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 CoinNess
- 20.11.02
- 2
- 0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뛰어난 가수들은 당연하게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는다.
'가왕' 조용필은 여기에 고품질 안테나도 지니고 있다. 본인 화법을 지닌 싱어송라이터지만 시대에 민감한 그는 현 상황에서 좀 더 섬세하게 곡을 만들고 노랫말을 빚는 창작자가 있으면 작사·작곡도 기꺼이 맡긴다.
11년 만에 발매한 정규 음반인 정규 20집 '20'이 그 증거다. 저마다 무게감을 자랑하는 일곱 곡이 실렸는데 조용필은 '필링 오브 유' 작곡 크레디트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 작사는 모두 다른 작사가에게 맡겼다.
그 작사가들은 임서현·서지음·김이나다. 조용필이 느끼고 생각해 전하고 싶은 내용들을 잘 해석하고 번역해 각자 고성능의 안테나의 역할을 해줬다. 조용필의 뛰어난 곡 해석력과 맞물려 내용의 동심원이 넓게 퍼지면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임서현 작사가는 이번 앨범 타이특곡 '그래도 돼'와 수록곡 '타이밍' 두 곡을 작사했다. "그대 기억이 지난 사랑이 / 내 안을 파고드는 가시가 되어"라는 노랫말로 유명한 밴드 '버즈'의 대표곡 '가시' 작사로 유명한 작사가다.
장혜진 '이연', 샤이니 '포에버 오어 네버', 레드벨벳 '쿨 월드', 노라조 '굿바이 로맨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노랫말을 짓는다. 특히 익숙한 일상을 환기시켜주면서, 얼어붙은 삶의 심장을 박동하게 하는 가사를 써왔다.
조용필과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중요한 건 타이밍(Timing) 지금이잖아"다. 다음은 조용필의 '그래도 돼' '타이밍' 두 곡과 그녀의 작사법 등과 관련 서문을 통해 주고 받은 일문일답이다.
-'그래도 돼'는 조용필 선생님이 간담회 당시 스포츠 경기를 보시고 패자의 마음을 헤아려보시다 아이디어를 얻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사가님과는 주로 어떤 말씀을 나누셨고, 강조하신 지점은 무엇이었는지요.
"처음 곡의 느낌에 대해 '위로'를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스포츠 경기를 보시고 '패자는 좌절하겠지만 누구도 그의 노력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고 또 달릴 수 있다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곡을 들으며,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에 빗대기도 하는 것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은, 때론 실패도 겪고 좌절도 겪으며 이쯤 와있을 것인데, 그런 이들에게 힘이 되는 가사를 구상하던 터라 확신을 갖고 작업을 했습니다."
-작사가님이 우선 설명하신 '그래도 돼' 콘셉트는 '하프웨이(halfway)'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떠올리신 이유는 무엇이었고 이후 스토리텔링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하프웨이'의 사전적 의미는 중간쯤, 불완전한… 등의 뜻을 갖습니다. 긴 삶의 길에서 열심히 달려봐도 모든 일이 제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을 부정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죠. 행복하게 잘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를 모두가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려움 속에 그래도 견뎌내는 방법은 자신을 믿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의 길을 갈 때,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가끔 어긋난 길을 간다고 해도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조용필 선생님께 가사를 처음 보여드렸을 때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후 최종 완성을 위해 얼마나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도요.
"스포츠 경기를 보셨던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셨습니다. 최종 완성을 위해 여러 번 선생님과 회의도 하고 뵌 그 자리에서도 수정을 했습니다. 중간에 공연 준비도 하시고 공연도 있으셨고 해서 그런 기간까지도 포함하면 두 곡 최종 완성하는데 1년 가까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조용필 선생님과 이번이 처음 작업이신 걸로 아는데, 어떻게 작업을 하시게 된 건지요. 이런 거장과 작업은 작사가로서나 개인적으로나 전환점을 안겨주나요?
