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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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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야(YA)!) 남들이 하는 거 따라할 거라면 뭐하러 예술을 하냐고"

'영파씨(YOUNG POSSE)'의 두 번째 EP '엑스엑스엘(XXL)의 타이틀곡 'XXL'은 멤버들의 외침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키겐(45·이기원)의 사자후(獅子吼)다.

치열한 K팝 신인 걸그룹 경쟁 속에서 "우린 좀 안 뻔해"라고 외치는 당당함, "리구개청 는없 수할 상예"(예상 할수 없는 청개구리의 거꾸로)"라고 내뱉은 뒤 방향을 바꾸라(Swe-Swervin)는 위트까지. 이 곡은 키겐과 래퍼 겸 프로듀서 릭 브릿지(Rick Bridge·최상혁)가 작사·작곡한 노래지만,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영파씨 멤버들에게 착 달라 붙는다.

특히 'XXL'은 전설적인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정규 4집(1995) 타이틀곡 '컴백홈(Come Back Home)'을 오마주한 비트로 올드스쿨 향이 물씬 풍긴다. 특히 정선혜(20)의 붐뱁 파트 래핑은 기존 힙합 팬들 사이에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2004년생 정선혜·위연정(20), 2006년생 지아나(18), 2007년생 도은(17), 2009년생 한지은(15) 등 평균나이 18세의 다섯 멤버들이 90년대 감성을 제대로 소환하며 '이지 리스닝' 위주로 재편된 K팝 걸그룹 신(scene)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빅 티셔츠'를 입었지만 자신들은 빌리 아일리시가 아니며(Big t shirts not billie just POSSE!), 1990년대 미국 동부 힙합(이스트 코스트 힙합)을 상징하는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베이비'를 자처하는(maybe maybe baby version Wu-Tang Clan) 이들의 '워드플레이'(wordplay·말장난)는 패기가 넘친다.

영파씨 멤버들에게 90년대 힙합의 자연스러움을 입혀준 건 이들의 소속사 비츠 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한 키겐 프로듀서다. 공동 총괄 프로듀서인 김진우 대표가 이끄는 알비더블유(RBW), DSP 미디어와 협업해 대형 기획사들의 신인 걸그룹이 넘치는 상황에서도 차별화에 성공한 그는 음악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넘어 공중전까지 거쳤다.

2000년대 초중반 부산을 중심으로 올드스쿨 랩을 선보이던 힙합듀오 '제이투키겐(J2Kiggen)'을 거쳐 2000년대 중후반 하이브리드 일렉트로닉 그룹 '하이브리파인(hybrefine)'에서 프로듀서 멤버로 활약했다. 그러다 2010년대엔 래퍼 한해 등과 결성한 힙합그룹 '팬텀' 멤버로 활약했다. 이후 '새벽공방', '배드민턴' 같은 싱어송라이터 그룹 제작자로 나섰다. 블락비를 시작으로 뉴이스트, 세븐틴, 신화, 몬스타엑스, 트와이스, 우주소녀, 인피니트, 워너원 같은 톱 K팝 그룹의 곡들도 작업했다.

그런 키겐이 프로듀서를 맡은 영파씨가 작년 10월 힙합을 전면으로 내세운 첫 EP '마카로니 치즈(MACARONI CHEESE)'로 데뷔하면서 들은 주된 평가는 음악과 무대가 자연스럽다는 것이었다. 힙합이 타 걸그룹과 차별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현재 자신들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팀과 프로덕션에 대한 신뢰가 저절로 형성된 이유다. 'XXL'은 그 믿음에 대한 확실한 방점이다. 다음은 최근 서울 광진구 RBW에서 만난 키겐 프로듀서와 나눈 일문일답.

