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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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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어느 날 갑자기 삼겹살 맛집 사장님이 배우가 됐다. 삼겹살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그 시장에서 1등 하자'는 마음을 먹고 사업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고, 삼겹살을 팔아서 연매출 100억원을 찍었다. 생선회, 뼈다귀해장국 가게까지 확장하며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였지만, 뒤늦게 연기에 도전해 의아함을 샀다. 최근 tvN 월화극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로 데뷔한 피터(34·서재학)다.

"'한 번 사는데 놓친 게 없을까'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 연기자를 꿈꿨다. 무작정 사업을 시작했을 때 다 반대했지만,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방법을 찾았다. 연기도 사업처럼 똑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남들보다 시작이 늦고, 나이도 많고 약점도 있지만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장사할 때는 말단 종업원부터 일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연기는 막막했다. 3년 전부터 연기 수업을 들으며 차근차근 준비했다."

이 드라마는 사기꾼 '강하리'(송승헌)와 해커 '임병민'(이시언), 파이터 '도진웅'(태원석)이 가진 놈들을 시원하게 털어버리는 이야기다. 피터는 2회에 클럽 매니저로 등장했다. 보디가드 면접에서 '도진웅'(태원석)에게 "이 정도면 태릉에 있어야지~여기 어떻게 왔대"라며 감탄했다. "오늘부터 같이 일하는 거야? 오늘부터 1일 약속"이라고 해 웃음을 줬다.

애초 이 역은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였지만, 현장에서 남녀 성(性) 구분이 따로 없는 '젠더리스'로 바뀌었다. 소재현 PD가 '젠더리스로 가보자'고 했다며 "갑자기 캐릭터가 바뀌어 집에 가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촬영 현장 자체가 처음이라서 너무 긴장됐다. 단역이지만 카메라가 비추고, 스태프 모두 나를 바라보니 미치겠더라"면서 "계속 '집중해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감독님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은데, 홍석천 형 같은 느낌 있잖아'라고 얘기해줬다. TV에 나오는 홍석천 형 이미지를 계속 그리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주연도 아닌데 애드리브를 했다. 태원석 선배 면접을 볼 때 몸이 정말 탄탄해 보이더라. 재킷을 열고 허벅지, 다리 등을 쓰다듬으며 '피지컬이 살벌하시다'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애드리브를 했는데, 선배가 다 받아줘서 감사하다. 이후 (태원석에게) 묶여 있는 상황에선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사실 연기할 때 극본을 외우고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할지 그리는데, 너무 집중하고 긴장해 뭘 했는지 기억이 없다."

데뷔작에서 주목 받기 쉽지 않은데, 개성 강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었다. "촬영한 지 1년 정도 됐다. 난 방송으로 못 보겠더라"면서 "10년 만에 연락 온 친구도 있다. '분량이 짧아서 알아볼까?' 싶었지만, 연락이 와 신기했다. '너 맞냐. 왜 갑자기 연기하느냐' '저런 역 어떻게 연기했냐' '진짜 동성애자 아니냐. 자연스럽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멋있는 역을 맡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텐데 "실망할 건 없다. 배우는 극중 그 역할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가장 멋있다"는 주의다.

"극에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만 하자'고 생각했다. 100점 만점에 60점을 주고 싶다. 아직 연기 초보라서 아쉬운 점이 많다. 잘 느끼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고 싶다. 이번에 몰입하는 순간이 조금씩 깨지고,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해 아쉬웠다.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줬다. 당시 감독님이 촬영이 생각보다 잘 안 돼 기분이 안 좋았다고 하더라. 조감독님이 '잘 했다. 재미있게 신 마무리해서 감독님도 좋아한다'고 해줘서 기뻤다."

