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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종자를 파괴해 미래를 지워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또다른 전쟁의 목표라고 보도한 기사의 첫 문장이다.

지난 5월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립 유전자은행이 있는 하르키우의 유리에우연구소를 폭격해 수만종의 희귀 종자가 파괴됐다.

유리에우연구소는 역사가 깊은 곳이다. 모태가 된 기관이 처음 설립된 것이 1908년이다. 유라시아의 곡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서유럽 근로자들을 먹여살릴 때다. 하르키우 대학가에 자리한 유전자은행은 16만여종의 식물과 곡물 종자가 보관돼 있었다.

러시아가 이곳을 폭격한 것은 고의적이다. 우크라이나의 올해는 물론 앞으로 수십년 동안의 농사를 망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유라시아의 곡물은 전쟁으로 전세계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국제적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농장, 농기계, 농업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전쟁의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점은 러시아 군사 전략의 핵심의 하나다.

체르놈젠(Chernomzen)이라는 유라시아의 비옥한 흑토지대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있다. 긴 경작기간과 충분한 강수량 덕분에 밀, 옥수수, 기름종자, 사탕무 등 식량 원자재 재배에 이상적이다.

우크라이나 농장을 파괴하면 우크라이나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반면 러시아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곡물 구매자들에 대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세계 지도자들이 주목해야할 4가지 형태의 피해가 있다.

우선 도둑질이다. 러시아군은 컴바인, 트래터 등 각종 농기계를 약탈해 러시아와 러시아 점령지로 옮겨왔다.

또 지난 여름 수억달러 상당의 수백만t의 곡물과 기름종자를 우크라이나 동부 곡물 창고에서 약탈했다.

두번째는 올해 농사를 망가트리는 것이다. 봄 밀, 옥수수 등 많은 산업 작물이 봄서리가 가시는 3월말에 파종된다. 올해는 이 시기가 전쟁 초기 몇 주와 겹쳤다. 전쟁이 일으킨 혼란으로 종자, 비료, 연료 등 핵심 투입요소의 공급이 부족해졌다. 또 많은 농업 근로자들이 참전하거나 피난했다. 이 때문에 파종과 재배, 수확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수확기가 임박하자 러시아군이 불을 질렀다. 특히 도네츠크, 미콜라이우, 헤르손 지역에서 그랬다. 우크라이나 전체적으로 약 7만헥타아르 면적의 수십만t 곡물이 지난 7월 한달 동안에 불탔다.

전쟁으로 농업 인프라스트럭쳐가 크게 파괴된 것이 세번째 피해다. 농지를 폭격하고 지뢰를 심고 농기계와 관개수로, 저장시설, 운송 인프라를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관개농지의 3분의 1 가량이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 있는데 이 곳을 러시아군이 상당부분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곡물 이송장치와 수출터미널도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 3위인 니콜라에우 해상 곡물항 "니카-테라'를 미사일로 공격해 곡물 터미널을 파괴했다.

네번째는 우크라이나 식량 및 곡물 수출의 주 경로인 흑해 및 아조우해를 봉쇄한 것이다. 지난 해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약 4500만t의 곡물과 콩류 대부분 해상으로 수출됐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농산물 최대 수입국이며 유럽연합(EU)가 두번째로 큰 시장이다.

전쟁 초기 수백만t의 곡물이 선적되지 못한 채 저장돼 있으면서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7월22일 오데사, 코르노모르스크, 피우데니 등 우크라이나항구에서 흑해를 통과하는 "곡물 통로"를 열기로 합의해 곡물과 기름종자 등 작물의 수출이 재개됐다.

그러나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의 해상봉쇄 때문에 다른 항구를 통한 운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개 항구를 통한 수출량은 월간 수백만t 규모여서 올해 생산량만 수출이 가능하다.

유리에우연구소 폭격에서 보듯 우크라이나 농업을 겨냥한 러시아의 장기적 전쟁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유리에우 종자은행 및 주요 저장, 운송, 수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농업은 전쟁 이후 장기간 전망이 어둡다.

농업 자산을 파괴하는 건 전통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온 경제 부분을 파괴하려는 계산된 의도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농업이 중요하고 토지가 비옥하다는 걸 잘 안다.

거의 100년 전 소련이 농장집단화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농부들을 상대로 잔혹한 전쟁을 벌여 대기근이 발생하고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고 농업이 파괴됐었다.

1930년대와 비교하면 우크라이나 농부들과 들판은 지금 훨씬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국립유전자은행의 소중한 희귀 종자들이 파괴됐더라도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파종하고 수확하고 다시 수출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우리를 파묻으려 하는 저들은 우리가 씨앗임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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