"예전에 작업도 하고 친분도 조금 있던 대표님께서 소개를 해주셔서 작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작사가로서 조용필 선생님 앨범에 작업한다는 건 무한한 영광이면서 가문의 영광이죠. 제가 다작을 해온 작사가는 아니지만 꽤 오래 작사가로 살았는데요. 저희 엄마는 제가 가사를 써도 가수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그냥 나왔나보다 정도시지 큰 반응을 보이진 않으셨거든요. 근데 조용필 선생님 작업을 하게 된 걸 말씀드렸더니 중간중간 잘 돼가고 있는지도 물으시고요. 곡이 나왔을 때 엄청 칭찬도 해주셨답니다. 조용필 선생님의 파워가 아닐까 싶어요. 작사가로서도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영광입니다."
-'타이밍'은 '그래도 돼'와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이 곡과 관련해선 선생님과 어떤 대화를 주고 받으셨나요?
"선생님께서 이 곡은 재밌게 가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콘셉트가 재밌을까 생각하며 곡을 듣는데 반복되는 곳에 타이밍이라는 말이 잘 붙더라고요. 타이밍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내용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재밌는 노래를 만들자 하시는 선생님이 새삼 위대해 보였습니다. 선생님께선 대중음악의 거장이시잖아요. 저도 대중음악 작사를 하는 사람이고요. 대중음악은 대중을 늘 고려해야 하는데, 가왕의 자리에 계시면 우아하고 웅장한 노래만 해도 누가 뭐라 할 일이 없을 텐데도, 대중의 니즈를 고려하셔서 '재밌게 가자'고 말씀하시는 그 마음이 진정한 대중음악가의 모습 같아서 존경스러웠습니다."
-작곡엔 여러분이 참여를 하셨는데, 작사는 단독으로 조용필 선생님이 다 맡기셨어요. 물론 선생님은 단독 작사가 익숙하시지만,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K팝 업계에선 작사도 여러명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죠. 홀로 작사는 긴 호흡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써가기에 정말 좋을 거 같은데 요즘 대중음악계 작사 생태계를 어떻게 보고 계시고 이런 단독 작사의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제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땐 한 사람의 작사가에게 가사를 의뢰하면 완성될 때까지 수정도 하고 의견도 나누고 했습니다. 물론 까이기도 하지만요. 요즘은 그런 일을 찾아보기 어렵죠. 여러 사람에게 의뢰하는 것은 물론 요청 사항에 맞게 많은 사람이 공모에 참여해 한 사람의 가사가 선택되기도 하고 여러 사람의 가사를 취합하기도 합니다. 저는 옛날 사람이어서인지 한 사람에게 맡기고 수정해가는 과정이 더 정겹긴 합니다. 그런데 장단점은 다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유명한 작가들에게 타이틀곡이나 기회가 몰리는 편이었다면, 요즘은 공모를 통해 신인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반면에 요즘 작사는 만들어지는 느낌이고 예전 작사는 만들어내는 느낌이랄까요.^^ 무엇이 됐든, 후배 작사가님들이 인정받고 대우받으며 작사가로서 살아가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또 선생님 작사에서 귀한 부분은 영어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뉘앙스상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타이밍' 외엔 이번 두 곡은 거의 우리말인데요, 이런 부분도 당연히 의도하신 거겠죠?
"꼭 의도한 것은 아닌데, 굳이 영어를 쓸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썼겠지만요. 노랫말은 멜로디와 가수에게 잘 맞게 쓰는 것이기에 제가 썼다해도 제 것이 아니거든요. 선생님께서 노래하실 때 영어 구절이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선생님의 감정 흐름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니까요."
