMIN) '계절의 끝', 잔나비 '행운을 빌어요', 루시(LUCY) '레디, 겟, 셋, 고!(Ready, Get, Set, Go!)', 이진아·정동환(멜로망스) '공원여행' 등 동료, 후배 뮤지션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페퍼톤스의 기존 노래들을 재해석해 리메이크한 10곡이 담긴다. 나상현씨밴드,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 유다빈밴드, 드래곤 포니(Dragon Pony), 스텔라장, 권순관(노리플라이) 등도 참여했다.

'<<리와인드'는 페퍼톤스의 외장하드에 담겼으나 그동안 소개되지 못한 곡들 중심으로 10곡을 채웠다.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되감는 듯한 콘셉트라 리와인드다. 특히, 타이틀곡 '라이더스'는 페퍼톤스의 지난 시간, 앞으로의 시간을 잇는 트랙으로 세상을 위한 찬가다.

'후추(Pepper)'처럼 톡 쏘는 '소리(Tones)'를 들려주던 향신료 같던 이들은 이제 '솔트(salt)톤스'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소금처럼 꼭 필요한 음악을 들려주는 존재가 됐다. 오는 6월 22~23일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파티 플렌티(Party Plenty)'는 오래된 맛집 같은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다음은 두 멤버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20주년 맞으신 소감은요

"시간이 참 빨리빨리 가는 것 같아요. 저희들이 '20년을 찍어 놓고 가야지'라고 해서 온 건 아니고 매년 할 일들을 하다 보니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여기까지 오게 됐죠. 조금 쑥스럽긴 한데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축하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신재평)

"10주년 땐 지금보다 많이 민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10주년 기념 공연 제목에 '10주년 공연'을 쓸까 말까 가지고 굉장히 논의를 많이 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20년은 예상을 못했던 부분이라… 이제는 좀 '오래된 맛집'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때에 비해서는 훨씬 덜 민망해요."(이장원)

-이번 A사이드, B사이드는 어떻게 기획이 된 겁니까?

"'20주년이니까 20곡을 만들어 볼까요?' 하다가 '이런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떠올린 기획이에요. 근데 A사이드 기획은 대단한 레전드들이 받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연락을 드린 뮤지션분들이 흔쾌히 프로젝트에 동참을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옛날에 들어봤던 곡들이 있었다'라고 하시면서 애정을 갖고서 함께 해주셔서 저희가 이제까지 해온 일들이 작은 영향을 끼치고 다시 이렇게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보람됐습니다. 새로운 곡을 열 곡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B사이드 모음집은 저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라디오헤드, 비틀스의 그런 형식을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당시 다른 곡들과 경쟁해서 아깝게 앨범에 실리지 못했던 곡들의 패자부활전 같은 느낌이죠. 외장하드에 쌓인 데모 속에서 몇 곡을 추리고 가장 최근에 쓴 곡들을 함께 버무려서 B사이드를 내게 됐어요."(신재평)

-이번 작업을 하면서 과거에 어떤 부분들을 떠올리셨나요? 사진도 예전 모습들을 재현해서 촬영하시기도 하셨는데요.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면 저희 옛날 사진을 보여주시기도 하는데, '너드'라고 칭찬해 주시기도 해요. 저희는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만족스럽기도 하지만요. 예전엔 스마트폰, 노트북을 많이 활용하기 전이라 기억을 꺼내오기 위해선 썼던 수첩들을 챙겨야 했죠."(이장원)

"서로 굉장히 추억에 젖어있는 시간들이 있어요. 그 추억들을 차곡차곡 넘기면 되는데, 괜히 느리게 넘기기도 하고요. 옛날 앨범 사진들을 재연해서 찍는 건 재미였어요. 저희가 재밌었던 것만큼 앨범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 들어주실 분들도 재밌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신재평)

-20년 간 함께 해온 여정을 그린 만화책 '레디, 겟 셋, 고(Ready, Get Set, Go)' 출간도 준비 중이십니다. 캠퍼스 배경의 청춘물인데요.

"20년 동안 팬분들이 저희에 대해 접하실 수 있는 것들을 다 접했다고 생각을 하다가 '근데 아직 안 한 게 있을 거야. 새로운 게 남아있을 거야'라고 계속 고민했어요."(신재평)

"만화 속 저희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저희들도 사실 모르고 있었어요. 최근에 소셜 미디어에 일부 장면이 공개됐는데 그 때 저희도 처음 본 거예요. 길거리에서 봤는데 너무 멋있게 나와 땀이 쭉 흐르더라고요. 페퍼톤스의 유머러스한 콘텐츠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저희들 실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 하려고요.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요. 하하."(이장원)

-말 나온 김에 캠퍼스 시절에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합니다. 각각 '데이'(신재평), '삼각주먹밥과 곤약젤리들'(이장원)이라는 교내 밴드를 하고 계셨다고요.

