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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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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수 겸 배우 김재중(38)에게 한동안 SM엔터테인먼트와 이수만 전 SM프로듀서는 일종의 금기어였다.

한류의 포문을 연 2세대 대표 그룹 '동방신기' 멤버였던 그는 자신을 발굴한 SM과 전속계약 분쟁으로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김재중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09년 팀을 탈퇴하고 동방신기 출신인 박유천·김준수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새 둥지를 틀고 JYJ로 재데뷔했다. 이후 솔로 활동을 병행해오다 작년 4월 씨제스에서 독립해 같은 해 5월 자신의 회사 인코드(iNKODE)를 세웠다.

큐브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출신 노현태 대표와 함께 설립한 인코드에서 김재중은 CSO(Chief Strategy Officer·최고전략책임자)를 맡아 회사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인코드 사옥에서 만난 아티스트 겸 경영자 김재중은 한결 편해보였다. 그는 26일 오후 6시 데뷔 20주년 기념을 겸하는 정규 4집 '플라워 가든(FLOWER GARDEN)'을 발매한다.

인코드 설립 당시 SM이 축하 화환을 보낸 일과 이수만 프로듀서에 대해 편하게 얘기한 김재중은 아이돌의 틀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아티스트들도 숫자를 알아야 한다며 재무제표 얘기를 하는 그는 K팝 아이돌의 미래였다. 김재중이 마침내 백화제방(百花齊放)했다. 말 그대로 '플라워 가든'이다.

-앨범에 작사로 많이 참여하셨잖아요. '플라워 가든'이라 콘셉트를 어떻게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꽃을 참 좋아해요. 실제 꽃꽂이도 취미 삼아서 오래 배웠죠.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 다발이 되고 그 다발이 넘쳐나 정원이 될 수 있죠.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한테 꽃 한 송이만 받아도 큰 감동을 느끼잖아요. 사실 아이돌 출신 가수는 파란색 그래프(하락)를 산다고 생각해요. 저는 최근에 아주 작게나마 상승을 느끼는 중이에요. 제 팬분들도 저와 세월을 함께 하시다 보니 현생에 치이거나 결혼을 하셔서 (팬심에서) 멀리 떠났다 돌아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제가 데뷔했을 때 태어나신 팬들도 있고요. 저희 조카가 중학생이거든요. 그런데 자기 친구가 '김재중 팬이야'라고 얘기를 했대요. 그래서 조카가 '김재중이 우리 삼촌이야'라고 해서 친구랑 전화통화도 했어요. 그렇게 한 송이 꽃의 중요성, 소중함을 제가 너무 잘 느끼고 있습니다. 꽃이라는 이미지로 풀 수 있는 사랑의 표현들이 너무 많아요. '단지 예쁘다'로만 표현이 안 되는 거죠."

-많이 밝아진 인상입니다.

"작년에 (토크쇼 형태의) 유튜브 채널 '재친구'를 하면서 성격이 한층 밝아졌어요. 초반에 '그레이(gray)'한 음악들을 주로 하다 보니까 저도 그렇게 바뀌더라고요. 작년부터는 화색이 돌았고 주변에서도 좋은 영향을 받았죠. 그런 기분을 표현한 게 이번 앨범이에요. 지금의 제가 너무 좋아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겨서 너무 감사해요. 전에는 슬퍼도 웃어야 했는데… 물론 그 과정이 제게는 트레이닝이 됐어요. 회사의 문제는 아니고 제 문제였어요. 스스로에 대한 가치,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할게 된 거죠."

-그렇게 변한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있었나요?

"무언가에 맞춰서 살아가는 게 '더 맞나 보다'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그것 또한 제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또 막연하게 자유롭게만 살면 또 불안감을 가져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휴식이 너무 필요한데 놀기만 하는 사는 삶은 너무 싫거든요. 그러니까 일하면서 하루 이틀 주어지는 휴식에 대해 행복감을 아주 강하게 느끼는 사람인 거죠. 그래서 회사를 설립한 게 상호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지니스는 어쨌든 숫자 조건을 봐야 하잖아요. 그런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게 너무 행복해요. 이런 밸런스를 너무 좋아해요."

-(동방신기·JYJ) 멤버들과도 소통하고 있나요?

