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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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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런 여름도 있다.

1인 밴드 '치즈(CHEEZE)'의 달총(33·임혜경)은 여름에서 사람들이 톺아보지 못한 것들을 솎아내 자신의 '여름 시리즈'를 빚어냈다. 디지털 싱글 '우릴 머금던 바다' '불꽃, 놀이'가 그렇다.

여름의 상징 자본인 청량을 내세우는 대신 쓸쓸하다. 이 분위기는 낭만과 현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불꽃을 머금은 감정이 사라지는 여운의 때를 묘하게 포착해낸다.

2010년 12월 4인조로 결성, 이듬해 12월 싱글 '나홀로 집에'를 발매하면서 데뷔한 치즈는 어번 팝 풍의 정규 1집 '레시피!(Recipe!)'로 인디 신에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프로듀서 역을 맡던 구름이 2017년 탈퇴하면서 달총 1인 체제가 됐다.

그간 그냥 치즈 혹은 치즈의 달총, 달총의 치즈 등 갖가지 수식이 붙었지만 결국 치즈 달총이 됐다. 그렇게 부침이 심한 인디 업계에서 달총은 바다의 험난한 파도를 헤엄쳐 하늘에 불꽃을 터뜨렸다.

독립 레이블 '무드밍글(MoodMingle)'을 차리고 연이어 발표한 '우릴 머금던 바다' '불꽃, 놀이'는 치즈의 또 다른 시작이다. 다음은 최근 서울숲에서 만난 달총과 나눈 일문일답.

-'불꽃, 놀이'는 보통 생각하는 '여름 노래' 또 치즈 노래와 달라요.

"치즈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가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고 밝고 명랑한 것들이죠. 그런데 사실은 이런 마이너한 곡도 있고 발라드도 있고, 숨겨져 있는 조금 우울한 곡들도 있거든요. '불꽃, 놀이'가 그런 정서를 대표하는 하나의 곡이 되면 좋겠어요. 치즈 이미지에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알려줬으면 합니다. 이전 곡보다 조금 더 무게를 실은 곡이에요."

-무게를 뒀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 곡은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쓰려고 했어요. 가사에 심오한 뜻도 있고 거의 처음 쓴 그대로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나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전 곡보다 조금 더 진중한 느낌이 있죠."

-사랑이 아닌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곡이라고요.

"원래는 여름에 들을 수 있는 단위가 있는 앨범을 계획하고 곡을 좀 써내려가기 시작했어요. 바다를 생각해서 청량한 밴드 사운드에 기타가 시원하게 나오는 '우릴 머금던 바다'를 먼저 썼는데, 생각보다 가사가 슬프게 나왔어요. 여름이라고 해서 너무 밝고 신나게만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다음에 쓴 곡이 '불꽃, 놀이'인데 개인적으로 여름에 보사노바 장르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어요."

-불꽃놀이 키워드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보통 이제 막 시작한 사랑을 '한여름밤' '한여름'에 비유하잖아요. 확 불 타고 확 사라지는…. 또 여름에 키워드 중 바닷가 불꽃놀이가 있으니까 그걸 사랑 노래로 풀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알고 보니까 그에게 다른 사람이 있었던… 그래서 울분과 배신감이 뒤섞이고 그게 집착으로 바뀌는 걸 강렬하게 풀어보고 싶어서 불꽃놀이를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확 붙고 확 사라지는 불꽃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 사람한테는 내가 '놀이'였다는 것도 녹여냈죠."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신경을 쓴 지점은요.

"감정선이 다양한 곡이에요. 배신감이 들었지만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도 하고 증오도 있고 내가 작아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있죠. 노래 녹음할 때 어느 부분에서는 짜증 나는 듯한 기술적인 디테일 같은 것도 신경 쓰려고 했어요."

-뮤직비디오에 배우 지예은 씨가 나왔는데 평소 밝은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였죠.

"예은 배우님은 평소 눈 여겨본 팬이었어요. 'SNL 코리아' 등에 출연하시며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굉장히 귀엽고 밝고 엉뚱한데 이번 뮤직비디오가 반전의 이미지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드렸어요."