"저희들은 대학교 1학년 때 열아홉 살 때부터 친구가 됐고요. 하지만 음악을 그때부터 같이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음악을 같이 들었죠. 좋아하는 음악 취향은 비슷했으나, 음악을 같이 하지는 않았던 사이였습니다. 음악 동아리도 각자 있었죠. 저는 하드록 동아리였고 장원이는 포크록 동아리였어요. 전 이미 밴드를 만들어서 학교 밖 지역 클럽에서 공연을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름 교내 자작곡 경연대회에서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장원이가 그때 급조한, 이름도 기에 차지 않을 삼각주먹밥과 곤약젤리들이라는 밴드로 나타났는데 대상을 받아버린 거예요."(신재평)

"무대에서 적으로 만났지만 다 친구니까 경연대회 끝나고 술 먹고 놀았어요. 전 그날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제가 많이 취해서 트로피를 떨어트렸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올림픽에서도 이기면 월계관을 쓰고 다녀야 제맛이니까, 그렇게 트로피를 들고 다니다가요. 하하. 사실은 재평이의 넘치는 자신감 때문에 저희가 이겼어요. 악보 제출이라든가 가사 제출이라든가 이런 페이퍼워크 작업을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던 거죠. 저는 모차르트처럼 총보를 그려나간 느낌으로 진짜 성실하게 작업해서 제출했어요. 그리고 재평이네는 소규모 밴드였는데, 저희는 나름 할리우드급 규모였어요. 저희가 다룰 줄 아는 모든 악기가 다 올라오고 코러스도 네 다섯 명이 붙었죠. 그 인원을 통해 부활급의 록 발라드를 선보였거든요. 그래서 1등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이장원)

"대회 이후 제가 장원이한테 베이스를 쳐달라고 부탁하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어요. 같이 음악 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군대에 갔고 장원이랑 같이 하면 유쾌하게 대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꼬셨고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신재평)

-근데 각각 하드록, 포크롭 동아리 활동을 하셨는데 어떻게 심벌즈 같은 시부야케이 풍의 음악으로 활동을 시작하시게 됐는지요.

"그 음악을 또 공통적으로 좋아했거든요. 동아리 활동하던 거랑 저희가 같이 모여서 듣던 음악은 차이가 있었던 거죠. 당시엔 애니메이션 주제가, 시부야케이 음악들을 찾아 듣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각자 찾아온 음악을 모여 돌려 들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팀을 결성했을 때 어떤 음악을 해야 할 지는 분명했어요."(신재평)

-지난 20년 간 페퍼톤서의 음악을 정의할 수 있는 한 문장이 혹시 있나요?

"긴 시간이라서 하나를 압축해서 말하기가 참 어려워요. 다만 약간 다르지만 공통된 취향에서 시작을 했고 신나는 음악을 만드는 게 저희 목표 중 하나였죠. 저희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마음이 가벼워졌다' '즐거워졌다'라는 이야기들을 해주실 때 너무 보람찼죠. 이후에도 유쾌하게 만들어나가면서 그 안에서 살짝살짝 변화들이 있어 온 거고요.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서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해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공연을 하니 참 좋아서 직접 소통에 나서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제 막연히 '희망을 갖자'라고 얘기하기에는 현실이 좀 복잡하고 일도 많이 일어나니까, 이야기를 조금 더 섬세하게 풀어내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들을 담아서 뒷맛으로 그런 긍정적인 기분을 갖게 하려는 시도도 하고, 코로나 시기에 절망에 굴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승화시켜서 음반을 만들기도 했죠. 그 가운데 저희들이 계속 지켜왔던 건 '괜찮을 거야'라는 낙관적인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사실 저희들은 쳐지는 노래들도 좋아하거든요. 근데 그런 것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걸 또 잘하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그 가운데 '페퍼톤스답다'라는 말을 저희가 안한 지 오래된 거 같아요. '페퍼톤스가 무엇이냐'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내릴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게 우리냐 아니냐'에 대한 얘기를 끝도 없이 많이 나누기도 했습니다."(신재평)

