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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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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탐험은 언젠가 끝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게 돼 있다.

9인조에서 7인조로 새출발을 한 한중일 합작 프로젝트 걸그룹 '케플러(Kep1er)'는 경계·한계를 앞에 두고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노래한다.

케플러는 2021년 케이블 음악 채널 엠넷 '걸스플래닛 999: 소녀 대전'을 통해 선발된 최유진, 샤오팅, 마시로, 김채현, 김다연, 히카루, 휴닝바히에, 서영은, 강예서 등 아홉 명으로 진용을 꾸렸다. '와다다' 같은 히트곡을 냈고 일본에선 제법 큰 반향을 얻었다. 그런데 첫 번째 계약이 끝나면서 마시로·강예서가 지난 7월 일본 콘서트를 끝으로 팀에서 빠졌다.

1일 오후 1시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티피탭(TIPI-TAP)'은 7인으로 활동하는 첫 음반이다. 타이틀곡 제목이기도 한 '티피탭'은 동서남북 종이접기와 발걸음 소리를 표현한 단어다. 사랑을 찾아가는 탐험의 과정을 도와주는 상징물이다.

케플러에게 이번 사랑은 멤버들과 팬덤 케플리안(Keplian)'을 상징한다. 그 존재 의미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적극적인 의지의 탐험으로 치환했다. 특히 새로운 장르 도전이 특기할 만하다. 속도감 있는 DnB 리듬에 하이퍼팝 보컬이 어우러진 곡이다. 생동감 있는 멜로디와 소프트한 신스 사운드로 밝고 유려하게 진행되다가, 후크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곰(Gqom) 리듬을 하이브리드했다. 사랑을 찾아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그렇게 노래한다.

한 아이돌이 팬들을 탐험하는 깊이는, 살아온 삶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같다. 나침반을 들어 동서남북을 정해놓고 출발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번지는 것이 삶이다.

그 갈팡질팡하는 가운데도 케플러는 사력을 다해 뛰었다. 자신들의 실력과 노력을 알아주는 한 마디에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 이유다. 그 감정의 수원지는 자신들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고민을 알아봐 줬다는 감사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자신들의 상황에 핑계 대지 않고 한계도 두지 않은 채, 새로운 세계를 기꺼이 탐험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앨범에 다양한 장르가 실린 까닭도 모험심에서 나왔다. 하이퍼팝 기반의 댄스곡 '싱크-러브(sync-love)', R&B 팝 '드립(Drip)', 반복되는 드럼 루프에 그루비한 보컬이 더해진 힙합 기반의 R&B '비터 테이스트(Bitter Taste)', 포근한 신스 사운드와 리드미컬한 비트가 조화를 이룬 R&B 팝 '하트 서프(Heart Surf)' 등이 실렸다.

최근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케플러 일곱 멤버들은 "7인이 됐어도 언제나 늘 변함없는 케플러"라고 인사했다. 다음은 최유진, 샤오팅, 김채현, 김다연, 히카루, 휴닝바히에, 서영은 등 일곱 멤버들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2년6개월 활동이 예정됐던 프로젝트 그룹인데 계약을 재연장 했어요.

"멤버들을 믿어서 또 아직 많이 못 보여준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계약을 했어요. 일본에서만 공연을 해봤는데, 더 많은 나라에서 공연을 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최유진)

"저는 제 개인적인 욕심도 많았는데요. '이 멋있고 잘하는 멤버들과 함께 더 오래 같이 하고 싶다' 욕심이 제일 컸어요. 저의 예쁜 모습들을 탄생부터 지켜봐 오신 팬분들이 주신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나 해요."(김채현)

-멤버들끼리 재계약 즈음에 어떤 얘기들을 나눴나요?

"고민, 아쉬운 점, 욕심에 대한 생각을 많이 나눴죠. 조율하면서 굉장히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졌어요. 서로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 콘서트도 해봐야지' 이런 얘기도 나눴습니다. 향후 활동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했어요."(최유진)

-9인에서 7인으로 바뀌면서 무대 구성 부분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9인에선 전체적인 동선 그림 위주였다면, 7인으로서는 각자의 개성과 매력들이 더 잘 보여져요. 또 9인 활동 곡들을 다시 녹음 하면서 새로운 매력들이 더 드러나는 거 같아요. '이 곡에서는 또 다른 느낌이 될 수 있구나'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최유진)

"7인으로 재편되고 나서 본인이 맡은 파트를 조금 더 책임감 있게 연구하고 더 연습하게 됐어요. 더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더 고민을 한 만큼 많은 기대 바랍니다!"(휴닝바히에)

-'티피탭'은 하이퍼 장르이면서 곰(Gqom) 장르를 내세웠는데 국내에선 방탄소년단 '아이돌'이 이 장르를 차용했을 뿐, 자주 끌어오지는 않았어요. 매번 이렇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건 멤버들에게 어떤 자극이 됩니까?

"하이퍼 팝 장르에 처음 도전하니까 녹음할 때도, 안무할 때도 느낌을 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수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반복해서 하다 보니까 저희의 매력과 꿈이 장르와 잘 믹스가 됐어요. 새로우면서도 익숙하게 다가갈 것 같아요."(최유진)

"저희가 항상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오는데요. 다국적 그룹인 만큼 해외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전 세계의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휴닝바히에)

-이번에 영은 씨가 '드립', '하트 서프' 작사에 참여를 했습니다.

