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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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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뉴시스]이재훈 기자 = 진지함과 진정함이 꼭 한 배를 타는 건 아니다.

약 5개월이 안 돼 한국을 다시 찾은 일본 걸그룹 '아타라시이 각코노 리더즈'(新しい学校のリーダーズ·ATARASHII GAKKO·아타라시이 각코!)가 새삼 환기시킨 부분이다.

9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첫 대규모 J팝 축제 '원더리벳 2024(WONDERLIVET 2024)' 두 번째 날 공연에서 아타라시이 각코!는 한층 더 능수능란했다.

지난 6월1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공연 당시에도 자유분방함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지난 4월엔 국내에서도 팬덤을 보유 중인 인기 혼성듀오 '요아소비(YOASOBI)',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와 나란히 '2024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출연하기도 했다.

'새로운 학교의 리더즈'라는 뜻의 팀명을 내세운 아타라시이 각코!는 세일러 스타일의 교복에 완장 등을 찬 무대 의상은 매번 크게 변동이 없는데, 그것이 인장이 됐다. 엔카를 비롯한 J팝,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의 요소를 기반 삼아 다양한 장르를 들려준다.

신곡 '체인지'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극에 삽입되는 음악의 J팝 변형이 아닐까 싶다. 멤버들과 관객이 일제히 수건 등을 머리 위로 돌리는 이 곡의 막바지 대목 챌린지는 장관이었다.

마지막 곡인 '나이 나이 나이(NAI NAI NAI)'에서 메인 보컬 스즈카(SUZUKA)가 플로어석까지 내려와 보여준, 광기 어린 예술적 기운이 중심이 된 '도른자의 퍼포먼스'는 화룡점정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킨텐스 인터뷰룸에서 만난 아타라시이 각코! 네 멤버 스즈카, 카논(KANON), 린(RIN), 미쥬(MIZYU)는 "유럽 투어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고, 아시아 투어에서도 그 에너지를 받았고, 최근 북미 투어에서도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꽉 찬 생태"라고 입을 모았다.

아타라시이 각코!야말로 성장형 아이돌이다. 여러 지역의 저마다 사연이 있는 멤버들이 뭉쳤다. 2020년대 들어 '파인애플 크립토나이트' 리믹스 등이 온라인에서 히트하고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 이들의 코믹한 퍼포먼스가 입소문이 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웃긴다고 우스운 건 아니다. 짙은 블루스 풍의 내로라하는 스즈카의 성숙한 보컬이 팀 가창 중심을 잡고, 안무는 K팝 걸그룹 같은 칼군무는 아니지만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그루브로 리듬감을 만든다. 이 유쾌함과 신선함이 이들의 인기 비결이다. 무엇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구석이 없다. 탄탄한 라이브 실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각자의 개성을 그렇게 잘 살리면서 팀의 균형 감각도 동시에 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건 네 명이 모였을 때 더 많은 에너지가 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개성을 매우 귀하게 생각하죠. 그것을 살려 나가면서 생기는 한사람 한사람의 에너지가 퍼포먼스를 만드는 방법에 모두 연결이 된다고 생각해요."(스즈카)

"매번 이 대목에서 누가 어떻게 퍼포먼스를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눠요. 아이디어를 멤버들이 모두 반죽해주죠. 또 각자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미쥬)

자유분방함은 코믹함의 요소가 짙어 B급 같은 면모를 풍기는데,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과도함이 없다. 오히려 이런 부분이 열정으로 승화되며, 다 같이 노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들의 대표곡 '오토나 블루(オトナブルー)'에선 이날도 어김 없이 우렁찬 떼창이 나왔다.

-능수능란한 B급 콘셉트를 소화하기 위해선 완벽한 A급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지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지만, 우리 넷이서 즐겁다고 생각되는 퍼포먼스와 작품을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한다는 것이 즐거워요."(스즈카)

"저희는 진심으로 항상 함께 즐겁게 함께 하고 있죠."(카논)

아타라시이 각코! 무대의 또 다른 특징은 매장면마다 뮤지컬 같아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거다. 일본의 전대물(특수 촬영물(특촬물)로 다수가 팀을 이뤄 지구를 구하는 내용을 다루는 장르)을 연상시키는 콘셉트의 곡인 '도쿄콜링(Tokyo Calling)'이 대표적이다.

이날 아타라시이 각코는 또한 케이팝 얼터너티브 그룹 '바밍타이거(Balming Tiger)' 무대에선 협업도 했다. 바밍타이거의 '부리부리(Buriburi)' 퍼포먼스를 같이 선보였고, 이 곡에 '도쿄콜링'을 매시업해서 선보였다. 바밍타이거도 B급 요소를 A급으로 소화하는 유일무이한 한국 그룹이다.

-다양한 장면을 빚어내는 퍼포먼스, 음악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요?

"세일러복 입은 네 명이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 하는 고민을 즐겨요. '이것하면 큰일 나겠지'라고 즐거워하며 새로운 퍼포먼스를 발견하는 것이 저희에게 가장 큰 영감일지도 몰라요."(스즈카)

"악상에서 영감을 받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옷을 입고 같이 퍼포먼스를 할 때 무엇이 재미있을지 연구하는 것에서 가장 큰 영감이 나와요."(린)

-올해 데뷔 9년차입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견뎌오지 않았어요. 계속 넷이서 '즐겁네' '재미있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죠. 그 부분을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아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미쥬)

스즈카의 혀 내미는 퍼포먼스도 이 팀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로고 '혀와 입술'(Tongue and lips logo)이 록 신에 가장 유명한 브랜드라면, 그녀의 혀는 J팝에서 가장 상징적인 혀가 돼 가는 중이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스즈카 씨의 혀를 내미는 퍼포먼스가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롤링스톤스에서 나온 것은 아니에요. 하하. 뭔가 위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적인 위협입니다. 하하."

"위 아 마칭(we are marching)." 당분간 아타라시이 각코!의 행진은 전 세계에서 계속 될 것처럼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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