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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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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정반합(正反合)' 삼단계 논리를 YG엔터테인먼트의 K팝 걸그룹 역사에 적용해보자. '한국의 TLC'를 표방했던 '스위티'(2002년 데뷔), YG가 R&B와 힙합 장르를 주무기로 삼았던 시절 엠보트가 협업해서 제작한 보컬 걸그룹 '빅마마'(2003년 데뷔)는 K팝 걸그룹 계보엔 포함되지 않으니까 제외하자.

YG의 2·3세대 K팝 걸그룹을 대표하는 '투애니원(2NE1)'·'블랙핑크'의 관계가 바로 정반합을 이룬다. 정반합은 헤겔의 변증법(辨證法)을 도식화한 논리다. 변증법은 모순 또는 대립을 근본원리로, 사물의 운동을 설명한다.

역사는 기존 질서의 모순을 지적하고 반대하면서 발전해나간다. 헤겔 식으로 말하자면 정반합이다. 기존 기본적인 구도가 정(正)이라고 할 때 시간이 흐른 뒤 이것과 상반되는 반(反)이 만들어진다. 이들 정과 반이 길항(拮抗)하지 않고 결국 합(合)으로 초월한다는 논지다.

2NE1은 이 팀이 나오기 이전까지 구축됐던 다른 걸그룹들의 반(反)이었다. 2NE1 이전 K팝 걸그룹들은 귀엽거나 청순하거나 섹시했다. 실력보다 미적인 면모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2NE1은 실력과 스타일을 내세웠다. 다른 팀에 비해 외모적으로는 덜 주목 받았을지 몰라도, 실력과 개성으로 다른 걸그룹들보다 더 눈에 띄었다. 그렇게 2NE1은 K팝 걸그룹 계보에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백화점 1층 점령 걸그룹'으로 불리며 네 멤버 모두 셀러브리티가 된 블랙핑크는 그런 2NE1의 반(反)이었다. YG표 힙합을 기반 삼아 음악적 유산은 계승하면서, 외모까지 눈에 띄는 멤버들로 진용을 꾸렸다.

1일 정규 1집 '드립(DRIP)'을 발매한 YG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BABYMONS7ER)'는 2NE1과 블랙핑크의 합(合)이다.

각종 라이브 무대에서 증명하고 있는 실력은 2NE1를 연상케 하며, 각종 브랜드의 러브콜 조짐이 보이는 멤버들의 외모는 블랙핑크와 겹쳐진다. 멤버 아현은 연습생 때부터 블랙핑크 제니 닮은꼴로 유명했다. 이렇게 정반이 모여 새로운 시대의 YG표 걸그룹이라는 합을 이뤄낸 것이다.

루카는 이날 앨범 발매 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에서 열린 '드립' 간담회에서 "저희가 YG의 '뉴 클래식'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의 '틴(teen)스러운' 면모도 보여드릴 기회"라고 YG 걸그룹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베이비몬스터는 블랙핑크 콘서트를 객석에서 지켜보고, 최근 2NE1의 콘서트 게스트로 나서면서 이들이 갖고 있는 아우라와 무대 활용·구성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로라는 "선배님들의 프로미(pro美) 뿜뿜하시는 모습이 멋지시더라고요. 저희끼리 멋있다는 얘기를 많이 했고, 잘하는 후배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자고 항상 입을 모아요. 저희도 팬분들과 같이 소통하고 무대를 재미있게 하는 그룹이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베이비몬스터와 YG는 더블 타이틀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드립'은 베이비몬스터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YG의 힙합 바이브를 녹여낸 EDM 기반 댄스곡이다. YG가 발굴한 한류 그룹 '빅뱅' 리더 겸 솔로가수 지드래곤이 작곡에 참여했다. 역동적인 비트, 강렬한 베이스 사운드가 특징이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선공개된 또 다른 타이틀곡 '클릭 클랙(CLIK CLAK)'은 오리지널 힙합 장르로 YG DNA를 이어받은 신예라는 인장을 새겼다. 일곱 멤버 모두가 랩에 도전하며 '올라운더 면모'를 뽐냈다.

