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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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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희가 어떻게 보면 4개월 전만 해도 사실 잠시 사라진, 약간 멈춰 있었던 그런 그룹이었는데…."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2세대 대표 K팝 걸그룹 '투애니원(2NE1)' 리더 씨엘(CL·이채린)이 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연 '2024 2NE1 콘서트 [웰컴 백(WELCOME BACK)] 인 서울'에서 운을 떼는 순간 객석에선 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사실 씨엘말도 맞고 카드봉(옛 2NE1 응원봉)을 들고 있던 2NE1 팬덤 '블랙잭' 말도 맞다. 10년6개월 만의 단독 콘서트인 데다가 2022년 4월 이벤트성이 짙었던 미국 코첼라 완전체 무대를 제외하고, 해체 이후 8년 동안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팀은 맞다.
하지만 완전체 컴백을 고대하던 팬들에겐 항상 움직이는 팀이었다. 이건 즉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이다. 막내 공민지 생일을 기점으로 연초에 한 번씩은 꼭 모인 2NE1 멤버들은 멈춘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치열한 고민과 얘기를 나눴다.
"솔로 활동을 했지만 네 명이서 함께 하고 싶었다"는 산다라박의 말이 증명하듯, 혼자서는 불안했을 삶의 극적인 드라마가 멤버들, 블랙잭과 뭉쳐 안정화됐다. 그건 공연의 처음을 장식한 '컴백홈' 인트로가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올림픽홀은 2NE1이 2011년 8월 첫 콘서트를 연 장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2NE1은 남녀노소가 흥얼거릴 수 있는 '좋은 노래'를 대거 탄생시켰던 2세대 K팝 걸그룹의 귀환이 어떻게 K팝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파이어' '박수쳐' '폴링 인 러브' '그리워해요' '아파' '살아봤으면 해' '론리' '아이 러브 유' '내가 제일 잘나가' 등 공연 내내 히트곡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뉴진스, 아이브, 트와이스, 베이비몬스터, 에스파, 스트레이키즈(스키즈), (여자)아이들, 키스오브라이프(키오프), 보이넥스트도어(보넥도), 지코, 트레저 같은 후배들이 바쁜 가운데도 기꺼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15주년을 축하한 이유다. 아이유, 지드래곤, 퍼렐 윌리엄스 같은 거물급 뮤지션도 영상으로 2NE1에게 존중을 표했다.
유한한 현실성의 세계로 이내 흩어졌다 다시 안착한 씨엘·박봄·산다라박·공민지는 저마다 팀·멤버들·블랙잭들·스태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그 만큼 또 응원 받았다.
'나쁜 기집애' 등 웅장한 솔로 무대도 선보인 씨엘은 공연의 흐름과 맥락을 좌지우지하는, 여전히 의젓한 리더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박봄은 그럼에도 씩씩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블랙잭이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 팀의 비주얼 담당인 맏언니 산다라박은 (MBTI 중) 극 F답게 여전히 눈물이 많았고 귀여웠다. 몸을 아끼지 않아 무릎 전체가 퍼렇게 멍이 든 공민지는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춤추고 노래했다.
씨엘은 "올해도 모여서 15주년인데 '뭔가 기념을 해볼까' '그냥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이렇게 시작한 다짐이었는데 지금 오늘 여러분 앞에 이렇게 서 있네요"라고 벅차했다.
모든 게 팬덤 블랙잭 덕분이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는 씨엘은 "여러분들도 꼭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조금 무섭고 막막할 수 있어도 도전해보시라고 저와 2NE1이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오늘 좋은 에너지 주신 만큼 배로 좋은 추억 그리고 좋은 기분 갖고 돌아가시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공민지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함께했던 스태프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고 이렇게 저희가 10년 만에 콘서트를 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서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니들 진짜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라고 벅차했다. 이후 멤버들은 동그랗게 서로를 감싸기도 했다.
2NE1 멤버들과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K팝 걸그룹계에서 거둔 일가는 그 이전의 '걸그룹 관습'을 일소했다는 데 있다. 외모보다는 실력을,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스러운 개성을 앞세워 차별화됐다. 엇비슷한 시각으로 걸그룹의 시스템을 반복·재현하지 않았다.
그걸 상징화한 것이 이날 '어글리' '너 아님 안 돼' 무대였다. 강력한 라이브 밴드가 빚어내는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의 이 곡들을 네 멤버는 특별한 동작의 합을 맞추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노래했다.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에서 자유롭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로커를 방불케 했고, 그것이 2NE1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2NE이 기억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좋은 노래'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블랙잭 사이에서 "앙코르"를 대신하는 "더 놀자"가 내내 이어졌다.
지난 4일 첫 날 공연을 관람한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멘트, 무대 매너 모두 (최근의 아이돌에 비하면 훨씬) 덜 짜여진 것으로 보이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면서 "그래서 마치 록 스타의 콘서트로 보였다. 특히 공민지 씨의 유연하고 폭발적인 안무, 무대를 무릎으로 미끄러져 가로지르고 헤드뱅잉 하며 거의 한 마리 야수와 같이 누비는 자유로운 모습은 특별했다"고 특기했다.