"7인으로서 처음 보여드리는 앨범이다보니까 타이틀곡은 물론 '수록곡도 좋네'라는 수식을 얻고 싶었어요. 그렇다 보니까 수록곡에서도 저희 멤버들의 매력들을 더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제가 멤버들을 잘 아는 만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멤버들에 맞춰 가사를 써봤어요. 예를 들어 랩 파트는 히카루와 다연 언니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 뭘까 고민했어요. 히카루에겐 밀당하는 느낌이 어울릴 거 같았고, 다연이 언니 같은 경우엔 빠른 랩을 잘하니까 거기에 맞췄죠. 보컬은 채현 언니와 유진 언니의 음색에 닿을 수 있는 가사들을 떠올려봤어요."(서영은)

-그룹 '씨엘씨' 출신인 유진 씨는 내년이 데뷔 10주년입니다.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 10년을 살아 남았다는 자체가 대단합니다.

"서바이벌을 통해 재데뷔를 했기 때문에 탈락한 친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노력하고 있어요. 지칠 때도 있지만 매 무대마다 진정성과 책임감을 느끼면서 열심히 했었거든요. 10년 동안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건 행운이죠. 멤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리더로서 너무 고맙고요. '나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걸 멤버들을 통해서 느끼고 있어요."(최유진)

-케플러의 현재 고민이 궁금합니다. 프로젝트 그룹이었는데 재계약을 통해 7인이 같이 같다는 결정을 한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케플러가 3년 정도 활동 하면서 색깔이 어느 정도는 잡혔다는 생각이 들지만 많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기 어려웠던 곡들도 많다는 생각도 들어요. 또 매번 활동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도 많이 남았어요. 그래서 '케플러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대중분들에게 각인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또 '어떻게 하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이번엔 각자 파트가 길어진 만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생각해요. 한 명 한 명 한 명 계속 눈에 띄면 띌수록 그룹이 잘 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걸 위해 노력하는 그룹이 되고 있어요."(김채현)

-채현 씨는 핑크색 머리를 오래 유지하고 있네요.

"네 맞아요. 제가 데뷔 초 때 했었던 머리 색깔인데, 새로운 출발을 하는 동시에 예전 추억에 젖을 수 있게끔 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회사에 제안을 드렸거든요. 흔쾌히 '또 해보자' 해주셔서 스타일링을 하고 있고 팬분들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의도가 맞아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이디어가 있으면 저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회사에 전달을 하고 있어요. 저희 데뷔 준비를 같이 했던 클렙과 다시 하는 거라 손발이 잘 맞아요."(김채현)

-멤버들 모두 예전보다 더 안정감이 있어 보여요.

"'슈팅스타' 활동 할 때는 사실 '아홉 명으로서 마지막 앨범이다' 생각해서 저희 안 분위기가 무거웠던 건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후회하지 말고 이번에 진짜 다 보여주자'라는 마음이 있었죠. 이번엔 새로운 출발이고 멤버들의 마음을 확인해서 '말하지 않아도 감정으로 느껴지는 게 있어서 조금 더 밝아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순간순간의 행복을 몸으로 느끼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그게 티가 났다면 다행입니다."(김채현)

-서바이벌 프로그램 타이틀에도 '9'가 들어갔었고 멤버들도 아홉 명이었고 롤모델도 (데뷔 당시 9인조였던) 소녀시대여서 9 징크스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보니까 7인조 이후 숫자 7과 관련된 일들이 혹시 생기나요?

"7은 행운의 숫자잖아요. 앞으로 저희 행보에 행운이 좀 더 많이 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행운의 기회는 준비돼있는 사람만이 잡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하고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김채현)

"무지개가 일곱 가지 색이잖아요. 저희도 각자의 색깔, 매력들이 다 너무 달라서 그 다 각자 다른 매력들이 하나로 모아져서 무지갯빛으로 나오는 게 저희 케플러라고 생각해요."(최유진)

-활동 목표는 뭐예요?

"저희는 무대를 정말 잘하는 그룹이라 생각해요. '케플러 진짜 잘하더라' '실제로 보니까 진짜 잘하더라'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고 있거든요. K팝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이 '케플러가 진짜 잘하는 그룹이니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육각형 그룹'으로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김채현)

-사실 얼마 전에 현장에서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잘했어요. 에너지가 남달랐어요. (이 말 이후 몇몇 멤버들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런 칭찬 받는 게… 이런 말 들을 기회가 솔직히 많지 않거든요…"(김다연)

"저희가 눈물을 보인 이유는 정말 진심으로 무대를 하고 있어서예요. 대중들이 칭찬 해주시는 것도 너무 너무 좋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저희 무대를 보신 동업계에서 말씀을 해주시는 게 정말 크게 와닿았어요. 더 큰 원동력이 되거든요."(최유진)

"대중분들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우리가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에게도 사랑받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말씀을 들으니까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또 최근에 보셨다면 7인으로서의 무대를 보셨을 텐데, 그런 감동을 느끼셨다고 말씀을 해주시니까 더 큰 감동을 드려야겠다라는 생각이 지금 또 들어서… 눈물이 흐르게 되네요."(김다연)

-아이돌 위상이 높아지면서 책임감도 생겼을 거 같아요. 그리고 케플러는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지만 그게 한계가 되지는 않아요.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제가 서바이벌을 통해 재데뷔를 했다 보니까 '저를 보고 포기했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많이 받았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구나' 뿌듯했고 저도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최유진)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불리면 한계가 있어 보이잖아요. 하지만 저희의 마음과 저희의 단단함엔 절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번에 재계약을 함으로써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결국 '한계가 없는 그룹'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서 많은 대중분들이 그 점을 더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김채현)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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