"재평이가 지난 앨범 작업에서 저희가 했던 솔직한 결정들에 대한 얘기를 해줬는데 그런 결에서 이번 앨범이 우리가 되는 거 같아요. 저희가 만든 노래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만들었던 노래들이 새롭게 이뤄지고, 지난날에 최신곡까지 해서 '이게 우리입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죠. '이게 우리'라는 걸 굉장히 숨기려고 애써왔던 저희들에 대해 생각을 하면 파격적인데 어떻게 보실 지가 궁금해요."(이장원)

-다른 역사를 가진 듀오 분들은 다른 밴드처럼 멤버 교체가 아니라, 찢어진 순간 그냥 해체라고 하시더라고요. 20년 동안 분명 부딪힌 부분이 있을 텐데 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밖에서 보시기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희 둘 다 참 착해요. (웃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팀이지만 페퍼톤스는 저희에게 너무 자랑스러운 존재가 됐죠. 이걸 잘 운영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둘 다 너무 크기도 해요."(이장원)

"페퍼톤스라는 이름이 저희 각자에게 주는 의미가 너무 커졌어요. 그리고 음악 하기 이전에 대학 친구이기도 해서, 밴드 해체로까지 이어질 만한 일은 아직까지 없었죠. 위기까지는 아니었지만 다만 저희로서 심각했던 상황은, 장원이가 학업과 음악을 병행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저희가 젊었고 미래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헷갈렸던 시기이기는 했죠. 전 원래부터 전업 뮤지션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 과정이 위기라면 위기인데 서로 존중했던 부분들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신재평)

"제가 공부하는 사이에 재평이는 외부에서 의뢰가 들어온 작업을 했고요. 저희 둘 다 페퍼톤스에 완전히 매몰돼 가지고 작업을 했으면 오히려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이장원)

-두 분이 20년이나 활동했는데도 아직까지 학력이 계속 화제가 되잖아요. 활동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 같나요? 아니면 팀이 더 알려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시나요?

"재밌는 이야깃거리라고 생각을 하고 저희들도 긍정적인 이력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뷔 초반엔 관련 질문들을 너무 많이 들어서 솔직히 약간 서운할 때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에서 너무 자유로워졌어요."(신재평)

"저희가 일단 학교랑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는데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신기하게 생각해 주시니까 감사해요. 어떤 이성의 집합체인 곳에서 감성적인 일이라고 생각되는 음악을 할 수 있느냐부터 관심 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으니까요."(이장원)

-페퍼톤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을 뽑아주실 수 있나요?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면요?

"저희들이 공연 세트리스트를 짤 때 꼭 들어가는 노래가 '행운을 빌어요'예요. 간판이 된 거죠. 이 곡을 발표할 때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거든요. 여러모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 펼쳐졌고, 많은 변화들이 전개가 됐었는데 많은 분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힘을 얻었어요."(신재평)

"생생하게 남아있는 순간은 모든 공연장들에 다 있긴 있어요. 클럽 투어를 하면서 느꼈던 습하고 끈끈한 공기와 귀가 찢어질 듯한 함성. 그리고 야외 공연장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며 막 노래를 시작할 때 떨림이 기억나죠. 특히 데뷔해에 대전에서 재평이랑 놀다가 밤에 편의점을 갔는데 켜놓은 라디오에서 저희 노래가 들리던 순간이 너무 기억에 남아요. 편의점 직원분한테 저희 노래라고 얘기했던 순간이 제일 좋았던 기억 중에 하나예요."(이장원)

-20년을 열심히 달려오셨는데 또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저희는 천천히 차근차근 쌓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튼실하게 지어지고 있는 집을 떠올리죠. 저희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이 건설적인 게 우상향으로 유지가 됐으면 좋겠어요."(이장원)

"착실하게 계속 세계관을 넓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20대 때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환갑잔치 때도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는 거였는데, 저희 둘이 계속 변하지 않고 그 부분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때도 둘이 서서 노래를 하고 농담을 하고요."(신재평)

◆다음은 음악 전문가들이 전한 페퍼톤스 20주년 의미와 이들이 꼽은 페퍼톤스 명곡들.