"(김)준수하고 열심히 소통하고 있어요. 너무 잘 해주고 있어서 기특해요. 그냥 다들 잘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도망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죠."

-회사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현재 배우 위주인데 아이돌도 제작하실 예정인가요? 혹시 본인의 전성기를 뛰어넘을 아이돌들이 보이시나요?

"저의 전성기를 뛰어넘는 건 당연한 말이고요. 저희 데뷔 때 목표는 한국 시장을 벗어나는 거였어요. 저희에게 영향을 주는 시장에 우리가 직접 뛰어 들어 거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었죠. 지금은 전 세계가 마켓이니까 너무 뿌듯해요. 아이돌을 뽑는 기준은 근성, 인성이에요. 실력이 있더라도 인성적인 면에서 확립이 덜 된 친구들은 같이 가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저희 친구들은 열심히 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보이그룹인지 걸그룹인지 아직) 못 밝히지만 데뷔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올해 데뷔를 할 예정입니다."

-'제2의 김재중' 같은 느낌의 친구는 발견하지 못하셨나요? 타 아이돌그룹엔 '김재중 상' 멤버들이 포함돼 있는데요.

"작년에 글로벌 오디션을 제가 직접 다녔어요. '제2의 김재중' 같은 친구들은 없더라고요. 정작 저는 못 찾았어요. NCT 태용이는 진짜 깜짝 놀랐어요. NCT가 처음 나왔을 때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제가 보이더라고요. 하하. 라이즈에선 성찬 씨가 제 계열인 거 같아요."

-많은 후배들이 여전히 동방신기 커버 무대를 선보입니다.

"후배들의 커버 무대를 워낙 많이 봤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작년 '마마(MAMA)'에서 라이즈 분들이 '라이징 선'을 부르는 모습이에요. 원빈 씨가 제 파트를 불렀는데 너무 좋았어요. 예전의 저보다 100배 좋더라고요. 방송 날 전 다른 스케줄을 하고 있었는데, 트위터에 제 이름이 검색어로 올라와 있더라고요."

-아티스트 출신의 제작자들도 많잖아요. 롤 모델이 있나요?

"JYP(박진영)처럼 훌륭하신 분이 계시죠. 그리고 전 이수만 프로듀서님을 굉장히 존경해요. 경영자와 프로듀서 역 두 가지를 같이 가지고 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적적인 것이거든요. 이 선생님은 그걸 가지고 계세요. (프로듀싱에 있어) 감각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감각이 굉장히 좋으세요. (SM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님도 대단하죠. 하이브도 그렇고 '재친구'를 통해 많은 회사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회사를 차리셨기 때문에 경영자로서도 성과를 내야 하시고 아티스트로서도 성과를 거둬야 합니다.

"경영 능력과 아티스트로서의 능력 사이에 공통 부모가 사실 없어 보이긴 해요. 왜냐면 회사가 아티스트들에게 일일이 공개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공부를 시간으로 생각하는데, 저희 멤버들에게도 3, 4년 지나면 경제 관념을 심어주려고 해요. 본인의 꿈을 펼치기 위한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았으면 해서요. 전 그걸 운 좋게 빨리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 정말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면, 수익이 없어도 서운하지가 않아요. 그만큼 쇼를 위해서 정산을 한 것이거든요. 비용이 나가는 구조를 아는 거죠. 그래서 쓸 데 없는 곳에 들어가는 비용은 확실하게 절감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그냥 도시락 먹어도 돼요. 호텔 안에 뭐가 없어도 돼요. 대신 아티스트의 개런티를 올려주든지 아니면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장비를 구입하는 거죠. 멤버들에게 숫자에 대한 상식을 인식시켜주는 게 중요해요."

-8월2일부터 방송하는 MBN '나쁜 기억 지우개'로 7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합니다.

