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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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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재즈 싱어송라이터 김유진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에서 기록을 썼다.
첫 번째 정규 앨범 '한 조각 그리고 전체'(2022)로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2023)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정규 앨범 '엑스트라오디너리(Extraordinary)'(2023)로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2024)에서 같은 부문을 받았다. 음악적 완성도만 보는, 판단 기준이 높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같은 부문을 신인급의 뮤지션이 2년 연속 받는 건 드문 일이다. 척박한 한국 재즈 신(scene)인데 이런 신성이 또 나왔다는 건 미스터리한 일이라는 반응도 터져나왔다.
2016년부터 재즈 신(scene)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노래해온 김유진은 그 가운데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왔다. 재즈보컬로는 드물게 재즈 스탠더드로 시작하지 않고, 자신이 작사·작곡한 오리지널 곡으로 음반을 내는 이유다.
그건 고유성이다. 특히 김유진의 노래가 더 비범한 까닭은 지극히 개성적인 언술로 보편적 정서를 끄집어내는 데 있다. 두 정규 음반의 제목만 봐도, 홀로 독특해지기보다 다 같이 특별해지는 걸 지향하는 듯하다.
다양성, 평등, 자연 등 자칫 추상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주제지만 명징한 서사화가 가능한 건 김유진이 걸출한 보컬리스트인 동시에 뛰어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호소력 있는 음색은 확신에 찬 이야기의 튼튼한 플롯이 된다. 김유진의 곡엔 비교적 노랫말이 많이 담길 때도 있는데 술술 들리는 까닭이다. 음반 단위뿐 아니라 곡 단위로서 완결성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야기들이 모여 '전체'가 됐을 때 더 '놀라운' 일이 된다. 다음은 최근 홍대 앞에서 김유진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한국 재즈의 새로운 세대라는 평을 듣고 계십니다.
"저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재즈 뮤지션들이 오리지널 곡들을 많이 연주해요. 일단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거 같아요. 성격유형검사(MBTI)가 엄청 유행이잖아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건 뭔지 같은 개인에 대한 관심사가 중요해진 거 같아요. 예전 세대에 비해서 자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하는 거죠. 대중도 오리지널 곡들을 더 좋아해 주세요."
-1집과 2집으로 한대음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을 2년 연속 수상했습니다. 이례적인 일이죠. 한대음 시상식에서 작년 수상자 자격으로 올해 수상자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어요.
"처음엔 얼떨떨했어요. 원래 큐카드에 수상자 이름이 적혀있어야 되는데 안 적혀있는 거예요. 상을 바라 봤는데 제 이름이 적혀있더라고요. 일단 '계속 이렇게 하면 된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사실 오리지널 곡을 부른다는 것엔 용기가 많이 필요하긴 해요. 데뷔 앨범은 스탠더드로 해서 저를 먼저 알리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받았죠. 근데 저는 가장 저다운 곡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저를 잘 알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티스트 노트'를 보고 글도 잘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앨범을 만들 때는 더 생각을 정리 하려고 합니다. 말하려고 하는 주제가 정확할수록 곡이 잘 써져요. 보컬이 다른 악기들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서 어떤 내용으로 노래해야 될까 고민을 많이 했죠."
-1집에선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요?
"코로나 영향도 있었는데, 음악을 통해서 연결, 소통을 바랐어요. 각자는 보이지 않는 한 조각이지만 이 조각들이 모여서 전체가 되고 그게 우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죠. 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내용을 써놓은 이유예요. 2집 첫 번째 트랙 '이발브(Evolve)'는 앨범 수록곡 중 제일 마지막에 완성된 곡이에요. 이 앨범을 만들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다 넣어놨어요. 아무래도 제가 만든 곡들이니까 제가 그 당시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가 제일 잘 담겨있는 것 같아요."
-2집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무엇이었나요?
