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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이달의 소녀'(이달소) 출신 이브(Yves·하수영)는 우여곡절 끝에 구심력이라는 용기를 찾았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진입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이달의 소녀 멤버들은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원 소속사와 갈등·분쟁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로 인한 뜻하지 않은 공백기 속에서 이브는 자신 안을 더 들여다봤다.

내향인에 가까운 이브는 그룹 활동 당시 원심력을 갖고 밖으로 향하며 더 넓은 경계를 아우르려고 했다. 먼저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자족했다는 뜻이다.

지난 5월 발매한 솔로 데뷔 앨범 '루프(LOOP)'부터는 구심력의 에너지로 무장했다. 불가항력적인 것을 수긍하는 대신 스스로에 집중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엔 거침 없이 도전하는 응집력을 발휘했다.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자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발매한 두 번째 EP '아이 디드(I DID)'는 그 구심력으로 자신을 더 들여다본 음반이다. 검정의 내면과 마주하기가 무서워 부러 그와 숨바꼭질하던 이브가 마침내 그것과 마주할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가졌음을 선언한다.

이런 내면적인 이야기임에도 자신이 작사·작곡하지 않는 용기도 보여줬다. 음악적으로 변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서 이브는 잘 정련된 메소드(method) 연기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총괄 프로듀서 밀릭(MILLIC·천승현)을 비롯 이브가 속한 레이블 파익스퍼밀 작사·작곡가들이 그녀를 소재로 빚어낸 세계에서 몰입도가 극에 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브는 파익스퍼밀의 음악과 프로듀싱 감각을 믿고 올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다음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이브와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타이틀곡 '비올라'에 '스페이스'(space·공간)라는 단어가 많이 반복 되는데, 어떤 공간을 떠올리시면서 부르신 건가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평온함이에요. 제가 행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죠. 그 평온함을 쫓기 위해서 마주했던 감정들을 트랙에 다 녹여냈어요.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비올라' 가사에 무대라는 단어도 나오는데, 팬분들이 들었을 때 온오프가 되는 시간대이기를 바랐어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여유를 가지시거나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불렀습니다."

-앨범의 주제를 평온함으로 잡았을 땐 그 이유가 있었을 거 같습니다.

"파익스퍼밀과 계약을 하면서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얘기했던 부분이 솔직한 모습들이었어요. 그룹 활동을 할 때 보여 드리지 못했던 모습들이요. 패션이나 비주얼적으로 과감할 수 있겠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음악적으로 솔직하게 풀어내고 싶었거든요. 이번 앨범은 전작인 '루프'의 연장선이에요. 루프와 이 앨범은 제가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내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자'며 작업했거든요. 행복한 음악을 생각하면서 만든 것들이죠."

-이달의 소녀 때와 지금 가장 달라진 지점은 무엇인가요?

"이달의 소녀 때는 연습생 기간 없이 바로 데뷔를 하다 보니까 제 색깔을 녹이기에는 너무나 부족했고 또 그렇게 할 수 없었던 때였어요. 지금은 전반적인 과정에 제 손길이 들어가죠.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마인드의 차이'입니다. 그룹 활동 때는 회사와 대중의 인정을 통해서만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제가 만들어 가면서 느끼는 희열감이라든지, 만들어냈을 때의 뿌듯함을 통해서 스스로 '기특하다' 인정하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게 많아졌어요."

-그럼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뭔가요?

"(R&B 솔 팝 장르인) '해시태그(Hashtag)'는 가이드가 워낙 어려웠어요. 톱라인이 다이내믹하고 바쁘거든요. 디렉터인 아이오아(IOAH)랑 엄청 걱정을 많이 하고 녹음에 들어갔는데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하더라고요. 부담을 버리고 첫 소절 녹음을 했는데 '바로 이거다'라고 해줘서 그때부터 감을 잡고 쭉 재미있게 녹음을 했어요."

-전 앨범 작업에서도 밀릭 씨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긴 하셨지만, 처음엔 밀릭 씨와 작업한다고 했을 때는 낯설었거든요. 접점이 없었다고 생각해서요.