임 평론가는 아울러 오랜만에 2NE1의 대표곡들을 일별하면서 뜻밖에 깨달은 게 있다고 했다. "요즘 밴드 음악 인기의 이유에 대해 여러 해답 중 하나를 엿본 것 같았다"는 얘기다. "쇼트폼이나 분절된 안무에 적합한 형태로 미분된 요즘 아이돌 음악과 비교해보면, 2NE1의 음악은 마치 록 밴드 음악처럼 화성 진행은 단순하되 멜로디의 기승전결은 뚜렷하며 감성적인 가사를 탑재했다"고 들었다. "우리 가요가 오랜 세월 동안 지켜온 (다소) 신파조의 감성을 (당시로서는) 첨단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랩 스타일을 첨가해 잘 담아냈음을 돌아보게 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오래된 것이 새롭다. 우리는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낯설어지고 환기된다.
2NE1의 이번 콘서트는 K팝 업계 내에서도 단연화제였다. 객석엔 그래서 스타들이 가득차다. 특히 신구 YG패밀리의 의리가 돋보였다. 빅뱅 지드래곤과 대성, 세븐, 거미, 위너 송민호와 진우 등이다. YG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게스트로 나와 '쉬시' '배터 업'으로 실력을 과시하며 자신들이 2NE1의 계보를 잇는 적자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평소 2NE1 팬으로 알려진 베이비몬스터 멤버 루카는 크게 감격했다.
뉴진스, 스트레이키즈 같은 대세 K팝 그룹도 객석을 지켰다. YG와 작업한 선우정아, YB 윤도현도 객석을 찾았다. 앞서 다른 날엔 전현무, 샤이니 키도 멤버들을 응원했다. 두 사람은 산다라박이 출연한 MBC TV 예능물 '나 혼자 산다'의 대표적인 무지개 회원들이다. 지난 4일부터 열린 이번 콘서트엔 사흘간 1만2000명이 운집했다.
2NE1은 이번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9개 도시 15회차에 달하는 아시아 투어에 돌입한다. 마닐라, 자카르타, 고베, 홍콩, 도쿄, 싱가포르, 방콕, 타이베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다라박이 이번 콘서트 사흘 내내 외친 서울 앙코르 콘서트도 확정될 지 관심이다. 씨엘은 "(하게 되면) 더 큰 공연장에서 해야 하겠죠"라고 거들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2세대 대표 K팝 걸그룹 '투애니원(2NE1)' 리더 씨엘(CL·이채린)이 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연 '2024 2NE1 콘서트 [웰컴 백(WELCOME BACK)] 인 서울'에서 운을 떼는 순간 객석에선 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사실 씨엘말도 맞고 카드봉(옛 2NE1 응원봉)을 들고 있던 2NE1 팬덤 '블랙잭' 말도 맞다. 10년6개월 만의 단독 콘서트인 데다가 2022년 4월 이벤트성이 짙었던 미국 코첼라 완전체 무대를 제외하고, 해체 이후 8년 동안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팀은 맞다.
하지만 완전체 컴백을 고대하던 팬들에겐 항상 움직이는 팀이었다. 이건 즉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이다. 막내 공민지 생일을 기점으로 연초에 한 번씩은 꼭 모인 2NE1 멤버들은 멈춘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치열한 고민과 얘기를 나눴다.
"솔로 활동을 했지만 네 명이서 함께 하고 싶었다"는 산다라박의 말이 증명하듯, 혼자서는 불안했을 삶의 극적인 드라마가 멤버들, 블랙잭과 뭉쳐 안정화됐다. 그건 공연의 처음을 장식한 '컴백홈' 인트로가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올림픽홀은 2NE1이 2011년 8월 첫 콘서트를 연 장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2NE1은 남녀노소가 흥얼거릴 수 있는 '좋은 노래'를 대거 탄생시켰던 2세대 K팝 걸그룹의 귀환이 어떻게 K팝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파이어' '박수쳐' '폴링 인 러브' '그리워해요' '아파' '살아봤으면 해' '론리' '아이 러브 유' '내가 제일 잘나가' 등 공연 내내 히트곡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뉴진스, 아이브, 트와이스, 베이비몬스터, 에스파, 스트레이키즈(스키즈), (여자)아이들, 키스오브라이프(키오프), 보이넥스트도어(보넥도), 지코, 트레저 같은 후배들이 바쁜 가운데도 기꺼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15주년을 축하한 이유다. 아이유, 지드래곤, 퍼렐 윌리엄스 같은 거물급 뮤지션도 영상으로 2NE1에게 존중을 표했다.
유한한 현실성의 세계로 이내 흩어졌다 다시 안착한 씨엘·박봄·산다라박·공민지는 저마다 팀·멤버들·블랙잭들·스태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그 만큼 또 응원 받았다.
