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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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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40대 아저씨인 저는 플리(PLLI)는 아닙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5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친 팬 콘서트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PLAVE FAN CONCERT 'Hello, Asterum!' ENCORE)를 보고 이 팬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플레이브에게 호감은 있었습니다. '여섯 번째 여름'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련한 청량함을 선사하는 이 곡은 얼터너티브 록 풍을 표방하는 아이돌 노래 중 수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2D 캐릭터 기반의 플레이브가 3차원의 현실에서 연 콘서트를 통해 공감대를 얼마나 형성할 지 물음표가 찍혔습니다. 솔직히 털어놓으면, 다소 인위적이지 않을까 우려했거든요.
하지만 아스테룸에서부터 테라(지구)로 날아온 플레이브는 태생부터 기존 K팝 논리와는 벗어나 있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숱한 콘서트를 봤지만, 플레이브 팬 콘서트는 어느 공연보다 입체적이었습니다.
X축(가로), Y축(세로), Z축(깊이)의 조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X축은 플레이브의 프로시니엄(액자틀) 무대, Y축은 플리의 함성이죠. 여기까지만 계산한다면, 평면일 수 있죠. 여기에 예준·노아·밤비·은호·하민 그리고 플리의 진심인 Z축이 더해지면서 깊은 공감각적인 정경을 선사했습니다.
물리적인 Z축은 잠실실내체육관 플로어석 한가운데 마련된 돌출무대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는데요. '프롬(From)'과 '디어 플리(Dear. PLLI)'를 부를 때 메인 무대에 있던 멤버들이 말 그대로 날아와 그 무대에서 플리들을 만났습니다. 다섯 화면에 멤버들이 출현해 플리들과 더 가깝게 만난 건데요, 멤버들이 앉아 있던 회전의자를 돌리면 다른 화면에서 등장하는 전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1980년 전후로 태어난 저희 세대에게 버추얼 가수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플리들도 잘 아시겠지만 1998년 1집 '제네시스(Genesis)'로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의 존재 때문이죠. 배우 원빈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아담은 '세상엔 없는 사랑' '할 수 있다면' 등의 히트곡을 냈고 레몬음료 CF도 찍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분명 저희 추억 한 켠에 자리 잡았지만, 이질적인 면모로 인해 혼란도 같이 준 스타였습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나잠수는 솔로곡 '사이버가수 아담'(2016)에서 "아름다움이란 이데알 그리며 나갔던 촌스러운 테크놀러지 / 더는 슬퍼말아 너의 조상들은 거짓된 눈속임에 사라졌으니"라고 노래하기도 했죠. 참고로 나잠수 씨는 1984년생입니다.
플레이브의 이데아는 휴머니즘입니다. 본체 다섯 멤버 모두가 작사·작곡·안무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참여하는 '자체 제작 아이돌'입니다. 실제 이번 팬콘서트에서 멤버들은 자신들의 곡은 물론 솔로 커버 무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냈습니다.
밤비는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로 애틋한 청량감을,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은호는 밤비가 힘을 보탠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하민은 NF의 '더 서치(The Search)'에서 호쾌한 랩과 무술 실력을, 노아는 우즈(WOODZ)의 '드라우닝(Drowning)'에서 시원한 록 샤우팅을, 예준은 블랙핑크 로제의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에서 능수능란함을 각각 선보였습니다.
겉모습 관련 편견을 걷어내고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셈이죠. 캐릭터들 뒤에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들이 진심으로 치환됩니다. 버추얼이라 받을 수 있는 편견과 조롱을 서정적으로 승화하면서 오히려 팬덤을 결집시켰죠. 친근한 2D 캐릭터는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도 없애버립니다. 은호·예준·하민·밤비·노아가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콘셉트를 빌려 각각 기쁨·슬픔·분노·까칠·불안을 상징화한 것도 인간적이었죠.
