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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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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날 따라, 떠올라 공중으루 / 유 세이(You say) '후' 아이 메이 플라이 유 세이(I may fly You say) '후' 덴 아이 플라이(Then i fly) / 다 날 볼 수 있게 날아 줄게 한가운데"

톱 가수 겸 배우 아이유(IU·이지은)가 말 그대로 공중에서 바람을 타고 홀씨가 됐다.

아이유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친 '2024 아이유 HEREH 월드 투어 콘서트 앙코르 : 더 위닝' 마지막 회차에서 플라잉 장치를 타고 '홀씨'를 부르며 공연장을 날아다녔다.

매 공연이 그렇지만 특히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의 오프닝은 월드투어의 메시지를 압축하는 연출로, 아이유의 전매특허가 됐다.

앞서 2022년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친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 때는 오프닝 '에잇'이 울려퍼졌는데, 노랫말처럼 오렌지빛 태양이 '팔레트'가 돼 지붕이 뚫린 올림픽주경기장 안으로 붓질한 것처럼, 아이유 팬덤 '유애나'가 들고 있는 응원봉 '아이크' 역시 주황빛으로 번졌다. 그렇게 노을이 콘서트장으로, 관객들 마음으로 아련하게 들어왔었다.

이번 콘서트에서 플라잉 장치는 공연 내내 노랫말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플로어석, 2층석 중간에 마련된 서브 스테이지에서 '관객이 될게'를 부르던 중 "다 숨죽인 무대 한가운데에서 / 그저 넌 너답게 웃어줘, 날아줘"라는 대목에서 아이유는 또 날아올랐다.

이렇게 이날 아이유의 콘서트는 곳곳이 하이라이트였다.

오른쪽 빛나는 은빛에서 왼쪽의 반짝이는 푸른빛까지 그라데이션이 일품인 일렉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부른 '바이 서머(Bye summer)'도 그 중 하나였다. '바이 서머'는 이번 월드투어의 시발점인 미니 6집 '위닝'의 선공개곡 '러브 윈스 올'의 작곡가인 건반주자 서동환이 멜로디를 지은 곡이다. 노랫말은 아이유가 붙였다. "달려가는 우리를 뒤따라 오던 밤 아래 그 더위까지 (…) 바이 서머 인사할 때야 서늘한 바람이" 같은 애틋하면서 청랭한 대목이 넘쳐난다. 아이유의 '겨울잠' 속 '여름 한 컵' '가을 한 장'도 연상된다.

여름을 싫어한다는 아이유는 "이번 투어를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을 보냈다"고 돌아봤다. 18개 도시를 돌았는데 초반 서울, 일본 요코하마를 제외하고 돈 도시들이 대부분 더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네 차례 공연하며 이번 투어의 포문을 열었으니 약 6개월 간 여름 같은 계절을 보낸 셈이다.

아이유는 "투어를 하면서 이번 여름은 너무 좋았어요. 상암 공연으로 타이밍 맞춰 여름이 떠날 줄은 몰랐죠. 마침 어제부터 기온이 떨어졌다. 어제보다 마음에 들게 무대가 나왔다"고 흡족해했다.

아이유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날씨 요정이 되기도 했다. 이틀 전 콘서트 '아이유 팀'은 폭우 속에 무대 장치 등을 설치하느라 고생했다. 다행히 공연 첫날 오후에 비가 그쳤고 이날은 지극히 쾌청한 날씨를 유지했다. 아이유도 오프닝 멘트에서 "날씨가 정말 좋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팬덤 유애나 사이에선 전날 아이유가 '바이 서머'를 부를 때만 이슬비처럼 내린 적은 양의 비가 기적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유도 이날 "미스트를 뿌린 것처럼 얼굴이 살짝 빛날 정도의 비였어요.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요.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더 착하게 살기로 했다"고 웃었다.

이 곡은 아이유와 서동환이 이번 앙코르 투어만을 위해 쓴 곡이다. 향후 발매는 미정이다. 전날과 이날 공연장에 모인 10만명을 위해 깜짝 선물을 한 것이다.