-개인 레이블 '무드밍글'을 설립했습니다.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랑 같이 일을 한 게 거의 7~8년 정도 돼 가요. 이 회사에 있으면서 진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도움도 많이 받았죠. 근데 매일 보는 사람들과 매일 같이 일을 하다 보니까 치즈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음악만 만들어 가면 다른 건 회사에서 가이드를 짜주시는 게 많다 보니까 스스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도 잘 안 나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이나 새로운 걸 해보려는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레이블을 설립하게 됐고 취향이 맞는 분들을 모아 라인을 잡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레이블 설립 후 뭐가 가장 달라졌나요.

"제가 대표라 제가 하고 싶은 걸 온전히 할 수 있어요. 제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는 게 없다 보니까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시장 분석도 하게 됐어요. '내가 안 하면 이제 진짜 망하는데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이 정도로만 유지를 해도 '나는 행복하고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 신(scene)에 크게 전환점 하나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전환점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그래프로 따지면, 치즈가 한 번도 치고 올라간 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은 잔잔하고 길고 얇게 해왔죠. 한 번이라도 강렬하게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앨범을 만들거나 곡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대부분은 차지하는 K팝 신은 대형 기획사 위주로 완전 재편이 됐고, 인디 생태계는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가는 거 같아요. 음악을 시작하신 2010년대와 비교해도 많이 바뀌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전에는 어느 정도 신이 나눠져 있었어요. 아이돌 신, 힙합 신, 밴드 신 이런 식으로요. 근데 지금은 신이 대통합됐다고 생각해요. 아이돌을 좋아하시는 분이 밴드를 좋아하시기도 하고 밴드나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이 아이돌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개인 취향 위주로 되다 보니까 오히려 인디 신에서는 '이런 환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어떠한 아티스트가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쭉 가면 나를 섭외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2010년대엔 차트 생각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었거든요. 지금은 취향이 확실한 분들을 공략하는 게 나아지지 않았나라는 생각해요."

-그러면 본인은 어떤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친근함과 어려움 그 중간에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더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더라고요. 두 영역의 음악이 공존하니, 더 많은 분들이 들으셨으면 좋겠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취향을 갖고 있는 분들이 또 적을 수도 있고…. 그 중간에서 항상 고민을 하는 편이에요."

-1인 밴드 체제가 된 지는 오래됐지만 치즈의 달총 혹은 달총의 치즈의 같은 브랜드 고민이 더 많아질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치즈라는 이름 때문에 달총의 음악이 규정 되거나 그 테두리 안에 본인도 모르게 갇혀 있거나… 치즈라는 브랜드에 대해 여러 고민도 하셨을 거 같습니다.

"치즈는 '음악계에 전설이 되자' 같은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팀이 아니에요. 네 명이서 놀다가 스터디식으로 '좋은 곡을 써보자' 해서 시작했죠. 조금씩 밴드에 대한 피드백이 있다 보니까 '장난으로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해서 쭉 해왔죠.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이제 혼자 활동을 하게 된 거죠. 사실 혼자서 활동하고 난 다음에 어려운 점도 분명히 있었어요. 치즈를 사랑해 주신 분들의 서운함도 크셨겠죠. 중간엔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평가가 많아서 저도 솔직히 속상했어요. 저도 그런 평가에 많이 좌지우지됐었던 것 같아요. 근데 솔직히 저는 예전부터 똑같이 하고 있었거든요. 일찍부터 멜로디랑 가사를 다 썼고요. 이전엔 프로듀서(구름)가 있었다 보니, 제가 한 역할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피드백에 흔들릴 게 아니라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좋게 들리는 거를 내는 게 더 좋겠다'고요. 그렇게 해서 망해도 내가 선택한, 내 책임이니까 괜찮을 것 같은 거예요. '내 손으로 망해버리자' 해서 낸 앨범이 '오늘의 기분'(앨범 '아이 캔트 텔 유 에브리싱(I can't tell you everything)(2020) 타이틀곡)이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서 제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죠. 그 뒤로 다른 사람 말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치즈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끌고 나가고 싶으세요?

"제가 책임감이 있는 편이라서 치즈라는 이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가볍게 시작한 팀이 점점 의미가 커졌거든요. 이걸 지키는 게 누구도 아픈 사람 없이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도 한 거죠. 이 이름을 지금까지 지켜온 것에 대해 절대 후회 안 해요.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최근에 '인정을 받았다' 생각 하거든요. 혼자 하는 치즈도 '폼이 좋다'고 인정 받은 기분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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