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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이재훈 기자 = 전설은 수동태가 아닌 능동태다.

잔나비, 즉 92년생 원숭이 띠 동갑내기인 보컬 최정훈(32)·기타 김도형(32)으로 구성된 그룹 사운드 '잔나비'는 자신들의 대표작인 정규 2집 '전설'(2019)의 이름처럼 청춘의 감각을 몸소 직접 써내려오고 있다.

2014년 싱글 '로켓트'로 데뷔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이 밴드는 진심에 도달하기 위해 시류에 휘둘린 적이 없다. 기존 대중음악 신(scene)의 형식주의를 벗어났지만, 오히려 스스로 주류가 됐다. 예스럽다기보다 문학적인 화법으로 일찌감치 복고 사운드 열풍을 가져온 이 팀의 취향은 오래되고 새롭다.

특정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최근의 밴드 열풍에 앞서 국내 밴드의 정신을 계승하며, 젊은 세대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는 음악을 빚어낸 팀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10주년을 맞아 자축 겸 타축의 형식이 절묘하게 병된 듯한 마법 같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10년 전 '펜타 루키'이던 이들은 최근 '2024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세 번째 날 헤드라이너로 나섰다. 2년 전 같은 페스티벌 서브 헤드라이너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는데, 이번엔 더 무게감을 증명하며 명실상부 국내 대표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대표 음반인 '전설'은 '스페이스 공감'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음악전문가 11인과 함께 뽑은 '스페이스 공감 선정 -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에 포함됐다.

밴드 멤버가 2인조로 재편되는 가운데 최정훈·김도형의 우정 서사는 더욱 풍성해졌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고 올라와 눈 앞에 '화이트 아웃' 현상이 생긴 최정훈을 김도형은 확실히 지원사격했고, 최근 서울 용산구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열린 EBS '스페이스 공감' 20주년 기념 무대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김도형을 위해 최정훈은 관객과 함께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최근 경기 성남 분당 작업실에서 만난 두 멤버의 초심과 진심은 지난 10년 간 쌓인 이름값에 전혀 흔들리지 않아 보였다. 다음은 두 멤버와 나눈 일문일답.

-우선 최근 '펜타포트' 헤드라이너 공연이 너무 좋았어요.

"공연 내내 울컥울컥 할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왠지 모를 기운을 계속 느꼈던 것 같아요. 마냥 공연만 하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당시 느꼈던 기운이 남달랐거든요. 무대 바로 앞 팬분들의 눈이 보이는데, 저희만큼이나 긴장하고 계셨던 게 저희 눈에 보였어요. 그 모습이 너무 감사했죠."(최정훈)

"사실 계속 참았는데 조금이라도 건들면 눈물이 날 거 같았어요. 연주를 하다가도 정훈이 모습을 볼 때마다 또 계속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을 계속 새기면서 1시간20분을 내달렸던 것 같아요."(김도형)

"보통은 공연할 때 '연습을 열심히 했으니까 하늘에 맡기자'라는 생각으로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이 순간을 온전히 우리가 갖자'라는 생각으로 공연 했어요. 너무 꿈에 그리던 무대였거든요."(최정훈)

-아마도 10년 전부터 꿈에 그리셨을 거 아니에요.

"데뷔하기 전, 펜타포트를 알고나서부터 '우리도 저기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최정훈)

-정훈 씨야 무대 위에서 원래 잘 노시지만 그날도 진짜 잘 노시더라고요.

"사실 잘 못 놀았어요. 비하인드를 얘기하자면, 당일 아침에 채소를 먹고 공연 직전에 저녁을 든든히 먹고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긴장해서 배고픈 줄 모르고 공복으로 무대에 올라갔어요. 그래서 공연 중간부터는 살짝 '화이트 아웃' 같은 증상이 눈 앞에 보이더라고요. 옆에서 도형이도 느꼈어요."(최정훈)

"저도 무대를 하다 하얘지는 건 처음 느껴봤어요. 진짜 이번에 완벽한 세트리스트라고 느꼈던 게 무대를 끝내고 한 곡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김도형)

"(펜타포트 메인 스테이지 서브 헤드라이너로 나섰던) 2022년에 비해서 딱 한 타임 바뀌었는데 그것만으로 공연의 난도와 부담의 차원이 달라지더라고요. 무게감도 그렇고요. 기운 자체가 컨트롤 하기가 쉽지 않은 묵직함으로 다가왔어요. 보통의 공연보다 체력도 훨씬 많이 썼던 것 같아요."(최정훈)

-2022년 펜타 포트 서브 헤드라이너 때도 지켜봤는데 그때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는데요.