"파익스퍼밀과 같이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한 가장 큰 이유가 밀릭 대표님이었어요. 저는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되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반면 이걸 어떻게 하나로 표현해야 될 지 모르는 모호한 상태에 있었거든요. 근데 밀릭 대표님이 저를 보시자마자 '넌 캐릭터가 있어' 하면서 확신을 심어주시더라고요. 대표님의 스펙트럼 넓은 음악과 제가 갖고있는 게 만나면 좋은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 덕분에 저도 듣는 귀가 넓어진 거 같아요. 가끔은 대표님이 너무 어려운 음악만 들으시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요. 하하. 윌로우 '심텀 오브 라이프(Symptom Of Life)' 같은 곡이요. K팝에서 쓰이지 않은 요소들이 가득한 음악이에요. 그리고 제 3세계 노래들도 많이 들으세요. 근데 키샤 콜 '러브' 같은 음악도 좋아하시더라고요. 팬분들이 대표님의 음악이 낯설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믿어요."

-지난 앨범 활동에서 인상적이었던 팬들의 반응, 이번 앨범으로 기대하는 팬들의 반응이 있나요?

"지난 앨범은 솔로로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보니, 과감한 시도를 했어요. 제가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에 대해 사실 많이 걱정됐고요. 그런데 팬분들이 '이브다운 선택이었고 이브다운 결과물이어서 너무 좋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 과정들도 '잘 해나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감사했죠. 이번 앨범엔 올 한 해 시작과 끝이 다 담겨있는데, 2024년은 이브의 데뷔와 그 데뷔 마무리가 너무 성공적이었다라는 말을 들으면 2025년을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브 씨가 생각하는 성공 기준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전엔 외부 인정을 통해서 제가 안정을 찾고 행복을 찾았다면, 이제는 저 스스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거든요. 아직 완벽하게 외부적인 수치에 대해서 미련을 버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치적인 것보다는 제가 그 활동을 끝냈을 때 후회가 없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가장 큰 행복감으로 다가올 거 같고요. 저를 항상 믿고 따라주시는 팬분들이 '좋았다'라고만 얘기해 주셔도 저는 앞으로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번 앨범은 시각하고 청각을 동시에 강조하는 '공감각적인 심상'이 중요 포인트 같아요. 그건 공간감과도 연결이 되겠죠. 이브 씨와 파익스퍼밀이 강조하고 싶었던 분위기는 무엇이었나요?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갖고 있는 역할이 되게 크다고 생각했어요. 이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평온함을 찾기 위해 마주하는 감정들이거든요. 인트로를 처음 들으면 뭔가 혼란스러운 느낌도 들어요. 가사에서 계속 뭔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혼란하고 불안한 감정이 느껴지죠. 그런데 아웃트로는 끝에 거의 2분 가까이가 트랩으로만 구성이 돼 있어요. 이어폰으로 들으면 말씀하신 것처럼 공간감이 느껴져요. 그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저는 마음이 되게 편안해지고,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앨범을 순서대로 들으시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상에서 평온함을 찾기 위해 하는 것도 따로 있나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엔 되게 정적인 활동을 해요. 명상도 자주 하고 다도 세트도 자주 이용하고요. 얼마 전엔 삼촌한테 정말 큰 싱잉볼을 선물 받았거든요. 그 싱잉볼의 울림을 들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기도 합니다."

-이달의 소녀 때 곡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에선 작사·작곡에 참여를 하지 않았어요.

"파익스퍼밀에서 '음악적으로는 우리 회사를 전적으로 믿고 먼저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먼저 주셨어요. 저도 잠깐은 제 작업을 내려놓고 회사가 바라보는 저의 모습에 더 집중을 하기로 결정을 했고요. 그리고 이번 앨범은 '루프' 앨범의 마무리 같은 느낌이라 전 다음 앨범부터 작업에 참여하는 걸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작사·작곡을 안 하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본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솔로 데뷔 앨범 때 제가 만든 곡으로 채우면 더 뿌듯하고 좋을 것 같았는데 그걸 내려놓는 것도 사실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라서요. 이번 앨범까지는 회사에 전적으로 음악을 믿고 맡겼지만 다음 앨범부터는 회사에서 배운 지식들과 넓힌 스펙트럼으로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아무래도 제가 곡을 만들면 절 더 잘 표현을 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가 저를 바라보는 느낌도 궁금했던 건데, 회사에서는 걸크러시한 모습들보다는 감성적이고 소녀 같은 순수함이 있는 저를 많이 끌어내 주셨어요. 그런 부분이 되게 신기하고 감사하기도 했죠. 스펙트럼을 넓혀주셨으니까요. 저도 그 넓어진 공간에서 제 음악들을 펼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되게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달소 출시라는 게 본인한테 긍정적인 이미지가 같나요? 아니면 부정적인 거 같나요?