▲임희윤 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악곡은 세련되면서도 보컬은 만만합니다. 꽉 차게 믹싱된 케이팝에 비하면 가창과 사운드는 헐거운 구석이 많지만 만듦새는 오밀조밀하며 멜로디는 잘 각인될 정도로 후크(hook)가 셉니다. 최근의 이지리스닝, 청량감 있는 (일본풍) 팝-록 같은 트렌드와도 맞아 떨어지면서 재조명되기에 충분한 분위기도 만들어진 듯합니다. (의도치 않게) 데이식스의 조상님이랄까요. 민트향 나는 피크닉형 페스티벌에 최적화된, 그래서 실제로 헤드라이너나 서브 헤드라이너급으로도 끝없이 소환되는 매력도 그런 축제를 좋아하는 음악 팬들 사이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하는 데 일조했을 겁니다. 2010년대 이후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까지 리얼리티 여행 프로그램 제작이 많아지면서 배경음악으로 계속해 시청자들의 귀를 강타했던 것도 여러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박준우 대중음악 평론가(블럭(Bluc))(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

"모든 장르를 선보일 수 있는 두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대중을 설득할 수 있고, 깊은 서사도 담아낸다. 칭찬 일색인 듯하지만, 페퍼톤스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나 알게 모르게 한국 음악 시장 안에서 다양성을 넓히는 데에 공헌했다. 이걸 읽을지는 모르겠으나 유쾌하면서도 존경스러운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다."

-대표곡 세 곡
'사파리의 밤' : 개인적으로 이 곡을 처음 접하고 오랜만에 크게 소리내 울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용기를 얻었다. 슬프면서 슬프지 않은, 힘을 주면서 명랑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 : 이야기가 있고 댄서블한데 춤을 추라고 하면 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페퍼톤스만 만들 수 있는 분위기라 생각한다.
'행운을 빌어요' : 페퍼톤스를 알린 곡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조혜림 프리즘(PRIZM) 음악콘텐츠 기획자(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아마 대부분의 사람 마음속에는 청춘의 활기찬 한 조각으로 페퍼톤스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청춘을 잘 표현하는 밴드이고, 데뷔 때부터 20주년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싱그러움을 놓친 적이 없다는 게 놀랍다. 그들은 매번 다양한 변주 속에서도 익숙한 듯 새롭고, 용기가 넘치며 사력을 다해 명랑하게 노래한다. 초창기 객원 보컬과 함께할 때부터 본인들의 목소리를 꽉 채운 앨범이 되고, 그리고 계속해서 행복과 행운을 우리에게 전파해 온 페퍼톤스. 그들의 음악은 조금도 늙거나 낡지 않았다. 언제 들어도 상쾌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듯한 활기는 오직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달려온 페퍼톤스이기에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벅차오르는 일렉트로니카와 시부야케이, 재즈 터치와 보사노바를 포함,댄서블한 음악부터 컴팩트한 곡 구성 까지그들의 음악적 스펙트럼 역시 넓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들의 20년은 추억으로 변색된게 아니라 아직까지 건강하고 활기찬 현재 진행형이다."

- 대표곡 세 곡
'행운을 빌어요' : 객원보컬 대신 자신들의 목소리로 꽉 채운 이 곡은 페퍼톤스의 다부진 다짐마저 느껴진다. 그들의 목소리를 속도감 있게 곡 위를 내달리며 변치 않는 청춘과 당신의 행복을 기분 좋게 빌어준다. 언제 들어도 탄산 같은 상쾌함에 눈이 번쩍 뜨이는 곡이다.
'레디, 겟, 셋, 고!(Ready, Get, Set, Go!) : 페퍼톤스를 대중에 확연하게 각인시킨 곡이자 언제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며 마음이 설레는 청춘의 송가. 어디로든지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곡이다.
'뉴 히피 제너레이션(New Hippie Generation)' : 햇살엔 세금이 안 붙는다는 재밌는 가사처럼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따뜻한 햇살 비추는 잔디 위에서의 나른한 피크닉을 보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급박하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인생을 즐기길 권하는 이 곡은 페퍼톤스가 왜 청춘의 아이콘인지를 증명하는 곡이기도 하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지속적이고 성실한 음악 활동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 신의 다양성 확보에 크게 기여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디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싱어송라이터 집단이자 밴드로서 살아남기가 여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팀으론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팝 뮤직을 지속해 만들어 오며 꾸준히 대중적으로 사랑받아 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지 않나 싶다. 필요할 때 항상 있던 자리에서 오랫동안 대중이 원하는 것을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20주년은 기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대표곡 세 곡
'레디, 겟, 셋, 고!' : 페퍼톤스라는 팀의 정체성을 규정지은 곡.
'행운을 빌어요' :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명료하고도 대중적으로 새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긴 여행의 끝' : 팀의 음악적 야심이 강한 필체와 광활한 스케일로 그려져 있는 트랙.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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