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0
  • CoinNess
  • 20.11.02
  • 6
  • 0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배우 주상욱(44)은 KBS 1TV 종방극 '태종 이방원'으로 사극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 제2의 최수종이라는 수식어만큼 감사한 것이 없다. 5년 만에 부활하는 대하사극이라는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주상욱만의 '이방원'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앞서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방원을 연기한 배우들과 경쟁하지 않았다. '태종 이방원'이 조선 3대 왕 태종을 넘어 인간 이방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조명했듯 주상욱 역시 조선 왕조를 한 가족의 이야기로 접근했다. 이후 또 다른 이방원이 또 나올 테지만 멋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영광스럽다고 했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 이방원 역을 맡았다고 하니 유동근, 안재모, 유아인 세 배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분들을 이기려 들지 않았어요. 우리 드라마만의 색깔로 이방원을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왕들이 전쟁하고 서로를 죽이는 것보다 왕이 된 다음 아내와 아들, 가족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재밌게 풀어냈어요. 그 부분이 이방원을 다룬 기존 사극과 달라 신선하지 않았을까요. 32회가 아니라 40회, 50회만 됐어도 좀 더 할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정말 아쉬워요."

홀로 청년, 중년, 노년의 이방원을 연기했다. 고려 말 새로운 조선을 꿈꾸던 젊은 관리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왕, 왕위를 물려주고도 여전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상왕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 한정된 회차 안에 이방원의 생애를 모두 그려내야 하기에 전개가 빠를 수 밖에 없었다. 한 회 안에 수년이 흐르고 인물이 두 명씩 죽어 나갔다. 극 중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흥미로웠다.

"자고 일어나면 3년, 5년 이렇게 지나 있어요. 노년기까지 연기하는 건 처음이에요. 아무리 분장한다고 해도 보는 사람은 낯설다고 느낄 수 있어요. 걱정이 많았는데 수염을 붙이고 아들들도 나오니 점점 괜찮아졌어요. 젊을 때는 철없고 패기 넘쳤어요. 초반에는 기존의 이방원과 다른 모습이라 제가 생각해도 어색했어요. 그래도 왕이 되고 상왕이 되니 점점 괜찮아졌어요. 아들들이 다 크고 죽을 때까지 기간을 연기할 때 가장 재밌었어요."


극 중 이방원은 아버지 태조 '이성계'(김영철)의 인정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인물이다. 계모의 차별, 이복형제들과 갈등, 아버지의 냉대 등 각종 수난을 겪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데 자꾸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이방원의 심정에 저절로 몰입했다. 그는 "이방원의 마음이 이해됐다. 정말 열 받더라. 시청자들의 몰입을 위해 더 억울하게 연기한 부분도 있다"며 "그런데 나중에 아버지가 됐을 때 내 아들도 내게 똑같이 하더라. 아들일 때도 화가 나고, 아버지일 때도 화가 났다. 현실이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나중에는 이성계가 이해됐다"고 털어놨다.

극 초반 이방원을 K-직장인에 비유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재미있는 사진·영상·그림 등 콘텐츠를 통칭하는 말)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아버지 이성계가 반란을 일으켰는데도 입궁해야 하는 관리의 서러움이 오늘날 직장인의 모습과 닮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상사들에게 따돌림당하는 이방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라"는 장난 반 진심 반 조언이 이어졌다. 주 시청 연령층이 높은 대하사극이 밈으로 사랑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직장인 밈에 힘입어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드라마 TV화제성 순위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세트장에서 촬영하며 첫 방송을 봤어요. 기대 이상이었어요. 드라마, 영화는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이슈가 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처음에는 대하사극이고 시청 연령층이 높다 보니 화제성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웬만한 미니시리즈 정도로 이슈가 됐어요. 저도 직장인 밈을 봤는데 재밌는 짤(어떤 말이나 느낌을 대신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 정말 많았어요. 시대가 변해서일까요.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본다는 게 정말 새롭고 뿌듯했어요."