-작사 영감을 받으실 때 선율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얼마나 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만큼 아주 많이죠. 곡을 들으며 곡이 전하는 이야기를 잡으려 노력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곡이 전하는 이야기를 잡아 가수가 감정을 다해 부를 수 있도록 하는 가사가 좋은 가사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늘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가수마다 어울리는 작사법이 있나요? 평소 가수의 화법도 운율이나 어미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수의 성별, 나이, 장르에 따라 당연히 가사는 달라집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가수가 자신의 얘기처럼 노래하도록 써야 하니까요. 고음에 편한 발음도 있고 멜로디의 빠르기에 따라 편하거나 불편한 발음도 있으니 고려해야 합니다."
-작사가와 가수의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관계라는 걸 정의할 수 있는 사이일까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작사가는 가수가 감정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처럼 부를 수 있도록 가사를 써야 하죠. 퍼포먼스가 있는 곡은 또 가수가 멋있게 표현하도록 써야 하고요. 작사가는 자기가 부를 게 아닌 이상 가수에게 맞는 가사로 만들 수 있어야 하기에… 작사가는 가수의 그림자로 상징되면 어떨까도 싶어요. 드러나지 않지만 가수와 밀접하게 붙어 있어야 하는 존재쯤? 아직 저도 완벽히 그 소임을 이행한다고 볼 수 없어서 계속 노력 중입니다."
-작사가의 길로 어떻게 접어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작사가가 꿈이었어요. 제가 가수들을 너무 좋아해서 그들을 자주 보고 싶은데 연예인이 되기엔… 저도 집에 거울이 있는지라. 불가능할 것 같고 악기를 다루지도 못하고. '그래. 작사가가 돼야겠다' 어린 마음에 결심을 했었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친구 중에 가수가 되고 싶었던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와 서로 누가 먼저 가수가 되든 작사가가 되든 서로 도와주자 약속을 했는데. 그 친구가 가수가 됐어요. 그 친구가 약속을 지키면서 그 앨범에 처음 가사를 쓰게 됐고 그렇게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에겐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다양한 가수, 장르, 내용을 넘나들면서 작사를 하세요. 평소 글감, 영감은 어떻게 수집하고 모으시는지요. 몰입을 하시는지 거리두기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는 일상의 사물이나 현상에, 혹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감정 이입을 잘하려고 노력해요. 달이 밝게 빛나도 그 이면은 어둡고 울퉁불퉁한 표면인 것처럼 세상 모든 것에는 보여지는 것 말고도 품은 다른 면이 있을 거라 생각하려 해요. 거기에 사람이 느끼는 많은 감정을 대입해보기도 하구요. 그런 게 이 일을 직업으로 하며 생긴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것들이 가사를 쓸 때 도움이 되긴 하지만, 진짜 가사를 쓸 땐 가수가 원하는 콘셉트나 멜로디의 느낌을 전적으로 따르려고 합니다. '이걸 써야지'가 아니라 그때그때 곡이 요구하는 가사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작사한 편수는 어떻게 되시나요? 그 중 가장 공감갔던 그리고 가장 힘드셨던 작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많은 작품을 쓰진 못했어요.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았고 물론 제가 잘 쓰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낯도 가리고 약간 수동적이라 같이 작업했던 작곡가나 제작사 분들이 요청하시면 일하는 사람이었어요. 또 언제부턴가는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해서 거기에 집중하느라 가사 쓰는 일을 중단하기도 했고요. 덕분에 첫 시나리오로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도 했지만요. '가시'라는 노래가 제겐 의미가 크죠. 제 꿈이, 세상 사람들이 내 노래 하나만 불러줬으면… 이었는데 가시가 많이 알려진 곡이 돼줘서요. 버즈님들에게 늘 감사하는 부분이고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장혜진님의 '이연'이라는 곡을 썼었는데 그 가사는 쓰며 울컥했던 느낌이 있어서 좋아하고요. 가장 힘든 작업은 단연코 조용필 선생님 곡 작업이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공을 들이시고 수정을 하시는 과정에서 힘은 들었지만, 또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나름 가수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쓴다고 해왔다 생각했는데 멜로디의 강약이나 어감에 더 배울 것이 많구나 깨달았습니다."
