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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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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기한이 이미 일주일 지났다.

노사 간 가장 큰 시각차를 보였던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표결 과정에서 벌어진 노동계의 돌발행동으로 경영계가 회의 불참을 선언하면서 최장 심의기록을 갈아치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경영계와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최임위 사용자위원들은 오는 4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8차 전원회의에 불참한다.

이는 7차 전원회의에서 있었던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돌발행동'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지난 2일 회의 당시 업종별 차등적용 표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최임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임위는 투표용지를 재출력해 표결을 완료했고, 이후 위원장과 민주노총은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영계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렇게 회의 진행과 절차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민주노총의 돌발행동과 이에 대한 최임위의 미온적 대응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8차 회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본부장은 "최임위가 민주노총의 표결 진행 방해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는데, 이것이 다시 되풀이돼선 안되기 때문에 저희가 항의를 하는 것"이라며 "이 위원장이 사과를 했으나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선 최임위는 경영계 불참에도 회의는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 심의는 차질이 불가피 해 보인다.


최저임금 심의는 매년 3월 말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하면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에서 90일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하지만 심의기한 준수가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의무가 아니어서 심의기한을 넘기는 늑장 심의가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110일'이라는 역대 최장심의 기간을 기록한 지난해 심의 때보다 상황이 더 녹록지 않다. 제13대 최임위가 5월14일에야 구성돼 같은 달 21일에 첫 회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장 심의를 기록한 지난해 최임위 1차 전원회의(4월18일)보다 1개월 가량이 늦다. 지난달 27일이었던 법정 심의기한은 이미 7일 넘겼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 논의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심의의 경우, 최임위 근로자위원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노정갈등 등 악재가 거듭됐지만 6월22일에 최초요구안이 제시됐다.

이를 의식한 듯 이인재 위원장도 지난 5차 회의에서 노사 양측에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을 내달라고 요청했고, 늦어도 7차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를 마무리한 뒤 인상 수준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노동계도 이에 맞춰 최초요구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돌발행동으로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었고, 회의는 '빈손'으로 산회했다.

최임위는 경영계 불참에도 8차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임위 관계자는 "실질적인 논의나 의결을 못할 뿐 회의는 예정대로 열린다"며 "이후에도 불참한다고 하면 참여를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계가 남은 모든 회의를 '보이콧' 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최저임금법상 내년도 최저임금 등 주요사항을 의결할 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각 3분의 1 출석이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하지만,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의결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의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최임위는 지난 7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매해 최임위에서 노사가 가장 크게 대립하는 주제 중 하나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도입된 뒤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최저임금이 단일 적용되고 있다.

노동계는 특정업종에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게 되면 '낙인효과'가 발생해 성별, 지역별 임금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일부 업종에라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매해 최임위에서는 표결에 부쳐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도입이 무산됐고 올해 역시 같은 표 차이로 부결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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