앨범엔 다양한 장르가 실렸다. 기타 연주 위 보컬이 돋보이는 '러브, 메이비(Love, Maybe)', 90년대 힙합 감성이 두드러지는 '리얼리 라이크 유(Really Like You)', 묵직한 808 베이스에 R&B 사운드로 Y2K 감성을 살린 '빌리어네어(BILLIONAIRE)' 등이 차례로 실린다.

또한 경쾌한 느낌의 '러브 인 마이 하트(Love In My Heart)', 일본 멤버들인 루카·아사의 힙합 바이브를 담아낸 '워크 업 인 도쿄(Woke Up In Tokyo)(RUKA & ASA)', 선공개곡 '포에버(FOREVER)', 팬미팅 앙코르 곡 '배터 업(BATTER UP)(Remix) – 보너스 트랙' 등 총 아홉 곡이 수록됐다.

베이비몬스터는 특히 정식 데뷔(올해 4월1일) 약 7개월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정규는 기획사의 체계적인 프로덕션뿐 아니라 멤버들의 역량이 뒷받침해야 가능하다.

이번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무대를 많이 해봤다는 아현은 "사실 워낙 (데뷔 전) 월말 평가 때 저희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장르를 연습을 했었는데 그걸 보여드릴 수 있는 앨범이 됐던 것 같다"면서 "또 저희가 팬미팅을 하면서 배웠던 것들을 잘 참고해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뿌듯해했다.

이런 점들로 인해 'YG 힙합'을 계승하면서 2NE1·블랙핑크와는 다른 색깔을 낼 수 있었다.

'드립' 후반부엔 프리스타일 댄스, 랩이 나오는데 본인의 색깔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YG 표 오리지널 힙합' 특징 중 하나라고 로라는 강조했다. 데뷔곡 '쉬시' 땐 무거운 힙합을 했다면, 이번엔 즐기는 모습을 더 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틴스러움이 더해져 베이비몬스터다운 곡이 됐다. 조금 더 덜어낸 흑백 같은 '클릭 클랙'은 'YG 정통 힙합'이라고 했다. 아현은 "일곱 명이서 담백하게 랩 하는 자체가 힙합"이라고 부연했다.

라이브 무대 강자라는 정체성은 이번에도 이어간다. 모든 음악 방송 활동에 라이브의 증거 중 하나인 핸드마이크를 들고 나선다. 라미는 "연습생 때부터 탄탄하게 기본기부터 쌓아온 덕분에 라이브를 이렇게 열심히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핀 마이크를 꼽는 거랑, 핸드마이크로 하는 거랑 소리의 전달이 확실히 차이가 나더라고요. 팬분들이 어떻게 하면 저희 무대를 같이 즐기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핸드 마이크' 무대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반응을 많이 잘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따름입니다."

베이비몬스터 멤버들은 이번 앨범에 힘을 실어준 지드래곤과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의 이름도 빼놓지 않았다. 지드래곤이 멤버들에게 아직 직접 조언을 해주지 않았지만, 지드래곤이 참여한 데모를 접한 순간부터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멤버들이다. 양 총괄에 대해선 "저희 곁을 항상 지켜주시는 분이신데요. 노래, 안무의 디테일을 봐주시면서 수정도 해 주시고 항상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신다"고 고마워했다.

베이비몬스터는 글로벌 저변 확장에도 나선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라이징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집중 조명하는 캠페인인 스포티파이 '레이더 코리아(RADAR KOREA)'에 선정됐다. 내년부터는 첫 월드 투어를 돈다.

사실 베이비몬스터 멤버들이 가장 하고 싶어한 것이 월드 투어다. 로라는 "일곱 명 모두가 제 1의 목표로 가지고 있을 만큼 월드투어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 팬분들과 좋은 시간을 갖고 예쁜 추억을 만들면서 월드투어를 잘 마무리하는 게 이번 활동 목표"라고 강조했다.

베이비몬스터 앨범이 나온 이날을 포함 현재 국내 음원차트 최상위권은 로제 '아파트', 지드래곤 '파워', 제니 '만트라' 등 YG 출신 가수들이 장악 중이다. 로라는 "선배님들의 곡을 너무 잘 듣고 있어요. YG 후배로서 음원성적이 잘 나오면 너무 꿈 같겠다"고 미소지었다.

한편 베이비몬스터는 이날부터 10일까지 서울 성동구 베이직 스튜디오에서 '[드립] 팝업 스토어'를 연다. 이들 음악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데 이어 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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