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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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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

일본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51·歌心りえ·야츠카 리에)는 일본인에게 다소 어려운 받침 발음이 연달아 있는 "땀방울"을 완벽히 발음했다. 국내 한 시절을 대표한 '포크 대부' 싱어송라이터 조동진(1947~2017)의 '제비꽃' 가사 중 일부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원곡자인 조동진이 이 곡을 쓴 마음과 신중히 대화하려고 한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일본어가 아닌 원어로 다시 부른 이 곡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기보다 이해가 어려워도 그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 '내 마음 속의 노래'라는 뜻의 '우타고코로'를 예명으로 내세운 그녀답다.

우타고코로 리에가 청아한 음색으로 부르고 있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청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눈물방울이 맺히는 걸 깨닫게 된다. 그녀는 무엇보다 최근 한국과 일본 대중문화 교류의 가교 역으로 재발견됐다.

일본 대표 위성 방송 채널 '와우와우'(WOWOW) 최대 OTT 플랫폼 '아베마'(ABEMA)에서 방영된 현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 걸즈 재팬'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국내 종합편성채널 MBN '한일가왕전', '한일톱텐쇼' 등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양국에서 인기다.

일본 가수 사다 마사시 '어릿광대의 소네트' 등을 재해석하며 들려준 청아하고 순정한 음색이 일품이다. 마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진정성이 담겨 있다. 가심(歌心), 즉 '노래의 뜻'을 마치 다 아는 듯 온화한 해석이 그녀의 장기다. 가심을 일본어로 읽으면 우타고코로가 된다.

그런데 세상이 우타고코로 리에의 노래를 아는데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4년 11월 소니레코드가 연 '소니 보이스 투(SONY Voice 2)' 오디션을 통해 주목 받았고, 이듬해 친언니인 야쓰카 치에 등과 함께 결성한 3인조 보컬그룹 '렛 잇 고(Let it go)'로 데뷔했다. 두 번째 싱글 '200배의 꿈'은 청량한 이미지로 유명한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CM송으로 사용되며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후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어 버전과 한국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주제곡 일본어 커버 등을 발매했으나 무명의 '얼굴 없는 가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언제나 간직하고 있던 노래의 마음 덕분에 데뷔 3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재조명됐다.

지난 21일 한국에서 첫 번째 싱글 '제비꽃'을 발매한 그녀가 국내 대중과 본격적인 교감에 나선다. 컨템퍼러리 팝 발라드로 재해석한 이 곡에서 우타고코로 리에는 유독 애틋하고 따듯하다. 다음은 최근 서울 신사동 nCH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나 기자들과 그녀가 나눈 일문일답.

-정식 음원 발매를 앞두고 계신 소감은요?

"한국에서 한국 노래를 한국어로 발매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곡을 들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고, 그 곡을 어떻게 해석하려고 하셨는지요.

“처음엔 굉장히 소박한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제가 불러온 노래와는 곡조가 달랐기 때문에 '이 노래를 제가 어떻게 소화해서 부를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사를 보고 노래를 들어본 뒤 세계관에 마음이 많이 끌렸어요.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싶다'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죠.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라 들었는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허들이 높기도 했어요. 하지만 굉장히 멋지게 편곡을 해주셨고 지금까지 제가 해본 적 없는 표현 방법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세계관이라 해석을 하셨는지요.

"경험과 꿈, 사랑, 슬픔, 좌절과 같은 인생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詩)와 같은 가사가 굉장히 와 닿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들어봤을 때는 일본에서 말하는 포크송과 같았어요. 인트로 부분에서 신시사이저 소리가 들리고 서정적인 기타 아르페지오가 들어가면서 노래가 시작되는데 굉장히 다정하면서도 또 애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방법도 제가 굉장히 공부를 해보고 싶었던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라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한국어 발음은 어떻게 연습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보컬 디렉션 해주시는 분이 레코딩 현장에 오셨어요. 부스에 직접 들어오셔서 입모양을 가르쳐 주시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땀방울' 같은 가사는 지금도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입모양을 자세히 보여주셨어요."

-특히 마음에 드셨던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과 혹시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사가 굉장히 인상적인 게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하나를 생각 해보자면 2절 E코러스 부분일 것 같은데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딱 보기에도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사람에 대한 묘사잖아요. 저는 한국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확실하게 이해 하지는 못해 '그렇게 슬프지 않게 노래를 하려고 하는 느낌'도 있었어요. 그래서 더 쓸쓸하고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제비꽃'은 일본어로 스미레(水川スミレ)죠. 현지에서 제비꽃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한국에서도 굉장히 작은 꽃이던데, 일본에서 똑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면서 밟을 수도 있는 그런 꽃이라고 생각해요.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망가뜨릴 수도 있는 작은 꽃의 이름이죠. 이런 꽃을 타이틀로 내세운 이유가 저도 궁금했습니다. 조동진 선생님과 그 분의 노래 등에 대해서 많이 찾아본 뒤 생각해 봤을 때 시대적 배경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혼돈의 시대에 젊은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고 좌절한 배경이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한국 사람들은 조동진 선생님의 음악을 '말간 서정성'으로 기억하는데 우타고코로 선생님의 맑은 음성이 거기에 잘 어울려요.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 노래 가사를 봤을 때 어떤 소녀의 삶이 굉장히 빨리 끝난, '슬픈 노래'라고 생각 했었어요. 아마 주인공이 하고 싶었던 것이 가사에 표현됐고, 청자 입장에선 본인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이 노래의 이야기가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떠나서 슬픈 노래'로 해석하기 보다 거기에 조금 더 희망을 담아서 노래하고 싶었어요."

