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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긴 뱃고동 소리와 함께 63개 나라에서 온 영화 224편이 영화의 바다에 떠올랐다. 앞으로 열흘 간 부산은 항구 도시가 아니라 영화 도시가 된다. 올해로 29번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2일 시작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개막 선언을 하며 "시네마천국 부산국제영화제가 있어서 부산 가을은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 영화의 바다로 갈 모든 준비가 끝났다. 모두 올라타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도 4500석 모두 들어찬 영화의 전당

오후 6시 개막식을 앞두고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앞은 개막식을 보려는 인파로 인산인해였다. 약 2시간 전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해 1시간을 남겨두곤 영화의 전당을 빙 둘러 줄이 생겼다. 6시가 되기 전 올해 마련된 4500개 자리가 모두 들어찼다.

개막식은 레드카펫을 아시아의 별들로 수놓으며 시작됐다. 우선 이정재·강동원·송중기·장동건·김희애·조진웅·박정민·차승원·박지환·정준호·김의성·진선규·정성일·이희준 등 한국 영화계 스타 배우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 저우동위, 마쓰시게 유타카, 사카구치 켄타로, 아리무라 카스미 등 중국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도 함께했다. 사회는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이 함께 맡았다.


올해 개막작은 강동원과 박정민이 호흡한 영화 '전, 란'이다. 무신 집안 아들 이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임진왜란 발발 후 한 명은 왕의 최측근으로, 다른 한 명은 의병으로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정민이 이종려를, 강동원이 천영을 연기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각본을 맡았고, 박 감독 대표작 중 하나인 '공동경비구역 JSA' 미술감독을 했던 김상만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은 개막식 직전에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액션영화이면서 계급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년만에 만든 영화가 부산영화제 개막작이 돼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도 했다. '전, 란'은 넷플릭스 영화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OTT) 영화가 개막작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운 이선균, 감격한 구로사와 기요시

레드카펫 행사가 끝난 뒤엔 시상이 이어졌다. 올해 신설된 까멜리아상은 류성희 미술감독이 받았다. 이 상은 영화계 공을 세운 여성영화인에게 준다. 류 미술감독은 '헤어질 결심' '아가씨' '변호인' '마더' '괴물' '달콤한 인생'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등 미술을 맡았다. 2016년엔 '아가씨'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벌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여성 미술감독은 멜로나 로맨스 영화만 할 수 있다는 그 인식과 편견을 바꾸고 싶었다"며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두에게 펼쳐질 가능성은 무한한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도약 꿈꾸는 재능 있는 여성영화인들과 수상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한국영화 공로상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이 받았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엔 약 5분 간 이선균 출연작 하이라이트 필름이 상영됐고, 필모그래피도 함께 언급됐다. 영상이 끝나자 박보영은 이선균의 극 중 대사를 인용해 "이젠 편안함에 이르렀길 바란다"고 했다. 부산영화제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열어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행복의 나라' 등 대표작 6편을 상영한다. 상영 후엔 이 작품을 함께한 동료들이 나와 그를 추억하는 시간도 갖는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은 일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받았다. 평소 그의 팬으로 잘 알려진 봉준호 감독과 제자이기도 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했다. 봉 감독은 "광팬"이라며 "좋아하는 작품 너무 많다. 항상 영감과 충격을 준다"고 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학생 시절부터 감독님께 많은 걸 배웠다. 앞으로도 무서우면서도 왠지 속이 시원해지는 영화를 만들어달라. 감독님을 따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40년 간 영화를 만들었고 처음 부산에 온 게 20년 전이다. 20년 경력을 평가해 이런 명예로운 상을 받게 돼 감격스럽다"고 했다. 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선 구로사와 감독 신작 2편 '뱀의 길'과 '클라우드'가 모두 상영된다.


◇기다렸다, 이 영화

올해도 칸·베네치아·베를린 등 해외 영화제 수상작과 함께 해외 유명 감독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 감독상 수상작인 미겔 고메스 감독의 '그랜드 투어', 심사위원상을 받은 자크 오디야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 각본상을 차지한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가 준비돼 있다. 특별상을 받은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도 볼 수 있다.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상 등을 받은 마티아스 글래스너 감독의 '다잉'도 있다.

중국 거장 지아장커 감독의 '풍류일대', 파트리샤 마쥐이 감독의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고, 방탄소년단 리더 RM 다큐멘터리 'RM: Right People, Wrong Place'도 볼 수 있다.

폐막작은 프랑스·싱가포르·일본 3개 나라가 공동 제작한 에릭 쿠 감독의 '영혼의 여행'이다.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진 세계적인 샹송가수가 일본 도쿄로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죽은 뒤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세상을 떠나고도 영혼이 이승을 떠도는 상황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다. 영화제는 11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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