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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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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위상(位相)은 정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거다.

팝과 록을 넘나드는 멀티 장르의 선봉인 13년 차 밴드 '솔루션스(THE SOLUTIONS)'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이들이 최근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앨범 'N/A'는 팀의 정체성을 새로우면서도 공고히 빚어낸다. 정규 2집 '무브먼츠(MOVEMENTS)'(2014) 이후 무려 10년 만에 발매한 정규 음반.

2019년부터 이어진 'SLTN 4부작'의 최종장인데 세계관이 확고하다. 세상 속 다양한 위협, 개인에 관한 불합리한 평가 속에서 스스로를 수호하기 위한 다짐을 담아낸 타이틀곡 'N/A'를 비롯 13개 트랙이 실렸는데 권오경(베이스), 나루(기타), 박솔(보컬)이 각각 작곡한 3개의 연주곡이 서사를 유연하게 연결한다.

권오경의 베이스 리프가 치고 나오는 'DNCM'은 곡 후반부에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삽입되면서 노래뿐 아니라 앨범에도 무게감을 더한다.

밴드 붐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고 솔루션스는 그걸 계승해왔다. 무엇보다 솔루션스는 안주하지 않았다. 옛것을 받아들이되 동시에 트렌드를 공부하고 PPT로 서로를 이해·설득시키면서 단단한 정수를 깎아냈다.

솔루션스는 박솔과 나루를 중심으로 2012년에 결성됐다. 세션으로 함께 하던 권오경, 드럼 박한솔이 2015년에 가세하면서 지금의 꼴을 갖췄다. 네 멤버가 합을 맞춘 지 10주년을 앞두고 여전히 진화 중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N/A'에 담긴 모든 곡은 전심전력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다. 이 모든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혁명이자 실험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고 들었다. 다음은 최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MPMG)에서 만나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앨범 발매와 함께 연 생기 스튜디오 쇼케이스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요.

"이미 음반도 많이 좋아해 주셨는데 '음원보다도 더 좋다' 얘기를 해주시니까 안심이 되더라고요. 이번 음반 공연하는 게 '앞으로 진짜 재밌겠구나' 생각에 더 기대됩니다."(나루)

-말 나온 김에 '음원보다 라이브가 좋다'는 건 칭찬인 거죠?

"그렇죠. 저희는 그게 목표 중에 하나니까요. 음반 작업에 엄청 신경을 쓰긴 했지만, 라이브 공연에서 그 이상의 느낌을 주지 못하면 음반만 들으시겠죠. '라이브를 하는 목적이나 의미를 확실하게 가져갈 수 있겠구나' 느낌을 받았습니다."(나루)

"앨범을 듣고 좋아서 라이브에 갔는데 거기서 실망을 해버리면… 다시 앨범으로 손이 안 갈 것 같아요. 라이브가 좋아야 더 좋은 것들로 코팅이 돼서 앨범을 다시 들었을 때 더 좋은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권오경)

-10년 만에 내는 정규 앨범입니다.

"한 챕터를 끝냈거나 한 챕터를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정규를 내겠다 마음먹고 준비할 때는 '이거 언제 다 녹음해서 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걸 다 해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어요."(박한솔)

"이번 음반을 전환점으로 삼아서, 다시 한 번 저희 활동과 창작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예전에 비해서 불편한 것이 많아지고, 각자 고생을 해야 되는 시기가 됐지만 그래도 더불어 공감하며 힘을 낼 수 있었으면 해요. 저희가 만족해하는 음반이 나왔지만 다른 분들도 저희 음악을 듣고 어떤 식으로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나루)

"1, 2집 때까지 솔루션스만의 위상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싱글, EP 위주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처음 시작할 때 이미지 같은 것들이 많이 깎여나가거나 퇴색 혹은 닳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솔루션스 어떤 나름의 위상을 찾았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솔루션스를 주목했으면 좋겠고,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솔루션스의 진한 색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이 앨범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왔다고 판단합니다."(박솔)

"사실 전 정규를 반대하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어요. 아마 정규의 기운을 한 번도 못 겪어봐서야겠죠. 그래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됐어요. 누군가는 '혁명적'이라고 반응해주셨는데, 덕분에 더 정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권오경)

-전 이번 음반을 순서대로 쭉 들으면서 입에 불꽃놀이를 삼킨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트랙리스트 배치에서 가장 신경을 쓰신 지점이 있다면요.

"당연히 앨범을 통으로 듣기를 바라면서 트랙리스트를 선정했죠. 우선 앨범에 담을 열 곡을 선정했는데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브리지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형들이 인스트루멘털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인터루드 세 곡이 들어갔어요. 저희가 어렸을 때 들었던 명반들 중엔 그런 구조가 많아서 낭만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솔이는 이번에 본인 의지로 참여를 안 했지만 세 명이 자기 취향을 한껏 넣었어요."(박솔)

-사운드적인 측면에선 불균질함이 느껴지는데 그게 매력적입니다.

