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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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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송강호의 데뷔 첫 시리즈로 주목 받는 디즈니+ 오리지널 '삼식이 삼촌'이 지난 15일 공개됐다. 디즈니+는 총 16부작인 이 작품을 이날 1~5회 선보였다. 전체 분량의 3분의1, 스토리상으로 봐도 이제 막 빌드업(build-up)이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긴 어렵다. 다만 현재 나와 있는 초반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고, 예상할 수 있으며, 짐작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①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②한국 근현대사와 얽히고 설켜 있는 이야기는 분명 매력이 있다. ③그러나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고, 이야기가 선명하지 않은 면이 없지 않다. ④그래도 5회까지 버틸 수 있다면 6회부터는 더 흥미로워질 거로 보인다.


①역시 송강호, 주목 진기주

'삼식이 삼촌'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다. 일단 송강호. 새삼스럽지만 송강호는 명불허전이다. 일명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박두칠을 맡은 그는 특유의 완급 조절로 극을 쥐락펴락한다. 박두칠의 얼굴엔 허술함과 카리스마가 함께 있고, 나약함과 강인함이 혼재돼 있다. 아직은 박두칠이라는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송강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묘한 매력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 연기의 종합"이라고 말한 건 과장이 아니다. 극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송강호의 연기도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박두칠의 얼굴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삼식이 삼촌'엔 송강호만 있는 게 아니다. 변요한·이규형·진기주·서현우·오승훈·유재명 등 연기 잘한다는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 5회까지 두드러지는 건 변요한·이규형·진기주다. 변요한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해 좌절하는 김산의 고뇌를, 이규형은 권력욕에 허우적대다 삶이 망가진 강성민의 불안을 보여준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진기주다. 진기주는 혁신당 당수 주인태의 딸이자 김산의 연인 주여진을 맡았다. 애틋했던 주여진과 김산의 관계는 김산의 선택으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때 진기주가 주여진에 담아내는 혼란, 그 혼란 속에서도 보여주는 단단함은 꽤나 인상적이다. 앞으로 김산 반대편에서 맞부딪힐 주여진을 진기주가 어떤 식으로 그려갈지 주목해야 한다.


②3·15부정선거에서 5·16 군사정변까지

'삼식이 삼촌'은 제목 그대로 삼식이 삼촌 박두칠에 관한 얘기이면서 동시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 드라마다. 공개된 에피소드를 보면 박두칠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대한민국 역사의 굴곡 한가운데 던져 놓고 그를 통해 사회와 인간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먼저 관심을 끄는 건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기다. 출발점인 1959년은 이승만 정권 말기 제4대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이듬해 3·15 부정선거가 있고, 같은 해 4월엔 4·19 혁명이 발생한다. 국내 영화·드라마 중엔 전후에 벌어지게 되는 이 격동을 다룬 작품이 많지 않았끼 때문에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라면 이 시기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삼식이 삼촌'은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

아마도 '삼식이 삼촌'은 4·19 혁명을 지나 1961년 5·16 군사 정변 이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는 데까지 나아갈 거로 예상된다. 극중 김산이 수 차례 주장하는 국가 주도 경제개발계획은 박정희 독재정권이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떠올리게 한다. 김산이 쿠데타와 어떻게 연결되고 이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김산의 조력자가 되기로 한 박두칠은 어떤 일을 하게 되며 박두칠·김산 두 사람 관계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또 새로운 캐릭터들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박두칠·김산·주여진·강성민과 이합집산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다만 5회까지만 보면 드러난 정보가 많지 않아 앞으로 전개를 섣부르게 예상하긴 힘들어 보인다.


③길고 느린 빌드업

'삼식이 삼촌'에는 장점으로 가릴 수 없는 단점도 있다. 가장 먼저 얘기해야 할 건 전개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는 이야기를 빌드업 하는 데만 에피소드 5개를 쓴다. 5회 말미에 가서야 박두칠과 김산이 손을 잡으면서 플롯이 본격 전진하기 시작한다. 주요 캐릭터, 캐릭터 간 관계, 각종 상황 설명 등 셋업(set-up)을 하는 데 1~5회가 소모된다. 일반적으로 16부작 드라마는 첫 주차인 1~2회에 이 작업을 끝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청자를 계속 묶어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8~10회 분량 드라마는 이보다 전개가 더 빠르다. 인내심 없는 요즘 시청자에게 '삼식이 삼촌'의 속도는 어쩌면 슬로우 모션에 가까운 작품일지도 모른다.

5회까지 봐도 이야기와 캐릭터 모두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도 약점이다. 특히 주인공 박두칠에 관해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삼식이라는 말의 의미에 관해서는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다. 김산에게 말하는 '원대한 계획'이나 '국회를 장악해서 나라는 움직이겠다'는 얘기는 뜬구름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박두칠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일면을 좀 더 면밀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거로 추측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선명한 화법이 필요한 시리즈에 어울리는 방식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러다 보니 1~5회는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 한 자리에서 맴돈다는 인상을 준다.


④6회부터가 진짜 시작

이처럼 장단이 섞여 있는 1~5회를 보내고 나면 앞으로 공개될 6회 이후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초반부에 소위 말하는 떡밥을 워낙 광범위하게 뿌려놨기 때문에 심어놓은 이야기 단초들이 어떻게 퍼져나가 되돌아오게 될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박두칠이라는 강력한 구심점 아래 박두칠과 김산, 박두칠과 강성민, 김산과 주여진, 김산과 강성민, 강성민과 안요섭, 강성민과 차태준의 스토리가 대기 중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캐릭터인 정한민(서현우), 안기철(오승훈), 장두식(유재명) 등이 주요 인물들과 어떻게 엮이면서 역사의 한 부분을 지나게 될지도 계속 주목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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