-맑은 음색을 지금까지 유지하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무명 생활에도 긴 시간 동안 노래를 놓지 않으셨는데 그 원동력은 뭐였습니까?

"사실 제 목소리도 나빠지고 있기는 해요. 그런데 가족이나 부모님 저희 언니의 응원이 굉장히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내년이 데뷔 30주년이에요. 이렇게 오래 노래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요.

"몇 번 좌절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목을 쓸 수 없게 된 시기가 두 번 있었고요. 그때 '이제 그만둬야겠다'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뮤지션들의 노래를 들어보면서 '아 이제 나에게는 노래를 하는 역할이라는 게 없구나' 생각하기도 했죠. 그래서 노래를 하지 않은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제게 '너에겐 노래가 있어'라고 말을 꾸준히 해줬어요. 노래와 음악을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됐죠."

-활동명 '노래의 마음'에 담은 뜻이 있다면요.

"약 10년 전에 제가 직접 지은 건데요. 이후 그걸 제 모토로 삼아 왔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리에'라고 두 글자로만 활동하면, 영어 스펠링이 RIE잖아요. 사실 검색해도 잘 안 나와요. 그래서 좀 더 임팩트 있는 표현을 붙인 것도 있어요."

-'200배의 꿈'으로 활동하셨을 당시 얘기도 듣고 싶어요.

"포카리스웨트 CM송으로 사용되면서 이벤트도 열었는데요. 일본 항구에 접한 마을 아홉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았어요. 당시 포카리스웨트 CF에 출연하셨던 나카야마 에미리 배우님하고 마지막에 오사카에서 파티를 했던 기억들이 많이 남았어요."

-노래하는 마음이 청중에게 잘 전해졌다고 느껴지실 때가 있나요?

"노래를 부를 때 제 마음만을 넣어서 해석하려고는 하지 않아요. 제 마음만 노래에 담으면 청자 입장에서는 조금 위압감을 느끼지 않을까 해서요. 그래서 청자를 위한 공간도 만들면서 노래를 부르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열린 '2024 트롯걸즈재팬 1st 콘서트 - 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서 '제비꽃'을 먼저 선보여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든 적도 있습니다.

"그날 사실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이 노래를 시작 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다들 아시는 노래구나' 생각이 들어 긴장이 더 커졌어요. '이 노래를 꼭 잘 불러야 한다' 마음이 담겼습니다. 일본 분들에게도 이 노래의 아름다움을 전해줄 수 있는 '전도사 역할'을 제가 할 수 있었으면 해요."

-크로스오버 앙상블 그룹 '셉템버(September)' 활동도 하셨고, 일본 힙합의 베테랑인 지브라(zeebra)와 협업하시는 등 장르 수용성이 정말 넓어요. 향후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성은 어떻습니까?

"오늘 지브라 씨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하하. 젊었을 때는 '200배의 꿈'과 같은 팝 곡을 많이 했어요. 언더그라운드 음악도 했고, 셉텝버로 활동할 때는 여러 곡을 커버했죠. 요즘엔 트로트 음악도 많이 부르고 있죠. 일본에선 쇼카(唱歌)라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음악 수업에서 부르는 일본의 옛날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교과서에도 실리는 노래 장르예요. 이 쇼카를 한국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또 제 오리지널 곡도 만들고 싶어요."

-최근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가 국내에서 크게 회자된 것처럼 보듯 점차 한일 양국의 음악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조동진 선생님의 곡을 리메이크하시면서 시대적 배경도 공부하셨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문화 교류에 있어 양국 가수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일본어 노래를 한국 TV에서 부를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제가 여기서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이 제 노래 인생에서 굉장히 큰 대전환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계가 없는 음악을 통해 한국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고요. 일본의 좋은 노래도 소개를 또 해드리고 싶어요. 향후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한국어 강습 받는 걸 시작 했어요. 한국어로 여러분과 이야기하며 직접 교류를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활동 방향성은요?

"현재 일본 방송에서 제가 다뤄지기도 하면서 조금씩 저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 같습니다. 무명이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굉장히 감사하죠. 일단 한국어를 제가 아직 못하니 일본을 활동 기반으로 생각 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한국 팬분들이 한국에 더 자주 와 달라고 말씀하셔서 이곳에서 솔로 콘서트를 열 수 있었으면 굉장히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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