'계속 젠더리스 역 제안이 오면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엔 "난 정체성이 그쪽은 아니"라며 웃었다. "그 순간 태원석 선배 몸이 아름다워 보였다. 나도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선배는 그냥 '몸이 좋다'가 아니라 '아름다운 형체로 다듬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젠더리스 역을 또 맡으면 좀 더 연구해 잘 표현하고 싶다. 이번에는 갑자기 하게 돼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플레이어2는 세 번째 오디션 만에 합격한 작품이다. 임성한 작가의 '아씨두리안'(2023)이 첫 오디션이었다며 "당시 너무 떨어서 '발연기'를 했다. 너무 긴장하면 국어책 읽듯이 말하게 되더라. 오디션에서 몇 번 떨어지고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대사를 하려고 해서 그런 것 같다. 플레이어2 오디션에선 연기를 잘 하려고 하기 보다, 평상시 내가 말할 때처럼 표현했다. 제작진은 '너 말은 할 줄 아네. 이런 역할 해볼까?'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친구 폴킴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 예전에 커피숍에서 알바하면서 만났다. 당시 난 사업을 배우려고 바리스타로 취업했고, 폴킴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했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가수가 되고 싶어서 부모님 반대를 딛고 한국에 왔더라. 당시 폴킴을 보면서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너무 늦지 않았나' 싶었다.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고, 엄청 고생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계속 해나가는 모습이 멋있더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피터가 대표인 레블스는 삼육가를 비롯해 삼면이 바다, 함수라 등 총 매장 8개를 운영 중이다. 신논현역 3번 출구 뒤 먹자골목 초입에 위치한 삼육가는 삼겹살 맛집으로 소문났다. 김남길(44)·이하늬(41) 주연 SBS TV '열혈사제'(2021)를 제작지원, 입소문 타면서 외국인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반기 열혈사제 시즌2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자신이 제작지원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 소망도 있지 않을까. "둘 다 하면 좋다"며 "열혈사제 시즌1 때는 연기를 배우고 있지 않았는데, 촬영 구경하면서도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이왕 연기를 시작했으니 주연 배우도 해보고 싶다. 연기를 배우면서 '배우의 자질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선생님이 연기를 잘하는 것보다 '사람이 좋아야 한다'고 했을 때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연기에 몰입할수록 그 사람이 보이더라. 난 눈물이 많고 감정도 풍부한 편이다. 로맨스, 가족 드라마 등에서 섬세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캐릭터를 잘 할 수 있다. 실제로 사업가니까 CEO도 잘하지 않을까. 평소 싫은 소리를 못하는데, 악역을 맡아서 분풀이도 해보고 싶다(웃음)."

단순한 호기심에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인터뷰 내내 진심인 게 느껴졌다. 요즘은 배우보다 인플루언서로 성공하기 쉬운 환경인데 "사실 고민했다"며 "인플루언서로 유명해지기 보다,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 영향을 받았다"며 "사업도 원칙, 태도 등을 중요시하고 보수적으로 하는데, 배우도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짝짓기 프로그램 등 예능에 출연해 얼굴을 먼저 알린 뒤 배우로 데뷔하는 이들도 많다. 넷플릭스 '솔로지옥'과 ENA '나는 솔로', 채널A '하트시그널' 출연자들이 대표적이다. "예전에 몇 번 연애 예능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나는 솔로에 나가면 1등 할 자신이 있다. 새로운 건 항상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웹예능 '홍석천의 보석함'에 출연하고 싶다며 "홍석천 형이 나의 첫 연기에 영감을 줘서 한 번 뵙고 싶다"고 바랐다.

사업가 이력이 공개되면,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을 터다. "처음에는 이력을 감추고 싶었는데, 요즘은 SNS 등이 발달해 다 알려지지 않느냐. 이력을 못 감출 것 같아서 '차라리 장점으로 살려보자'고 마음 먹었다"며 "부모님은 아직 내가 연기하는 걸 모른다. 인터뷰 나가면 알게 될텐데, 사업을 다 정리하고 가난하게 살아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그동안 진짜 열심히 살았다. 하루 3~4시간만 자고 일했는데, 이런 치열함이 연기에 묻어 났으면 좋겠다. 사실 사업과 연기를 병행하기 쉽지 않다. 사업은 안정화되는 게 없고, 매일 전쟁이다. 요즘 불경기라서 사업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지만, 10년 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 않느냐. 공부 열심히 해서 취업하고 회사원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업을 하면서 하나씩 깨보니 자유로웠고 행복감을 느꼈다. 5~10년 뒤 연기 갈망이 더 크면 사업을 접고 연기를 하지 않을까. 주·조연을 못하고 단역만 하더라도 행복할 것 같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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