"음악은 그 어떠한 언어보다도 강력한 전달력을 가진 언어라고 생각해요. 특히 보컬리스트에게는 가장 큰 전달의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매번 앨범을 제작하거나 곡을 쓸 때 제 음악이 듣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합니다. 제 두 번째 정규앨범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점점 개인주의가 커지고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편견들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앨범의 키워드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입니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은 무엇인가요?
"세상을 살아가며 여러 가지 평가와 시선들로 둘러싸여 왜곡된 시선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바라보게 됩니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온전한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번 앨범의 곡들을 통해 담았습니다. 또 마치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듯, 각 개인의 독특한 특징이 결합해 우리의 모습은 다채로워집니다. 다름에서부터 시작되는 무한한 가능성을 노래한 앨범입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2집 타이틀곡들은 '컨티늄(Continuum)'과 '엑스트라오디너리(Extraordinary)'엔 어떤 이야기가 담겼나요?
"''컨티늄'은 연속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단어로 어떠한 물체를 무한히 나눠도 그 각 요소가 전체로서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모습과 자아를 갖고 살아가지만 '나'라는 존재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연속체입니다. 무한히 나눠도 본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연속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리듬과 화성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중간에 새로운 리듬이 제시가 되며 분위기가 전환되는 부분이 있지만 처음과 마지막 부분의 코드 진행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다른 그루브로 표현함으로써 변하지 않는 본질의 우리를 표현했습니다. '엑스트라오디너리'는 비범한, 특출난, 뛰어난 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요. 처음 이 제목으로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을 무렵 열아홉 살이었던 저는 뛰어나고 특출난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 곡을 작업하는 과정 중 깨달은 사실은 이미 저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하고 비범한 존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난 모습 그대로 특별하고 특출난 존재임을 이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언어 감각도 좋아요. 우리말로는 물론 영어, 독일어, 포르투갈어로 노래를 하십니다. 노래마다 언어를 정하게 되는 과정이 있나요?
"한국어는 아무래도 모국어다 보니까 가장 편하고요. 영어 같은 경우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팝송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미국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빨리 접했던 거 같아요. 독일어는 '워킹 홀리데이'와 맞물려서 잠깐 현지에 머물렀어요."
-앨범을 발매하시고 나면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다 해소가 됩니까?
"네 되게 뿌듯해요. 아무래도 제가 기획하고 제작까지 하니까요. 그 때 당시의 제 모습이 담기고요. 일기장 같아요. 음악에 최대한 저를 솔직하게 담아내려고 하거든요."
-음악은 어떻게 좋아하게 된 겁니까?
"어느날 언니 MP3를 몰래 들었어요. 당시 언니는 한창 사춘기였는데 팝송을 많이 들은 거죠. 언니 통해서 팝 문화를 접한 거죠. 그리고 중학교 때 라디오에서 노라 존스의 '돈 노 와이'를 들었어요. 그 때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했는데 노라 존스가 재즈 보컬로 나오더라고요. '재즈가 뭐지' 하면서 그때부터 재즈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죠. 너무 좋은 거예요. 빌 에반스 같은 명반을 사서 들으면서 재즈 뮤지션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죠. 근데처음엔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음악을 하려면 차라리 대중음악을 하지 무슨 재즈 같은 비주류 음악을 하냐?'며 걱정을 하셨죠. 노래 경연대회에서 제가 상을 받아오니까 '얘가 노래를 정말 하고 싶구나' 그때 느끼셨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 편지도 많이 썼어요. 제가 얼마나 재즈를 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요. 하하. 그렇게 허락을 받아서 입시 학원에 갔는데 원장님이 노래를 들으시더니 '너는 노래하는 게 낫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피아노 레슨이랑 보컬 레슨 둘 다 계속 병행을 했어요. 덕분에 지금 제가 곡을 쓰고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유진 씨와 함께 피아니스트 임은지 씨가 음반 공동 프로듀서를 맡으셨어요.