-요즘 신인 걸그룹 경쟁이 심한데 'XXL'로 영파씨에 대한 주목도가 커졌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자는 마음이었어요. 오래 걸리겠지만 '우리가 그래도 틀리진 않았을 거다' 하고 '으쌰으쌰'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관심을 보여주셔서 먼저 멤버들이 용기를 많이 얻었죠. 서포트하는 저희들도 마찬가지이고요. 용기가 저희 현 상황을 표현하는 제일 적절한 단어 같아요."

-힙합 콘셉트는 어떻게 시작이 된 겁니까?

"제가 하고 싶어서 힙합을 한 것이 아니에요. 친구들을 지켜보다 '힙합을 하면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년 넘게 함께 준비를 하다 보니 멤버들이 힙합이라는 그릇에 제일 잘 어울리더라고요. 다양한 음악들로 실험을 해봤는데 몸에 가장 맞는 옷이었습니다. 마케팅적인 측면은 많이 없었고요. 그리고 사실 저는 힙합보다 다른 음악을 더 좋아해요. 하하."

-그러면 처음 기획 단계부터 유연하게 열어놓고 멤버들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였네요.

"같이 도와주시고 있는 RBW, DSP 미디어가 아이돌 제작에 유산을 갖고 있고, 노하우가 많은 분들이지만 저는 초보거든요. 그래서 '이런 그룹을 만들어야지' 정해 놓고 친구들을 끼워 넣은 게 아니에요. 여성스러운 노래도 녹음 많이 했었고요. 심지어 그 노래들에 맞춰 안무 영상까지 다 찍었어요. 발라드, 미디엄 템포 같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힙합에서 멤버들이 장점을 보여줘서 그럼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하다 보니까 힙합 쪽으로 확 방향이 잡힌 것 같아요. 어색한 게 너무 싫어서 어색하지 않은 옷을 만들려고 했어요."


-멤버들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잘 찾으실 수 있었던 건 아티스트 출신이시고, 아이돌 곡 작업도 많이 하셨기 때문이지 아닐까요?

"아티스트로 활동할 때 목표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아티스트로서 함께 했던 동생들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고요. 그때 너무 잘 됐으면 고민을 별로 많이 하지 않았겠냐 등의 얘기를 나눴죠."

-최근 K팝이 레드오션 시장이 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아이돌 제작을 생각 하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어릴 때 가수를 하다가 잘 안 됐고, 계속 업계에 있고 싶어서 작곡가로 전환해 활동하다가 운 좋게 팬텀을 해보자 제의가 와서 했는데요. 그 팀이 끝나고 나서 싱어송라이터들을 모아서 또 제작을 했어요. 새벽공방, 배드민턴이라는 팀이요. 그런데 쭉 돌아보니까 제가 들려주는 음악을 오랫동안 했더라고요. 이젠 좀 보여주는 음악을 너무 만들고 싶은 거예요. 저도 어릴 때부터 무대 위를 휘젓고 다니는 분들을 동경했고요.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든가 혹은 에미넘 같은 분들이요."

-2000년대에 태어난 멤버들이 90년대 힙합 감성을 마치 제 옷처럼 입었는데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데뷔 전에 일주일에 두 번씩 친구들이랑 무조건 만나서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매번 물었죠. 그러면서 어색함을 없애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 장르를 일단 받아들이고 난 다음에 녹음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흉내 내기보다는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나 생각해요. 투팍, 에미넘을 보여주면 연관 영상이 뜨는 유튜브도 큰 도움이 됐어요."

-"랩 배운지 딱 두달 가사쓰기 참 어렵구나 / 8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하네 지구만 / 너무 크네 우주가 난 그냥 작은 먼지일 뿐야 / 먼지 같은 내가 배운 언어로 랩하면 너는 들어줄까"('파씨 업(posse up)') 같이 멤버들이 쓴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색함을 또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멤버들이 '청자한테 직접 얘기하는 스토리텔러가 돼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노래 가사를 가능하면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사는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다. 미국엔 15세짜리 작사가도 있고 어른들의 이야기보다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 했는데, 그 가사를 보고 저도 머리가 띵하긴 했어요. 작사를 해오라 했더니 작사하기 어렵다는 작사를 해왔더라고요. 내부적으로도도 많이 웃긴 했죠. 이런 가사도 통과시키는 회사가 되자는 생각에 넣었습니다. 하하."

