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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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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더 킬러스'(10월23일 공개)는 새로운 걸 찾기 어려워진 한국영화계를 환기한다. 단편 4편을 묶은 앤솔러지(Anthology)인 이 작품은 형식 그 자체로 색다르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자주 나오는 방식도 아니라서 일단 관심이 간다. 총괄 크리에이터를 맡은 이명세 감독을 필두로 김종관·노덕·장항준 감독이 참여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들은 공통점이 잘 떠오르지 않는 연출가들. 그들의 영화가 어떤 식으로 서로 관계 맺게 될 지 예상이 안 된다는 재미가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더 킬러스>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중 역시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킬러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도 이 영화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더 킬러스'는 기대했던대로 다채롭다. 김종관 감독은 뱀파이어를 끌어와 판타지로 다가오고('변신'), 노덕 감독은 살인청부 하청이라는 소재로 사회를 풍자한다('업자들'). 장항준 감독은 묘한 서스펜스와 과감한 액션으로 충돌하며('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이명세 감독은 특유의 스타일로 관객을 압도한다('무성영화'). 4편 모두 출연하는 심은경을 중심으로 '변신'의 전성우, '업자들'의 홍사빈과 이반석,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의 오연아와 김민, '무성영화'의 고창석과 김금순은 강렬한 연기로 보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네 편 사이 연결고리가 없고 분위기 역시 천차만별이라는 건 갈수록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요즘 관객에겐 오히려 좋은 요소일 것이다.

다만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네 감독 이름값을 생각할 때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김종관 감독은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특유의 정서를 덜어내고 장르적 색채를 더하는 도전을 했으나 일부 대목에서 관습적 표현을 맴돈다. 노덕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사회와 인간을 향한 관심을 이번 영화에서도 담아내지만 그 시각이 예리하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장항준 감독은 베테랑다운 솜씨로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지만 너무 안정적인 선택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보이고, 이명세 감독은 한국영화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평가에 걸맞는 독보적인 연출을 보여주지만 일부 관객에겐 너무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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