"일단 작가(정은영)님의 강력하게 권해주셨어요.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지 않아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장치가 매력적이었어요. 좋은 기억만 남아 있고 나쁜 기억이 다 사라지는 거니, 너무 행복할 것 같은 거예요. 물론 기억을 잃지 않았을 때 연기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간 재중 씨의 20년을 돌이켰을 때도 좋은 기억이 있고 나쁜 기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연필 같은 걸 싫어해요. 지워지잖아요. 볼펜으로 써서 수정액으로 덮는 걸 좋아해요. 하얀색으로 덮고 거기에 또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게 좋아요. 실수나 사고 같은 과거는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위를 더 좋은 기억으로 쌓아가고 또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반성도 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음반 얘기를 하면, 왜 '글로리어스 데이(Glorious Day)'가 타이틀곡이 됐나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실 음악적으로만 따지면 타이틀곡 감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가이드에서 붙어 있던 가사가 종교적인 이야기였는데 너무 괜찮은 거예요. 저는 무교인데 그러면 내가 믿는 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지금까지 함께 해온 팬분들을 떠올리게 된 거죠. 그 분들하고 같이 있을 때가 가장 영광스러웠던 날이구나는 걸 깨닫게 된 거죠."

-9번 트랙 '도파민(Dopamine)(feat. MIYAVI)'는 일본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인 미야비가 곡 작업 뿐만 아니라 피처링에도 참여했습니다.

"라르크 앙 씨엘(L'Arc-en-Cie)'을 비롯해 제가 좋아하는 일본 록 뮤지션분들하고 작업을 했는데 미야비 님과는 작업을 못 해봤더라고요. 작년 여름에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려서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근데 미야비 님이 최근 K팝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예전 일본 록 스타일처럼 만들어주시기를 바랐거든요. 그런데 미야비님의 기타 연주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곡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오는 7월 20~21일 장충체육관에서 20주년 기념 콘서트 '플라워 가든 인 서울'을 엽니다.

"국내에서 콘서트를 여는 건 오랜만인데 돌출 무대가 있어요. 쇼적으로 굉장히 풍부하다는 얘기죠. 이번 앨범에 실린 14개 트랙 중 네 곡 정도가 같이 소리 지르면서 즐길 수 있는 곡이에요."

-한류를 개척해준 대표적인 가수인데 지난 20년을 돌아보시면서 자기 자랑을 해준다면요.

"저희 데뷔 때만 해도 해외로 나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하나의 아웃풋 역할을 맡았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보아 씨가 성공한 상황이었지만 당시 일본 시장에서 해외 보이그룹은 들어가기 힘들었거든요. 쟈니스 사무소(현 스타토 엔터테인먼트) 그룹 외에 보이그룹이 나오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저희가 새로운 보이그룹 시장을 연 거죠."

-현재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이번 제 앨범이 저희 회사에서 처음으로 나온 음반이에요. 일단 잘 됐으면 좋겠고요. 우리 신인 친구들에게 제가 되게 크고 좋은 이유가 되는 그런 존재이고 싶어요. 제가 제작에만 몰두를 했으면 비겁한 사람이 됐을 거예요. 제가 아이돌을 제작하는 이유를 말씀드리면, 제 몸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못하는 것들을 누군가는 대신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무조건 꿈을 전가시키고 저는 뒤로 빠져 있는 건 아닌 거 같았어요. 이 몸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하고 싶습니다. 대신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과 상황을 만들어줘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정말 정말 잘 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20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사실 그 기간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다양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국내 방송 출연 환경이 녹록지 않았을 때 일본에서 6년 동안 미친 듯이 일했어요. 아마 아이돌, 솔로 가수 포함해서 제가 그 기간 최다 방송 출연일 거예요. 그걸 통해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죠. 미련하게 '언젠가 (한국 방송이) 뚫리겠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기는 싫었어요. 가만히 있는 건 전혀 힘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 감각을 잃어간다고 느끼는 단계가 너무 싫었어요. 일본에서 양국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에 대한 차이에 대해 더 이해하고 왔죠."

-첫 트랙 제목이 '굿 뉴스(Good News)'인데 현재 재중 씨에게 '굿 뉴스'는 뭔가요?

"저희 회사가 얼마 전에 1주년이 됐어요. 재무제표를 확인했는데 마이너스가 2억원밖에 안 나더라고요. 정말 선방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첫 해에 굉장히 성과가 있다는 판단을 한 거죠. '절약하고 열심히 발품 팔고 만들어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 역시 또 굿 뉴스인데요. 앨범 가사지에 오타를 발견해서 8만장을 폐기하고 재생산하기로 한 거요. 그걸 발매 전에 발견하지 못했으면 그 실수가 고스란히 팬들에게 피해가 되는 거잖아요. 발매 전에 발견한 게 정말 '굿 뉴스'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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