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사옥 차로 들이받은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 왜?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 60대 남성 이모씨가 지난 4일 자신의 차량으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사옥의 회전문을 들이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경쟁을 위해 이미 정비 수주를 따낸 3구역과의 사전협의 없이 3구역 내 계획도로를 이용해 4구역 정비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남 제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한남 3구역 조합)의 조창원 조합장은 전날 조합원 온라인 카페에 "오늘(4일) 오후 3시 한남4구역 수주 홍보자료와 관련해 현대건설의 한남3구역 관리 책임자 및 한남4구역 수주 책임자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과정 중 A 이사(이모씨)는 매우 강한 항의와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며 "A 이사는 잠시 자리를 비웠고 조합에서는 오후 4시30분께 현대건설 본사 사고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사고와 관련한 경위를 설명했다.

한남 3구역 조합 관계자인 이모씨는 전날 오후 4시40분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를 몰고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사옥 정문 회전문을 들이받았으며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A씨는 경찰을 통해 재개발 관련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남3구역 조합이 현대건설의 한남4구역 정비사업 홍보자료에 한남3구역 조합의 동의가 필요한 내용이 사전 설명 없이 포함된 점에 대해 항의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제작한 자료에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한남3구역 내 계획도로를 이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수재해 위험지구인 보광·장문로변의 자연배수를 유도하는 지반고 상향 공사에 임시우회도로를 이용하는 대신 3구역 계획도로를 활용하면 사업기간을 최소 12개월 단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4구역 조합의 사업비를 약 2220억원, 세대당 분담금은 약 1억9000만원 절감할 수 있다는 계획을 담았다.

조 조합장은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 홍보자료의 내용에 우리 한남3구역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고 이러한 내용들이 우리 조합과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용됐다"며 "이는 우리 조합과 시공사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한남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보광동 일대 39만㎡ 땅에 지상 최고 22층 197개동 5816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재개발 정비사업으로 소위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로도 불린다. 조합은 지난 2020년 6월 현대건설을 최종 시공자로 선정해 '디에이치 한남'을 짓기로 했으며 지난해 11월 이주를 시작했다. 착공 예정 시기는 2026년이다.

인접한 한남4구역은 다음 달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이어 한남4구역도 수주해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형성하고 2개 구역 사업시설을 연계하는 광역 MD계획에 대한 구상도 내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날 (이모씨도 참석한) 한남3구역 조합에 담당 직원들이 직접 계획도로 이용과 관련해 상세히 설명드리던 도중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면서도 차량 돌진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석되는 데 선을 그었다.

조 조합장은 "경찰 조사 이후 A 이사와의 면담 등을 통해 진상 확인 및 향후 조치를 진행하겠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향후 사업 진행에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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