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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뉴시스]이재훈 기자 = "내가 어둠 속으로 걸어갈 때 네가 바로 거기에 있을 거라는 걸 알아. 플레어를 밝힐 때 별이 없을 때 달까지 널 따라갈 거야"(When I'm walking Into the darkness. I know you'll be right there. Lighting up the flares. When it's starless. I will follow you to the moon)

28일 오후 7시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내 일본 최대 야외공연장 닛산 스타디움. 땅거미가 지는 시간에 절묘하게 맞춰 K팝 간판 걸그룹 '트와이스(TWICE)'의 '아이 갓 유'가 흘러나오자 7만여 캔디봉(트와이스 응원봉)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둠을 별 대신 밝혀주는 이 환한 불빛에 트와이스 아홉 멤버들과 이들의 팬덤 '원스(ONCE)' 7만명의 마음도 달아 올랐다.

전날과 이날 각 회당 7만명씩 14만명 규모로 성료한 트와이스의 닛산 스타디움 공연은 왜 이 팀이 세계 최정상 '스타디움 걸그룹'인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건이었다.

특히 7만여석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가수는 현지에서도 손에 꼽는다. 트와이스는 K팝 걸그룹 최초는 물론 해외 여성 아티스트 중 처음으로 이곳에 입성했다.

남성 그룹 포함 K팝 그룹 중 이곳에서 공연한 팀은 트와이스, '동방신기' '세븐틴'뿐이다. 동방신기는 2013년 이틀 연속 공연한 데 이어 2018년 당시 이 스타디움 개장 이래 처음으로 3일 연속 공연하는 신기록을 썼다. 세븐틴은 올해 5월 닛산 스타디움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이번 트와이스의 역사적인 순간을 위해 하늘도 도왔다. 애초 비 예보가 있었으나 전날엔 잠깐의 소나기만 왔을 뿐이고 이날은 내내 맑았다. 덕분에 트와이스는 '하레온나'(はれおんな·晴れ女)가 됐다. 하레온나는 외부 활동을 해야 하는 중요한 날 높은 확률로 날씨가 맑은 경우, 축복을 받았다는 의미로 여자를 가리켜 부르는 별명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2019)에서 기도하면 비를 멈추게 하는 주인공 '히나'가 대표적 예다.

이런 행운을 누리기에 트와이스의 공연은 충분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이열치열이었다. 멤버들과 원스가 내뿜는 열기가 더 뜨거워 세 시간 내내 30곡 가까이 함께 즐기며 무더위를 잊었다. 이날 첫 곡의 제목처럼 '퍼펙트 월드'였다.

"오늘은 1년4개월 동안 열린 다섯 번째 월드투어의 마지막 공연날입니다. 7만 관객분들이 모인 닛산 스타디움에서 투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멋진 무대 보여드릴 테니 트와이스에게도, 원스에게도 오래오래 기억될 이 순간을 즐겨주세요!"

'고 하드(GO HARD)' '문라이트 선라이즈(Moonlight Sunrise)' '히어 아이 엠(Here I am)'으로 이어지는 초반 공연부터 북미, 남미, 아시아 등지의 스타디움 무대에 오르며 다진 탄탄한 라이브 실력과 무대 매너 그리고 큰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태도가 멤버들에게 절로 묻어나왔다.

작년 이 즈음에 닛산 스타디움에 오른 일본 유명 록밴드 '우버월드'의 보컬 다쿠야를 지난 26일 서울에서 만났을 당시 이 장소에 대해 "코로나가 종식된 다음에 '어디서 공연을 하느냐' 고민했는데, 오랫동안 팬분들이랑 같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팬분들과 함께 모여 큰 소리를 내면서 신나게 공연하고 싶었어요. 닛산 스타디움밖에 없었다"고 말했는데 트와이스 공연이 그 분위기를 증명했다.

트와이스는 최근 발매한 일본 5집 '다이브'의 타이틀곡 '다이브'를 부른 뒤 '페이크 앤드 트루(Fake & True)' 순서 땐 플로어석 양 옆 무빙 스테이지를 타고 2층 돌출 무대 앞까지 천천히 나아갔다. 멤버들이 쳐다보는 객석마다 함성이 크게 번졌다. 그리고 '티티(TT)'를 부르는 순간 "너무해 너무해" 같은 부분에서 쩌렁쩌렁한 떼창이 성사됐다.

'원 스파크' '보이스 오브 딜라이트' '팬시' 등으로 이어지는 종반부엔 캔디봉이 더 환하게 빛나며 열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은 '하레 하레(Hare Hare)'였다. 흐린 마음이 맑기를 바라며 부르는 곡인데, 이번 주말 요코하마 날씨와 맞물리며 쾌청함을 선사했다.

일본인 멤버 미나·사나·모모로 구성된 트와이스의 유닛 미사모의 '두 낫 터치' 등 마치 '물랑루즈'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비롯 멤버들의 솔로도 일품이었다.

다현은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 오쿠 하나코의 '변하지 않는 것(変わらないもの)'을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불렀다. 쯔위는 오오츠카 아이의 '플라네타니움(Planetarium)'을 선사했다.

