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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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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인트로를 지나 첫 트랙 '판도라스 박스(Pandora's Box)'부터 입체감이 생생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j-hope·정호석)이 "내 영혼이 다듬어지며 생기는 모토와 바이브"라고 읇조릴 때 깔리는 신시 사이저의 쨍한 몽환성과 낮은 음역대 질감이 직조돼 사운드가 촘촘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지난 29일 정식 발매된 제이홉의 첫 정규 앨범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위버스 앨범(Weverse Albums)은 '백문이 불여일견(見)', 아니 '백문이 불여일청(聽)'이었다. '백문'에 '문'의 한자는 '들을 문(聞)'을 쓴다. 그러니 '볼 견(見)'이 아닌 '들을 청(聽)'을 사용한 건 '듣는 것보다 듣는 것이 낫다', 즉 '괴변'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근데 문(聞)은 인지를 뜻하는 히어(hear)에 가깝고, 청(聽)은 귀를 기울인다는 리슨(listen)과 친하다. 그러니까 제이홉의 위버스 앨범이 단순히 듣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귀를 기울이게 한다는 뜻이다.

하이브(HYBE)가 제작한 '위버스 앨범'엔 일단 실물 CD가 없다. 포토카드, QR코드 등만 담긴 초경량 포장은 흡사 딱지를 접어놓은 것 같다.

QR코드를 인식해 스마트폰에 내려 받은 위버스 앨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앨범 전곡과 사진 콘텐츠 등을 감상하는 형식이다. 포토카드는 물론 사진집, 화려한 패키지 등 다양한 구성으로 듣는 재미보다 보는 재미를 꾀한 기존 K팝 음반 형태가 아니다.

이미 위버스 앨범처럼 스마트폰 앱 플랫폼을 사용해 듣는 형태는 다른 회사에서 출시됐다. 위버스 앨범 형태도 하이브 레이블즈 내에서는 '프로미스나인'과 '세븐틴(SVT)'이 먼저 냈다.

그렇다면 제이홉의 위버스 앨범을 왜 더 톺아봐야 하는가.

많은 곳에서 실물 CD의 환경 유해성을 지적하며, 친환경적인 행보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물론 이 부분도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음반의 본령이 물성이 아닌 그 음악 자체라는 걸 증명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하이브가 위버스 앨범의 특징 중 하나로 내세우는 건 "CD 앨범과 동일한 고품질의 음원"이다. 실물 CD가 굿즈가 되고 실상 노래는 음원사이트를 통해 듣는 흐름에서, 사실 K팝 팬이 CD급(16비트 44.1㎑) 음질을 듣기는 힘들었다. 다행히 최근 일부 음원사이트에서 고음질이나 돌비애트모스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번 제이홉의 위버스 앨범 사운드의 질감은 CD와 맞먹는다. 지글거림이 덜한 건 물론 베이스 영역의 사운드가 선명하다. 더블 타이틀곡 '모어(MORE)'와 '방화(ARSON)' 역시 모 음원사이트 일반 음질로 들었을 때보다 더욱 생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제이홉의 이번 위버스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운드는 '왓 이프…(What If…)'. 올드스쿨 힙합 풍의 곡이자 199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힙합그룹 '우탱클랜'에서 활약한 스타 래퍼 오디비(올 더티 배스터드·Ol' Dirty Bastard)의 '시미 시미 야(Shimmy Shimmy Ya)'를 샘플링한 이 곡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비트가 깔리고 그 위에 다양한 층위의 사운드가 스며들어 있다. 위버스 앨범은 이를 다 포착해냈다.

역시 올드스쿨 풍의 힙합으로 세련된 사운드가 돋보이는 '=(Equal Sign·이퀄 사인)'은 최근 제이홉이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의 유튜브 콘텐츠 '팔레트'에 출연해 그녀와 함께 부른 곡인데, 라이브 밴드 못지 않은 생생함이 위버스 앨범을 통해서도 느껴졌다.

방탄소년단의 메인 댄서인 제이홉이 '잭 인 더 박스'에서 자신의 장기인 춤을 내세우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채로운 사운드가 그 대신 군무를 펼쳤기 때문이다. 위버스 앨범은 그를 증명한 것이다.

솔로 활동 병행이 주요 골자인 방탄소년단 2막의 선두주자인 제이홉은 '잭 인 더 박스'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예고했다. 음악이든 음반 발매 형태든 모든 면에서 그걸 증명해나가고 있다.

'잭 인 더 박스'는 실물 CD가 없음에도 지난 15일 음원 공개 이후 30일 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200'에서 17위를 차지했다. 뒤늦게 발매된 제이홉의 위버스 앨범은 실물 CD가 없어 '빌보드 200'의 전통적인 음반 판매량 점수에는 합산이 되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음반 판매량으로 환산한 TEA(track equivalent albums), 스트리밍 횟수를 음반 판매량으로 환산한 SEA(streaming equivalent albums)에 일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이홉의 '잭 인 더 박스'는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닌 내용물 그 자체라는 걸 노래한다. 음악이라는 수식을 달았으나, 물성을 가진 생산물에 자칫 가려질 수 있었던 본질에 집중하는 전략. 하이브의 방탄소년단 소속 레이블 빅히트 뮤직이나 제이홉은 이렇게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음악 본질에 집중하는 묘를 발휘한다. 제이홉이 불을 지핀, 이런 형태의 신(scene)이 이제 달궈질 태세다. 그래 맞아요, 제이홉. "라이트(Right), 네가 바로 불을 지폈지."

위버스 앨범의 간소한 포장은 간단한 아이디어로 유희도 맛 보게 해준다. 2차원의 포장 종이를 3차원의 '잭 인 더 박스'로 만들 수 있다. 제이홉의 이번 앨범 제목 '잭 인 더 박스'는 상자를 열면 인형 등이 튀어나오는 장난감을 뜻하니, 이보다 적절한 시각적 구현은 없다. 제이홉은 이번에 미국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커즈)와 협업해 커버를 완성했다. 카우스는 아트 토이의 대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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