-노랫말의 영역에 있는 글이 다른 장르와 가장 다른 지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노랫말은 글이지만 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맘껏 할 수도 없습니다. 글자 수가 한정된 멜로디가 존재하고 노래를 부를 가수가 존재하기에 내 맘대로 써 내려갈 수 없어요. 그러면서도 짧은 분량에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 이야기는 사건도 아니고 설명도 아니고 감정인 거죠. 대중이 그 노래의 감정에 교감하게 하는 것이 노랫말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멜로디와 가수에게 맞는 감정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 다른 장르의 글과는 다른 게 분명합니다.
-작사 강의도 하시는데요.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위의 답과 같은데요. 글을 쓰려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노랫말은 멜로디의 흐름을 따라 가사도 표현돼야 하기에 노래를, 음악을 먼저 이해하자 얘기합니다. 곡의 장르에 따라 표현되는 어휘도 달라져야 하니, 내 글 하나 쓴다 생각하면 곡과 따로 노는 가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땐 학원도 없었고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어서 저도 좋은 가사를 쓰는 게 뭔지 몰라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다 알지 못하지만요. 저와 같은 꿈을 꾸는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알기에 제가 이 일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시간만큼을 학생분들이 겪지 않고 조금이라도 지름길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해왔습니다."
-'그래도 돼' 가사에서 파생된 질문입니다. 작사가님은 어느 순간 가장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지나요? 그 부족한 믿음을 채우게 하는 건 무엇입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에 자신을 가장 믿나요?
"제가 가사도 쓰지만, 시나리오 공부도 하고 있어서요. 시간이 참 부족해요. 저희 딸이 계원예고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데 크게 제가 뭘 해주진 않지만 신경도 많이 쓰이고 시간도 아이에게 맞춰서 움직이게 되거든요. 시간에 쫓기고 몸이 힘들면 나약해져요.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자신도 없어지고요. 내가 하고픈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텐데 힘들 때가 많아요. 늘 내가 하고픈 일은 책임감이란 말 뒤로 밀리게 되거든요. 그래도 여태, 늦어도 꾸역꾸역 해내며 살아왔으니 또 언젠간 해내겠지. 노력하면 또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겠지 생각하며 버티고 도전하고 합니다. 제 부족한 믿음을 채우게 하는 건 저의 각오 같아요.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았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생각요. 그래도 돼… 가 제게 하고 싶은 얘기였단 것도 이 때문이죠."
-작사가님이 쓰시고 싶은 메시지나 내용 중 아직 다루지 못한 게 있다면요?
"노랫말은 사랑이 주제인 것이 대부분인데요. 같은 사랑에 관한 내용이지만, 노랫말이든 시나리오든 제가 꼭 다뤄야 할 약속이 있긴 합니다. 18년을 저와 함께 있다 떠난 제 첫 반려견 쫑쫑이에게 약속했거든요. 너의 이야기를, 너의 이름을 꼭 어디든 남겨주리라…^^ 시나리오 습작은 해보고 있는데요, 노래로도 쫑쫑이가 제게 준 무한한 사랑을 꼭 노랫말로 써보고 싶습니다. 저희 아이가 쓴 곡에 쓸 수 있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사가님의 지금까지 인생을 노랫말로 빚어낸다면요. 어떤 내용, 분위기로 쓰고 싶으신가요?
"제가 좀 어렸다면 멋있는 내용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전 즐겁고 재밌는 노래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는 동안 힘들고 슬픈 일이 왜 없겠어요. 저 역시 돌아보면 힘든 기억투성이지만, 사는 게 팍팍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 웃으며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면 좋겠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먼저 가사 써보고 싶다고 말씀드린 가수분들이 계신데요. 그분들이 '노라조'세요. 조금은 망가진 모습이어도 재미와 즐거움을 주시잖아요. 제 보잘것없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가왕' 조용필은 여기에 고품질 안테나도 지니고 있다. 본인 화법을 지닌 싱어송라이터지만 시대에 민감한 그는 현 상황에서 좀 더 섬세하게 곡을 만들고 노랫말을 빚는 창작자가 있으면 작사·작곡도 기꺼이 맡긴다.