"저와 동갑내기인데 제 음악뿐 아니라 저를 사람으로서도 잘 이해를 해줘요. 둘이 좋고 나쁘고를 구분하는 기준의 결이 비슷해요. 또 곡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잡아주는 역할도 해주시기도 하셨고요."
-유진 씨 본인이 싱어송라이터인데 다양한 의견을 유연하게 받아주시는 거 같아요.
"저는 드러머도 아니고 베이시스트도 아니고 기타리스트도 아니에요. 밴드 멤버들에게 각 부분 의견을 묻고 참고해서 믹싱·마스터링 담당하시는 분께 보내죠. 여러 사람이 모이면 다양한 기준이 생기잖아요. 제가 못 보는 걸 보는 분들이 분명 계실 테니까 그래서 자꾸 물어보고 그걸 또 계속 수용하려고 해요."
-아이돌 음악도 많이 듣는다고요.
"가끔 레슨 하러 오는 친구들 중에도 아이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어요. 최근 음악 신(scene)이 예전보다 더 다채로워졌다고 해요. 아이돌 음악도 마찬가지고요.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에스파'도 자신들만의 세계관이 있고요. 그래서 아이돌 노래도 많이 듣는 편이에요."
-1집과 2집 사이에 자신감이 더 생겼다는 평도 있습니다. 이번 한대음 '최우수 재즈 - 보컬 음반 선정의 변을 쓰신 김민주 선정위원은 "한층 더 와일드하고 과감해진 표현력으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쓰기도 했는데요.
"저에 대해 해주신 말씀 중에 '수다쟁이'가 기억에 남아요. 김유진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나갈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1집으로 상을 받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데뷔 앨범이었고 후보에 너무 쟁쟁한 분들이 계셨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요. '상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부담감이 생겼고 오히려 위축이 됐어요. 너무 과대평가 된 거 같았거든요. 왠지 또 전통적인 재즈를 해야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상을 받고 한동안은 기본기부터 다시 연습했어요. 근데 저는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거든요. '상은 상인 거고, 나는 나인 건데 내가 왜 그것에 얽매여야 할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그 와중에 곡은 거의 꾸준히 써왔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곡을 쓰는데, 그렇다 보니까 음반을 발매하고 싶은 욕구도 계속 생기죠. 그래서 2집이 더 빨리 나온 거 같아요. 2022년의 저와 지금의 달라진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유진 씨의 매력 중 하나는 이런 거 같아요. 자신감이 있는데, 그걸 과시하거나 막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자기 안에 갖고 있는 확실한 근거를 더 튼튼하게 만들고 그걸 당연하게 공유하는 부분이요.
"네 맞아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보컬이 제일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만큼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를 더 고민해요. '재즈 피플'이랑 인터뷰했을 때 '1집과 2집이 통일돼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사람들에게 좋은 얘기,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젊은 재즈 뮤지션이 바라보는 국내 재즈 신은 어떤가요?
"젊은 재즈 뮤지션 분들은 에너지가 넘쳐요. 틀을 벗어나려고 하고 확장시키려고 계속 애를 쓰죠.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리지널 곡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거든요. 기존의 흐름과는 다르게 가려는 노력이죠."
-유진 씨에게 '꿈의 무대'가 있습니까?
"제게 명예욕은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특별하게 좋은 공연장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제가 노래를 하고 그 음악에 맞춰 무용수분들이 춤을 추는 가운데 영상에선 미디어 아트가 흘러나오는 같은 융합 예술 무대는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예술가분들과 협업하고 싶어요. 요즘은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본다고 하잖아요. 음악만으로 표현하는 것엔 한계가 있고 그래서 비주얼 아티스트 분들이랑 협업하고 싶어요. 아니면 작가분들이랑 협업해서 책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작업도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 더 집중이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드라마 OST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아 맞다. 꿈의 무대라고 하면은 더 열심히 해서 에스페란자 스팔딩과 함께 하는 무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게는 아이돌이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첫 번째 정규 앨범 '한 조각 그리고 전체'(2022)로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2023)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정규 앨범 '엑스트라오디너리(Extraordinary)'(2023)로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2024)에서 같은 부문을 받았다. 음악적 완성도만 보는, 판단 기준이 높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같은 부문을 신인급의 뮤지션이 2년 연속 받는 건 드문 일이다. 척박한 한국 재즈 신(scene)인데 이런 신성이 또 나왔다는 건 미스터리한 일이라는 반응도 터져나왔다.