콘서트에서 멤버들의 캐릭터는 물리적인 역동성도 구현해냅니다. 모션 캡처를 이용해 멤버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내는 소속사 블래스트의 역량을 콘서트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MBC 영상미술국 시각특수효과(VFX)팀에 약 20년간 몸 담았던 이성구 대표가 주축이 회사입니다. 무대 전환이 이렇게 빠른 콘서트를 본 적이 없습니다. 대형 영상 속 배경만 바로 바꾸면 되니까요. 천장에서 스크린이 내려오고 별 조명이 오선지의 음표처럼 움직이는 중앙 무대 활용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이번 콘서트에서 화두로 삼은 건 '페르소나(persona)'였습니다. 독일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설명을 빌리면, 페르소나는 사회가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가리킵니다. 일종의 '가면'이죠. 반대로 우리가 숨기고 싶어하는 성격은 그림자(shadow)라고 합니다.
그런데 플레이브 다섯 멤버는 이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관계가 보통 사람들과 상당히 다릅니다. 본래의 가면 위에 또 플레이브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이중 구조인데, 두 번 꼬는 셈이니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될 수 있는 거죠. 그런 점 때문에 플리들이 멤버들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가 감히 해석합니다.
융 사상의 핵심은 자기(Self)·자아(Ego)의 실현인데, 의식의 중심이 자아라면 의식·무의식을 합친 전체 정신의 중심이 자기입미다. 가면 위에 가면을 쓴 플레이브 멤버들은 무의식과 의식을 무의식적으로 오가니 그 무의식의 심연에서 올라오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자기실현'이 가능하죠. 그렇게 본캐의 그림자, 이중 가면의 페르소나를 거쳐 공감의 여지가 큰 스토리텔링이 완성되는 겁니다.
"세상은 다 거짓말 가면에 숨긴 레드 아이즈(Red eyes) / 올 아이 캔 세이 이즈, 프리덤(All I can say is, Freedom) / 비다 프레시오사(Vida Preciosa) / 리밍 라 비다 로카(Livin' La Vida Loca) / 의미 없단 건 결국 없다고 예(Yeah) / 너도 알고 있잖아 / 그 속 안에 진실과 / 마주치는 순간 유윌 비 올라이트(You'll be alright)" 이번 팬콘서트에서도 부른 '왓치 미 우!(Watch me woo!)'의 노랫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네요.
작가 김연수의 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엔 이런 인상 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경험이라는 것은 아주 놀라운 삶의 한 장치인데, 이것을 겪은 사람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그 틈이라고 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틈과도 같은 것이다." 플레이브를 경험하면서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가 5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친 팬 콘서트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PLAVE FAN CONCERT 'Hello, Asterum!' ENCORE)를 보고 이 팬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플레이브에게 호감은 있었습니다. '여섯 번째 여름'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련한 청량함을 선사하는 이 곡은 얼터너티브 록 풍을 표방하는 아이돌 노래 중 수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2D 캐릭터 기반의 플레이브가 3차원의 현실에서 연 콘서트를 통해 공감대를 얼마나 형성할 지 물음표가 찍혔습니다. 솔직히 털어놓으면, 다소 인위적이지 않을까 우려했거든요.
하지만 아스테룸에서부터 테라(지구)로 날아온 플레이브는 태생부터 기존 K팝 논리와는 벗어나 있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숱한 콘서트를 봤지만, 플레이브 팬 콘서트는 어느 공연보다 입체적이었습니다.
X축(가로), Y축(세로), Z축(깊이)의 조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X축은 플레이브의 프로시니엄(액자틀) 무대, Y축은 플리의 함성이죠. 여기까지만 계산한다면, 평면일 수 있죠. 여기에 예준·노아·밤비·은호·하민 그리고 플리의 진심인 Z축이 더해지면서 깊은 공감각적인 정경을 선사했습니다.
물리적인 Z축은 잠실실내체육관 플로어석 한가운데 마련된 돌출무대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는데요. '프롬(From)'과 '디어 플리(Dear. PLLI)'를 부를 때 메인 무대에 있던 멤버들이 말 그대로 날아와 그 무대에서 플리들을 만났습니다. 다섯 화면에 멤버들이 출현해 플리들과 더 가깝게 만난 건데요, 멤버들이 앉아 있던 회전의자를 돌리면 다른 화면에서 등장하는 전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1980년 전후로 태어난 저희 세대에게 버추얼 가수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플리들도 잘 아시겠지만 1998년 1집 '제네시스(Genesis)'로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의 존재 때문이죠. 배우 원빈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아담은 '세상엔 없는 사랑' '할 수 있다면' 등의 히트곡을 냈고 레몬음료 CF도 찍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분명 저희 추억 한 켠에 자리 잡았지만, 이질적인 면모로 인해 혼란도 같이 준 스타였습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나잠수는 솔로곡 '사이버가수 아담'(2016)에서 "아름다움이란 이데알 그리며 나갔던 촌스러운 테크놀러지 / 더는 슬퍼말아 너의 조상들은 거짓된 눈속임에 사라졌으니"라고 노래하기도 했죠. 참고로 나잠수 씨는 1984년생입니다.