이날 공연은 사실 내내 선물이기는 했다. 망원경과 방석이 무료로 주어진 건 물론 제작비를 아끼지 않는 공연의 화려함은 아이유 역대 공연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이번에 더했다. 밤하늘을 별처럼 장식한 드론쇼엔 7시를 가리키는 시계, 바다 위에 뜬 해 등 고난도의 그림이 그려졌다.

또한 아이유 이번 투어의 오프닝은 각 도시마다 현지 어린이들이 함께 했는데, 공연 중간에 여러 나라 아이들의 꿈을 영상을 통해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러면서 "터무니 없는 꿈은 없어요"를 골자로 한 자막이 더해졌고 이후 '아이유 닮은 꼴' 캐릭터 트위티 버드 형상의 대형 풍선이 공연장 밖 하늘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공연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한 쪽 켠을 지키고 있던 그 트위티 버드였다.

이어서 화룡점정의 무대인 미니 6집 '위닝'의 타이틀곡 '쇼퍼'가 이어졌다. 전날 '쇼퍼' 무대는 혹시나 날씨 변화로 인한 안전 문제로 덜 화려한 대신 아이유의 목소리로 폭죽을 터뜨렸는데, 이날은 아이유의 목소리를 도와 화려한 불꽃이 마치 판타지처럼 공연장 곳곳을 장식했다.

전주만 들어도 놀이공원 온 것 같은 설렘을 선사하는 '너랑 나'는 아이유 말대로 역대급 떼창과 쉴 세 없이 터지는 불꽃놀이가 어우러지면서 황홀경을 선사했다. 이 곡의 전주만 들어도 10대 시절이 생각나서 신기하다는 아이유는 "블루레이 잘 나오겠다"며 크게 흡족해했다.

'러브 윈스 올'이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다. 이번 콘서트의 가장 큰 주제를 담은 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난도가 높은데 아이유는 살짝 쉰 목소리에도 자신의 말처럼 더 감정이입을 하며 드라마틱한 소화 능력을 보여줬다. 공연 내내 "제가 뭐라고" "감히 저 따위가" (전날엔 '가까이서 보니까 작고 평범하게 생겼죠?'라며 지극히 겸손한 발언도 했다)라며 몸을 낮춘 아이유는 "저도 여러분의 오래된 팬이에요. 제 공연으로 힘내셨으면 합니다. 하루 하루 크고 작은 승리를 하시면서 다음에 또 만났으면 한다"고 바랐다.

아이유와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뷔가 출연한 '러브 윈스 올'의 뮤직비디오 비공개 영상이 잠깐 상영된 뒤 앙코르가 이어졌다. 첫 곡은 '쉬(Shh)…'였다. 뉴진스 혜인(10대)·조원선(50대)·패티김(80대) 등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 세대의 연대를 모색하며 "뒷짐을 진 채 / 따라갈래 / 그녀의 긴 발자국 / 서로를 이어 (서로를 이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곡이다.

특히 이번 '쉬…'는 더 특별했다. 노래 부르기 전 영상에 아이유가 영감을 받은 동료, 선후배 가수들의 사진이 등장한 것이다. 아이유는 일일이 초상권을 허락 받았다고 했는데 패티김, 조원선, 혜인은 물론 현미, 윤복희, 인순이, 이소라, 장필순, 양희은, 이은미, 노영심 그리고 뉴진스·르세라핌 멤버들의 모습도 등장했다.

특히 이날 콘서트는 또 다른 의미로 아이유와 유애나에게 특별했다. 아이유가 2012년 6월2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연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이날이 100번째 콘서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온 이들은 기적 같은 날에 큰 승리까지 받는다. 아이유는 "저도 거짓말 같아 설마 설마 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많은 분들을 모시고 상암에서 대대적인 공연을 하는 데 어떻게 100번째가 될 수 있나 했는데, '진짜 100번째'였어요. 세어주신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누군가 저를 위해 기도, 응원해주시는 거 같은데 100일 잔치 같아요. 여기 계신 분들이 제 멱살 잡아 여기까지 왔죠. 요즘 마음가짐이 '홀씨' 같아요. 원대한 꿈을 가진 건 아니지만, 여기 가면 저기도 가서 오랫동안 생존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이유는 전매특허인 앙앙코르에서 성큼 다가온 가을을 환영하는 의미로 '가을아침'을 비롯 어쿠스틱 버전으로 '스트로베리 문'을 들려줬다. '언러키'에 이어 '있잖아'는 록 버전이었고, '여름밤의 꿈'으로 길었던 '한여름 밤의 꿈'을 닫았다.