"요새는 디지털로 작업해서 소스를 들어보면 수많은 곡들의 사운드가 다 비슷해지거든요. 그런데 저희만의 방식대로 이펙팅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저희가 연주도 하는 사람들이니, 그 이펙팅이 연주와 잘 어우러져서 결과적으로 저희 아이덴티티가 된 것 같아요. 각자 연주 스타일에 새로 시도한 이펙팅을 접목했어요. 보컬에도 이펙팅을 적극적으로 썼거든요. 믹싱 과정에서도 허정욱 감독님과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디테일을 세세하게 많이 잡아봤어요."(나루)

"'N/A' 비명 같은 소리가 들어가는데 들으시는 분들은 사람 소리인지 모르더라고요. 오경이 형이랑 같이 데모 작업하다가 형이 저한테 '야 소리 한번 질러봐' 해서 소리를 질렀는데 거기에 이펙트 걸고 공간감을 넣어서 소리를 바꿨거든요."(박솔)

"늘 공부를 하는 입장인데요. 시타르라는 악기를 중고나라에서 보다가 모양이 마음에 들어 샀는데 '샀으니까 어딘가에 써먹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DNCM' 인트로에 편집해서 넣기도 했어요. 또 너바나, 자미로콰이 같은 감성을 넣고 싶기도 했고요. '맥시마이저(Maximizer)'엔 너바나 감성이 들어 있고, 'N/A'엔 자미로콰이의 '버추얼 인새너티(Virtual Insanity)' 같은 코드가 들어 있죠. 앨범을 여러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덕분에 여러 군데서 고전적인 것과 새로운 조합이 느껴집니다.

"멀리로는 90년대부터 혹은 2000년대 초반의 음악 그리고 현대에서 요즘 EDM이라든가 힙합 음악에 쓰이는 리듬을 가져오기도 해요."(박솔)

-솔루션스는 실력으로 밀어붙이는 팀이 아니라 공부까지 많이 하는 팀이에요.

"형들(권오경·나루)을 보면 적은 나이가 아닌데 항상 새로운 걸 배우고 익혀요. 얘기를 해보면 저한테 뭔가 보여주고 새로운 걸 계속 들려주죠. 저도 K팝 작업을 하면서 들은 얘기를 형들과 나누면서 공부하고요. 저도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보컬 레슨을 다시 받았어요. 이런 점들이 솔루션스의 큰 무기죠."(박솔)

-최근에 밴드붐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솔루션스가 등장한 2010년대 초중반도 밴드 붐이 있었고 그 중심에 계셨죠. 최근 밴드 붐은 어떻게 보시나요?

"우선은 힙합이 지겨워진 거 아닐까 판단해요. 사실은 유행이라는 게 오래 가면 주목을 못 받죠. 다들 힙합을 듣는데 '밴드 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힙해 보이기도 하고요.(권오경)

"저항감을 표현하고 싶은 음악이 시대별로 바뀐다고 생각해요. 70년대 펑크, 80년대 메탈이 그랬죠. 한국의 경우엔 최근까지는 힙합이 그런 역할을 했는데, 다들 익숙해질 즈음에 새로운 걸 찾잖아요. 그 새로운 게 젊은 세대에겐 마침 밴드 음악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박솔)

"문화 예술 비즈니스 쪽을 보면, 사람들은 새로운 걸 좋아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사실 연차가 오래된 밴드는 페널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13년차 밴드' 하면 우선 오래된 느낌이 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새로운 것보다는 기본적으로 이미지 자체가 이미 패널티를 가지고 시작한다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 그럼 사실 결국에는 그럼 더 노력을 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 상황에 대해 뭔가 속상해 한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 페널티를 안고 어떻게 하면 더 새롭게 보여줄 지 더 고민해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박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향후 밴드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하신 게 있나요?

"일단 색깔을 확실히 다잡아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저희끼리 브레인 스토밍도 하고 PPT를 통해 합의점을 공고히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기도 했죠. 막연하게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던 때보다 구심점이 있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까 더 열성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어요.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킬 수 있었고요. 그런 정서, 분위기를 스태프 분들과도 잘 공유하면서 서로가 더 이해를 했고 그걸 중심으로 아이디어가 붙으면서 엇나감 없이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저항, 시대유감, 디스토피아 같은 키워드가 자연스레 만들어졌죠."(나루)

"K팝에서 하는 방식을 저희도 배운 것이기도 해요. 일종의 세계관이요. 아이돌들의 음반을 보면 세계관을 먼저 짜고 그걸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고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공고한 작업을 보면서 우리도 막연하게 하는 것보다 좀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런 측면을 시도한 앨범인데 거기서 다들 재미를 느꼈어요. 오경이 형이 리더로서 그런 부분들을 잘 이끌어주셨죠. PPT도 오경이 형이 먼저 자신의 생각을 넣어 만들어 왔거든요. 그런 작업을 통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의견들은 하나로 모으고, 소설 프롤로그처럼 앨범의 서문을 열 수 있는 글을 써 공유하기도 했습니다."(박솔)

-정말 솔루션스는 스스로 계속 '설루션'(solution·해결책)을 찾아가는 유연한 팀입니다.

"오랫동안 하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없구나'라는 걸 배운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좋아하는 걸로 마니아들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 하게 됐어요."(박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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