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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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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흘렀지만,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우파 중심으로 공영방송을 장악하라'는 내용의 대외비 문건이 등장했고, 1TV '전국노래자랑'과 '역사저널 그날'은 사측의 일방적인 MC 교체 논란으로 반발을 샀다. 2TV 주말극과 예능 등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는데, 잇단 파열음으로 내홍이 짙어지고 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도가 더욱 떨어졌다. MBC TV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3월31일 방송에서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제목의 18장짜리 KBS 대외비 문건을 공개해 파장이 컸다. KBS는 17일 서울남부지법에 MBC와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도 접수했다. KBS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문서"라며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MBC는 KBS 직원을 통해 입수했다며 "권력에 장악된 KBS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이 취임 후 보인 행보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꽤 많았다. 이 문서에서 사장 제청 즉시 챙겨야 할 긴급 현안으로 "국민 신뢰 상실에 대한 진정성있는 대국민 담화(사과) 준비"를 제시했다. "사장 취임 후 임원, 센터장, 실국장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이 필요하다며 "우파 중심으로 하되 전임 사장 재임 시 보직을 가졌던 부장급 이하 중 능력이 있는 직원들에 관해선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제한적으로라도 등용 검토"를 요청했다.

실제로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13일 취임 직후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첫 출근 전날 본부장급, 실국장급과 일부 부장급 인사를 냈고, 다음날 1TV '뉴스9' 등 주요 뉴스 앵커와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했다.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 등을 예고했고, 2월 특별명예·희망퇴직도 실시해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 KBS 이춘호 전략기획실장 등은 지난달 간담회를 열고 MBC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사장의 대국민사과는 경영계획서의 혁신 방안 중 첫머리에 있는 내용이다. KBS 경영계획서가 25페이지 분량인데, 이보다 짧은 18페이지(대외비 문건)를 경영지침으로 삼는 건 맞지 않다"고 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전국노래자랑과 역사저널 그날 논란은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신영은 2022년 10월 송해(송복희·1927~2022) 후임으로 전국노래자랑 마이크를 잡았지만, 1년5개월 만인 3월 물러났다. 당시 김신영은 "일방적으로 MC 교체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반대 청원이 쏟아졌다. 개그맨 남희석이 바통을 이어 받았으나, 시청률은 5~6%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이전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출연진 교체 과정에서 사측과 제작진 의견 차가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권위적인 의사결정을 지속할수록 노사간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역사저널 그날은 외압·폐지설에 휩싸였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지난달 25일 전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역사저널 그날 MC로 앉히라고 요구했다. 당시 제작진은 탤런트 한가인을 새 MC로 섭외, 코너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개편 후 첫 녹화는 연기됐고, 조수빈은 이달 8일 불참 의사를 밝혔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재개를 요청했으나, 10일 무기한 잠정 중단 통보를 받았다. 무엇보다 이 본부장이 조수빈 발탁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제작진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갈등이 촉발됐다.

결국 신동조·김민정·최진영·강민채 PD는 '이 본부장은 역사저널 그날 폐지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KBS PD협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본부장 사퇴를 요구했다. 조수빈 측은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KBS PD협회는 "왜 섭외를 받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일정을 핑계로 출연 불가 통보를 했느냐. 스스로 낙하산 MC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 의혹이 커졌다.


KBS는 올해 1431억원 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2009년 세계 경영위기 후 15년 만이다. 프로그램 제작비도 전년보다 약 10% 긴축했는데, 주시청층인 5070 위주에서 벗어나 MZ세대를 잡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MC 유재석의 3년만 KBS 복귀작인 '싱크로유'과 6년 만에 선보이는 아이돌 오디션 'MA1'(Make Mate 1)가 대표적이다. 싱크로유는 2부작 파일럿으로 1회 2.0%·2회 1.8%에 그쳤으나, 인공지능(AI)가 만든 무대 속 가수들이 직접 선보이는 무대를 찾는 콘셉트로 흥미를 더했다.

MA1 역시 2회 연속 시청률 0%대에 머물렀지만,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향후 부가수익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경천 예능센터장은 신규 프로그램 라인업 설명회에서 "MA1은 기존 시청층에서 벗어나려는 첫 번째 시도"라며 "KBS 경영진 이하가 신선한 시도를 했을 때 시청률은 인내심을 갖되 '가능성을 보고 시도해보자'고 내부적으로 합의했다. 시청률이 잘 안 나와도 화제성에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KBS 미니시리즈는 넷플릭스 등 OTT 등장 후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2TV 월화극은 김명수 주연 '함부로 대해줘' 이후 편성이 없다. 주말극 '미녀와 순정남'은 막장 전개에 혹평이 쏟아지고 있으며, 25일 방송한 19회는 14.8%에 그쳤다. KBS 주말극 부진이 이어지자, 회차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후속작인 '다리미 패밀리'는 36부작으로 편성할 것"이라며 "서숙향 작가가 주로 미니시리즈를 집필, 장점을 살리기 위한 의도"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리미 패밀리 이후부터 KBS 주말극은 30부작대로 축소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그동안 KBS 주말극은 50부작 이상으로 편성, 늘어진다는 의견이 많지 않았느냐. 최근 드라마 회차가 짧아진 트렌드를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3월 KBS 창립 51주년을 맞아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문 ▲제작 스튜디오 '콘텐츠 K'(가칭) ▲복합 방송 문화 공간 'K스튜디오'(가칭) 등 총 3개 부문을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 임기는 김의철 전 KBS 사장 잔여 임기인 12월9일까지다. 약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변화를 위한 진통을 겪어내고 이러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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