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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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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누구에게나 삶을 살아가는 기준이 있잖아요. 그 기준이 무너지게 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허진호(61) 감독의 새 영화 '보통의 가족'(10월16일 공개)에는 결론이나 답이 없다. 대신 물음과 의문이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이라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같은 것들이다. 너무 다른 두 형제가 있다. 변호사인 형의 목표는 돈인 것 같다. 큰돈을 거머쥘 수 있다면 누구라도 변호할 수 있다. 의사인 동생은 명예가 중요한 사람으로 보인다. 돈이 없는 환자라도 우선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모습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형제의 아이들이 어느 날 밤 노숙자를 무차별 폭행해 큰 부상을 입혔고 이 남자는 사경을 헤맨다. 경찰은 범인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형제는 이제 결심해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사건을 덮을 것인가, 아니면 자수시켜 참회하게 할 것인가. 영화 공개를 앞두고 허 감독을 만났다.
"거창하진 않더라도 누구나 신념 혹은 가치관 같은 게 있죠. 도덕 기준도 있을 수 있고요. 이런 것들이 자식 문제와 얽히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제가 아버지가 돼 보니까 그걸 알겠더라고요. 이 때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삶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거죠. 인간은 복잡한 존재잖아요."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가 2009년 내놓은 소설 '더 디너'가 원작이다. 두 형제 가족 사이에 형성된 높은 긴장감, 이를 통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 워낙 인상적인 작품이어서 2015년엔 이탈리아, 2017년엔 미국에서 두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허 감독은 이 작품을 교육·학교폭력 등 한국적 요소를 첨가해 풀어냈다. 그는 "원작이 있고, 이미 두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을 다시 한 번 영화로 만든다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이전까지 했던 것과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연출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리적 딜레마와 자식 문제 그리고 여기에 인간의 양면적 모습들. 이런 건 제가 이전부터 관심 있는 주제들이었습니다. 원작은 좀 더 결이 다양합니다. 입양이 있고, 인종 문제, 정신병적 요소들도 있죠. 우리 영화는 좀 더 간결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초중반부에 유머를 넣은 게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들과 차이점이죠. 제가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건 역시 출연진이다. 설경구가 형 재완을, 장동건이 동생 재규를 연기했다. 재완의 아내 지수는 수현이, 재규의 아내 연경은 김희애가 맡았다. 2012년 '위험한 관계'를 함께한 장동건을 제외하면 허 감독과 처음 호흡하는 배우들이다. 네 배우가 한 자리에 모이는 세 차례 식사 장면은 '보통의 가족'의 백미. 묘한 우월감과 열패감, 뒤섞여 있는 진심과 거짓, 애정과 증오가 얽히고 설키며 서스펜스를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기괴한 웃음까지 끌어낸다. 네 배우의 호연과 허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네 배우가 워낙에 성실했습니다. 밥 먹는 장면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쉬운 장면이 결코 아니었어요. 힘든 과정이었는데 배우들이 정말 잘해줬습니다."
허 감독 필모그래피는 2016년 '덕혜옹주' 이후 분기점을 맞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등으로 멜로라는 장르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그는 이제 다양한 장르에서 이전에 보여준 적 없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허 감독의 오랜 팬들은 그가 다시 한 번 멜로 영화를 만들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허 감독은 "언제까지 '8월의 크리스마스'가 대표작이어야 하냐"며 "감독은 언제나 가장 최근 작품이 대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거의 30년이 된 영화를 아직도 기억해주니까 당연히 감사합니다. 최근에 열린 런던한국영화제에선 '보통의 가족'이 개막작이었꼬 '봄날은 간다'도 틀었어요. 제 영화이지만 새롭더라고요. 또 모르죠. 어떤 새로운 멜로영화를 하게 될지도요. 하지만 제 영화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모든 영화들이 감정을 따라가는 작품들이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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