2016년부터 재즈 신(scene)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노래해온 김유진은 그 가운데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왔다. 재즈보컬로는 드물게 재즈 스탠더드로 시작하지 않고, 자신이 작사·작곡한 오리지널 곡으로 음반을 내는 이유다.
그건 고유성이다. 특히 김유진의 노래가 더 비범한 까닭은 지극히 개성적인 언술로 보편적 정서를 끄집어내는 데 있다. 두 정규 음반의 제목만 봐도, 홀로 독특해지기보다 다 같이 특별해지는 걸 지향하는 듯하다.
다양성, 평등, 자연 등 자칫 추상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주제지만 명징한 서사화가 가능한 건 김유진이 걸출한 보컬리스트인 동시에 뛰어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호소력 있는 음색은 확신에 찬 이야기의 튼튼한 플롯이 된다. 김유진의 곡엔 비교적 노랫말이 많이 담길 때도 있는데 술술 들리는 까닭이다. 음반 단위뿐 아니라 곡 단위로서 완결성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야기들이 모여 '전체'가 됐을 때 더 '놀라운' 일이 된다. 다음은 최근 홍대 앞에서 김유진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한국 재즈의 새로운 세대라는 평을 듣고 계십니다.
"저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재즈 뮤지션들이 오리지널 곡들을 많이 연주해요. 일단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거 같아요. 성격유형검사(MBTI)가 엄청 유행이잖아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건 뭔지 같은 개인에 대한 관심사가 중요해진 거 같아요. 예전 세대에 비해서 자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하는 거죠. 대중도 오리지널 곡들을 더 좋아해 주세요."
-1집과 2집으로 한대음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을 2년 연속 수상했습니다. 이례적인 일이죠. 한대음 시상식에서 작년 수상자 자격으로 올해 수상자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어요.
"처음엔 얼떨떨했어요. 원래 큐카드에 수상자 이름이 적혀있어야 되는데 안 적혀있는 거예요. 상을 바라 봤는데 제 이름이 적혀있더라고요. 일단 '계속 이렇게 하면 된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사실 오리지널 곡을 부른다는 것엔 용기가 많이 필요하긴 해요. 데뷔 앨범은 스탠더드로 해서 저를 먼저 알리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받았죠. 근데 저는 가장 저다운 곡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저를 잘 알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티스트 노트'를 보고 글도 잘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앨범을 만들 때는 더 생각을 정리 하려고 합니다. 말하려고 하는 주제가 정확할수록 곡이 잘 써져요. 보컬이 다른 악기들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서 어떤 내용으로 노래해야 될까 고민을 많이 했죠."
-1집에선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요?
"코로나 영향도 있었는데, 음악을 통해서 연결, 소통을 바랐어요. 각자는 보이지 않는 한 조각이지만 이 조각들이 모여서 전체가 되고 그게 우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죠. 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내용을 써놓은 이유예요. 2집 첫 번째 트랙 '이발브(Evolve)'는 앨범 수록곡 중 제일 마지막에 완성된 곡이에요. 이 앨범을 만들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다 넣어놨어요. 아무래도 제가 만든 곡들이니까 제가 그 당시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가 제일 잘 담겨있는 것 같아요."
-2집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무엇이었나요?