'나쁜 기집애' 등 웅장한 솔로 무대도 선보인 씨엘은 공연의 흐름과 맥락을 좌지우지하는, 여전히 의젓한 리더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박봄은 그럼에도 씩씩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블랙잭이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 팀의 비주얼 담당인 맏언니 산다라박은 (MBTI 중) 극 F답게 여전히 눈물이 많았고 귀여웠다. 몸을 아끼지 않아 무릎 전체가 퍼렇게 멍이 든 공민지는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춤추고 노래했다.
씨엘은 "올해도 모여서 15주년인데 '뭔가 기념을 해볼까' '그냥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이렇게 시작한 다짐이었는데 지금 오늘 여러분 앞에 이렇게 서 있네요"라고 벅차했다.
모든 게 팬덤 블랙잭 덕분이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는 씨엘은 "여러분들도 꼭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조금 무섭고 막막할 수 있어도 도전해보시라고 저와 2NE1이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오늘 좋은 에너지 주신 만큼 배로 좋은 추억 그리고 좋은 기분 갖고 돌아가시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공민지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함께했던 스태프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고 이렇게 저희가 10년 만에 콘서트를 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서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니들 진짜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라고 벅차했다. 이후 멤버들은 동그랗게 서로를 감싸기도 했다.
2NE1 멤버들과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K팝 걸그룹계에서 거둔 일가는 그 이전의 '걸그룹 관습'을 일소했다는 데 있다. 외모보다는 실력을,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스러운 개성을 앞세워 차별화됐다. 엇비슷한 시각으로 걸그룹의 시스템을 반복·재현하지 않았다.
그걸 상징화한 것이 이날 '어글리' '너 아님 안 돼' 무대였다. 강력한 라이브 밴드가 빚어내는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의 이 곡들을 네 멤버는 특별한 동작의 합을 맞추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노래했다.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에서 자유롭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로커를 방불케 했고, 그것이 2NE1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2NE이 기억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좋은 노래'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블랙잭 사이에서 "앙코르"를 대신하는 "더 놀자"가 내내 이어졌다.
지난 4일 첫 날 공연을 관람한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멘트, 무대 매너 모두 (최근의 아이돌에 비하면 훨씬) 덜 짜여진 것으로 보이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면서 "그래서 마치 록 스타의 콘서트로 보였다. 특히 공민지 씨의 유연하고 폭발적인 안무, 무대를 무릎으로 미끄러져 가로지르고 헤드뱅잉 하며 거의 한 마리 야수와 같이 누비는 자유로운 모습은 특별했다"고 특기했다.
임 평론가는 아울러 오랜만에 2NE1의 대표곡들을 일별하면서 뜻밖에 깨달은 게 있다고 했다. "요즘 밴드 음악 인기의 이유에 대해 여러 해답 중 하나를 엿본 것 같았다"는 얘기다. "쇼트폼이나 분절된 안무에 적합한 형태로 미분된 요즘 아이돌 음악과 비교해보면, 2NE1의 음악은 마치 록 밴드 음악처럼 화성 진행은 단순하되 멜로디의 기승전결은 뚜렷하며 감성적인 가사를 탑재했다"고 들었다. "우리 가요가 오랜 세월 동안 지켜온 (다소) 신파조의 감성을 (당시로서는) 첨단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랩 스타일을 첨가해 잘 담아냈음을 돌아보게 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오래된 것이 새롭다. 우리는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낯설어지고 환기된다.
2NE1의 이번 콘서트는 K팝 업계 내에서도 단연화제였다. 객석엔 그래서 스타들이 가득차다. 특히 신구 YG패밀리의 의리가 돋보였다. 빅뱅 지드래곤과 대성, 세븐, 거미, 위너 송민호와 진우 등이다. YG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게스트로 나와 '쉬시' '배터 업'으로 실력을 과시하며 자신들이 2NE1의 계보를 잇는 적자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평소 2NE1 팬으로 알려진 베이비몬스터 멤버 루카는 크게 감격했다.
뉴진스, 스트레이키즈 같은 대세 K팝 그룹도 객석을 지켰다. YG와 작업한 선우정아, YB 윤도현도 객석을 찾았다. 앞서 다른 날엔 전현무, 샤이니 키도 멤버들을 응원했다. 두 사람은 산다라박이 출연한 MBC TV 예능물 '나 혼자 산다'의 대표적인 무지개 회원들이다. 지난 4일부터 열린 이번 콘서트엔 사흘간 1만2000명이 운집했다.
2NE1은 이번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9개 도시 15회차에 달하는 아시아 투어에 돌입한다. 마닐라, 자카르타, 고베, 홍콩, 도쿄, 싱가포르, 방콕, 타이베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다라박이 이번 콘서트 사흘 내내 외친 서울 앙코르 콘서트도 확정될 지 관심이다. 씨엘은 "(하게 되면) 더 큰 공연장에서 해야 하겠죠"라고 거들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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