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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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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번 영화를 보면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이 원시적으로 보일 겁니다."
영화 '혹성탈출:새로운 시대'(5월8일 공개) 시각효과 감독 에릭 윈퀴스트(Erik Winquist·49)는 이번 작품에 투입된 기술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윈퀴스트 감독은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 들어간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걸린 랜더링 시간만 약 9억6400만 시간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고사양 게이밍 PC 한 대로 이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아마 랜더링 작업을 청동기 시대부터 시작해야 할 거예요."
'혹성탈출:새로운 시대' 시각효과를 담당한 VFX 전문 스튜디오 웨타(Wētā) FX 제작진이 23일 한국을 찾았다. 윈퀴스트 감독과 함께 이 작품에 참여한 한국인 스태프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와 순세률 모션 캡쳐 트래커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보다 사실에 가까운 표현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혹성탈출:새로운 시대'는 2011년과 2014년 그리고 2017년에 나온 '혹성탈출' 3부작을 잇는 네 번째 작품이다. 트릴로지를 이끌었던 주인공 시저가 죽은 뒤 300년이 흐른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유인원 노아와 인간 소녀 노바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작품은 유인원이 지구를 완전히 지배하게 되고, 한 때 이 행성을 평정한 인간은 이제는 유인원 노예 신세가 됐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보통 영화 같으면 연출을 맡은 웨스 볼 감독과 출연진이 홍보를 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VFX 제작진이 전면에 나섰다. 유인원이 주인공인만큼 기술적인 부분이 두드러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선 간담회에 앞서 32분 분량 풋티지 영상이 공개됐다. 영화 초반부가 담긴 이 영상만 보더라도 이 작품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유인원 신체 묘사는 더 정교해졌고, 가장 중요한 유인원 표정 역시 인간에 가깝다는 인상을 줬다. 윈퀴스트 감독은 시각 효과를 총괄했고, 김승석·순세률 두 스태프는 주인공 노아와 동행하게 되는 오랑우탄 라카의 얼굴·행동 모션 캡쳐를 담당했다.
윈퀴스트 감독은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기술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하면서도 특히 세세한 감정 표현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그는 "훨씬 방대한 데이터를 담아서 작업한만큼 그에 부합하는 더 정확하고 세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선 배우 머리에 씌운 헬멧에 카메라 두 대를 설치하고, 배우 얼굴엔 점 111개를 찍어 표정을 담았다고 한다. 윈퀴스트 감독은 "할리우드 최고 재능을 가진 스태프들이 모여 완성한 작품"이라며 "결과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웨타FX는 세계 최고 유인원 구현 전문 스튜디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터 잭슨 감독이 2005년에 내놓은 '킹콩'을 통해 처음 유인원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혹성탈출' 3부작에 모두 참여하면서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도 함께하며 모션 캡쳐 기술을 또 한 번 업그레이드했다. 윈퀴스트 감독은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을 찍을 때도 당시에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총동원했다. 그때도 기술력의 정점에서 촬영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보면 그때 기술은 원시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고 했다.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는 "어린 시절 TV로 봤던 오리지널 '혹성탈출'(1969)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보며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이런 작품을 내놓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순세률 모션 캡쳐 트래커는 "전작의 엔드크레딧에 올라 있는 수백명개 이름을 보며 나도 저기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바람이 현실이 된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혹성탈출' 시리즈가 기술력만 뛰어나고 스토리는 그저 그런 평범한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앞서 3부작은 기술력만큼이나 뛰어난 스토리 텔링으로 더 주목 받았다. 윈퀴스트 감독은 이번 영화 역시 전작과 같은 평가를 받게 될 거라고 했다. "공존에 관해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 인간성에 관해 생각하게 될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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