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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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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이제훈(39)은 젊은 수사반장이 되기 위해 최불암(83) 영혼까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습관, 제스처 등을 막연하게 따라했지만, '외모가 닮지 않아서 납득이 될까?'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박영한' 형사의 냉철한 모습뿐 아니라 인자하고 코믹한 면, 평소 생각·태도 등을 담으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와 KBS 1TV '한국인의 밥상'(2011) 등을 찾아보며 연구했고, 최불암 특유의 '파하~' 웃음소리까지 소화했다.

"사실 최불암 선생님 웃음소리를 따라하는 게 맞나 싶어서 걱정이 많았다. 수사반장과 최불암 선생님의 전매특허 아니냐. 다른 액션, 습관 등은 따라하지 않더라도, '이건 했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냈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다들 잘 봐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원작을 다 챙겨봤다. 인상을 찌푸리고 흡연하는 신이 굉장히 많더라. 선생님이 담배 연기 조언을 많이 해줬지만, 여건상 활용하기 어려웠다. 선생님이 범죄자를 마주할 때 보여준 강렬한 눈빛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MBC TV 종방극 '수사반장 1958'은 수사반장(1971~1984·1985~1989) 종방 후 35년 만에 선보인 프리퀄이다. 기존 수사반장이 1970~1980년대를 다뤘다면, 이번엔 10년 앞선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 이제훈은 최불암이 맡은 형사 '박영한' 반장의 청년시절을 연기했다. 1회 10.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마지막 10회 10.6%로 탄탄한 시청층을 유지했다.

이제훈은 "MBC 드라마지만, 홍보를 위해 '한국인의 밥상에 나가겠다'고 했다"면서 "응해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좋다고 하면 나가고 싶다. KBS 기다리고 있겠다"며 웃었다. "최불암 선생님으로 시작해 마무리까지 함께 해 감동적이었다"면서 "10부에서 선생님의 실제 이야기가 녹아서 표현되다 보니 현실인지, 드라마 내용인지 분간 안 될 정도였다. 선생님도 연기를 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덕분에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선생님이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하더라. 첫 촬영 때 손자 '준서'로서 마주했다. 극본에는 쓰여있지 않았지만, 헤어질 때 안으면서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짧은 시간에 잘 해석했다'고 해 용기를 얻었다. 그 순간 만큼은 연기한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다. 작년 10월에 좀 아파서 한 달 간 촬영을 쉬었을 때도 건강을 염려해줘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선생님을 보면서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수사반장 1958는 과거에 한정하지 않고, 현 시대와 맞닿아있는 소재를 다뤘다. 주가 조작 사건을 비롯해 아동학대, 촉법소년 등까지 녹여 몰입도를 높았다. "1960~1970년대를 흘러 지금으로 이어졌는데, 드라마에서 보여준 사건·사고들이 동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름 돋았고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이런 사회 문제가 반복되는 걸 보고 생각할 거리를 남겨둬야겠다 싶었다"며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싶다. 최소한 배우니까 작품으로 발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요즘 사회적인 현상이 영향을 미치다 보니 사건·사고를 더 들여다 본다. 관심이 많아졌고, 흥미도 느낀다"며 "앞으로 작품을 선택하는데도 연결 짓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모범택시' 시즌1·2(2021·2023)와 수사반장을 통해 정의로운 캐릭터 이미지가 굳어져 걱정되는 부분은 없을까. 사생활 관련해서도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부담스럽기보다 그런 부분을 좋아해 선택한 것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니즈가 있어서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캐릭터 자체가 히어로로 비춰지는게 있는데,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써내려 갔으면 좋겠다. 정의로운 캐릭터와 반대로 악인으로 표현해 접근하면 더 흥미를 느낄 것"이라며 "나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 나쁜 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구별 짓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인물도 매력있다. 그동안 정의를 구현하는 캐릭터를 했다면, 앞으로 반대되는 캐릭터를 찾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그널'(2016) 이후 형사 역을 많이 제안 받았지만 안 했다. 반복해서 보여주면 기시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그널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컸다. 형사 역 제안을 받았을 때 '사람들한테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수산반장은 그런 부분에서 남달라서 선택했고, 이 작품을 하다보니 형사 캐릭터를 할 수 있는 장벽이 더 두터워졌다. 공교롭게도 김은희 작가님이 시그널2 극본을 쓴다고 해 기대하고 있다."


종남경찰서 형사 '김상순' 역의 이동휘(38)와 케미스트리도 빛났다. 이동휘는 수사반장 1958 출연 결정 후 이제훈이 세운 컴퍼니온과 계약을 맺었다. 대표와 소속 배우로 호흡해 의미가 남다를 터다. "내가 먼저 작품을 제안하진 않았고, 김성훈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다"며 "'카지노'에 특별 출연했을 때 마지막에 맞닥뜨렸고, 내가 단편영화를 연출했을 때 배우로 캐스팅한 적이 있다. 이전에 영화 제작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번 보고, 동년배라서 겹치는 것도 많았다. 이번에 함께 작품을 하면서 소속사 부재 이야기를 듣고 서포트하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이동휘씨 컨디션, 스케줄 등도 보게 되더라. 이런 경험을 처음 하다보니 재미있었다. 내가 대사 실수를 하거나, 동휘씨가 그럴 때 유독 신경이 쓰였다. '컨디션이 안 좋나' '잠을 많이 못 잤나' 싶더라. 밤을 새서 같이 촬영하고 예능을 찍어야 했다. 배우로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데, '소속 배우가 그러니 맞는 건가?' 화가 나면서도 주어진 환경에서 '프로페셔널하게 해야 한다'고 다독였다.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고 이동휘씨가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컴퍼니온을 설립한 지 3년째로, 대표로서 고민도 많다. 계속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 지칠 법도 한데, 차기작도 확정한 상태다. 곧 안판석 PD의 '협상의 기술' 촬영을 시작하고, 7월 초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 개봉도 앞두고 있다. "함께 하고 싶었던 안판석 감독님을 만나서 가슴이 떨린다"며 "탈주는 모든 걸 갈아서 넣은 작품이다. 더 이상 나의 모습을 갈아 넣은 작품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내가 활동해야 굴러가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작품이 이어지는데, 텀이 생기거나 개인적인 휴식이 필요하면 매니지먼트 운영이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이 고민이고 딜레마다. 내가 작품을 해야 운영이 될 텐데, 배우로서 영향을 미친다면 매니지먼트를 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수익을 위해 억지로 일을 하는 게 '배우로서 맞는 건가?' 싶은데, 아니라는 생각이다. 배우들이 활동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최소한 꿈을 잊지 않고 월급을 잘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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