"음악은 그 어떠한 언어보다도 강력한 전달력을 가진 언어라고 생각해요. 특히 보컬리스트에게는 가장 큰 전달의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매번 앨범을 제작하거나 곡을 쓸 때 제 음악이 듣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합니다. 제 두 번째 정규앨범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점점 개인주의가 커지고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편견들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앨범의 키워드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입니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은 무엇인가요?
"세상을 살아가며 여러 가지 평가와 시선들로 둘러싸여 왜곡된 시선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바라보게 됩니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온전한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번 앨범의 곡들을 통해 담았습니다. 또 마치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듯, 각 개인의 독특한 특징이 결합해 우리의 모습은 다채로워집니다. 다름에서부터 시작되는 무한한 가능성을 노래한 앨범입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2집 타이틀곡들은 '컨티늄(Continuum)'과 '엑스트라오디너리(Extraordinary)'엔 어떤 이야기가 담겼나요?
"''컨티늄'은 연속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단어로 어떠한 물체를 무한히 나눠도 그 각 요소가 전체로서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모습과 자아를 갖고 살아가지만 '나'라는 존재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연속체입니다. 무한히 나눠도 본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연속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리듬과 화성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중간에 새로운 리듬이 제시가 되며 분위기가 전환되는 부분이 있지만 처음과 마지막 부분의 코드 진행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다른 그루브로 표현함으로써 변하지 않는 본질의 우리를 표현했습니다. '엑스트라오디너리'는 비범한, 특출난, 뛰어난 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요. 처음 이 제목으로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을 무렵 열아홉 살이었던 저는 뛰어나고 특출난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 곡을 작업하는 과정 중 깨달은 사실은 이미 저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하고 비범한 존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난 모습 그대로 특별하고 특출난 존재임을 이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언어 감각도 좋아요. 우리말로는 물론 영어, 독일어, 포르투갈어로 노래를 하십니다. 노래마다 언어를 정하게 되는 과정이 있나요?
"한국어는 아무래도 모국어다 보니까 가장 편하고요. 영어 같은 경우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팝송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미국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빨리 접했던 거 같아요. 독일어는 '워킹 홀리데이'와 맞물려서 잠깐 현지에 머물렀어요."
-앨범을 발매하시고 나면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다 해소가 됩니까?
"네 되게 뿌듯해요. 아무래도 제가 기획하고 제작까지 하니까요. 그 때 당시의 제 모습이 담기고요. 일기장 같아요. 음악에 최대한 저를 솔직하게 담아내려고 하거든요."
-음악은 어떻게 좋아하게 된 겁니까?
"어느날 언니 MP3를 몰래 들었어요. 당시 언니는 한창 사춘기였는데 팝송을 많이 들은 거죠. 언니 통해서 팝 문화를 접한 거죠. 그리고 중학교 때 라디오에서 노라 존스의 '돈 노 와이'를 들었어요. 그 때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했는데 노라 존스가 재즈 보컬로 나오더라고요. '재즈가 뭐지' 하면서 그때부터 재즈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죠. 너무 좋은 거예요. 빌 에반스 같은 명반을 사서 들으면서 재즈 뮤지션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죠. 근데처음엔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음악을 하려면 차라리 대중음악을 하지 무슨 재즈 같은 비주류 음악을 하냐?'며 걱정을 하셨죠. 노래 경연대회에서 제가 상을 받아오니까 '얘가 노래를 정말 하고 싶구나' 그때 느끼셨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 편지도 많이 썼어요. 제가 얼마나 재즈를 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요. 하하. 그렇게 허락을 받아서 입시 학원에 갔는데 원장님이 노래를 들으시더니 '너는 노래하는 게 낫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피아노 레슨이랑 보컬 레슨 둘 다 계속 병행을 했어요. 덕분에 지금 제가 곡을 쓰고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유진 씨와 함께 피아니스트 임은지 씨가 음반 공동 프로듀서를 맡으셨어요.