-'청개구리 콘셉트'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거예요?

"저희 비주얼 디렉터 중 DSP미디어 소속인 윤영이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랑 논의 끝에 '다음에 어떤 음악을 할지 어떤 춤을 출지 모르는 팀을 만들자'라고 정하면서 결정된 콘셉트였어요. '걸그룹이 이런 걸 하네'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최근 힙합 팬들 사이에서 영파씨가 또 화제가 됐던 부분이 있죠. 영파씨 영상이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딩고 채널 중 K팝 중심의 '딩고 뮤직'이 아닌 힙합을 주로 다루는 '딩고 프리스타일'에 올라온 점이요.

"딩고를 리스펙트 하고 있었어요. 작업물들이 너무 좋았어요. 데뷔곡 '마카로니 치즈' 관련 콘텐츠를 딩고에서 촬영했는데, K팝 통틀어서 힙합에 가장 진심인 팀 같다고 저희를 봐주셨죠. 이번에 '딩고 프리스타일'에 나와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해주셔서 출연하게 됐습니다."

-이번 'XXL'은 너무 좋아요. 많은 이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사이프레스 힐, 서태지와 아이들의 느낌도 들고요. '컴백홈'의 안무 등 이 곡에 대한 오마주도 확실하죠.

"이스트 코스트라고, 미국 힙합에서 동부 쪽을 건드려보고 싶었어요. '마카로니 치즈'는 동부, 서부 할 거 없이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랩 힙합'이었어요. 반복되는 나른한 랩이 인상적인 트랙이죠. 제가 어릴 때부터 항상 좋아했던 게 동부 힙합이에요. 국내에선 (메인 스트림에선) 서태지 이후로 아무도 안 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힙합 신에선 계속 해오셨지만 퍼포먼스랑 함께하고 있는 팀은 없는 것 같았고, 특히 K팝 걸그룹 사이에서 그랬죠. 굉장히 좋은 음악인데 지금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서태지 씨 언급 자체가 조심스러운데, 이 곡을 들어보셨는지는 궁금해요."

-저 같은 기존 세대에겐 향수가 됐습니다.

"브루노 마스와 한국계 앤더슨 팩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실크 소닉'의 태도에도 영향을 받았어요. (80년대 모타운 음악을 오마주하면서) 음악은 물론 의상, 뮤직비디오 등에서 그 시대 분위기를 풍겼는데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도 그 시대에 대해 얼마나 진심이면 상을 받는 과정에서 보여준 걸음걸이, 표정까지 옛날 걸 그대로 흉내 내더라고요. 자신들이 좋아했던 마빈 게이, 솔 펑크 음악에 대한 진심이 거죠. 2020년대에 실크 소닉이 그런 분위기를 재현했다는 것에 영향을 받았어요. 그럼 (90년대 재현하는 걸) 우리도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마카로니 치즈', '파씨 업 리믹스', 'XXL' 점점 판이 커지는 느낌인데요. 원래부터 이런 순서를 기획하신 건가요?

"'마카로니 치즈'를 내고 'XXL'을 하겠다라는 것까지는 정해져 있었어요. 그런데 데뷔 EP 첫 트랙 '파시 업(POSSE UP)!'이 오프라인 무대에서 큰 인기를 누렸어요. DSP 미디어에 속한 인기 그룹 '카드'와 함께 해외 콘서트에 가서 '파시 업!'을 불렀는데, 그 무대 영상 조회수가 100만뷰가 넘는 등 큰 인기를 누렸죠. 팬이 올린 영상이었거든요. 그 곡을 리믹스해서 지난 2월 싱글로 냈죠. 단계적으로 부러 증폭시키기보다 대중과 소통하면서 반응이 온 것에 적극 대응한 게 '파시업!'이었죠. 세 번째 노래는 지금까지 나온 영파씨 노래 중에서도 가장 힙합에 진심인 노래가 아닐까 싶어요. 힙합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음악을 할 것 같습니다."

