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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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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밴드의 유산은 계승될 뿐만 아니라 계속 발굴된다는 걸 사이키델릭 록 밴드 '서울전자음악단'(서전음)이 보여준다.
서울전자음악단은 '정반합(正反合) 밴드'다. 기본이 된 정(正)이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반(反)이 만들어지는데 이 정(正)과 반(反)이 합(合)으로 초월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일종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기존 걸 반복하지 않고, 매번 다른 걸 더해 새로운 걸 빚어내는 서울전자음악단의 무대는 그래서 매번 긴장감을 안긴다. 네 멤버가 무엇을 할 지 모르니까.
서울전자음악단은 '한국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신중현의 둘째 아들인 기타리스트 신윤철을 중심으로 2004년 결성됐고, 이듬해 데뷔 음반을 냈다. 2019년 강대희(드럼), 김엘리사(베이스), 혼닙(honnip·기타) 체제로 굳혀진 뒤 또 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음악전문가 11인과 함께 뽑은 '스페이스 공감 선정 -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에 정규 2집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이 꼽히는 등 재조명되고 있다. 결성 20주년을 맞고, 데뷔 20주년을 앞둔 서울전자음악단은 이렇게 유산을 계속 계승해나간다. 다음은 최근 서울 합정역 인근 합주실에서 만나 네 멤버와 나눈 일문일답.
-'스페이스 공감' 100대 명반에 꼽히신 소감은요.
"명단에 다른 명반들도 많아서 별로 튀지는 않는 것 같고요. 그냥 재밌게 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LP를 재발매했었는데, 다시 또 찍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신윤철)
"밴드도 흐름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서울전자음악단도 밑에서 되게 잔잔하게 있다가 어떤 흐름이 몰려오고, 거기에 멤버들이 탄탄하게 구성이 되고, 조금씩 합이 맞아가면서 공연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사람들의 감동이 더해지고 그래서 '파도가 왔다'는 느낌이 살짝 들어요. 이 파도가 엎어지지 않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강대희)
"창작 활동을 하지 않던 때 팬의 입장에서 듣던 명반이 회자돼서 너무 기분이 좋고요. 회자된 만큼 주목도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혼닙)
"모든 게 너무 영광이고요. 저도 학창 시절부터 윤철이 형을 팔로우 했던 사람으로서 이 앨범이 명반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저희가 이제 또 새로운 색깔로 재창조 해낸다는 느낌을 공연 때마다 받는데, 그걸 관객 분들이 즐겨주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해요."(김엘리사)
-평상시엔 네 분 모두 수줍은 많고 조용한데, 무대 위 연주하실 때면 돌변하십니다.
"무대 위에 서면 스위치가 바뀌어요. 평소에는 그냥 인간인데 무대 위에 올라가면 다른 걸로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하."(강대희)
-지금 네 멤버로 합을 맞추신 지 5년이 됐습니다. 근데 20년은 같이 연주를 해오신 느낌이 들어요.
"저한테는 이름만 서울전자음악단이지, 사실 새로운 밴드거든요. 계속 공연을 하면 할수록 각자의 개성도 더 나오고 팀으로서도 새로운 색깔이 나온다는 게 너무 재밌고요. 이런 밴드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죠."(신윤철)
-그렇다면 서울전자음악단의 유산은 대단하지만, 이 멤버들로 새로운 이름의 팀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셨어요?
"사실 윤철이 형은 처음 저희를 만났을 때 다른 밴드 이름을 생각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서전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가자로 말씀 드렸죠. 워낙 저희가 팬이었고, 그 이름 아래서 한번 활동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김엘리사)
"서전음이란 이름 자체가 엄청 커요. 그 안에 저희를 아무리 쑤셔 넣어도 모자를 겁니다."(강대희)
"그러니까요. (서울전자음악단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해 주셨어요. 마치 무슨 상을 받은 것처럼요. 워낙 탄탄한 이름이고 명곡들도 많은 데다 저희가 활용해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죠."(김엘리사)
"일단 선생님이 그렇게(팀 이름을 바꿔서 활동)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 신기해요. 만약에 그렇게 새로운 이름으로 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신기함밖에 없어요."(혼닙)
-신윤철 선생님이야 워낙 삶이 잘 알려졌으니까 이 부분은 따로 질문 드리지 않을게요. 다른 세 분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신 겁니까?