"당시엔 공연을 풀어나가는 게 조금은 쉬웠었거든요. 막 해가 지면서 선선해지고 이미 뭘 해도 신나는 상황인 분들 앞에서 뭘 해도 좋은 공연을 만들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헤드라이너는 확실히 무게감 때문인지 압도되는 기운이 있더라고요."(최정훈)

-이번 펜타포트 세트리스트에서 가장 신경을 쓴 지점은 무엇인가요.

"두 마리 토끼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희를 처음 보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거고요. 그리고 자주 봤던 저희 팬분들이 계실 거고요. 특히 저희 팬분들이 보시기엔 '똑같은 거 했네'라는 생각이 안 들게끔 그리고 처음 보시는 분들은 '그 노래 왜 안 하지?'라는 생각을 하시지 않게요. 결국 그런 생각들 자체를 잠재우는 방법은 '공연 자체가 좋으면 되겠다'였어요. '우리가 공연을 최대한 잘할 수 있는 곡들로 짜보자'며 오랫동안 고민한 세트리스트였죠. 몇 달 동안 잉태하듯이 고심했어요."(최정훈)

-잔나비 모든 공연은 세트리스트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어요.

"이번 펜타포트 그리고 공연을 많이 돌면서 느낀 건데 가수한테는 세트리스트를 잘 짜고 변화를 많이 주는 게 엄청난 강점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펜타포트는 밴드맨이라면 너무나 꿈에 그리던 무대라 기존의 세트리스트로는 감당히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오신 분들을 즐겁게 해드리면서 저희가 꿈꾸던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거 두 가지를 생각했죠."(최정훈)

-진짜 현명했네요. 도형 씨는 이번 세트리스트에 대해 좀 어떠셨어요?

"즉각적으로 상상한 대로 연주를 펼칠 수 있는 게 밴드의 강점인데, 그런 부분들이 이번에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밴드만이 할 수 있는 유기적인 변화들을 잘 갖춘 세트리스트라 사실 되게 자신 있기도 했었습니다."(김도형)

"그리고 좀 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짜봤던 것 같아요. 저희 앨범마다 서사가 있는데 1, 2, 3집 서사들을 이렇게 저렇게 짜 맞추면 재밌는 이야기들이 완성될 때가 있어요."(최정훈)

-말씀하신 것처럼 밴드의 강점은 유연한 것인데 잔나비가 대단한 건 두 명의 고정 멤버로 완성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거예요. 물론 '구닥다리'로 불리는 세션분들도 강력하지만요.

"사실 저희는 우리 모두 멤버라고 생각해요. 다른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잔나비라는 음악 안에서 뭉친다기보다는 저희가 보지 못했던 바깥의 것들을 그들을 통해서 우리가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들이 해왔던 음악과 장르, 플레이하는 방식들이 저희가 기존에 아는 거랑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우리화가 된다기보다는 서로 맞춰주려고 노력해요. 저희도 어떻게 했는지 계속 물어보고요. 그러다 보니까 무대가 무대의 주인들 같아요. 우리 멤버들이 세션 팀 같아 보이진 않아요."(최정훈)

-우문현답이네요. 도형 씨도 구닥다리에 대해 보태실 말씀이 있을까요?

"늘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해요. 구닥다리 형들이랑 한 팀이 되려고 정말 대화도 많이 해요. 그들의 음악에 대해 계속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구닥다리가 저희 음악에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거든요. 정말 아이디어가 폭발해요. 편곡을 할 때 적극 의견을 내기도 하고요. 이제 우리는 한 팀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김도형)

-잔나비는 계속 성장 서사를 써왔어요.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평단에선 주목도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설'이 '스페이스 공감' 2000년대 100대 명반에 선정되기도 했고요.

"'전설'에 대해선, 점점 인정을 받을 거다라고 자신을 했었는데 그렇게 돼 가는 것 같아 좋았어요. 저희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밴드이지만, 평단의 적자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평단이 점차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주시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중성, 보편성 부분들만 조명이 됐던 것 같은데 저희가 풀어내려고 했던 서사적인 부분이나 음악적인 것들을 조금 더 들여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아직도 있습니다."(최정훈)

"펜타포트도 그렇고 '스페이스 공감'도 그렇고 학창시절 때부터 좋아하는 밴드들을 보게 한 통로라 둘 다 되게 마음이 벅차긴 해요. 특히 '전설'은 저희의 20대를 말해주는 앨범이기도 하거든요. 20대를 놀거나 즐기면서 보내는 대신 앨범을 진짜 열심히 만들었거든요. 그걸 알아주시는 거 같아 뿌듯해요. 우리가 20대를 진짜 잘 보냈구나라는 생각이 커요."(김도형)

-놀랍게도 의미 있는 모든 행보가 마치 계획한 것처럼 10주년 때 써졌다는 게 주술적인 느낌입니다. 자축, 타축이 연이어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요.

