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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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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다시 할 겁니다. 그런데 이러다가 영화 시나리오 안 들어올 것 같아서 걱정스러워요."

앞으로 시리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이들은 이 배우를 반드시 캐스팅 리스트에 올려야 할 것 같다. 송강호(57)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의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된 뒤 만난 그는 또 시리즈에 출연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하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시리즈엔 영화와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삼식이 삼촌'은 1989년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송강호가 처음 출연한 시리즈였다.

"아무래도 시리즈는 물리적인 시간이 영화보다 더 있다 보니까 한 인간의 서사를 더 풍성하게 담을 수 있죠. 그리고 시리즈는 더 많은 인물을 담아낼 수 있잖아요. 그 많은 인물들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삼식이 삼촌'은 16부작 시리즈. 에피소드당 러닝 타임이 대략 50분 정도 됐으니까 총 상영 시간은 800분 가량 된다. 영화가 보통 120분 아무리 길어도 150분인 걸 생각해보면 한 번에 영화 7편을 찍은 것과 다름 없는 이 작품은 송강호에겐 분명 색다른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 역시 이 작품을 쉽게 선택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OTT 시리즈는 대개 아주 말초적인 것을 지향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플랫폼에서 이런 역사물을 한다? 결정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역사물을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게 그래서 이 작품이 또 하고 싶었던 거죠. 과연 어떤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던 겁니다. 이건 분명 모험이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죠. 하지만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감독이든 배우든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게 인지상정이죠. '삼식이 삼촌'의 그 새로운 시각이 제 의욕을 끌어올렸습니다."

'삼식이 삼촌'은 제목 그대로 삼식이 삼촌 박두칠에 관한 얘기이면서 동시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 드라마이기도 하다. 박두칠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대한민국 역사의 굴곡 한가운데 던져 놓고 그를 통해 사회와 인간을 들여다보려 한다. 송강호는 이 작품 배경은 1960년대 초반이지만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다룬다는 점에서 현재 관객이 충분한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제기 1967년생이니까 제가 태어나기도 전 이야기죠. 지금 우리가 사는 이 기시 못지 않게 욕망이 들끓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욕망으로 가득한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고요. 이들이 과연 어디를 향해 가는지 지켜보면 재밌을 겁니다."

송강호에겐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처음이었고, 디즈니+가 이 작품을 매주 에피소드 2개 씩 공개하기로 하면서 한 작품이 모두 공개되기까지 두 달 간 기다린 것도 처음이었다. 또 홍보를 위해 유튜브 예능프로그램에 나간 것도 처음이었다. 그는 "영화 연기와 드라마 연기가 다를 건 없다"면서도 "새롭게 경험한 것들이 많아서 생경하면서도 재밌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고로 두 달 내내 제 얼굴이 나오니까 참 부담스럽더라고요.(웃음) 찍는 것도 긴데, 공개되는 기간도 기니까 참…영화와는 참 다릅니다. 유튜브야 유재석씨가 워낙 잘 이끌어줘서 편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의욕이 들끓었다고 말하는 송강호는 어느덧 50대 후반이 됐다. 나이 이야기를 꺼내자 한국영화의 얼굴 혹은 대배우로 불리는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1989년에 데뷔했으니까 연기는 35년째, 영화는 28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건 35년 전에 제가 연기에 대해 느끼는 것과 지금 느끼는 게 똑같다는 겁니다. 35년 했으니까 좀 더 편해지고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연기가 즐겁고 재밌다는 표현을 하는 게 좀 겁이 난달까요. 그렇게 말하는 건 가식적이라는 느낌도 들고요. 전 항상 연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우니까요. 만약에 배우라는 직업이 특정 나이가 되면 은퇴해야 하는 거라면 좀 더 마음이 편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건 평생 같이 가야 하는 동지 같은 거죠. 제가 죽을 때까지요. 물론 그 과정에선 기쁘고 영광된 순간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목표가 될 순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새로운 작품, 새로운 연기로 관객과 소통하는 거니까요. 쉽지 않죠. 하지만 저한텐 그거 밖에 없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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