11년 만에 발매한 정규 음반인 정규 20집 '20'이 그 증거다. 저마다 무게감을 자랑하는 일곱 곡이 실렸는데 조용필은 '필링 오브 유' 작곡 크레디트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 작사는 모두 다른 작사가에게 맡겼다.
그 작사가들은 임서현·서지음·김이나다. 조용필이 느끼고 생각해 전하고 싶은 내용들을 잘 해석하고 번역해 각자 고성능의 안테나의 역할을 해줬다. 조용필의 뛰어난 곡 해석력과 맞물려 내용의 동심원이 넓게 퍼지면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임서현 작사가는 이번 앨범 타이특곡 '그래도 돼'와 수록곡 '타이밍' 두 곡을 작사했다. "그대 기억이 지난 사랑이 / 내 안을 파고드는 가시가 되어"라는 노랫말로 유명한 밴드 '버즈'의 대표곡 '가시' 작사로 유명한 작사가다.
장혜진 '이연', 샤이니 '포에버 오어 네버', 레드벨벳 '쿨 월드', 노라조 '굿바이 로맨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노랫말을 짓는다. 특히 익숙한 일상을 환기시켜주면서, 얼어붙은 삶의 심장을 박동하게 하는 가사를 써왔다.
조용필과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중요한 건 타이밍(Timing) 지금이잖아"다. 다음은 조용필의 '그래도 돼' '타이밍' 두 곡과 그녀의 작사법 등과 관련 서문을 통해 주고 받은 일문일답이다.
-'그래도 돼'는 조용필 선생님이 간담회 당시 스포츠 경기를 보시고 패자의 마음을 헤아려보시다 아이디어를 얻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사가님과는 주로 어떤 말씀을 나누셨고, 강조하신 지점은 무엇이었는지요.
"처음 곡의 느낌에 대해 '위로'를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스포츠 경기를 보시고 '패자는 좌절하겠지만 누구도 그의 노력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고 또 달릴 수 있다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곡을 들으며,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에 빗대기도 하는 것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은, 때론 실패도 겪고 좌절도 겪으며 이쯤 와있을 것인데, 그런 이들에게 힘이 되는 가사를 구상하던 터라 확신을 갖고 작업을 했습니다."
-작사가님이 우선 설명하신 '그래도 돼' 콘셉트는 '하프웨이(halfway)'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떠올리신 이유는 무엇이었고 이후 스토리텔링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하프웨이'의 사전적 의미는 중간쯤, 불완전한… 등의 뜻을 갖습니다. 긴 삶의 길에서 열심히 달려봐도 모든 일이 제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을 부정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죠. 행복하게 잘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를 모두가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려움 속에 그래도 견뎌내는 방법은 자신을 믿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의 길을 갈 때,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가끔 어긋난 길을 간다고 해도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조용필 선생님께 가사를 처음 보여드렸을 때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후 최종 완성을 위해 얼마나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도요.
"스포츠 경기를 보셨던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셨습니다. 최종 완성을 위해 여러 번 선생님과 회의도 하고 뵌 그 자리에서도 수정을 했습니다. 중간에 공연 준비도 하시고 공연도 있으셨고 해서 그런 기간까지도 포함하면 두 곡 최종 완성하는데 1년 가까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조용필 선생님과 이번이 처음 작업이신 걸로 아는데, 어떻게 작업을 하시게 된 건지요. 이런 거장과 작업은 작사가로서나 개인적으로나 전환점을 안겨주나요?
