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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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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팝콘 들고 극장으로 오세요."

배우 덴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70)에게 한국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했다. 그의 답변은 이처럼 간단했다. 짧았지만 모든 게 담긴 답변처럼 들렸다. 그 영화가 '글래디에이터2'(11월13일 공개)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관객이 24년이나 기다린 속편이 돌아왔다. 전작 '글래디에이터'(2000)를 스무살 때 본 관객은 40대 중반이 돼 있을 세월. 하지만 우리의 막시무스가 바로 그 대사를 내뱉을 때 전율은 잊히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이름은 막시무스. 북부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태워 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 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라도." 그러니 워싱턴의 저 심플한 말은 이 영화에 추억을 가진 이들을 영화관으로 불러 들이기에 충분해 보인다.


◇24년만에 돌아왔다

'글래디에이터2'는 '글래디에이터'에서 17년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사망하고 게타·카라칼라 쌍둥이 황제가 로마를 지배하던 시기. 온 제국이 폭력으로 점철된 이 시대에 로마는 또 한 번 영토 확장을 위해 아프리카 나라 루미디아를 침공하고, 누미디아 군대 지휘관은 전쟁에 패해 노예가 된다. 그리고 그는 검투사로 콜로세움에 서게 되고 그를 둘러싼 비밀이 드러난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87) 감독이 다시 한 번 연출했고, 워싱턴과 함께 폴 메스칼, 페드로 파스칼, 코니 닐슨, 프레드 헤킨저 등이 출연했다.

25일 화상 연결로 만난 스콧 감독은 속편이 24년이나 걸린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특유의 까칠함을 보여주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쓰거나 대본을 써 본 적 있냐'고 묻는다. 이런 일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글래디에이터2' 제작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전편이 나오고 나서 4편 뒤에 속편 대본이 나오긴 했지만 별로였어요. 그 대본을 일단 4년 정도 더 묵혀뒀죠. 그리고 나서 다른 일을 했습니다. 다른 작품을 하면서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까 전작에서 생존한 모자의 이야기가 속편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속편에 대한 개념이 잡히자 그제서야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겁니다."


◇제작비 4300억원 투입 대작

1편은 제작비 약 1억300만 달러를 투입한 대작.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을 기억할 것이다. '글래디에이터'는 흡사 로마 시대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충격적인 영상을 선보였다. 속편엔 무려 3억1000만 달러(약 4300억원)를 쓴 거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파업 여파로 제작비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였다. '글래이에이터2'는 한 마디로 돈값을 한다. 콜로세움에서 펼쳐지는 해상 전투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이 뿐만 아니라 철저한 고증을 통해 구현한 로마의 모습은 그 시절 로마를 복원이라도 한 것처럼 강렬하다.

스콧 감독은 "당시 로마의 냄새가 날 정도로 디테일하게 만들었다"고 했고, 워싱턴은 "압도적인 세트장 덕분에 자연스럽게 당시 로마인이 돼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땐 러셀 크로우, 이번엔 폴 메스칼

'글래디에이터'는 당시 전 세계에서 약 4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대성공했다. 그 중심엔 역시 막시무스를 연기한 배우 러셀 크로우가 있었다. 속편에서 막시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루시우스'는 폴 메스칼(Paul Mescal·28)이 맡았다. 한국 관객에게 잘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애프터썬'(2022)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가장 주목 받는 젊은 배우다. 메스칼은 "이 영화에 캐스팅 됐을 때 인생이 변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상조차 안 해 본 일이 제게 일어난 거죠." 메스칼은 벌써 내년 초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된다. 크로우는 '글래디에이터'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었다.

이번 영화에서 주목 해야 할 배우가 또 한 명 있다. 코니 닐슨(Connie Nielsen·59)이다. 닐슨은 전작에 이어 속편에서도 같은 배역으로 다시 출연한 배우 2명 중 1명이다(다른 한 명 데릭 재코비). 1편에서 아우렐리우스 황제 딸 '루실라'로 나온 닐슨은 이번에도 루실라를 맡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24년 전 이 영화는 하늘이 내게 준 선물과도 같았다. 이 영화에 다시 출연한 것 역시 또 다른 선물"이라며 "지난 24년 간 아이 5명을 낳은 뒤 이 영화에 다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작을 7개월만에 완성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돈을 썼고 상영 시간도 148분에 달하는 대작이지만, 촬영은 올해 1월에 시작해서 7월에 끝났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철저한 계획 하에 짧은 기간 내에 촬영을 끝마치는 건 으레 이는 일이지만 그걸 생각하더라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기간에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은 "스콧 감독님은 거의 모든 장면을 두 테이크에 찍었다"고 했고, 닐슨은 "동물이 나오는 장면 정도만 세 테이크 찍었다"고 거들었다. 스콧 감독은 "그렇게 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모든 배우들은 한 장면을 39번 정도는 찍고 싶어 할 겁니다. 감독으로서 제 일은 캐스팅을 잘 하는 거죠. 내 일을 제대로 하면 배우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찍을 이유가 없어요. 그들을 믿으면 되는 겁니다. 배우들이 훨훨 날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제 일이잖아요. 그렇게 작업하면 두 테이크 정도만 해도 원하는 게 나와요. 전 특히 배우들의 첫 번째 테이크 연기를 좋아해요. 불안하고 뭘 모르고 연기하거든요. 폴 뉴먼 아내가 그랬습니다. '연기란 섹스와 같다. 말하지 말고 그냥 해라.'"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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