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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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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정부의 '세수 펑크'에 대응해 총 44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학교의 운영비와 시설 공사비를 대폭 줄이고 추가 채용도 중단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빈곤한 곳간을 떠안은 꼴이 됐다. 시교육청이 이처럼 수천억원 규모의 편성 예산을 쓰지 못하게 된 일은 처음이다.

20일 뉴시스가 입수한 시교육청의 '2024년도 교육비 특별회계 세출예산 절감 운영 계획'을 보면, 시교육청은 올해 예산 중 4400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계획에서 "미추진 사업 추진을 중단한다"며 "법정 의무지출 외 모든 사업비 집행을 최소화하고, 불요불급한 사업비를 감액 및 집행 취소하는 등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6일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29조6000억원 덜 걷힐 것이라는 재추계 결과를 내놓자 고강도 긴축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계획은 보궐선거 이틀 전인 지난 14일 본청 실무 부서와 관내 교육지원청, 도서관 등 부속 기관에 공문으로 통보됐다. 정 교육감은 지난 18일 첫 직원 업무보고를 받으며 이를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학교에도 영향이 클 듯하다. ▲시설사업비 3000억원 ▲인건비 500억원 ▲교육사업비 480억원 ▲학교운영비 300억원 등 학교 투입 재정도 긴축을 추진했다.

교육사업비는 시험 운영비와 같은 필수 경비를 뺀 목적 사업비를 끊는다. 늘봄학교 등으로 보조 인력이 급한 상황인데, 시교육청은 인건비를 줄이며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도 더 뽑지 말라고 했다.

절감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시설사업비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말 위험하고 안전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학교에서 비용을 집행하지 못하게 된다"며 "교육환경 개선 노력이 지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교육청은 이달 일선 학교에 교부해야 하는 기본운영비도 주지 못했다. 지급을 미루고 자금 사정에 따라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직원 연수, 워크숍 등 기관운영비도 20억원 줄인다. 공공요금, 시설유지관리 용역비 등 운영에 필요한 최소 경비만 집행하고 사업을 중단하라는 이야기다.

특별한 필요가 있을 때 쓰기로 했던 예비비도 100억원을 묶는다. 아직 쓰지 않은 자금은 사용을 유보하는 것이다.

교사 등 공무원 월급과 누리과정·교육급여·입학준비금 등 복지 사업, 시험 경비 등 필수 지출만 빼고 모두 조이는 셈이다.

시교육청은 재정 당국의 '세수 펑크'로 정부로부터 보통교부금 4623억원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시 법정 전입금 2000억원도 못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22년에도 2050억원, 지난해 2096억원의 법정 전입금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총 6623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되자, 기금에 쌓아 두기로 했던 2120억원은 적립을 중단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고강도 긴축으로 메꾸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계획에서 "(긴축) 목표액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금 부족으로 특정 시점에 모든 사업의 집행(지출)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 9일 기준 올해 예산 편성액 74.9%를 썼고, 남은 것도 인건비 등 필수 지출 비중이 커 여력이 없다고 한다.

교육부는 세수 펑크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청들이 기금 등 적립금을 쓰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기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교육청의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 적립액은 6656억여원이다. 관련 조례에 따라 연간 적립금 총액의 최대 50%까지 꺼내 쓸 수 있도록 규제가 돼 있어 인출이 어렵다고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 안정화기금에서 3300억원을 썼고, 현재는 3500억여원이 남아 있다"며 "올해는 조례에 따라 더 쓸 수도 없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예산의 원천은 내국세 세입 총액 20.79% 등으로 조성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교육청들은 매년 11월 초까지 이듬해 예산안을 편성해야 하는데 정부의 세수 추계를 기초로 삼고 있다.

경기 악화로 법인세 등이 덜 걷히면 교육교부금은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지난해(국세 59조1000억원 결손)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하면서 시교육청 재정 여력이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보통교부금 8753억원과 서울시 전입금 2096억원 등 총 1조849억원을 받지 못했다. 다만 당초 기금에 쌓아두기로 했던 1조1533억원을 대신 활용해 고강도 긴축을 겨우 면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013년에도 세수 결손으로 292억원을 절감한 일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수천억원 넘는 예산을 편성해 놓고 쓰지도 못한 일은 유례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교육재정이 남아 돈다는 이야기를 흔히 많이 하는데, 2~3년 전 세수 여건이 좋을 때는 그랬을 수 있다"며 "이렇게 결손이 크면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 외엔 대책이 없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올해 12월31일자로 고교 무상교육 재원의 국고·지자체 분담,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세입의 교육청 전입을 규정한 법적 근거가 만료되는 점도 우려한다. 유보통합에 따라 서울시 보육사업 재원도 짊어져야 한다는 압박도 받는다.

시교육청은 이번 계획에 따라 지난 18일까지 실무 부서와 교육지원청에서 긴축 계획을 취합했다.

최종 긴축 명세는 다음달 1일까지 확정하고, 배정했으나 남은 자금도 당일까지 회수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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