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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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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세계적인 언론 재벌로 유명한 루퍼트 머독(93)이 자신의 '미디어 제국'의 보수 성향을 지키기 위해 장남에게 지분을 몰아주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이 입수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네바다주 신탁 감독관은 머독과 그의 장남 라클런이 제기한 가족 신탁(family trust·유언 신탁)에 대한 규정 변경 요구를 거부했다.

신탁이란 위탁자가 특정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한 후, 수탁자가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가족 신탁 상으론 머독이 사망한 후 그의 자녀인 라클런·제임스·엘리자베스·르푸던스 등 4명은 회사 경영권 및 회사 미래에 대한 발언권을 동등하게 분배받는다. 특히 이 모든 절차는 '취소 불가'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머독은 2018년 라클런을 후계자로 지명한 뒤, 그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방향으로 신탁 조건을 바꾸려 해왔다.

머독은 라클런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자녀가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을 갖고 있어, 자신이 세운 미디어 제국의 보수적 편집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장남에게 경영권을 몰아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머독은 이러한 방식이 나머지 자녀들에게도 재정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탁 감독관은 이 같은 신탁 변경 요구에 대해 신의성실 위배를 이유로 기각했다.

신탁 감독관은 "가족 신탁의 회사나 수혜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계 없이 자신의 미디어 제국을 지키고 라클런의 경영진 역할을 영구적으로 공고히 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안된 속임수"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다만 머독 측 변호인인 애덤 스트라이샌드는 머독과 라클런이 이번 판결에 항소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의 머독은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등 미국 유력 언론사뿐만 아니라 영국과 호주의 주요 신문과 TV방송도 거느리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수 미디어 제국"을 건설했다고 평가받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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