"절 그렇게 알아주시는 게 되게 감사하고 긍정적인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공백기를 1년 가까이 가지게 돼 저를 잊어가시는 분들도 되게 많잖아요. 근데 이달소라는 그룹으로 인해서 절 다시 한번 이렇게 상기시켜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해요. 또 멤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룹 이름을 빛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달소 이브라고 불리는 거에 대해선 고마워요. 이달소는 또 해외 팬층이 더 컸던 팀이에요. 지금 제 솔로 팬층 자체도 해외에 더 많고요. 해외 투어를 할 예정인데 이번 활동과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국내 팬층도 좀 늘려서 국내에서도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여성 솔로 가수들이 대세예요.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인 젊은 여성들도 남성 가수 보다 여성 가수를 더 선호하는 경향도 있고요. 요즘이 여성 솔로가 더 활동하기 좋은 시기라고 보세요?

"어떤 시선으로 봤을 때는 누군가는 경쟁자라고 얘기를 하실 수도 있겠지만, 선배님들이 큰 결과를 만들어내시고 꾸준히 왕성하게 활동을 하시는 것이 너무 큰 힘이 돼요. 여성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계속 늘려주고 계시고, 그 길을 먼저 개척하고 계신 거니까 감사하죠. 저도 선배님들 본받아서 꾸준히 음악 보여드리면서 여성 아티스트의 위상을 떨치고 싶은 꿈도 생기는 거죠. 여성 솔로가 활동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면 좋은 시기가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음악과 준비가 돼 있다면 시기는 언제든지 만들 수 있어요. 좋은 여성 아티스트가 많으면 같이 언급이 되면서 좋은 흐름을 탈 수도 있고 여성 아티스트가 적을 때에는 범위를 넓혀갈 수 있으니까 시기에 딱히 연연하진 않아요."

-이브 씨가 생각하시는 자신의 색깔은 뭔가요?

"색깔로 표현하자면 검정이요. 검정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어둠을 상징할 때 많이 사용되잖아요. 근데 저는 새로운 상황과 도전적인 상황에 저를 던져 넣는 용기가 있는 것 같아요. 뭔가 검정 같은 상황에 계속 제가 들어가는 거 같아요. 또 검정색은 어떤 색에 묻어도 본인의 존재감을 잃지 않잖아요. 그런 거를 닮고 싶은 부분도 있어요."

-도전적인 것에 성공을 못 했을 때는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자책하지 않으세요?

"자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이제 마인드, 태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실패를 하더라도 거기서 얻어지는 깨달음이 더 크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쿨하게 넘길 줄 아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실패하면 그 실패를 인정하지 못했어요."

-그런 변화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희(이달의 소녀)는 저희 생각과 다르게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공백기 1년이 저한테는 정말 10년 같았거든요. 저는 바쁘지 않으면 힘든 사람이에요. 뭔가 상황이 저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어요. 쇠사슬에 묶여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감정적으로든 상황적으로든 억압당한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 계기들을 통해 전보다 더 뭔가 도전하려고 하고 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해요. 사실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그래서 멤버들이 저를 개복치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데뷔 기간 포함해서 6~7년 멤버들이랑 쭉 같이 있었잖아요. 멤버들이 '언니는 언니를 너무 채찍질을 한다'고 항상 걱정했어요. 멤버들이 보기에도 제가 저를 가혹하게 대하고 있었건 거죠. 근데 침대 맡에 편지를 남겨주는 멤버도 있었고, 손편지를 써서 주는 친구도 있었고… 그룹 활동 당시엔 그런 식으로 멤버들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어요. 지금은 누구한테 의지하고 기대기보다는 저 혼자 스스로 위로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근데 가수 일도 스트레스를 견뎌가면서 하시는 거잖아요.

"가수 하는 걸 부모님에게 허락받기까지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엄마는 거의 10년 가까이 반대를 하셨거든요. 엄마가 나중엔 물어보시더라고요. '힘든 길인 걸 아는데 이걸 왜 하고 싶냐'고요. 그래서 이렇게 말씀 드렸어요. '이걸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 하는 거'라고요. 지금도 그런 마음을 품은 열일곱 살 때와 똑같아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정말 모든 힘든 걸 감수할 만큼 그냥 행복하고 마음이 동하는 일이라서 계속 하게 되는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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