"너무 축복 받는 기분이 들어요. 가끔은 한순간 섬뜩하고 무서울 때가 있어요. 또 무슨 일이 또 생기려나… 생각이 들거든요. 그럴 때마다 더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음악도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만 해요."(최정훈)

-그래서 이번 단독 콘서트도 고민이 엄청 많을 거 같아요.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무려 4회(8월31일~9월1일·9월 7~8일)이라니….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 들어가셔도 되는 규모잖아요.

"조금 콤팩트한 공연을 꿈꾸고 있기는 해요. 기존엔 네 시간짜리 공연을 했었는데 이번 펜타포트에서 1시간20분짜리 공연을 밀도 있게 해본 이후로 든 생각은 '짧고 굵게' 더 강렬한 인상으로 사람들한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거예요. 또한 '어떻게 하면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실생활에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힘을 콘서트를 통해서 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노래, 연주 잘하고 요즘 핫하다' 그런 느낌만 받아가는 거 말고요."(최정훈)

-항상 잔나비는 '음악적 쓸모'에 대해 고민하시는 거 같아요.

"아직까지는 음악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건 힘들어요. 음악을 어떤 도구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저희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요."(최정훈)

-그런 의미에서 정규 3집 '환상의 나라'(2021)도 너무 좋았어요. 고민, 고통, 고뇌가 섞여 드라마틱한 서사를 빚어내며 음악의 쓸모를 문학적으로 확장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3집을 만들 때 정훈이가 그랬어요. '이제 딱 서른이 되는데 강렬하게 불태우고 우리 20대를 진짜 보내주자'고요. '전설'을 만들면서도 '진짜 힘들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전설'보다 한 1.5배, 2배만 더 힘들면 깔끔하게 20대를 잘 보내줄 수 있는 앨범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전설' 이후 앨범이라 더 부담감도 컸어요. 시간이 흘러 저는 앨범 완성을 못 보고 입대를 하게 됐어요. 군 복무 도중 3집 발매를 봤죠. 정훈이가 혼자 활동하는 걸 지켜보는데 가사를 통해 어떤 깊은 곳을 갔다 왔는지가 느껴지는 거예요. 너무 힘들 것 같았죠. 휴가를 나와서 바로 정훈이를 보러 갔죠. 그런데 득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처럼 프리시해 보이는 거예요. 무엇인가를 다 털어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김도형)

"3집 작업하면서 다 쏟아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노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이기고, 앨범 '전설'을 이길 수 있는 히트작을 만들자고요. 근데 만들다 보니 표현하고 싶은 게 계속 앞서는 거예요. 만들고 봤더니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앨범을 만들어 놓은 거죠. 표현하고 싶은 게 많았고 그걸 다 하고 나니까, 도형이가 득도라고 표현했는데 득도는 아니고 사람이 되게 가벼워졌어요. 말랑말랑해졌죠. 그 전까지는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애였는데 3집 작업을 하면서 유순해진 거 같아요."(최정훈)

-되게 재밌는 전개네요. 3집은 또 문학적이고 이국적이기도 했잖아요.

"앨범 작업 당시 해외 시 읽는 것에 완전 꽂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문체에도 관심이 생긴 거예요. 니체, 샤를 보들레르, 에밀리 디킨슨 같은 책들의 번역체를 흥미롭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거죠. 곡 제목들이 세계문학전집 책 제목 같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외국말을 번역한 것처럼 지어 보기도 했죠. 사운드도 옛날 유럽 풍의 느낌이 드는 악기들을 많이 쓰게 됐고 클래식컬한 전개도 많죠."(최정훈)

-그래서인지 잔나비는 요즘 밴드로는 드물게 고전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가져가고 있어요. 국내 밴드 붐이 최근에 왔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틀린 말 같아요. '사랑과 평화', '산울림', '송골매', '들국화', '넥스트', '크라잉 넛' 같은 쟁쟁한 밴드들이 대중음악 주류를 주름잡았고, 2010년대 후반엔 잔나비 같은 팀이 있었죠. 고전적인 밴드의 분위기를 계승하기도 했고요. 최근 밴드 열풍은 좀 더 취향 또는 세대에 몰린 느낌도 듭니다.

