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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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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릉=뉴시스]임하은 기자 = 튀겨 먹고, 구워 먹고, 볶아 먹고, 삶아 먹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구황작물이 바로 감자다. 감자가 우리 식탁으로 오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까? 재배기간은 석 달가량이지만 종자부터 시작하면 자그마치 5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뉴시스는 지난 23일 씨감자를 생산해 전국으로 보급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강원도 감자종진흥원 감자원종장을 방문해 그 생산 과정을 따라가 봤다.
◆대관령 고령지연구소…씨감자 대량 수경재배 '세계 최초'
강원 평창군 대관령에 위치한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는 씨감자의 첫 시작인 기본종과 기본식물을 생산한다.
감자는 비교적 선선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대관령 주변 일부 고랭지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식용감자는 주로 봄철에 재배되는데, 보통 80~100일 정도의 재배기간이 소요된다.
감자가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는 우선 윗단계의 씨감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자는 씨(종실)를 통해서가 아닌 감자의 덩이줄기를 심어 복제하듯 번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없는 씨감자를 심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무병 씨감자를 채종단계에 따라 생산해 계획적으로 농가에 생산 공급하고 있다.
씨감자의 공급체계는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 단계로 나뉜다. 우리가 먹는 감자는 농가가 보급종을 심어 재배한 열매라고 할 수 있다.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는 기본종·기본식물을 생산하고, 강원특별자치도 감자종자진흥원에서는 이를 받아 원원종과 원종, 보급종을 생산한다. 각 공급단계는 1년씩 소요되는데, 농가에 씨감자가 공급되기까지는 자그마치 5년이 걸리는 셈이다.
외부의 오염을 제거하기 위한 소독시설을 거쳐 들어간 고령지농업연구소에는 4개동의 온실이 있다. 이곳에서 기본종을 생산하는데, 그 방법은 수경재배다. 수경재배는 토지에 심는 방식보다 생산성이 5배나 높다.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기본종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수경재배 기술을 실용화했다.
수경재배 중에서도 씨감자 기본종은 분무경 재배 방식으로 이뤄진다. 분무경은 1994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시작한 기술로, 물에 식물을 담가두는 담액경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물을 안개처럼 분무해 감자가 썩지 않게 보존하는 방식이다.
조지홍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장은 "연구소에서 개발한 수경재배 씨감자 생산기술은 해외에도 수출해왔다"며 "알제리에 기술을 지원해 자체 씨감자 생산을 도운 건 해외기술지원 우수사업으로도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조지홍 소장은 "최근에는 도미니카에 기술을 지원해 감자 생산성을 높였고, 국제연합(UN) 산하 국제감자연구소에서도 우리의 수경재배기술을 활용해 개도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알렸다.
연구소는 이런 방식으로 감자가 견딜 수 있는 온도인 봄과 가을에 재배해 1년에 15만~16만개의 기본종을 생산한다.
◆진딧물 차단하는 '망실'재배…연간 6500t 보급종 생산
기본종 이후 기본식물-원원종-원종은 노지 하우스에서 망실재배로 생산된다. 감자 바이러스는 진딧물을 통해 옮기는 경우가 다수이기에 진딧물의 공격을 막기 위해 모기장 같은 망사를 설치한다. 흰 천 같이 보이는 백망사는 400메시로, 1제곱인치당 400개 그물코로 전염을 방지한다.
원원종과 원종은 강릉에 위치한 감자원종장에서 생산한다. 감자원종장은 강원도 감자종자진흥원 산하 기관으로, 2012년부터 재배를 이양해 하고 있다.
감자원종장에서는 매년 1300여개동의 망실을 봄에 씌우고 가을에 벗기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해서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보급종은 연간 6500여t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씨감자 소요량의 20% 정도다. 올해는 원원종을 5.1㏊, 원종을 36.8㏊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4~5월 파종 후 재배된 씨감자는 9월부터 본격적인 수확이 들어간다. 수확 후 열을 내리기 위한 예냉 처리 작업이 3~5일 진행되면 두세 번에 거쳐 작물 선별 후 10~11월 저온저장고에 입고된다.
저장고는 2.5~3.5도의 온도와 습도 90%를 유지한 채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6개월 정도 씨감자를 저장한다. 한번 더 선별 및 종자검사를 거치면 마지막 채종농가로 공급이 이뤄진다. 2개의 저장고에는 1000t가량의 씨감자를 보관할 수 있다.
올해는 감자가 우리나라에 보급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농진청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품종인 '수미' 외에 맛과 색깔, 보관 등이 탁월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한국형 프렌치프라이로 제격인 '골든볼' 품종은 봄 재배용으로, 속이 노랗고 맛이 좋은데 갈변이 지연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수미 품종보다 고온에 잘 견뎌 생산성이 높다.
또 연중 햇감자로는 2기작 품종인 '은선'과 '금선'을 가을과 겨울에 재배하는 전남 보성과 전북 부안 지역에 확대 공급하고 있다.
조지홍 소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씨감자 시스템을 갖추게 되어 너무나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우수 품종 육성과 우량 씨감자 확대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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