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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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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노지원 인턴 기자 = 택시 기사를 협박해 돈을 갈취하면서 사과를 하고, 결박해 감금한 이 기사를 구해 주라며 구조 요청을 보내놓기도 한 황당한 강도에 대한 사연이 전해졌다.
2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충청북도 청주에서 택시를 운영 중인 택시 기사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께 번화가에서 가방을 멘 한 남성 승객을 태웠다. 승객의 요청에 따라 인근 마을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15분을 달려 인적이 드문 마을회관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방을 뒤지던 승객은 돈이 아닌 흉기를 꺼내 A씨의 목 옆으로 들이밀었다.
이 승객은 A씨에게 "아직은 더 사셔야 하지 않겠냐"며 흉기로 협박하고 밧줄로 손을 결박했다. 또 A씨에게 택시 문을 잠그라고 한 뒤, 택시의 비상등을 켜지 못하게 했다.
이후 강도는 A씨를 조수석에 태운 채 직접 운전대를 잡고 외진 곳으로 차를 옮겼고, A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은행 앱을 켜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했다. 통장 잔고가 적게 뜨자 "왜 돈이 이것 밖에 없냐"며 택시에 있던 현금과 A씨 외투에 들어있던 체크카드를 빼앗았다.
강도는 A씨를 트렁크에 태운 뒤 발까지 청테이프로 묶어 감금했다. 그대로 가까운 은행으로 차를 몰아 빼앗은 체크카드로 최대 인출 한도인 현금 70만원을 인출했다.
A씨는 당시 "(강도가) 나를 조수석에서 내리게 해 트렁크로 들어가라고 했다"며 "아침에 아들한테 문자 해서 아빠를 찾으러 오게끔 해주겠다"고 말했다.
강도는 사건 발생 약 4시간 후인 새벽 1시 30분께 휴대전화와 블랙박스를 챙겨 달아났다.
트렁크에 갇혀있던 A씨는 어설프게 몸 앞쪽으로 묶여 있는 손을 직접 풀고 나와 경찰서로 향했다.
이후 새벽 2시 3분, A씨의 지인은 강도로부터 '식당 옆 공사 현장 가시면 휴대전화 주인 트렁크에 무사히 있으니 꺼내주세요'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또 A씨는 강도에게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자고 했는데, 강도는 "사장님 죄송합니다" 라며 사과를 하기도 했고, "인생이 바닥을 쳐서 그런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허술한 모습을 보였던 강도는 A씨의 빠른 신고로 17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강도 혐의로 수사하고 있으며 납치와 협박 등의 혐의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며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후에는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rohhh12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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