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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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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안녕이라 말해본 사람 / 모든 걸 버려본 사람 / 위로받지 못한 사람 / 당신은 그런 사람 / 그러나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 모든 걸 버렸다 해도 / 위안 받지 못 한다 해도 / 당신은 지금 여기 / 이제는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누가 내 손을 잡아주오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이제 내 손을 잡고 가요"
국내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이 쓴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라는 제목의 글이다. 그런데 소설·시가 아닌 노랫말이다. 한강은 가수 데뷔를 하지 않았지만, 싱어송라이터로 나선 적이 있다. 2007년 펴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권말부록으로 실린 음반에 실린 열 곡을 직접 만들었다. 나무에 대한 경외감을 노래한 '나무는 언제나 내 곁에'를 비롯 '새벽의 노래', '햇빛이면 돼', '가만가만, 노래', 연극 '12월 이야기'에 소개된 '12월 이야기' 등을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객원가수를 쓰고 싶었지만, 절친한 한정림 음악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녹음까지 했다.
악보는 그릴 수 없어 자신의 머릿속에 맴돈 멜로디를 녹음해뒀다. 전문가가 그걸 채보해 피아노, 첼로, 베이스, 오보에 등의 편성으로 연주를 해 만든 어엿한 음반이다. 노래 장르는 주로 팝 발라드다. 탁월한 가창력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부르는 가운데 빚어낸 순정한 떨림이 잔잔한 울림을 안긴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종이건반을 책상 위에 붙여 놓고 그 흰색이 손때가 묻어 까맣게 될 때까지 문지른, 한강의 실제 피아노 실력은 수준급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던 소녀는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 노래들에 얽힌 사연을 가만가만 풀어냈다. "고통조차 빛나게 해준" 음악으로 쓴 성장서사다.
앤 머레이 '유 니디드 미(You needed me)', 이애리수 '황성옛터', 들국화 '행진', 동물원 '혜화동',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비틀스 '렛 잇 비', 김광석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그녀의 기억에 음표를 그린 22곡을 다뤘다.
한강은 이 산문집 발매 이후 채널 예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를 숨기고 싶었다. 소설을 쓸 때도 나를 지우고 이야기 뒤로 숨었다. 그런데 숨을 수 없는 일, 목소리는 굉장히 육체적인 자기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경계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둡고 침잠하는 그의 시·소설처럼 음악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뭉근한 희망을 머금은 이유다.
한강은 '어떤날' 출신의 조동익과 그가 몸 담았던 공동체 하나음악의 팬으로 알려졌는데, 조동익의 동생인 작사가 겸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에세이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 작사가 조동희의 노래가 된 순간들'(한겨레출판)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동화책이 아닌 책의 추천사를 한강이 쓴 건 조동희 에세이집이 처음이다. 한강은 또한 조동희 콘서트를 관람하기도 했다.
조동희는 뉴시스에 "한강 선생님이 평소에 노래를 참 좋아하신다. 음악 얘기도 많이 나눴다"면서 "저는 선생님이 노래를 쓰고 부르는 일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노래는 시로부터' 왔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래의 목소리에는 소설과는 다른, 선생님의 더 내밀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들어있다. 저는 그 맑은 노래들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쓴 한강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여성으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첫 수상자다. 인도 타고르(1913),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와 오에 겐자부로(1994), 중국 소설가 모옌(2012)에 이어 아시아 작가로는 다섯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인간 생의 연약함이 드러날 때, 음악이 그녀를 지탱해준 건 분명하다. 그는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 이렇게 썼다. "내가 울 때 눈물을 닦아주거나, 내가 영혼을 팔았을 때 그걸 되사서 나에게 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일어날 힘이 생기고, 온몸이 터져나갈 듯한 만원 지하철 속으로 다시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어떤 종교도, 위로해줄 애인도 없을 때, 때로는 그렇게 노래 하나가 거짓말처럼 일상을 버텨주기도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국내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이 쓴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라는 제목의 글이다. 그런데 소설·시가 아닌 노랫말이다. 한강은 가수 데뷔를 하지 않았지만, 싱어송라이터로 나선 적이 있다. 2007년 펴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권말부록으로 실린 음반에 실린 열 곡을 직접 만들었다. 나무에 대한 경외감을 노래한 '나무는 언제나 내 곁에'를 비롯 '새벽의 노래', '햇빛이면 돼', '가만가만, 노래', 연극 '12월 이야기'에 소개된 '12월 이야기' 등을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객원가수를 쓰고 싶었지만, 절친한 한정림 음악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녹음까지 했다.
악보는 그릴 수 없어 자신의 머릿속에 맴돈 멜로디를 녹음해뒀다. 전문가가 그걸 채보해 피아노, 첼로, 베이스, 오보에 등의 편성으로 연주를 해 만든 어엿한 음반이다. 노래 장르는 주로 팝 발라드다. 탁월한 가창력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부르는 가운데 빚어낸 순정한 떨림이 잔잔한 울림을 안긴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종이건반을 책상 위에 붙여 놓고 그 흰색이 손때가 묻어 까맣게 될 때까지 문지른, 한강의 실제 피아노 실력은 수준급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던 소녀는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 노래들에 얽힌 사연을 가만가만 풀어냈다. "고통조차 빛나게 해준" 음악으로 쓴 성장서사다.
앤 머레이 '유 니디드 미(You needed me)', 이애리수 '황성옛터', 들국화 '행진', 동물원 '혜화동',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비틀스 '렛 잇 비', 김광석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그녀의 기억에 음표를 그린 22곡을 다뤘다.
한강은 이 산문집 발매 이후 채널 예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를 숨기고 싶었다. 소설을 쓸 때도 나를 지우고 이야기 뒤로 숨었다. 그런데 숨을 수 없는 일, 목소리는 굉장히 육체적인 자기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경계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둡고 침잠하는 그의 시·소설처럼 음악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뭉근한 희망을 머금은 이유다.
한강은 '어떤날' 출신의 조동익과 그가 몸 담았던 공동체 하나음악의 팬으로 알려졌는데, 조동익의 동생인 작사가 겸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에세이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 작사가 조동희의 노래가 된 순간들'(한겨레출판)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동화책이 아닌 책의 추천사를 한강이 쓴 건 조동희 에세이집이 처음이다. 한강은 또한 조동희 콘서트를 관람하기도 했다.
조동희는 뉴시스에 "한강 선생님이 평소에 노래를 참 좋아하신다. 음악 얘기도 많이 나눴다"면서 "저는 선생님이 노래를 쓰고 부르는 일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노래는 시로부터' 왔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래의 목소리에는 소설과는 다른, 선생님의 더 내밀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들어있다. 저는 그 맑은 노래들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쓴 한강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여성으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첫 수상자다. 인도 타고르(1913),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와 오에 겐자부로(1994), 중국 소설가 모옌(2012)에 이어 아시아 작가로는 다섯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인간 생의 연약함이 드러날 때, 음악이 그녀를 지탱해준 건 분명하다. 그는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 이렇게 썼다. "내가 울 때 눈물을 닦아주거나, 내가 영혼을 팔았을 때 그걸 되사서 나에게 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일어날 힘이 생기고, 온몸이 터져나갈 듯한 만원 지하철 속으로 다시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어떤 종교도, 위로해줄 애인도 없을 때, 때로는 그렇게 노래 하나가 거짓말처럼 일상을 버텨주기도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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