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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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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손현주(59)는 지니TV '유어 아너' 촬영 지체에도 꼬박 1년을 기다렸다. 재작년 말 처음 극본을 받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제작이 미뤄졌다. 지난해 tvN '세작, 매혹된 자들'의 주요 캐릭터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강희수'(신세경) 아버지인 영의정 '강항순'으로 3회 특별출연하는 데 그쳤다. 유어 아너는 우여곡절 끝에 올해 3월 촬영에 들어갔지만, 3개월 만인 6월18일 친형인 사진작가 손홍주(61)씨가 떠나 아픔이 컸다. 제작발표회 당시 "잊지 못할 드라마가 될 것 같다"며 눈물을 보인 까닭이다.

"지병도 없던 형이 떠나서 힘들었다. 발인이 끝나자마자 촬영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가지 마음이 교차하더라. 1990년대 초 방송에 들어왔을 때부터 형은 내 팬이었다. 내 얘기를 할 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동생 사랑이 유달랐다. 근데 그 형이 갔다. 가슴이 아프지만, 다음 주까지 (방송을) 보고 형한테 갈 생각이다. 형이 유어 아너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떻게 봤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나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올라가면 같이 재미있게 사진 찍고 놀고 싶다."

유어 아너는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 '송판호'(손현주)·'김강헌'(김명민) 이야기다. 이스라엘 드라마가 원작이며, 미국에서도 리메이크했다. '소년시대'(2023) 김재환 작가가 집필하고, '낮에 뜨는 달'(2023) 표민수 PD가 크리에이터와 연출을 맡았다. '종이달'(2023) 유종선 PD도 함께 연출했다. 시청률 1.7%로 시작, 입소문을 타며 8회 4.7%까지 찍었다. 총 10부작으로 2회만 남겨뒀다.

"정말 어렵게 나온 드라마다. 내가 나온 드라마는 항상 어려웠고, 이번에도 역시나 '못하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조·단역이라는 표현을 쓰기 싫은데, 한 사람도 버릴 사람이 없다. 다들 성실하게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해줬다. 다시 한 번 이 작품 제안이 와도 똑같이 최선을 다할 것 같다. 선택하길 잘했다"며 만족했다.


손현주와 김명민(51)의 연기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 극중 손현주는 판사 권력을 이용, 아들 '호영'(김도훈)의 살인죄를 은폐하며 잘못된 부성애를 보여줬다. 김강헌은 둘째 아들 '김상현'(신예찬)이 뺑소니 사고로 죽자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조직 보스에서 우원그룹 회장까지 오른 인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4회에서 김명민과 첫 대면하는 신을 신경쓰지 않았을까. 판호는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다. "난 보통 남자 배우와 만나면 편안해진다. 연기 대결을 펼친다고 하는데, 같이 가는 것"이라며 "촬영을 시작하면 두렵고 무서운 걸 끌어올렸지만, 드라마 밖에선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김명민씨를 참 잘 만났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되게 딱딱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부드럽게 여리다"고 회상했다.

"김명민씨와 꼭 한 번 연기하고 싶었다"며 "'불멸의 이순신'(2004) 때 내가 인지도가 없어서 '이순신' 역을 뺏겼다. 앞으로 한번 더 이순신 작품이 나오면 내가 이순신을 하고, 김명민씨가 '원균'을 했으면 좋겠다. 친구, 동료처럼 지냈고 소중한 인연이 더 늘었다. 굉장히 진중한 사람이고, 좋아하는 동생이다. 다시 한번 꼭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판호의 어긋난 부성애를 공감했을까. 10회 내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을 보여줘야 해 심리·육체적으로도 힘들었을 터다. 촬영 당시 집을 나와 매니저와 숙소에서 생활하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한국 정서상 아버지로서 감춰야 하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전형적인 클리셰를 만들면, '스릴러는 이렇다'는 공식이 보이지 않느냐"면서 "'어떻게 잘 숨길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내가 송판호라면 자수해서 일을 쉽게 풀었을 거다. 잘못된 길을 가서 몸이 고달팠다. 4회에서 어차피 총은 나에게 주어졌고, 김강헌을 쐈으면 끝났을 거다. 그렇게 않은 선택을 하다 보니 10부작까지 갔다. 송판호는 잘못된 부성애가 맞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갔고,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김명민씨가 들어올 때 조명도 그렇게 장치를 했지만, 정말 무서웠다. 호영이 얘기가 나올 때 총 방아쇠를 당겨 외국인 노동자를 죽였는데, 9~10회에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후배들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명민, 손현주가 아닌, 김도훈과 허남준이 나오는 드라마"라고 할 정도다. 특히 김명민 첫째 아들 '김상혁' 역의 허남준(31)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남준이가 어떻게 변해가는 지 봐달라"면서 "요즘 많이 하는 클리셰가 없다. 프레임에서 시선이 벗어날 때가 많다. 보통 드라마는 약속이라서 프레임 안에서 시선이 넘어가지 않는데, 이 친구는 지 멋대로 넘어갔다 다시 돌아온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극찬했다.

"처음에 도훈이와는 솔직히 대화를 별로 안 했다. 5부까지 극본을 봤을 때 별로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메소드도 아니고···.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아들과 별로 대화를 안 한다. 요즘 MZ세대는 좀 다르다. 나도 군대 간 아들과 전화도 자주 하고, 여자친구 얘기도 하고 술도 한 잔 하고 친구 같다. 근데 보통 아버지들이 얘기를 잘 안 한다. 나와 도훈이 촬영할 때 메이킹이 24시간 따라다녔는데, 장난 치거나 대화를 많이 하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을 거다. 의도적으로 안 했다. 8회 때 도훈이가 현장에 왔을 때 진심으로 안아줬다. 그 때 나도 모르게 뜨거움이 왔다."

지니TV와 ENA 채널 한계에 아쉬움도 느끼지 않을까. "ENA 채널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봤다"며 "요즘 ENA에서 제법 많이 하더라. 아직 난 KT 가입자가 아니다. KT에 가입해야 하는데, Btv 계약이 묶여 있다. 앞으로 ENA는 드라마 채널로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라마를 안 보는 친구들도 '많이 보고 있구나'라고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아내가 TV 앞에 잘 앉아있는 사람이 아닌데, 본방사수를 하고 굉장히 몰입해서 보더라. 친구, 동료, 지인한테도 연락이 온다. 나 역시도 편집본을 본 게 아니라서 다음 회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귀띔했다.

열린 결말을 암시했다. "답답하게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10회가 끝이 아닌가?' 하는 분들은 '결말이 왜 이래?'라고 할 수도 있다. 선한 사람이 없지 않느냐. 만약 시즌2를 만든다면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즌2 관련해선 굉장히 조심스럽다. 만약 진행된다면, 김명민씨도 '최선을 다해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다. 시즌2가 나오기 쉽지 않은데, 욕심만 안 부리면 된다. 시즌2 가더라도 초심 잃지 않아야 한다. 모범형사도 억지로 졸라서 시즌2를 했는데, 이번에도 잘 논의해서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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