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0
  • CoinNess
  • 20.11.02
  • 1
  • 0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작품 두 세 가지를 하면 같은 인물인 걸 못 알아보세요. 배우로서 특징이 너무 부족한가 생각했는데 그게 엄청 큰 칭찬이더라고요."

배우 박예영(35)은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작품에 그대로 녹아든다. 그의 연기를 본 관객이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베테랑 작가로 코미디 연기를 펼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타협 없는 열혈 기자로 변신한 '안나'의 한지원이 그랬다. 작품마다 깊은 인상을 보여준 박예영은 이번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4일 개봉한 영화 '언니 유정'이다.

작품은 영아 유기 사건에 연루된 자매의 이야기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극 중 박예영은 엄마의 죽음 이후 동생 기정을 돌보는 유정 역을 맡았다. 종합병원 간호사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기정이 영아 유기 사건으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에 빠지는 인물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예영은 '언니 유정' 시나리오를 읽던 때를 떠올리며 "자칫하면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소재이지만 작품에 대한 감독님의 확신이 느껴졌다. 어떤 사건이 주된 게 아니라 이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명확하게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일들을 겪었을 때 어떤 시선으로 다양하게 볼 수 있을까, 또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가를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시나리오 단계에서 대사 하나도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분명히 물음표가 많이 뜰 영화라고 생각해요. 대신 그 물음표가 건강한 물음표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라는 물음표가 뜰 수도 있지만 나는 가족들이랑 어떻게 지내고 이런 사건이 있었을 때 우리는 어디에 포커스를 뒀더라 이 정도만 돼도 저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는 박예영의 얼굴을 가까이 담는다. 화장기 없는 민낯에 공허한 눈빛, 건조하다 못해 메마른 말투는 유정 그 자체다. 관객은 박예영의 시선과 표정을 통해 가깝고도 먼 가족의 속살, 미성년자 임산부의 혹독한 현실을 마주한다. 그는 "유정을 연기를 할 때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고 혼자 나아가는 K장녀 같은 면이 공감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예영은 윤색 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만큼 작품에 깊숙하게 관여했다. 정해일 감독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작품에 살을 보태고 서사를 유려하게 매만졌다. 영화 후반부 유정이 기정에게 쓴 편지를 읽은 내레이션은 직접 썼다. 박예영은 "감독님께서 내레이션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고민을 하다가 편지를 썼다"며 "기정에게 받았던 마음을 토대로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왔던 진심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한 작품이기에 대사 한 줄 한 줄이 너무 소중했다. 앞으로도 누군가의 하루를 반짝이게 만들 수 있는 영화에 참여할 수 있다면 배우도 좋고 스태프도 좋다"고 했다.


2013년 영화 '월동준비'로 데뷔한 박예영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후 드라마로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제21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드라마 '안나'로 올해의 새로운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내년에는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로 시청자를 찾는다.

박예영은 "(작품에서 만난) 모든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다는 느낌이라서 잘 해내고 싶었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며 "배우로서 작품에 임할 때 스스로가 의심되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감독님들이 주신 칭찬이 한 번씩 버팀목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찾는 방법'을 물었다. 박예영의 답변은 조금 뻔했지만 곱씹을수록 진한 의미로 다가왔다. "건강한 물음표를 던지게 해주는 영화 혹은 위로를 줄 수 있는 영화가 기준이 되더라고요. 좋은 영화를 보면 하루가 좀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니깐 그런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작품이면 좋을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전국 휴대폰성지] 대한민국 TOP 성지들만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