"아버지가 목회를 하셨었어요. 조그만 개척교회를 하셨는데 악기 연주할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근데 베이스에 매력을 느껴 주력으로 다뤘어요. 제가 작아서 그런지, 일단 크기가 커서 좋았고요. 제게 영향을 준 베이시스트는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자코 파스토리우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플리, 아브라함 라보리엘 등을 좋아했어요. 라보리엘은 실제 보기도 했는데, 너무 떨려서 말이 안 나왔어요."(김엘리사)
"전 친구가 기타를 배우길래 드럼을 쳤어요. 별 의미 없이 시작을 한 거죠. 그런데 중학교 때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점점 세고 시끄럽고 이상한 메시지를 전하는 음악에 꽂히더라고요. 그쪽으로 빠지다 보니까 귀도 넓어지고 좋았어요."(강대희)
"저도 형님들과 비슷한데 미디어가 TV라는 점만 다른 거 같아요. 맞벌이를 하신 부모님이 이것저것 하게 해주셨는데 그 중에 기타가 있었어요. 특히 자발적으로 레슨을 받으러 갔죠. MTV에서 보고 들은 음악을 기타로 치는 게 재밌었어요."(혼닙)
-그럼 신 선생님은 세 분과 같이 연주를 하시면서 어떠셨어요?
"기대 이상이에요. 제가 원하는 건 '각자 다 따로 노는 것처럼 하고 싶은 걸 다 하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이거든요. 편곡이 완전히 짜여져 있는 게 아니라 즉흥 요소들을 많이 넣어요. 그래서 저희는 같은 곡이더라도, 공연 때마다 연주가 달라요."(신윤철)
-최근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밴드 붐이 왔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개인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전반적인 밴드 붐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저도 동의를 안 하는 입장인데요. '부익부빈익빈이라고 해야 하나, 젊은 세대들이 악기를 다루고자 하면서 아마추어 밴드가 많아진 걸 느껴요. 모든 회사에 직장인 밴드가 있고 대학 모든 과에 밴드가 있을 정도죠. 근데 인디 언더그라운드에서 막 발버둥치는 밴드들은 오히려 더 잊혀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거든요. 신(scene)이 더 커져서 탄탄한 중간 정도의 밴드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강대희)
"일단 어쿠스틱이나 밴드 사운드에 대한 니즈는 확실히 생겼어요. 근데 그것이 밴드에 대한 니즈로 직결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10년 전에 서브 컬처 밴드들이 더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밴드들이 먹고살기 힘든 구조죠. 그래서 미디어 음악 활동 등 다른 걸 병행할 수밖에 없고 다양한 음악은 못 나오는 환경이 됐죠. 그래서 밴드 신의 발전 가능성은 사실 없는 거죠."(혼닙)
"요새 대형 페스티벌을 다녀보면서 느끼는 건 밴드 형식을 갖춘 메인 스트림 음악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거예요. 밴드라고 하니까 '인디 밴드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엄청난 자본력이 투입된 아이돌이라는 거죠. 그런 친구들이 밴드의 형식을 빌려서 많이 출몰을 하더라고요. 저희가 내용적으로나 태도적으로나 생각하는 밴드는 팬들에 가깝지 않죠."(김엘리사)
"영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밴드 음악을 듣고 좋으면 앨범을 사요. 그런데 국내는 개성 있고 창의력이 있는 음악들이 알릴 만한 시스템이 형성이 안 돼 있죠.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켜봐 온 결과 음악은 항상 유행을 타요. 그래서 음악하는 사람들은 그냥 뻔한 음악이 아니라 자기네만의 색깔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신윤철)
-그럼 이상적인 밴드의 태도는 무엇일까요?