스타들의 스타로 통하는 만큼, 전날과 이날 화려한 스타들이 객석에서 아이유를 지켜봤다. 전날엔 지드래곤, 고소영, 라이즈 성찬·앤톤 등이 아이유를 응원했다. 특히 아이유는 2017년 6월 지드래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연 솔로 콘서트에 게스트로서 이곳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또 이날엔 방탄소년단 뷔와 제이홉 그리고 르세라핌 멤버 김채원·사쿠라, 이 두명과 아이즈원에서 활약했던 배우 겸 가수 김민주도 객석을 찾았다. 중요한 공연이었던 만큼 아이유 소소사 이담 엔터테인먼트 배종한 대표는 물론 이담 모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권기수·장윤중 공동 대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김시대 대표 프로듀서 등도 객석에서 지켜봤다.

아이유는 이번 공연으로 잠실주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 두 곳에 모두 입성한 최초의 여성 뮤지션이 됐다.

특히 이번 공연은 5개월 간 18개 도시를 돈 투어 여정의 마지막이다. 아시아, 유럽, 미주지역 포함 이 숫자의 도시 관객과 만난 국내 여성 솔로 아티스트는 아이유가 처음이다. 국내에서 국민 가수급으로 통하는 아이유는 이번 월드 투어로 글로벌 인기도 확인한 셈이다.

처음 찾은 북미에서 6개 도시 투어를 성료하는 등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화제를 뿌렸다. 요코하마, 타이베이, 싱가포르, 자카르타, 홍콩, 마닐라(불라칸), 쿠알라룸푸르, 런던, 베를린, 방콕, 오사카 등을 거쳐 북미에 입성했다.

특히 K팝 장르로 분류되는 노래를 부르지 않은 아이유가 북미 지역 내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번 투어로 계속 공연을 잡아도 될 만큼 현지 팬층이 두텁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투어는 티켓 오픈 10분 만에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특히 LA 공연 당시 현지에 거주 중인 국내 원조 디바 패티 김이 현장을 찾았다. 아이유는 당일 콘서트에서 해당 곡의 순서를 마친 뒤 패티 김이 앉아 있는 쪽을 향해 진심 어린 존경심을 표했다. 이번 투어에서 또 주목 받은 인물은 '미국 유애나(아이유 팬덤) 할아버지로'로 통하는 제브 라테트 씨였다. 라테트 씨는 아내와 함께 오클랜드 공연을 찾았다.

이런 아이유의 이름값으로 인해 이번 앨범과 투어 도중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 졸전으로 촉발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의 불똥이 애먼 그녀에게 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유 측은 이미 공연 당일 대규모 인파가 현장에 운집하는 만큼, 잔디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사전에 안내받은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철저하고 엄격하게 준수함은 물론, 전 스태프를 대상으로 숙지하고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행동 강령 등에 대한 사전 교육도 실시했다.

아울러 아이유 측은 최근 서울 마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주민 전원에게 종량제 봉투를 선물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이 단지엔 약 3700세대가 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야외 공연장이라 인근에 일부 전달될 소음이 걱정돼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사실 아이유는 이번 앨범을 설명하면서 '승리'를 내세웠다. 그건 패배와 몰락을 아는 사람이라 가능하다. 대중음악은 사실 삶에서 실패한 자들의 표정을 톺아보면서 위로의 기능을 해왔다. 그럼으로 어떤 삶이 더 나은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왔는데, 10대에 데뷔해 20대에 갖은 편견과 어려움을 뚫고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된 아이유는 좋은 노래는 일상적 가치의 기준점을 다시 돌아보면서, 노래해왔다.

말미에 아이유가 유애나에게 "제가 사랑하는 여러분이니까 여러분의 꿈·목표를 응원하고 살면서 많이 발견하세요. 크고 작은 승리들을 많이 만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투어였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투어를 보고 조금이라도 그런 용기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밤을 보낼 것 같아요."

승리와 용기는 천상의 어디에서가 아니라, 아이유의 콘서트에서 홀씨처럼 날아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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