채영은 자작곡인 '내 기타'를 기타를 연주하며 불렀다. 자신이 갖고 다니는 인형을 대형 제작해서 함께 무대에 올랐다. 지효는 솔로 1집 '존' 수록곡 '나이트메어(Nightmare)'를 들려줬다. 정연은 일본 인기 록밴드 '원 오크 록'의 '웨어에버 유 아(Wherever You Are)'를 재해석했다. 나연은 솔로 2집 '나' 타이틀곡 'ABCD'로 9인9색 솔로 무대를 닫았다. 멤버들은 닛산 스타디움에 선 걸 기념해 원스가 각자 이름을 연호하는 순간을 직접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앙코르 전 관객들을 화면에 비추는 댄스 타임에선 '우아하게'가 흐르는 도중 스크린엔 객석에 있던 모모의 친언니인 히라이 하나가 등장했다. 그녀는 일본 유명 댄서로 환호성이 컸다. 동생 그룹의 춤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앙코르 첫 곡 '러브 워닝(LOVE WARNING)'에서 아홉 멤버들은 2, 3층 사이 객석 통로를 누비며 한층 더 가까운 자리에서 팬들과 소통했다. 이후 '라이키(LIKEY)', '인 더 서머' '인사이드 오브 미' 등 뜨거운 청춘을 닮은 여름날과 어울리는 노래들로 K팝은 물론 일본 대중음악계 역사에도 길이 남을 한 페이지가 뜻깊게 새겨졌다.

아홉 멤버들은 이 시대 응원가 중 한 곡이 된 '치어 업'을 끝으로, 팬들에게 큰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동그랗게 모여 서로를 토닥토닥 감쌌다.

"보이지 않던 이 길의 끝에서 알 수 없었던 시간들♪♬" '비 애즈 원'을 배경음악으로 마지막 영상이 흘러나왔다. 트와이스 멤버들이 과거에 일본에 도쿄돔보다 큰 공연장이 있다며 닛산 스타디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꿈에도 생각히지 못한 그 장소 지금 이곳에 꿈을 이룬 아홉 명이 서 있다'라는 자막이 달렸다. 영상이 끝난 뒤 쯔위는 펑펑 울었고 미나, 사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사나는 "이제는 말해도 될까요? 도쿄돔에서 예전 공연할 때 많이 울었어요. 재계약 전이라 트와이스가 아홉 명으로 이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 당시엔 원스에게 걱정 끼치는 게 싫어서 행복해서 울었다고 했는데… 닛산에 이렇게 와서 많은 분들과 함께 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멤버들에게도 정말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트와이스는 이번 닛산 스타디움 공연을 끝으로 작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출발한 '레디 투 비' 투어를 모두 끝냈다. 전 세계 27개 지역 51회 규모로 누적관객수 150만 명을 기록한 대형 투어였다.

멤버들은 "트와이스를 응원하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더욱더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하루입니다. 처음 데뷔했을 때 '안녕하세요. 트와이스입니다'라고 소개하던 기억이 나는데요. 아홉 멤버들, 그리고 원스가 있었기에 트와이스의 꿈이었던 닛산 스타디움 무대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트와이스 공연장을 찾아와주시고 가득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면서 여러분과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원스 역시 이번 무대에 대해 크게 감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온라인에서 'TT'를 보고 팬이 됐다는 이소 모요이(26)는 트와이스의 화장법과 댄스를 꾸준히 따라해왔다. 특히 트와이스의 '필 스페셜'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초라한 노바디(Nobody)에서 다시 섬바디(Somebody) 특별한 나로 변해 유 메이크 미 필 스페셜(You make me feel special)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라고 노래하는 곡이다.

다카시 고모리(19)를 비롯 야마나시 현에서 남고생 다섯 친구들은 "트와이스는 귀여운 것뿐만 아니라 멋있는 면모도 많아서 좋아한다"면서 "닛산스타디움은 축구를 보러 온 적은 있는데, 공연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와이스를 온 가족이 좋아한다고 입을 모은 가족 단위의 관객도 많았다. 일본 '국민 걸그룹'이라 할 만한 트와이스의 인기였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트와이스는 데뷔 초부터 일본 멤버의 존재로 인해 일본 내 K팝 팬들의 주목을 받았고, 2017년 공식 데뷔와 함께 한국에서의 인기를 일본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면서 "일본 멤버들의 존재와 활약, 강렬한 카리스마와 걸크러시 콘셉트를 앞세운 K팝 그룹과 반대로 친근하면서도 활력 넘치는, 발랄한 콘셉트의 그룹 테마가 일본 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봤다.

저서 '당신이 알아야 할 일본가수들'을 쓴 'J팝 전문가'인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기본적으로 닛산 스타디움은 자국 아티스트들도 서기 힘든 꿈의 장소다. 우선 7만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관객수를 동원할 수 있는 티켓파워가 있어야 하고, 1년에 3팀 정도에게만 대관을 해 줄 정도로 공연 자체를 자주 개최하는 장소가 아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도 닛산 스타디움 무대에 선 걸그룹은 'AKB48'(2013), '모모이로 클로버 Z'(2013·2014·2016), '노기자카46(2022)' 이렇게 세 팀이 유일하다고 짚었다.

황 평론가는 "그 와중에 트와이스가 (남성 포함) 해외 아티스트로서 네 번째 주자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역사에 남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기간 동안 팬덤을 구축함과 동시에 큰 공백 없이 활동을 이어왔고, 이를 기반으로 우상향의 실적곡선을 지속적으로 그려왔기에 가능한 기적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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