"예전엔 이렇게 생각했어요. 밴드는 거의 같이 살면서 뭘 하든 같이 해야 된다고요. 그런데 멤버가 안 바뀌고 오랫동안 유지한 밴드들 있잖아요. 그런 팀을 자세히 보니까 그렇게 계속 같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수입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자본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거죠. 특히 무엇보다 각자의 영역을 서로 존중하는 게 있어야 하죠."(신윤철)
"밴드라고 해서 합심, 희생, 단체를 강요하면 결국엔 한두 명은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마음이 다 하나가 되기는 힘드니까요."(김엘리사)
"한 밴드라고 해도 멤버들이 다른 게 당연한 거예요. 무조건 맞춘다고 좋을 것 같지도 않고요. 오히려 매몰될 수도 있죠. 그래서 신윤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 셀프 컨트롤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단체에 있어서 더 중요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유로움이죠. 선생님이 항상 말씀 하세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무대 위의 상황들이 삶에도 그대로 묻어나는 것에 대해서요."(혼닙)
"일단 밴드를 같이 하려면 기본적으로 각자의 역량을 인정해야 해요. 내가 뭘 해도 괜찮은 상황이 되니까 일단 믿음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못하는 사람이랑 같이 하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죠. 그리고 각자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까, 각자 알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도 있어요. 그건 연주할 때 뭐든지 해도 된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아요. 윤철 형도 모든 게 다 허용된다고 말씀하시고요."(강대희)
-서울전자음악단의 향후 방향성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여기 있는 멤버들이 앞으로 잘 만들어 가겠죠. 저희 아버지가 음악을 배우실 때 사용하시면서 쓰셨던 악보 책이 있어요. 그 노트 제일 앞에 글씨가 써 있는데 '악사(樂士)는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문구예요. 그렇게 항상 매일매일이 새로워야 합니다."
서울전자음악단의 일신우일신은 향후 공연에서 확인 가능하다. 오는 10월4일 스페이스 한강에서 열리는 '와우산 록 페스티벌', 같은 달 9일엔 서울 홍대 앞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리는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무대에 오른다. 11월1일엔 서울 금천구 문화정원 아트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또 15일 서울 마포구 제비다방, 23일 부산 클럽 오방가르드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서울전자음악단은 '정반합(正反合) 밴드'다. 기본이 된 정(正)이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반(反)이 만들어지는데 이 정(正)과 반(反)이 합(合)으로 초월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일종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기존 걸 반복하지 않고, 매번 다른 걸 더해 새로운 걸 빚어내는 서울전자음악단의 무대는 그래서 매번 긴장감을 안긴다. 네 멤버가 무엇을 할 지 모르니까.
서울전자음악단은 '한국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신중현의 둘째 아들인 기타리스트 신윤철을 중심으로 2004년 결성됐고, 이듬해 데뷔 음반을 냈다. 2019년 강대희(드럼), 김엘리사(베이스), 혼닙(honnip·기타) 체제로 굳혀진 뒤 또 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음악전문가 11인과 함께 뽑은 '스페이스 공감 선정 -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에 정규 2집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이 꼽히는 등 재조명되고 있다. 결성 20주년을 맞고, 데뷔 20주년을 앞둔 서울전자음악단은 이렇게 유산을 계속 계승해나간다. 다음은 최근 서울 합정역 인근 합주실에서 만나 네 멤버와 나눈 일문일답.
-'스페이스 공감' 100대 명반에 꼽히신 소감은요.
"명단에 다른 명반들도 많아서 별로 튀지는 않는 것 같고요. 그냥 재밌게 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LP를 재발매했었는데, 다시 또 찍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신윤철)
"밴드도 흐름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서울전자음악단도 밑에서 되게 잔잔하게 있다가 어떤 흐름이 몰려오고, 거기에 멤버들이 탄탄하게 구성이 되고, 조금씩 합이 맞아가면서 공연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사람들의 감동이 더해지고 그래서 '파도가 왔다'는 느낌이 살짝 들어요. 이 파도가 엎어지지 않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강대희)
"창작 활동을 하지 않던 때 팬의 입장에서 듣던 명반이 회자돼서 너무 기분이 좋고요. 회자된 만큼 주목도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혼닙)
"모든 게 너무 영광이고요. 저도 학창 시절부터 윤철이 형을 팔로우 했던 사람으로서 이 앨범이 명반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저희가 이제 또 새로운 색깔로 재창조 해낸다는 느낌을 공연 때마다 받는데, 그걸 관객 분들이 즐겨주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해요."(김엘리사)
-평상시엔 네 분 모두 수줍은 많고 조용한데, 무대 위 연주하실 때면 돌변하십니다.