플레이브의 이데아는 휴머니즘입니다. 본체 다섯 멤버 모두가 작사·작곡·안무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참여하는 '자체 제작 아이돌'입니다. 실제 이번 팬콘서트에서 멤버들은 자신들의 곡은 물론 솔로 커버 무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냈습니다.
밤비는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로 애틋한 청량감을,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은호는 밤비가 힘을 보탠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하민은 NF의 '더 서치(The Search)'에서 호쾌한 랩과 무술 실력을, 노아는 우즈(WOODZ)의 '드라우닝(Drowning)'에서 시원한 록 샤우팅을, 예준은 블랙핑크 로제의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에서 능수능란함을 각각 선보였습니다.
겉모습 관련 편견을 걷어내고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셈이죠. 캐릭터들 뒤에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들이 진심으로 치환됩니다. 버추얼이라 받을 수 있는 편견과 조롱을 서정적으로 승화하면서 오히려 팬덤을 결집시켰죠. 친근한 2D 캐릭터는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도 없애버립니다. 은호·예준·하민·밤비·노아가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콘셉트를 빌려 각각 기쁨·슬픔·분노·까칠·불안을 상징화한 것도 인간적이었죠.
콘서트에서 멤버들의 캐릭터는 물리적인 역동성도 구현해냅니다. 모션 캡처를 이용해 멤버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내는 소속사 블래스트의 역량을 콘서트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MBC 영상미술국 시각특수효과(VFX)팀에 약 20년간 몸 담았던 이성구 대표가 주축이 회사입니다. 무대 전환이 이렇게 빠른 콘서트를 본 적이 없습니다. 대형 영상 속 배경만 바로 바꾸면 되니까요. 천장에서 스크린이 내려오고 별 조명이 오선지의 음표처럼 움직이는 중앙 무대 활용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이번 콘서트에서 화두로 삼은 건 '페르소나(persona)'였습니다. 독일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설명을 빌리면, 페르소나는 사회가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가리킵니다. 일종의 '가면'이죠. 반대로 우리가 숨기고 싶어하는 성격은 그림자(shadow)라고 합니다.
그런데 플레이브 다섯 멤버는 이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관계가 보통 사람들과 상당히 다릅니다. 본래의 가면 위에 또 플레이브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이중 구조인데, 두 번 꼬는 셈이니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될 수 있는 거죠. 그런 점 때문에 플리들이 멤버들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가 감히 해석합니다.
융 사상의 핵심은 자기(Self)·자아(Ego)의 실현인데, 의식의 중심이 자아라면 의식·무의식을 합친 전체 정신의 중심이 자기입미다. 가면 위에 가면을 쓴 플레이브 멤버들은 무의식과 의식을 무의식적으로 오가니 그 무의식의 심연에서 올라오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자기실현'이 가능하죠. 그렇게 본캐의 그림자, 이중 가면의 페르소나를 거쳐 공감의 여지가 큰 스토리텔링이 완성되는 겁니다.
"세상은 다 거짓말 가면에 숨긴 레드 아이즈(Red eyes) / 올 아이 캔 세이 이즈, 프리덤(All I can say is, Freedom) / 비다 프레시오사(Vida Preciosa) / 리밍 라 비다 로카(Livin' La Vida Loca) / 의미 없단 건 결국 없다고 예(Yeah) / 너도 알고 있잖아 / 그 속 안에 진실과 / 마주치는 순간 유윌 비 올라이트(You'll be alright)" 이번 팬콘서트에서도 부른 '왓치 미 우!(Watch me woo!)'의 노랫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네요.
작가 김연수의 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엔 이런 인상 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경험이라는 것은 아주 놀라운 삶의 한 장치인데, 이것을 겪은 사람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그 틈이라고 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틈과도 같은 것이다." 플레이브를 경험하면서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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