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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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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결 인턴 기자 = "자본주의에서 (계급을) 무너뜨릴 수 있나요. 불가능하죠. 근데 사이다를 주면 고민을 안 하잖아요.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자는 거죠."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인터뷰에서 한재림(49) 감독은 '통쾌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말에 "자본주의는 사실 그럴 수 없다. 대리 만족을 주라는 것이고 허상을 주라는 건데 저희는 줄 수가 없다. 그게 저희 주제다. 그러니까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해보자는 거다. 근데 사이다를 주면 고민을 안 한다. 그냥 여기에 만족하면서 끝나니까"라고 답했다.

'더 에이트 쇼'는 배진수 작가가 2018년 내놓은 웹툰 '머니게임'과 2020년 발표한 '파이게임'이 원작이다.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공간에 갇힌다. 시간이 쌓이면 돈이 늘어난다. 처음에는 다같이 힘을 합쳐 이곳을 탈출하기 전까지 각자 최대한 많은 돈을 모으기로 의견을 모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 욕망이 드러나며 신뢰는 바닥난다.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이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 에이트 쇼'는 이와 함께 영상 매체의 자극성과 재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처음엔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합쳐서 8명이 얘기하는 걸 만들자고 했어요.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이들이 (주최 측에) 재미를 주려고 하는 장면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거기서 이입이 딱 됐죠. 우리가 어떻게 관객들에게 사랑 받을지 고민하는 것과 같았으니까요."

그러면서 한 감독은 현시대를 도파민의 시대라고 했다. 그는 "여기 나오는 8명도 '자극의 속도를 조절해야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다. 나는 관객에게 어떤 재미를 줘야 하는가. 예전엔 그래도 작품을 대할 때 재미와 의미, 작가의 개성을 지켜봤는데 지금은 재미가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관객이 도파민에 빠지는 상황에서 내 작품은 어떤 지점에 서있을 것인가. 어떤 장면에서 관객이 쾌감을 느끼는지 알지만 재미를 위해서, 자극을 위해서 장면을 남발해도 되나 싶다"라며 재미의 적정치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한 감독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과 조명을 활용한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인다. 다만 작품 내에 쓰인 알록달록한 색감이 '오징어 게임'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한 감독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제가 생각할 때 '오징어 게임'은 동심을 표현했어요. 그런데 계단이라는 건 클래식한 계급의 상징이죠. 등장 인물이 원하는 욕망의 목적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갖고 싶은 것들, 먹고 싶은 것들이 다 가짜인 거죠. 이 아이러니한 쳇바퀴가 자본주의 시스템이라고 봤어요. 의상도 그에 따라서 '진짜 같은 가짜' 콘셉트로 만들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작품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온전히 운에 따라 결정되는 계급과 그에 따라 일어나는 폭력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얘기다. 딱 떨어지는 결말도 없다. 운 좋게 8층을 선택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8층'이지만 벌을 받지 않는다. 냉혹한 결말이다. 한 감독은 "자극이라는 것이 보기에 불편하다, 바로 그걸 말하는 거다. 보기에 쾌감이 느껴지고 편하면 불편하지 않다. 자극적이라고 안 하고 사이다라고 한다"며 "이 재미의 끝에는 불편함이 있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 클릭을 얻기 위해서, 이런 것에 대한 풍자"라고 말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 주제로 대화를 많이 했어요. 다들 느끼시겠지만 요즘엔 (콘텐츠의) 가치가 완전히 재미를 향해 있죠. 다만 누구도 그런 고민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아요. 물론 저도 관객이 좋아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를 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거죠. 사이다만 추구한다면 도파민의 세상이 되고,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akky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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