"저와 동갑내기인데 제 음악뿐 아니라 저를 사람으로서도 잘 이해를 해줘요. 둘이 좋고 나쁘고를 구분하는 기준의 결이 비슷해요. 또 곡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잡아주는 역할도 해주시기도 하셨고요."
-유진 씨 본인이 싱어송라이터인데 다양한 의견을 유연하게 받아주시는 거 같아요.
"저는 드러머도 아니고 베이시스트도 아니고 기타리스트도 아니에요. 밴드 멤버들에게 각 부분 의견을 묻고 참고해서 믹싱·마스터링 담당하시는 분께 보내죠. 여러 사람이 모이면 다양한 기준이 생기잖아요. 제가 못 보는 걸 보는 분들이 분명 계실 테니까 그래서 자꾸 물어보고 그걸 또 계속 수용하려고 해요."
-아이돌 음악도 많이 듣는다고요.
"가끔 레슨 하러 오는 친구들 중에도 아이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어요. 최근 음악 신(scene)이 예전보다 더 다채로워졌다고 해요. 아이돌 음악도 마찬가지고요.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에스파'도 자신들만의 세계관이 있고요. 그래서 아이돌 노래도 많이 듣는 편이에요."
-1집과 2집 사이에 자신감이 더 생겼다는 평도 있습니다. 이번 한대음 '최우수 재즈 - 보컬 음반 선정의 변을 쓰신 김민주 선정위원은 "한층 더 와일드하고 과감해진 표현력으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쓰기도 했는데요.
"저에 대해 해주신 말씀 중에 '수다쟁이'가 기억에 남아요. 김유진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나갈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1집으로 상을 받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데뷔 앨범이었고 후보에 너무 쟁쟁한 분들이 계셨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요. '상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부담감이 생겼고 오히려 위축이 됐어요. 너무 과대평가 된 거 같았거든요. 왠지 또 전통적인 재즈를 해야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상을 받고 한동안은 기본기부터 다시 연습했어요. 근데 저는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거든요. '상은 상인 거고, 나는 나인 건데 내가 왜 그것에 얽매여야 할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그 와중에 곡은 거의 꾸준히 써왔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곡을 쓰는데, 그렇다 보니까 음반을 발매하고 싶은 욕구도 계속 생기죠. 그래서 2집이 더 빨리 나온 거 같아요. 2022년의 저와 지금의 달라진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유진 씨의 매력 중 하나는 이런 거 같아요. 자신감이 있는데, 그걸 과시하거나 막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자기 안에 갖고 있는 확실한 근거를 더 튼튼하게 만들고 그걸 당연하게 공유하는 부분이요.
"네 맞아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보컬이 제일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만큼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를 더 고민해요. '재즈 피플'이랑 인터뷰했을 때 '1집과 2집이 통일돼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사람들에게 좋은 얘기,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젊은 재즈 뮤지션이 바라보는 국내 재즈 신은 어떤가요?
"젊은 재즈 뮤지션 분들은 에너지가 넘쳐요. 틀을 벗어나려고 하고 확장시키려고 계속 애를 쓰죠.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리지널 곡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거든요. 기존의 흐름과는 다르게 가려는 노력이죠."
-유진 씨에게 '꿈의 무대'가 있습니까?
"제게 명예욕은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특별하게 좋은 공연장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제가 노래를 하고 그 음악에 맞춰 무용수분들이 춤을 추는 가운데 영상에선 미디어 아트가 흘러나오는 같은 융합 예술 무대는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예술가분들과 협업하고 싶어요. 요즘은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본다고 하잖아요. 음악만으로 표현하는 것엔 한계가 있고 그래서 비주얼 아티스트 분들이랑 협업하고 싶어요. 아니면 작가분들이랑 협업해서 책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작업도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 더 집중이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드라마 OST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아 맞다. 꿈의 무대라고 하면은 더 열심히 해서 에스페란자 스팔딩과 함께 하는 무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게는 아이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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