"예전에 작업도 하고 친분도 조금 있던 대표님께서 소개를 해주셔서 작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작사가로서 조용필 선생님 앨범에 작업한다는 건 무한한 영광이면서 가문의 영광이죠. 제가 다작을 해온 작사가는 아니지만 꽤 오래 작사가로 살았는데요. 저희 엄마는 제가 가사를 써도 가수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그냥 나왔나보다 정도시지 큰 반응을 보이진 않으셨거든요. 근데 조용필 선생님 작업을 하게 된 걸 말씀드렸더니 중간중간 잘 돼가고 있는지도 물으시고요. 곡이 나왔을 때 엄청 칭찬도 해주셨답니다. 조용필 선생님의 파워가 아닐까 싶어요. 작사가로서도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영광입니다."
-'타이밍'은 '그래도 돼'와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이 곡과 관련해선 선생님과 어떤 대화를 주고 받으셨나요?
"선생님께서 이 곡은 재밌게 가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콘셉트가 재밌을까 생각하며 곡을 듣는데 반복되는 곳에 타이밍이라는 말이 잘 붙더라고요. 타이밍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내용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재밌는 노래를 만들자 하시는 선생님이 새삼 위대해 보였습니다. 선생님께선 대중음악의 거장이시잖아요. 저도 대중음악 작사를 하는 사람이고요. 대중음악은 대중을 늘 고려해야 하는데, 가왕의 자리에 계시면 우아하고 웅장한 노래만 해도 누가 뭐라 할 일이 없을 텐데도, 대중의 니즈를 고려하셔서 '재밌게 가자'고 말씀하시는 그 마음이 진정한 대중음악가의 모습 같아서 존경스러웠습니다."
-작곡엔 여러분이 참여를 하셨는데, 작사는 단독으로 조용필 선생님이 다 맡기셨어요. 물론 선생님은 단독 작사가 익숙하시지만,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K팝 업계에선 작사도 여러명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죠. 홀로 작사는 긴 호흡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써가기에 정말 좋을 거 같은데 요즘 대중음악계 작사 생태계를 어떻게 보고 계시고 이런 단독 작사의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제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땐 한 사람의 작사가에게 가사를 의뢰하면 완성될 때까지 수정도 하고 의견도 나누고 했습니다. 물론 까이기도 하지만요. 요즘은 그런 일을 찾아보기 어렵죠. 여러 사람에게 의뢰하는 것은 물론 요청 사항에 맞게 많은 사람이 공모에 참여해 한 사람의 가사가 선택되기도 하고 여러 사람의 가사를 취합하기도 합니다. 저는 옛날 사람이어서인지 한 사람에게 맡기고 수정해가는 과정이 더 정겹긴 합니다. 그런데 장단점은 다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유명한 작가들에게 타이틀곡이나 기회가 몰리는 편이었다면, 요즘은 공모를 통해 신인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반면에 요즘 작사는 만들어지는 느낌이고 예전 작사는 만들어내는 느낌이랄까요.^^ 무엇이 됐든, 후배 작사가님들이 인정받고 대우받으며 작사가로서 살아가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또 선생님 작사에서 귀한 부분은 영어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뉘앙스상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타이밍' 외엔 이번 두 곡은 거의 우리말인데요, 이런 부분도 당연히 의도하신 거겠죠?
"꼭 의도한 것은 아닌데, 굳이 영어를 쓸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썼겠지만요. 노랫말은 멜로디와 가수에게 잘 맞게 쓰는 것이기에 제가 썼다해도 제 것이 아니거든요. 선생님께서 노래하실 때 영어 구절이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선생님의 감정 흐름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니까요."
