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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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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조정석(44)은 아마도 국내 배우 중 여장(女裝)을 가장 많이 한 배우일 것이다. 뮤지컬 '헤드윅'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수도 없이 여자가 돼 무대에 올랐고, 최근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도 여자로 변신했다. 몇 해 전엔 팬들이 여장 합성한 짤(온라인 이미지 컷)을 만든 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 나기도 했다. 이쯤되면 그는 여장 전문가다.

조정석은 아마도 최근 국내 배우 중 코미디 연기를 가장 많이 한 배우일 것이다. 대표작 '엑시트'(2019)가 그렇고, '형'(2016)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관상'(2013) 등에서도 남다른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다. '건축학개론'(2012)에서 조정석이란 이름을 끌어올린 것 역시 코미디였다. 드라마에서도 조정석의 연기엔 언제나 코미디가 깔려 있었다. 이쯤되면 그는 코미디 전문가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이지 외면하기 힘든 조합이다. 조정석이 여장을 하고 코미디를 한다. 영화 '파일럿'(7월31일 공개)이다. 그는 "여장을 해본 경험이 쌓여서 부담스러운 건 없었다"며 "꼭 여장이 아니더라도 관객이 내 연기를 보고 좋아해주고 웃어준다면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미디는 관객을 기분 좋게 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고,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덧붙였다.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으로 이름이 알려지며 TV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온 한정우의 이야기. 잘나가던 한정우의 인생은 술자리에서 무심코 내뱉은 성희롱 발언 한 번으로 단번에 나락으로 향한다. 그는 직장을 잃고, 이혼을 당한다. 파일럿으로 재취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육비와 대출 이자 압박을 받으며 내몰리자 결단을 내린다. 동생 신분을 활용해 여성 파일럿으로 취업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한정우는 한정미가 돼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조정석은 한정우·한정미를 맡아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한다. 한정우일 때는 자칫 비호감일 수 있는 캐릭터를 특유의 넉살로 미움 받지 않게 하고, 한정미일 때는 남자가 여장을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각종 에피소드를 아우르며 웃음을 끌어낸다. 한 마디로 조정석에게 '파일럿'은 맞춤 슈트처럼 딱 맞아 떨어진다.




"여장이 있어서 선택을 한 건 아닙니다. 물론 제가 여장을 해봤기 때문에 이 작품을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었죠. 하지만 결국 재밌었기 때문에 선택한 겁니다. 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그 작품에서 제 모습이 딱 상상이 되는 시나리오입니다. '파일럿'이 그랬어요. 한정우를 연기하는 제 모습이 그려지더라고요. 한정미가 됐을 때 어떤 목소리를 낼지까지도요."

조정석은 한정미가 되기 위해 7㎏을 감량했다. 여장 남자라는 걸 관객 모두 알지만, 그래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성 같아야 관객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상팀과는 사흘 간 매일 5~6시간 정도를 한정미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완성된 조정석의 한정미는 꽤나 그럴싸하다. "긴 머리는 안 어울리더라고요. 옷은 쿨톤으로.(웃음) 특히 원피스가 잘 어울렸고요. 여성 속옷은 워낙 여러 번 입어봐서 특별히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완벽에 가깝게 여장했지만, 불안을 아예 없앨 순 없었다.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다가 관객이 납득할 만한 여장 설정이 돼야 했다. 조정석 뿐만 아니라 감독 포함 전 스태프가 이같은 우려와 압박감을 안고 촬영했다고 한다. 조정석은 "그럴 때마다 결국 진심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하고요. 저의 진심과 한정우의 진심을 담아내면 관객이 알아봐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작위적인 연기를 하지 않는 게 중요했고요. 가령 한정미의 목소리를 낼 때도 제가 소화 가능한 톤에서 낸다는 거죠."

열심과 진심 그리고 조정석은 한 가지를 더 얘기했다. 바로 편안함이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한 상태일 때 최상의 코미디가 나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가장 편안한 상태라는 건 평소와 다름 없는 상태라는 의미였다.

"저한테 편안한 상태라는 건 특별한 게 아닙니다. 제 자신에게 제약을 걸지 않는 겁니다. 징크스라든가, 슬럼프라든가, 트라우마라든가 그런 걸 허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전 루틴도 없어요. 그것에 얽매이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럴 때도 전 그걸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 컨디션 그대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그런 상태에서 나오는 연기가 또 기가 막힐 때가 있거든요.(웃음)"


조정석은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코미디 연기, 코미디물에 출연하는 것에 어떤 거리낌도 없을 거라고 했다. 그는 "코믹 연기에 대한 이미지 걱정은 나보다 주변에서 더 많이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코미디 영화를 고르게 되는 것, 코미디 연기를 하는 건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가 즐거운 걸 택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이것만 하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걸 안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는 얘기였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두고 각종 시사회를 통해 '파일럿'이 공개되자 "조정석 원맨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정석은 "그런 극찬을 받아서 행복하지만 코미디는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저 혼자서 재밌게 절대 못해요. 제 옆에 누가 있어야 하고, 그 누군가와 호흡이 맞아야 합니다. 그래야 코미디가 극대화 되는 거죠. 극찬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그 원맨쇼라는 것도 다 동료 선후배 배우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나온 얘기일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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