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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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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법), 해상풍력특별법(해풍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 등 국가 에너지산업 운영에 필수적인 주요 법안들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모두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불과 6년 뒤인 2030년부터 포화에 도달해 원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끝내 열지 않았다. 오는 28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 숙려기간 등을 감안하면 21일이 상임위 법안 처리 마지노선이었다.
여야 모두 21대 국회 마무리 전 '채상병 특검법' 등을 두고 강대강으로 부딪히며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여기에 다음 22대 국회 개원을 위해 의원들이 몸 풀기에 돌입한 분위기도 작용했다.
앞서 고준위법은 여야 간 쟁점을 모두 해소한 만큼 상임위에 상정되면 일사천리로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고준위법은 원전 가동으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던 여야는 최근 원내대표들간 협상을 통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임기를 마무리하며 "이번에 처리되지 않으면 우리 국민은 당장 2030년부터 치명적인 환경 위협을 받게 된다"며 21대 국회에서의 처리를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표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며 "쟁점도 상당 부분 해소가 됐기에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 위원 등 일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데다 여야가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고준위법이 폐기되면서 22대 국회에서는 법안 마련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방폐장 부지 선정은 1983년 이후 40여년 동안 9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근거법조차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내 저장시설은 포화 직전이다. 1977년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가동부터 반세기 동안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임시저장시설에 잠시 쌓아둔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빛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율은 78.7%로 2030년이면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울 원전의 포화율은 77.8%로 2031년이면 포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2028년 방폐물이 가득 찰 것으로 우려되던 고리 원전의 경우 조밀 저장대를 설치해 2032년으로 포화 시기를 미뤄 놨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37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추진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원전 내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를 더 이상 받을 수 없어, 원전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건식저장시설의 건설 및 인허가가 늦어지면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이 늘어난다. 안정적인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만큼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2월 "(고준위법이 무산될 경우) 대만 사례와 같이 원자력 발전을 멈출 수밖에 없다"며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정부는 1978년 고리1호기 원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9차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윤석열정부는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정 추진과 함께 2022년 7월 고준위방폐물 R&D(연구개발) 로드맵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시급한 에너지 법안들 줄줄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산업부가 지난해 말 발의한 전력망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산업부는 국가 핵심 전력망을 신속하게 확충하기 위해 지원 강화, 계통 혼잡지역 발전사업 허가 속도 조절, 발전-소비 시설 분산 등을 위한 전력망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핵심 기간망 건설 기간은 30% 단축하고, 송전선로 건설 규모는 10% 절감, 계통 유연성은 2배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 전력망이 적기에 확충되지 않는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전력공사가 지게 된다. 한전은 국내 전력망을 독점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가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언론 간담회에서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전력망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반드시 통과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촉구했다.
무산된 또 다른 법안에는 해풍법이 있다. 해풍법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입지를 선정해 주고 인허가를 단축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은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이지만, 국내에서는 복잡한 인허가와 규제로 추진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산업부는 해풍법 제정을 통해 정부 주도로 계획적인 보급을 실시하고, 사업 과정을 뒷받침해 해상풍력 보급에 속도를 내고자 했다.
해풍법 제정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산업부는 기존 제도인 집적화제도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가 입지 발굴과 주민 수용성 확보를 주도하면 단지 지정·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업계에서는 주요 법안들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 구성 등을 고려하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법안 마련 작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된 법안에 담긴 좋은 내용들을 살려가면서 새로운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조속하고 신중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rming@newsis.com
전문가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불과 6년 뒤인 2030년부터 포화에 도달해 원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끝내 열지 않았다. 오는 28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 숙려기간 등을 감안하면 21일이 상임위 법안 처리 마지노선이었다.
여야 모두 21대 국회 마무리 전 '채상병 특검법' 등을 두고 강대강으로 부딪히며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여기에 다음 22대 국회 개원을 위해 의원들이 몸 풀기에 돌입한 분위기도 작용했다.
앞서 고준위법은 여야 간 쟁점을 모두 해소한 만큼 상임위에 상정되면 일사천리로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고준위법은 원전 가동으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던 여야는 최근 원내대표들간 협상을 통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전 원내대표는 임기를 마무리하며 "이번에 처리되지 않으면 우리 국민은 당장 2030년부터 치명적인 환경 위협을 받게 된다"며 21대 국회에서의 처리를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표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며 "쟁점도 상당 부분 해소가 됐기에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 위원 등 일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데다 여야가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고준위법이 폐기되면서 22대 국회에서는 법안 마련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방폐장 부지 선정은 1983년 이후 40여년 동안 9차례 무산된 바 있다.
근거법조차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내 저장시설은 포화 직전이다. 1977년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가동부터 반세기 동안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임시저장시설에 잠시 쌓아둔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빛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율은 78.7%로 2030년이면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울 원전의 포화율은 77.8%로 2031년이면 포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2028년 방폐물이 가득 찰 것으로 우려되던 고리 원전의 경우 조밀 저장대를 설치해 2032년으로 포화 시기를 미뤄 놨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37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추진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원전 내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를 더 이상 받을 수 없어, 원전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건식저장시설의 건설 및 인허가가 늦어지면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이 늘어난다. 안정적인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만큼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2월 "(고준위법이 무산될 경우) 대만 사례와 같이 원자력 발전을 멈출 수밖에 없다"며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정부는 1978년 고리1호기 원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9차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윤석열정부는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정 추진과 함께 2022년 7월 고준위방폐물 R&D(연구개발) 로드맵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시급한 에너지 법안들 줄줄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산업부가 지난해 말 발의한 전력망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산업부는 국가 핵심 전력망을 신속하게 확충하기 위해 지원 강화, 계통 혼잡지역 발전사업 허가 속도 조절, 발전-소비 시설 분산 등을 위한 전력망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핵심 기간망 건설 기간은 30% 단축하고, 송전선로 건설 규모는 10% 절감, 계통 유연성은 2배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 전력망이 적기에 확충되지 않는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전력공사가 지게 된다. 한전은 국내 전력망을 독점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가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언론 간담회에서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전력망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반드시 통과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촉구했다.
무산된 또 다른 법안에는 해풍법이 있다. 해풍법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입지를 선정해 주고 인허가를 단축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은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이지만, 국내에서는 복잡한 인허가와 규제로 추진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산업부는 해풍법 제정을 통해 정부 주도로 계획적인 보급을 실시하고, 사업 과정을 뒷받침해 해상풍력 보급에 속도를 내고자 했다.
해풍법 제정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산업부는 기존 제도인 집적화제도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가 입지 발굴과 주민 수용성 확보를 주도하면 단지 지정·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업계에서는 주요 법안들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 구성 등을 고려하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법안 마련 작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된 법안에 담긴 좋은 내용들을 살려가면서 새로운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조속하고 신중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r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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