-힙합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반응이 남다릅니다. (미국 '102.7 KIIS FM'의 DJ 조조 라이트(JoJo Wright)는 'XXL'에 대해 "이 노래 정말 끝내준다"(This song is just awesome)고 극찬하기도 했다.)

"미국 힙합 아티스트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금 미국엔 힙합 그룹이 많이 없는 상태고요. 미고스, 우탱 클랜, 디트웰브(D12) 같은 좋은 그룹이 많았는데 요즘은 굉장히 개인화 돼서 그런가 보기 힘들어요. 그래서 일단 영파씨는 그룹이라는 형태에서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K팝화 된 힙합이 아니라 미국 힙합을 그대로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 현지 힙합에서 거의 하지 않는 군무까지 한다면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RBW, DSP미디어와 협업은 어떻게 진행하시게 된 거예요.

"제가 홀로 2년 넘게 캐스팅과 트레이닝까지 하고 세상에 팀을 내려고 하는데, 뭔가 경쟁에서 뒤처질 것 같은 거예요. 초보 제작자인 데다가 캐스팅, 준비를 코로나 시즌에 다 했거든요. 그런데 영파씨가 좋은 팀이더라도 좋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잘 운영해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RBW 김진우 대표님을 찾아갔죠. 그리고 '이 팀은 잘 될 수 있다'라고 말씀을 드렸죠. 가만히 듣던 대표님이 '영파씨 친구들 안 봐도 괜찮다. 너 믿고 가겠다'며 흔쾌히 지원을 결정해주셨어요. 제가 팬텀이라는 팀으로 활동했는데 영파씨처럼 당시 브랜뉴뮤직과 WA엔터테인먼트(RBW 전신)의 공동 제작이었어요. 그 때 함께 도움을 주셨어요."

-영파씨 멤버들을 처음에 모으고 팀을 결성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2020년 비츠 엔터테인먼트를 차리고 2021년 1월부터 캐스팅 과정에 들어갔습니다. 당시엔 소속 가수나 연습생이 한 명도 없었고요. 오디션을 열어도 다른 회사 오디션에 몰리는 인원에 비해 적고, 괜찮은 친구를 찾아도 저희 회사에 오지 않았죠. 멤버들을 찾으러 학원을 뒤져봐도 제가 동경했던, 지드래곤 씨처럼 아티스트 느낌이 많이 나는 아이돌을 찾기 힘들었어요. 그러다 댄스 스튜디오를 돌아다녔어요. 춤이나 음악의 본질에 더 흥미를 느끼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다섯 멤버들 모두 매력이 넘칩니다. 특히 리더 정선혜 양은 랩을 엄청 잘하던데요.

"선혜 양은 일단 다 잘하는 친구라 저희도 신기해요. 무엇보다 스펀지 같은 친구입니다. 문화나 음악, 춤을 가르쳐주면 굉장히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어요. 랩도 전형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오리지널리티가 있고요. 몸도 굉장히 잘 움직입니다. 래퍼를 꿈 꾼 게 아닌데 힙합의 역사도 알고 싶다며 먼저 나섰어요. 어떻게 힙합이 만들어졌고 발전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이더라고요. 위연정 양은 댄스 스튜디오에서 발견한 친구인데, K팝이나 연예인을 지망한 적이 없던 친구였어요. 자기가 배울 점이 있다면 어떤 댄서든 찾아가서 춤을 배울 정도로 춤에 진심인 친구라 팀에 합류를 설득하는데 제일 힘들었어요. 춤 쪽으로 굉장히 스킬이 높은 친구예요. 어떤 댄스 프로그램에 나가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요. 지아나 양은 화면보다 실물이 굉장히 예쁘고요. 또 예능감도 좋아서 팀 분위기를 밝게 해줘요. 지금은 힙합 콘셉트라 이 친구한테 제일 미안한데 보컬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친구입니다. 도은 양은 데뷔를 얼마 안 남기고 원래 있던 멤버가 빠지면서, 팀에 막바지로 합류하게 됐는데,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팀에 빠르게 잘 녹아들었어요. 팀마다 갑자기 들어와서 데뷔를 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막내 한지은 양은 어린 나이(데뷔 당시 14세)에도 완성도가 높아요. 처음엔 너무 어려서 고민했는데, 언니들하고 있어도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 같이 데뷔를 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났으니 연습생활도 오래했죠."