-작사 영감을 받으실 때 선율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얼마나 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만큼 아주 많이죠. 곡을 들으며 곡이 전하는 이야기를 잡으려 노력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곡이 전하는 이야기를 잡아 가수가 감정을 다해 부를 수 있도록 하는 가사가 좋은 가사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늘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가수마다 어울리는 작사법이 있나요? 평소 가수의 화법도 운율이나 어미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수의 성별, 나이, 장르에 따라 당연히 가사는 달라집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가수가 자신의 얘기처럼 노래하도록 써야 하니까요. 고음에 편한 발음도 있고 멜로디의 빠르기에 따라 편하거나 불편한 발음도 있으니 고려해야 합니다."
-작사가와 가수의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관계라는 걸 정의할 수 있는 사이일까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작사가는 가수가 감정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처럼 부를 수 있도록 가사를 써야 하죠. 퍼포먼스가 있는 곡은 또 가수가 멋있게 표현하도록 써야 하고요. 작사가는 자기가 부를 게 아닌 이상 가수에게 맞는 가사로 만들 수 있어야 하기에… 작사가는 가수의 그림자로 상징되면 어떨까도 싶어요. 드러나지 않지만 가수와 밀접하게 붙어 있어야 하는 존재쯤? 아직 저도 완벽히 그 소임을 이행한다고 볼 수 없어서 계속 노력 중입니다."
-작사가의 길로 어떻게 접어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작사가가 꿈이었어요. 제가 가수들을 너무 좋아해서 그들을 자주 보고 싶은데 연예인이 되기엔… 저도 집에 거울이 있는지라. 불가능할 것 같고 악기를 다루지도 못하고. '그래. 작사가가 돼야겠다' 어린 마음에 결심을 했었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친구 중에 가수가 되고 싶었던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와 서로 누가 먼저 가수가 되든 작사가가 되든 서로 도와주자 약속을 했는데. 그 친구가 가수가 됐어요. 그 친구가 약속을 지키면서 그 앨범에 처음 가사를 쓰게 됐고 그렇게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에겐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다양한 가수, 장르, 내용을 넘나들면서 작사를 하세요. 평소 글감, 영감은 어떻게 수집하고 모으시는지요. 몰입을 하시는지 거리두기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는 일상의 사물이나 현상에, 혹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감정 이입을 잘하려고 노력해요. 달이 밝게 빛나도 그 이면은 어둡고 울퉁불퉁한 표면인 것처럼 세상 모든 것에는 보여지는 것 말고도 품은 다른 면이 있을 거라 생각하려 해요. 거기에 사람이 느끼는 많은 감정을 대입해보기도 하구요. 그런 게 이 일을 직업으로 하며 생긴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것들이 가사를 쓸 때 도움이 되긴 하지만, 진짜 가사를 쓸 땐 가수가 원하는 콘셉트나 멜로디의 느낌을 전적으로 따르려고 합니다. '이걸 써야지'가 아니라 그때그때 곡이 요구하는 가사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작사한 편수는 어떻게 되시나요? 그 중 가장 공감갔던 그리고 가장 힘드셨던 작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많은 작품을 쓰진 못했어요.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았고 물론 제가 잘 쓰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낯도 가리고 약간 수동적이라 같이 작업했던 작곡가나 제작사 분들이 요청하시면 일하는 사람이었어요. 또 언제부턴가는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해서 거기에 집중하느라 가사 쓰는 일을 중단하기도 했고요. 덕분에 첫 시나리오로 공모전에서 상을 받기도 했지만요. '가시'라는 노래가 제겐 의미가 크죠. 제 꿈이, 세상 사람들이 내 노래 하나만 불러줬으면… 이었는데 가시가 많이 알려진 곡이 돼줘서요. 버즈님들에게 늘 감사하는 부분이고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장혜진님의 '이연'이라는 곡을 썼었는데 그 가사는 쓰며 울컥했던 느낌이 있어서 좋아하고요. 가장 힘든 작업은 단연코 조용필 선생님 곡 작업이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공을 들이시고 수정을 하시는 과정에서 힘은 들었지만, 또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나름 가수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쓴다고 해왔다 생각했는데 멜로디의 강약이나 어감에 더 배울 것이 많구나 깨달았습니다."
