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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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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혜원 인턴 기자 = "노비 역을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나는 양반 역을 할 때가 더 불편한 사람이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영화 '전, 란'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강동원은 "(박)정민씨가 너무 귀티가 나지 않나"며 "정민씨가 양반 역을 맡는다고 해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정민도 "캐스팅이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화답했다.

'전, 란'은 무신집안 아들 '종려'(박정민)와 평민에서 노비로 전락해 종려의 몸종이 된 '천영'(강동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분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눴던 두 사람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무관이 된 종려는 '선조'(차승원)의 호위를 맡고, 천영이 의병이 돼 그와 재회한다. 박정민·강동원·차승원을 비롯해 김신록·진선규·정성일 등이 출연한다. 연출은 영화 '걸스카우트'(2008) '심야의 FM'(2010) 등을 만든 김상만 감독이 맡았다.


◇예상을 뒤집는 캐스팅의 묘미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군주 선조를 맡은 차승원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배우 조합을 꼽았다. 특히 그는 강동원·박정민이 각각 노비와 무관을 맡은 점을 짚으며 "캐스팅이 역으로 가는 재미가 좋았다"고 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존 시나리오와 다르게 흘러간 캐스팅도 있었다. 김신록이 맡은 '범동'은 어떤 역경에도 꺾이지 않는 천민 출신의 의병으로, 시나리오 상으로는 남자배우가 맡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021)에서 김신록을 눈여겨봤던 김 감독에 의해 여성 캐릭터로 변주됐다.

김 감독은 "신록씨가 보여준 연기에 완전히 압도됐다"며 "임진왜란 때는 의병 중 여성 역할이 분명히 있었을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범동 역을 여성으로 캐스팅하면 (시나리오 상) 부족한 부분도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세 번째 검술 액션 영화"

강동원이 맡은 '천영'은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노비다. 일천즉천(一賤則賤·부모 가운데 한쪽이 천민이면 자식도 천민이 된다는 뜻) 원칙에 따라 평민에서 노비로 전락하지만, 본인의 신분과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천영에 대해 "천재적인 검사라는 기질을 타고나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의 기질을 타고난 인물인만큼, 강동원의 화려한 검술 액션이 관전 포인트다. 그는 이번 영화로 '형사 Duelist'(2005)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 이어 세 번째 검술 액션에 도전했다. 강동원은 '형사 Duelist'를 연출한 이명세 감독과 작업하며 8개월 간 검술을 훈련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때의 경험이 액션 영화를 준비할 때마다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정민도 강동원의 검술 실력을 인정하며 "선배님이 너무 훌륭한 검술들을 많이 보여줘서 부담됐다. 그나마 좀 따라가보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종려와 천영, 그리고 정성일이 맡은 왜장 '겐신'이 서로 다른 검을 사용하며 보여주는 액션도 주목할만 하다. 종려는 무겁고 육중한 칼을, 천영은 자유롭고 긴 리치가 특징인 수직적인 느낌의 검을, 겐신은 쌍칼을 들었다. 김 감독은 "영화에 여러 차례 검술 대결 장면이 나오는데 캐릭터마다 검과 칼을 쓰는 방식을 다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녹아 있어"

이날 참석한 배우들은 작품을 선택한 공통적인 이유로 시나리오를 꼽았다. '전, 란'의 각본은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영화 및 웹툰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신철 작가가 공동 집필했다. 강동원은 "기존의 영화 시나리오와는 다른 지점이 있었다"며 "보통 영화는 상영 시간이 짧아서 주인공 위주로 (각본이) 쓰여지는데, 이 영화에서는 인물마다 각자의 스토리가 많이 녹아 있다"고 했다.

박정민과 김 감독은 각본에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짚었다. 김 감독은 "영화가 조선이라는 계급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에도 다른 형태의 계급이 존재한다"며 "영화가 단순히 계급간의 갈등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놓인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잘 녹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사의 짧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영화가 담는 주제는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반응을 얻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 란'은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pleasanteye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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