"무대 위에 서면 스위치가 바뀌어요. 평소에는 그냥 인간인데 무대 위에 올라가면 다른 걸로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하."(강대희)
-지금 네 멤버로 합을 맞추신 지 5년이 됐습니다. 근데 20년은 같이 연주를 해오신 느낌이 들어요.
"저한테는 이름만 서울전자음악단이지, 사실 새로운 밴드거든요. 계속 공연을 하면 할수록 각자의 개성도 더 나오고 팀으로서도 새로운 색깔이 나온다는 게 너무 재밌고요. 이런 밴드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죠."(신윤철)
-그렇다면 서울전자음악단의 유산은 대단하지만, 이 멤버들로 새로운 이름의 팀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셨어요?
"사실 윤철이 형은 처음 저희를 만났을 때 다른 밴드 이름을 생각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서전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가자로 말씀 드렸죠. 워낙 저희가 팬이었고, 그 이름 아래서 한번 활동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김엘리사)
"서전음이란 이름 자체가 엄청 커요. 그 안에 저희를 아무리 쑤셔 넣어도 모자를 겁니다."(강대희)
"그러니까요. (서울전자음악단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해 주셨어요. 마치 무슨 상을 받은 것처럼요. 워낙 탄탄한 이름이고 명곡들도 많은 데다 저희가 활용해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죠."(김엘리사)
"일단 선생님이 그렇게(팀 이름을 바꿔서 활동)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 신기해요. 만약에 그렇게 새로운 이름으로 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신기함밖에 없어요."(혼닙)
-신윤철 선생님이야 워낙 삶이 잘 알려졌으니까 이 부분은 따로 질문 드리지 않을게요. 다른 세 분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신 겁니까?
"아버지가 목회를 하셨었어요. 조그만 개척교회를 하셨는데 악기 연주할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근데 베이스에 매력을 느껴 주력으로 다뤘어요. 제가 작아서 그런지, 일단 크기가 커서 좋았고요. 제게 영향을 준 베이시스트는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자코 파스토리우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플리, 아브라함 라보리엘 등을 좋아했어요. 라보리엘은 실제 보기도 했는데, 너무 떨려서 말이 안 나왔어요."(김엘리사)
"전 친구가 기타를 배우길래 드럼을 쳤어요. 별 의미 없이 시작을 한 거죠. 그런데 중학교 때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점점 세고 시끄럽고 이상한 메시지를 전하는 음악에 꽂히더라고요. 그쪽으로 빠지다 보니까 귀도 넓어지고 좋았어요."(강대희)
"저도 형님들과 비슷한데 미디어가 TV라는 점만 다른 거 같아요. 맞벌이를 하신 부모님이 이것저것 하게 해주셨는데 그 중에 기타가 있었어요. 특히 자발적으로 레슨을 받으러 갔죠. MTV에서 보고 들은 음악을 기타로 치는 게 재밌었어요."(혼닙)
-그럼 신 선생님은 세 분과 같이 연주를 하시면서 어떠셨어요?
