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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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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두고 마라톤 협상을 이어오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표결 끝에 내년에도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표결 과정에서 노사가 충돌하면서 향후 최저임금 심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임위는 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1명, 반대 15명, 기권 1명으로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노사는 올해 심의 초반부터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날을 세워왔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도입된 뒤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최저임금이 단일 적용되고 있다.
노동계는 특정업종에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게 되면 성별, 지역별 임금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차별적용을 통해 사용자 단체가 주장하는 대로 택시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그리고 음식업종의 경영 및 인력난, 최저임금 지불능력이 해결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인 불공정거래, 비정상적인 임금구조, 과다경쟁 문제 등을 개선해야만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이뤄지면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며 "경영계가 당장은 3개 업종의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차등적용이 가능하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또 다른 업종까지 확대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것은 노동시장 전체의 임금 하락 효과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실을 고려할 때 일부 업종에라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지난달 27일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한식·외국식·기타 간이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등에 대한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총괄 전무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고려해 숙박음식점업 전체보다는 영세자영업이 대부분인 한식집, 중식집, 분식집 같은 세부업종 3개만 제안한 것"이라며, "택시운송업도 지난해 고용노동부 용역 결과에서 1인당 부가가치, 영업이익 등 주요 경영지표들이 하위 10%에 속한다고 분석됐던 업종이다. 이 외에도 구분적용이 시급한 업종이 많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 활용 가능한 통계적 근거와 현실을 감안해 우선 선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총론에서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업종을 특정하는 각론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 갈등과 이견은 경영계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중요한 것은 일단 시행하는 것이고, 대상 업종의 수정 보완은 시행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 최종 부결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현행처럼 모든 업종에 같은 금액으로 적용된다.
한편 표결 과정에서 노사 간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초 노동계는 표결에 반대하며 이대로 논의를 종결하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공익위원들은 법정 심의기한인 지난달 27일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표결에 부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노동계가 반대하면서 표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서도 표결에 강력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표결을 막기 위해 위원장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임위는 투표용지를 재출력해 표결을 완료했고, 이후 위원장과 민주노총은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임위는 "이날 표결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향후 이러한 행동이 재발될 경우에는 발언 제한, 퇴장 명령 등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임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영계는 이날 충돌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최임위 불참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용자위원들은 산회 후 입장문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의사봉을 뺏고,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을 상대로 협박하고 투표용지를 탈취해 찢는 등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표결진행을 방해했다"며 "이러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는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행태를 방관한 위원장의 회의진행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용자위원들은 이러한 민주노총 위원들의 강압적 행사가 업종별 구분적용이 부결된 오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회의 진행과 절차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사용자위원들이 굉장히 격앙돼 있는 상태라 논의를 심각하게 해야 될 것 같다"며 "오는 4일 회의 시작 전에 모여 (참여를) 논의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제8차 전원회의는 4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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