-노랫말의 영역에 있는 글이 다른 장르와 가장 다른 지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노랫말은 글이지만 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맘껏 할 수도 없습니다. 글자 수가 한정된 멜로디가 존재하고 노래를 부를 가수가 존재하기에 내 맘대로 써 내려갈 수 없어요. 그러면서도 짧은 분량에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 이야기는 사건도 아니고 설명도 아니고 감정인 거죠. 대중이 그 노래의 감정에 교감하게 하는 것이 노랫말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멜로디와 가수에게 맞는 감정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 다른 장르의 글과는 다른 게 분명합니다.
-작사 강의도 하시는데요.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위의 답과 같은데요. 글을 쓰려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노랫말은 멜로디의 흐름을 따라 가사도 표현돼야 하기에 노래를, 음악을 먼저 이해하자 얘기합니다. 곡의 장르에 따라 표현되는 어휘도 달라져야 하니, 내 글 하나 쓴다 생각하면 곡과 따로 노는 가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땐 학원도 없었고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어서 저도 좋은 가사를 쓰는 게 뭔지 몰라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다 알지 못하지만요. 저와 같은 꿈을 꾸는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알기에 제가 이 일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시간만큼을 학생분들이 겪지 않고 조금이라도 지름길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해왔습니다."
-'그래도 돼' 가사에서 파생된 질문입니다. 작사가님은 어느 순간 가장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지나요? 그 부족한 믿음을 채우게 하는 건 무엇입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에 자신을 가장 믿나요?
"제가 가사도 쓰지만, 시나리오 공부도 하고 있어서요. 시간이 참 부족해요. 저희 딸이 계원예고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데 크게 제가 뭘 해주진 않지만 신경도 많이 쓰이고 시간도 아이에게 맞춰서 움직이게 되거든요. 시간에 쫓기고 몸이 힘들면 나약해져요.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자신도 없어지고요. 내가 하고픈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텐데 힘들 때가 많아요. 늘 내가 하고픈 일은 책임감이란 말 뒤로 밀리게 되거든요. 그래도 여태, 늦어도 꾸역꾸역 해내며 살아왔으니 또 언젠간 해내겠지. 노력하면 또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겠지 생각하며 버티고 도전하고 합니다. 제 부족한 믿음을 채우게 하는 건 저의 각오 같아요.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았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생각요. 그래도 돼… 가 제게 하고 싶은 얘기였단 것도 이 때문이죠."
-작사가님이 쓰시고 싶은 메시지나 내용 중 아직 다루지 못한 게 있다면요?
"노랫말은 사랑이 주제인 것이 대부분인데요. 같은 사랑에 관한 내용이지만, 노랫말이든 시나리오든 제가 꼭 다뤄야 할 약속이 있긴 합니다. 18년을 저와 함께 있다 떠난 제 첫 반려견 쫑쫑이에게 약속했거든요. 너의 이야기를, 너의 이름을 꼭 어디든 남겨주리라…^^ 시나리오 습작은 해보고 있는데요, 노래로도 쫑쫑이가 제게 준 무한한 사랑을 꼭 노랫말로 써보고 싶습니다. 저희 아이가 쓴 곡에 쓸 수 있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사가님의 지금까지 인생을 노랫말로 빚어낸다면요. 어떤 내용, 분위기로 쓰고 싶으신가요?
"제가 좀 어렸다면 멋있는 내용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전 즐겁고 재밌는 노래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는 동안 힘들고 슬픈 일이 왜 없겠어요. 저 역시 돌아보면 힘든 기억투성이지만, 사는 게 팍팍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 웃으며 듣고 부를 수 있는 노래면 좋겠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먼저 가사 써보고 싶다고 말씀드린 가수분들이 계신데요. 그분들이 '노라조'세요. 조금은 망가진 모습이어도 재미와 즐거움을 주시잖아요. 제 보잘것없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