"기대 이상이에요. 제가 원하는 건 '각자 다 따로 노는 것처럼 하고 싶은 걸 다 하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이거든요. 편곡이 완전히 짜여져 있는 게 아니라 즉흥 요소들을 많이 넣어요. 그래서 저희는 같은 곡이더라도, 공연 때마다 연주가 달라요."(신윤철)
-최근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밴드 붐이 왔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개인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전반적인 밴드 붐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저도 동의를 안 하는 입장인데요. '부익부빈익빈이라고 해야 하나, 젊은 세대들이 악기를 다루고자 하면서 아마추어 밴드가 많아진 걸 느껴요. 모든 회사에 직장인 밴드가 있고 대학 모든 과에 밴드가 있을 정도죠. 근데 인디 언더그라운드에서 막 발버둥치는 밴드들은 오히려 더 잊혀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거든요. 신(scene)이 더 커져서 탄탄한 중간 정도의 밴드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강대희)
"일단 어쿠스틱이나 밴드 사운드에 대한 니즈는 확실히 생겼어요. 근데 그것이 밴드에 대한 니즈로 직결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10년 전에 서브 컬처 밴드들이 더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밴드들이 먹고살기 힘든 구조죠. 그래서 미디어 음악 활동 등 다른 걸 병행할 수밖에 없고 다양한 음악은 못 나오는 환경이 됐죠. 그래서 밴드 신의 발전 가능성은 사실 없는 거죠."(혼닙)
"요새 대형 페스티벌을 다녀보면서 느끼는 건 밴드 형식을 갖춘 메인 스트림 음악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거예요. 밴드라고 하니까 '인디 밴드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엄청난 자본력이 투입된 아이돌이라는 거죠. 그런 친구들이 밴드의 형식을 빌려서 많이 출몰을 하더라고요. 저희가 내용적으로나 태도적으로나 생각하는 밴드는 팬들에 가깝지 않죠."(김엘리사)
"영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밴드 음악을 듣고 좋으면 앨범을 사요. 그런데 국내는 개성 있고 창의력이 있는 음악들이 알릴 만한 시스템이 형성이 안 돼 있죠.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켜봐 온 결과 음악은 항상 유행을 타요. 그래서 음악하는 사람들은 그냥 뻔한 음악이 아니라 자기네만의 색깔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신윤철)
-그럼 이상적인 밴드의 태도는 무엇일까요?
"예전엔 이렇게 생각했어요. 밴드는 거의 같이 살면서 뭘 하든 같이 해야 된다고요. 그런데 멤버가 안 바뀌고 오랫동안 유지한 밴드들 있잖아요. 그런 팀을 자세히 보니까 그렇게 계속 같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수입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자본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거죠. 특히 무엇보다 각자의 영역을 서로 존중하는 게 있어야 하죠."(신윤철)
"밴드라고 해서 합심, 희생, 단체를 강요하면 결국엔 한두 명은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마음이 다 하나가 되기는 힘드니까요."(김엘리사)
"한 밴드라고 해도 멤버들이 다른 게 당연한 거예요. 무조건 맞춘다고 좋을 것 같지도 않고요. 오히려 매몰될 수도 있죠. 그래서 신윤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 셀프 컨트롤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단체에 있어서 더 중요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유로움이죠. 선생님이 항상 말씀 하세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무대 위의 상황들이 삶에도 그대로 묻어나는 것에 대해서요."(혼닙)
"일단 밴드를 같이 하려면 기본적으로 각자의 역량을 인정해야 해요. 내가 뭘 해도 괜찮은 상황이 되니까 일단 믿음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못하는 사람이랑 같이 하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죠. 그리고 각자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까, 각자 알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도 있어요. 그건 연주할 때 뭐든지 해도 된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아요. 윤철 형도 모든 게 다 허용된다고 말씀하시고요."(강대희)
-서울전자음악단의 향후 방향성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여기 있는 멤버들이 앞으로 잘 만들어 가겠죠. 저희 아버지가 음악을 배우실 때 사용하시면서 쓰셨던 악보 책이 있어요. 그 노트 제일 앞에 글씨가 써 있는데 '악사(樂士)는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문구예요. 그렇게 항상 매일매일이 새로워야 합니다."
서울전자음악단의 일신우일신은 향후 공연에서 확인 가능하다. 오는 10월4일 스페이스 한강에서 열리는 '와우산 록 페스티벌', 같은 달 9일엔 서울 홍대 앞 무신사 개러지에서 열리는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무대에 오른다. 11월1일엔 서울 금천구 문화정원 아트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또 15일 서울 마포구 제비다방, 23일 부산 클럽 오방가르드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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