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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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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여장 남자라는 콘셉트가 새롭지 않다는 걸 모를 리도 없다. 대놓고 웃기려다가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파일럿'(7월31일 공개)은 밀어 붙인다. 조정석을 믿고. 조정석은 믿음에 부응한다. 아무리 이야기가 널뛰어도 조정석이 있기에 눈감아 주게 된다. 조정석이 하면 그 흔한 여장 남자도 일단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조정석은 우스워지지 않고 웃기는 데 성공한다. 우리의 납득이(건축학개론), 우리의 용남이(엑시트)는 이번에도 코미디에 실패하지 않았다.

흔한 표현이긴 하나 달리 말할 방법이 없다. 이건 조정석 원맨쇼다. 코미디 영화 치고는 길다고 할 수 있는 러닝 타임 111분 간 조정석은 1분도 쉬지 않고 등장한다. 물릴 정도로 많이 나오지만 특유의 코미디 감각으로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잡아 둔다. 누가 봐도 티가 나는 여장을 설득시키는 것도, 비호감인 캐릭터를 최소한 밉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그가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들 줄 아는 배우이기 때문일 게다. 원맨쇼라는 말을 썼다고 해서 조정석이 혼자 웃기려고 안달난 것처럼 연기한다는 건 아니다. 조정석의 코미디는 한선화·이주명·신승호 등과 함께 있을 때 더 빛이 난다.


취향이나 나이 혹은 성별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라는 건 '파일럿'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2019년 '가장 보통의 연애'로 데뷔한 김한결 감독은 무리하지 않는 안정적인 유머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남자가 여자로 변장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에피소드를 이야기 진행에 방해되지 않게 심어 놓는 한편 젠더 이슈를 웃음에 적절히 녹여낸다. 좋게 말하면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도전도 없이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 단점이다. '킬링 로맨스' '핸섬 가이즈' 등 최근 한국코미디영화의 개성을 지지해온 관객에게 '파일럿'은 다소 밋밋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소소하게 웃기는 덴 성공하지만 개성이 없어서 강력한 한 방을 내보이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일 것이다.

'파일럿'은 2012년에 나온 스웨덴 영화 '콕핏'(Cockpit)이 원작이긴 하나 더 큰 빚을 지고 있는 건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투씨'(Tootsie)(1982)로 보인다. '투씨'는 무명 배우 마이클 도로시(더스틴 호프먼)가 여장을 하고 오디션을 봤다가 합격해 TV스타가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설정은 전혀 다르나 주인공이 같은 일을 하는 여성 동료에게 우정과 사랑을 동시에 느낀다는 점, 방송 생중계 중 여장 사실을 고백한다는 점, 젠더 이슈를 다룬다는 점이 거의 같고 결말 역시 유사한 데가 많다. 이미 40년이 지난 영화가 바탕이 됐는데도 새롭다고 할 만한 부분이 전무하다는 건 '파일럿'의 결점이다. '투씨'는 당시 오스카 작품·감독·남우주연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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