"밴드 열풍이 우선 저희에게 체감이 되니까 너무 좋아요. 페스티벌에 가면 관객분들이 '록의 매너'를 알고 계시더라고요. 최근 펜타포트를 접하면서도 밴드 열풍이 장르 팬들을 통해서 부는 진짜 열풍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최정훈)

-다만 인디 신은 작년 네이버문화재단 온스테이지 서비스 종료 등 큐레이션을 해줄 수 있는 대형 플랫폼이 잇따라 사라지면서 취향이 너무 세분화됐고 이제 잔나비처럼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밴드가 이제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서운한 경우는 있어요. 예를 들어 시상식에 가면 밴드 음악을 하는 팀들이 몇 팀은 더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밴드는 구색 맞추기로 잔나비를 부르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같이 손잡고 갈 수 있는 동료 밴드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조금 더 보편성을 띠는 밴드 열풍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장르는 특정 세대의 전유물처럼 열풍이 불었다면, 밴드 음악은 전 세대가 같이 열광하고 감동하며 격동할 수 있는 장르이거든요. 이 플로우는 특정 세대로만 끌고 가려고 하는 흐름이 생기지 않았으면 해요."(최정훈)

"정훈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꼭 세대를 다 아우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음악은 세대 구분 없이 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생각 말고 우선 좋은 음악 만드는 것에 더 열중하고 싶어요."(김도형)

-이제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챕터를 열 준비를 하실 거 같아요. 향후 계획이나 행보에 대해 두 분이서 가장 많이 나누는 얘기는 무엇입니까?

"저희는 계속해서 가벼워지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시간을 믿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어느 누구와도 비교를 할 것도 없이 너무 잘 보낸 10년이거든요. 앞으로 20년을 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 수 있는 10년을 보냈다고 자부해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큰 부담, 큰 무게감을 느끼기 보다는 팬분들하고 같이 재미있게 즐기기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4년부터 2024년까지의 시간들을 잘 예열 해놨으니 앞으로 음악이 더 재밌어질 거 같아요. 특히 올해 들어 음악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관점으로 음악 작업을 하게 되기도 했고요."(최정훈)

"정훈의 말에 내용을 좀 덧붙이면 '자연스럽게 하자' '오버하지 말자'가 인생의 중요한 핵심인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잔나비를 해왔고, 느리더라도 탄탄히 잘 다지면서 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조급해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아가고 싶어요. 그럼 또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김도형)

-잔나비는 '자연스럽게'라는 수식이 가장 어울리는 밴드이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라는 말을 너무 믿어요. 팬분들이 홍보를 많이 하라고 하시는데, 가만히 있으면 흐름을 타서 좋은 때를 또 만들어주더라고요. 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요즘에 뭐가 핫하고, 어떤 음악이 진짜 인기인지 잘 모르겠다고. 너무 취향적으로 세분화되기도 했지만 수많은 바이럴과 가짜 반응들을 접하니까 혼란스럽다는 거예요. '이게 인기가 그렇게 많다는데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가장 자연스러운 게 항상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요."(최정훈)

-대표님(잔나비 소속사 페포니 뮤직 최정준 대표)은 두 분을 10년 동안 지켜보시면서 뭐가 가장 자랑스러우세요?

"진심으로 열심히 음악만 하는 친구들이에요. 20대를 보내고 30대로 넘어왔는데 그 기간 하고 싶은 것들도 정말 많을 텐데 음악에만 몰두하는 모습들이 너무 멋있어요. 또 무엇보다 그 진심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점점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게 가장 자랑스럽습니다."(최정준 대표)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믿고 계셨어요?

"믿고 있었다기보다는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진심으로 음악을 하니까 그 부분을 알아주신 분들이 하나둘씩 생길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최정준 대표)

"저희끼리 할 수 없는 일들을 형 덕분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형이 상대방의 진심을 먼저 보는 사람이거든요. 무슨 섭외가 들어오든 '이게 진심이냐 아니냐'를 먼저 얘기해요. 진심만 있으면 일이 안 됐을 때도 남는 게 있으니까 해보자고요. 그러면 절대 힘이 빠지지 않고 그걸 원동력 삼아 계속 갈 수 있다고요."(최정훈·김도형)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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