극 중반까지 이방원의 정치 행보가 중심 내용이라면 후반부에 들어서는 원경왕후 '민씨'(박진희)와의 갈등이 전면에 부각됐다. 정치적 동반자이자 사랑하는 부부 사이였던 이방원과 민씨는 왕권 강화를 위해 민씨의 동생들이 숙청되며 깊은 골이 생겼다. 민씨 집안은 이방원을 왕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지만 동시에 견제해야 할 외척이었다. 민씨는 자신의 가문과 선을 긋는 이방원에게 "서방님은 제가 키운 사람이니 혼자 갖겠다는 생각은 버리십시오. 이 조선의 절반은 제 것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장부였다.

주상욱은 민씨를 연기한 박진희와 드라마 '자이언트' 이후 12년 만에 재회했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호흡은 완벽했다. "중반까지만 해도 사건의 중심에 민씨가 없었다. 극 후반 이방원이 왕이 되고 서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PD님이 그 순간을 위해 박진희 배우를 캐스팅한 것 같다"며 "이방원과 민씨의 갈등이 진짜 하이라이트였다. 시간이 없어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줘야 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서로 물어보고 배려하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 이성계로 분한 김영철로부터 연기 가르침도 받았다. 주상욱은 "김영철 선배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사극 신의 단계에 오른 분이다. 초반에 많은 연기 조언, 가르침을 얻었다"며 "사극에 처음 출연하는 '강씨' 역 예지원 누나를 위해 김영철 선배님이 옆에서 하나하나 가르쳐줬다. 저와도 무척 호흡이 좋았다. 자기 것만 연기하면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촬영장에 갈 때마다 정말 즐거웠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캐릭터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호평받으며 시청률도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그러나 7회 방송에서 말 학대 논란이 발생하면서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썼다. 지난 1월 동물자유연대가 '태종 이방원' 촬영 중 와이어에 발이 걸려 강제로 넘어지는 말 영상을 공개했다. 촬영 1주일 후 말은 목숨을 잃었고, 드라마 촬영장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가 공론화됐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를 규탄하는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다. 말 학대 논란 관련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게시돼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민원도 900건 넘게 접수됐다.

KBS는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얻겠다"며 사과했다. 방심위는 지난달 19일 회의에서 '태종 이방원'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말 학대 논란 여파로 약 한 달간 결방하면서 11%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8%대까지 떨어졌지만 차차 회복해 11.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마무리했다. 주연 배우로서도 뼈아픈 논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결방 기간 동안 지인들도 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정말 죄송한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마음이 타들어 갔다"며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재개되고 잘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주상욱은 1998년 KBS 1TV '신세대 보고 -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했다.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1999) '에어시티'(2007) '그저 바라보다가'(2009) '선덕여왕'(2009) '자이언트'(2010) '신들의 만찬'(2012) '굿 닥터'(2013) '앙큼한 돌싱녀'(2014) '화려한 유혹'(2015~2016) '대군-사랑을 그리다'(2018) '터치'(2020),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2008) '간기남'(2012) '조선미녀삼총사'(2014) 등에서 열연했다. 24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동료 배우 차예련과 부부의 연을 맺고 딸도 품에 안았다. 과거에는 댄디한 이미지의 실장님 등으로 분해 멜로 연기를 주로 선보였지만 이제는 캐릭터 위주로 작품을 선택한다.

"예전에는 상대 배우와 연애하는 멜로물이 많이 들어왔어요. 나이를 먹으니 자연스럽게 그런 작품에는 잘 캐스팅되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연애보다는 캐릭터가 부각되는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어요. 적절한 타이밍에 '태종 이방원'을 만날 수 있어 기뻐요. 꼭 왕이 아니더라도 역사 속 인물을 다시 연기하고 싶어요. 사극이 정말 재밌었고 앞으로 사극에서 자주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끝까지 관심 가지고 지켜봐 준 시청자들에게 정말로 감사해요."

차기작은 tvN '환혼'이다. 역사와 지도에 없는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 때문에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별 출연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줄 예정이다. "초반 10분 정도 나오고 과거 회상으로 계속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 역할이다. 매회 시작할 때 어떻게 태어났는지, 환혼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저는 사라진다"며 "그 뒤에 아이들 사이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사극 배경이지만 판타지 멜로 느낌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eh@newsis.com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전국 휴대폰성지] 대한민국 TOP 성지들만 모았습니다.

대법원 특수 감정인 자격을 갖춘 데이터 복구 포렌식 전문

해산물 싸게 먹으려고 차린 회사! 당일배송! 익일도착! 주앤주프레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