-대표님은 어릴 때 어떤 소년이었습니까?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에요. 어릴 때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살았죠. 그런데 당시 일본엔 한국보다 빨리 서양 문물이 많이 들어왔어요. 빌보드 위주의 미국 음악들도 쏟아져 들어왔는데, 일본 집에 MTV가 나왔었어요. VJ가 나와서 빌보드 톱 10을 소개하는데 거기에 완전히 마음을 뺏겨버렸죠. 건즈앤로지스, 메탈리카 그리고 닥터 드레 등 80년대 말, 90년대 초 빌보드 차트의 음악들에 반했어요.,"

-건즈앤로지스, 메탈리카면 하드록 키드셨군요.

"네 원래는 록 키드였어요. 그런데 너바나를 끝으로 록 신(scene)이 확 죽어버렸잖아요. 닥터 드레, 에미넘, 우탱 클랜, 나스 등이 나오면서요. 그 당시 힙합은 뭔가 보여주는 재미가 있었어요. 막 뽐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그쪽에 관심이 더 가게 됐죠. 하지만 아직도 록은 계속 들어요. 음악 크게 편식은 안 해요."

-대표님이 보시기에 K팝이 계속 잘 될 거 같나요? 그 과정에서 영파씨는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합니까?

"다른 음악이 K팝을 대체하기엔 K팝만이 가진 매력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계속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고 그중에 하나가 영파씨라고 생각해요. 일단 K팝은 단체로서 서로 양보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거잖아요. 서구권에선 쉽지 않은 문화죠. 일부에선 홍콩 영화 산업에 빗대 K팝이 오래 못 갈 수 있다고 우려하시더라고요. 홍콩영화가 뜨니까 제작자들이 욕심을 부려 많은 편수를 제작하다 보니까 몰락했다고요. K팝 역시 공급이 너무 많아졌다는 거죠. 근데 K팝이 대단한 게 끊임없이 신기할 정도로 좋은 팀이 계속 나와요. 이전에 걸그룹에서 나올 건 다 나왔다고 저는 생각했는데 당시 있지(ITZY)가 나왔고 또 이후에 뉴진스(NewJeans)가 나왔죠. 이처럼 계속 새로운 팀이 나오는 거 같아요."

-힙합은 계속 추구하시는 건가요? 방탄소년단도 힙합그룹으로 시작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고 이후에 다양한 장르를 하는 팀이 됐습니다.

"지금은 힙합이 가장 맞는 옷이라 이걸 입고 세상에 처음 나왔지만 이 친구들이 계속 성장을 하잖아요. 이제 중학생인 친구도 있고요. 성장하면서 다른 모습들을 보일 거고, 거기에 맞춰 또 다른 음악들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파씨가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가 됐습니까?

"친구들이 첫 번째 앨범을 내고 나서 저한테 '가족 같다'는 표현을 써주더라고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사이죠.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대는 계속 바뀌지만, 영파씨를 통해서 '세상에 이렇게 멋진 음악이 많구나'라는 걸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파씨 멤버들도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음악들을 하면서 생명력이 긴 음악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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